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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13 01:48:19
Name 아카펠라
Subject [일반] 힘든 세상..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글...
첫번째 글


한 남자의 고백....

난... 작고 볼품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그랬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열성인자만 물려 받았는지
동생에 비하여 난 항상 뒤쳐졌었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운동까지 난 동생에게 뒤처졌다.
그래서
항상 난 동생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때문에 난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할때도
내 이름으로 소개 받기 보다는

`누구의 형` 이라는 식으로의 소개를 많이 받았다.

이제 내 나이 20. 남들은 다들 좋은 나이라고 한다.

한번쯤은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나이. 약관 20세.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인생중 가장 최악의 순간이었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 몰라도 난 여자친구가 없다.
여자친구 없는 것이 뭐 대수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글쎄...

나에겐 그것마저 큰 컴플렉스였다.
말 그대로 다들 하나씩 `끼고` 다니지만...
내 옆에는 항상 아무도 없었다.
하긴 볼품없는 나에게 다가올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나 역시 용기가 없어 애만 태우다가 보내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모임에서의 단체 활동으로 봉사 활동을 나가게 되었다.
그곳은 조그마한 교외에 있는 요양원.
주로 이제는 더 이상 차도가 없는 신체가 불편한 사람들
식물 인간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2층의 206호실. 내가 맡은 담당환자가 있는 곳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할아버지 할머니겠지.
난 206호실 앞에서서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용한 실내. 환한 병실...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환하게 비추고있었다.

이곳은... 조용했다.
그 흔한 TV도 없었고 라디오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란것은
침대에 누워있는 환자.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니었다.
조그마한 소녀...
긴 머리를 땋아 한쪽으로
늘어뜨린 소녀가 누워 있었다.
내... 내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난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다시 확인했다.
206호. 206호. 206호.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맞는 병실이었다. 순간 밖에서 들어오는 한 사람.
어서오세요. 앞으로 일주일간 우리 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군요.
아... 전...
잘 부탁해요. 저 아이의 애미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였다.
엉겹결에 나도 고개를 숙였다.

조용히 침대 앞에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들어었다.
저 아이는 식물인간 이었다.
10여년전.
저 아이가 10살때 교통사고가 났다고 한다.
몸의 상처는 다 치료가 되었지만
그때 이후로 식물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10년전 10살이라면.... 20살...
하지만 아직도 중학생 정도로만 보일뿐이었다.
아마 활동을 하지않는 탓으로
성장이 느린 것이리라 생각했다.
어머니는 매우 지쳐보였다.
10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곳에서
생활 했다고 했다.
그러며 잠시 눈주위를 훔쳤다.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한다며 악수를 청했다.

다음날.
난 병실로 찾아갔다.
어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난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천천히
바라 보았다. 빛이 너무밝다.
난 창가로 다가가서 블라인드를 조금 내렸다.
그리고 다시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것은
관을 통해서 들어가고 관을 통해서 나왔다.
내가 할일은 없었다.

이제서야...
내가 왜 이 병실로 배정받았는지...
이제서야 어렴풋이 알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
나같은 사람은 그냥 조용히 앉아 있으라... 이거였군...

후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녀는 계속 잠을 잘 뿐이었다.
어머니가 말하길...
가끔 눈을 뜰뿐이며 대다수의
시간을 잠으로 보낸다고했다.
결국 내가 할일은
이 병실의 물건이 도둑맞지 않게 지키는 것.
그 역활밖에는 없었다.

다음날. 난 책한권을 들고 갔다.
TV도 라디오도 없는 병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난 책을 한권들고 병실로 갔다.

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다가 문득 그녀를 보았을때
그녀는 눈을뜨고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녀가 눈을 뜬것을 본 것은...
비로서 그녀가 살아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그녀는 불안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곧 그녀의 어머니가 들어왔고
그녀는 다시 안심했다는 듯이
잠에 빠져들었다.
그날 난 들고간 책 한권을 모두 읽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난 다른책 한권을 가지고 병실로 갔다.
그녀의 어머니가 일찍 나와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정답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아이 또래가 흥미 있어할 만한
연예인 이야기 였다.
인사를 건네자 어머니도 간단하게 인사를 받으시구
그녀에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야기를 알아 들어요?
난 그녀에게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

어머니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잘 몰라요. 하지만...
알아들을 것이라고 믿어요.
그녀의 어머니는 바쁜일로 곧 나갔고
또 병실에는 그녀와 나 밖에 남지 않았다.

의자에 앉아 책을 폈을때
문득 이불 밖으로 나와있는
그녀의 하얀손이 보였다.
난 천천히 그녀의 손을 잡아 이불 안으로 넣어 주다가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깨어 있었다.
순간 놀라 어쩔줄 모르다가 그냥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책을 다시 펴들었을때...
난 내 심장이 무척 두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쁜짓을 한것도 아닌데도
내 심장은 계속 두근 거렸다.
결국에는 휴게실로 나가 커피 한잔을 마시고 겨우 진정이 됐다.

다음날.
병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눈을 뜨고 있었다.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난 다가가서 인사를 했다.
바보같은 짓인줄 알았지만...
얼마전부터 그녀가 살아있다. 라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순간 놀라운 일이었다. 그녀가 날 보더니
웃었다.
웃었다?
식물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들어와 무슨일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난 사실대로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웃었다.
왜... 왜그런거죠?

당신도 느꼈군요. 저 아이가 웃는 것을...
느끼다니요?
그럼 정말로 웃은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순간이지만 다시 어머니의 얼굴에 그림자가 졌다.
저도 몇번이나 보아서 의사 선생님에게 말했지만...
제 착각 이랍니다.

저 아이는...
자신의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두 눈밖에 없어요.
하지만 잘 되었네요.
당신도 저 아이가 웃은것을 느낄수 있다니...
저 아이와 잘 통했는것 같군요
하며 웃어보였다.

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다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난 그녀가 웃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다음날.
이제는 병실을 찾는 것이 내 일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나 혼자 책을 읽는 대신에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동화부터 시작해서 전쟁 소설까지
난 닥치는 대로 읽어주었다.

그녀는 그날따라 자지 않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었다.
오늘은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깜빡 가져올 책을 놓고 와버렸다.
병실에 들어가자 이미 그녀는 깨어있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30분 전부터 깨어있었다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난 그녀에게
책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책을 가지고 오지 않은 대신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읽었던 책이야기, 친구이야기, 시골이야기...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머니는 돌아가고 밤늦게까지
그녀에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 이미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계속했고
그녀도 잠들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새벽 3시.


난 그녀가 무척 편하게 느껴져서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동생의 이야기.
열등감을 느끼는 나.
여자친구가 없는 나
이런 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용기가 없어
그냥 보내버린 사람들.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 들이었다.
누가 알게 될까봐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내 스스로 하고 있었다.
왜일까... 그녀는 식물 인간이니까...
그래서 내가 마음놓고 하는 것인가?
난 밤새도록 그녀에게 넋두리를 하다가 지쳐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때.
내 뺨에 따뜻한 것이 놓여 있었다.
그녀의 손이었다.
그녀는 계속 깨어있었다.

당신이 올려놓은 거에요?

난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만 대답할리 없었다.
그녀는 계속 누워서
나를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제.. 제가 밤중에 실례를 한 모양이군요.

죄송합니다.
난 병실을 뛰쳐나왔다.
꼴좋구나 이녀석아...
어제는 밤새도록 넋두리를 하더니..
그리고 난 집으로 뛰쳐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난 늦게서야 병실을 찾았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병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의 그녀.
그녀의 어머니가 나를 보더니 반갑게 맞이하였다.
어제는... 일찍 들어 가셨더군요...

네... 사정이 있어서...
난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을 이었다.
오늘 마지막 날이네요...
네에. 저 아이가 무척...
좋아하는듯 했는데.
아쉽네요.

나는 다시 얼굴이 화끈거림을 느끼며
애써 어머니의 시선을 피했다.
당신이 오고 난 후로부터
저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이 길어졌어요.

지금까지는 저런일이 없었는데...의사선생님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더
군요.

네에...

난 언제나 처럼 침대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
저 오늘 마지막 날이에요.
지금까지 고마웠구요...
어제의 일은 죄송했습니다.
그녀는 아무말이 없었지만
난 또한번 그녀의 웃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용서 했다는 뜻인가...
그리고 나도 그녀를 향해 웃어주었다.

다음날.
난 하루종일 안절부절해 있었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모두 괜찮냐는 질문뿐이었다.
뭔가를 하지 않는것 같은데...
뭔가를 빼먹는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았다.
덜렁거리는 녀석.
또 뭔가를 빼먹고 헤메는군...
바보... 바보... 바보...

그러기를 일주일. 난 원인을 찾아내었다.
그 요양원 그곳에 뭔가를 놓고 온것이 틀림없었다.
책을 놓고 온건가...
아니면 내 물건이라도...

다음날.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척 놀라는 듯 했지만
난 인사를 하고 그녀옆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두손으로 꼭 잡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등에서는 땀이 배어나왔다.

하지만 난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잊은채
이야기를 계속했다.

배고프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겐 둘도없이
중요한 시간이었기에...
나는 그 후로 계속 그녀를 찾아갔다.
그녀의 어머니도 언제나 날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오히려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나 역시 어머니가 고마웠다.
그리고 언제나 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남으면
무슨책이든 읽어 이야기할 주제를 찾았다.

그러던중 어느날...
난 그날 밤도 언제나 처럼...
그녀의 손을 잡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이야기 하고 있을까...
문득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웃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 해줄때면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녀의 손을 잡은 내 손에 힘이 들어갔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겨우 입을 열었다.
후후...

그래요... 난... 그러니까...
난 안절부절하지 못하며 더듬거렸다.
오늘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꼭 해야만 했다.
입의 침이 마르고 입술이 바짝 말라버렸다.
하지만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 당신을 좋아해요.
20년만에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좋아한다는 말.
그렇게 하기가 힘들었던 건가...
하지만 난 그녀에게 말했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지금 내가 그녀에게 해줄 수 있는것은
이야기 뿐이었지만...
좋아한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순간. 그녀의 손이 히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우... 움직였어?
난 급히 간호원을 불렀다.
그녀에게 말을 했지만 기대하지 말라며
의사를 부르려 나갔다.
곧 의사가 들어왔고 진찰을 조금해 보았다.
하지만 대답은 `노`였다.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그렇게 일주일후...
그녀의 병실을 찾아 갔을때
그녀의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리고 들어오는 간호원
난 간호원에게 목소리를 높여 물어보았다.
그녀는 매우놀라 더듬거리며 대답해 주었다.

어제저녁... 손가락을 움직였어요.
닥터도 확실하게 보았구요.
그래서 큰 병원으로 옮겨갔습니다.
난 병원의 이름과 위치를 알아내고
단숨에 달려갔다.

요양원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의 사람들.
그 사이에서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냈다.
어머니는 날 보자 매달려 울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고마워요...

그 아이가 차도가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덕입니다.
근육이 되살아 나고 있데요.
이제 움직일수 있어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겨우겨우 그녀의 어머니를 진정시킨후
그녀가 있는 병실로 찾아갔다.

언제나 같은 그녀...
난 그녀의 손을잡고 이야기 했다.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움직일수있데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울고 있었다.
정말... 기뻐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난 그날 처음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
병원은 요양원처럼 자유롭지는 못했지만
난 시간이 남는대로 찾아가
그녀를 만났다.
그러기를 6개월 그녀는 정말 큰 차도를 보여주었다.

신문과 방송사에서는
10년만의 기적이라며 몇번이고 찾아왔었다.
정말이지 이것은 기적이었다.
그녀가 움직일수 있다니...
그러자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 왔다.
이제는 곧 그녀를 만날수 없게 되겠구나...
그녀도 다른 정상인과 같이 되면...
나를 만날일은 없게될꺼야...

나같은 사람은 거들떠 보지 않겠지...
6개월전 그녀를 좋아했다고 말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가 그때 말을할 수 있었으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뻔하겠지... 나같은 사람.
관심없는 것은 당연해...
그후로 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전과 같은 허탈감.

이번에는 더 힘들었다. 몇달간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가끔 신문에서 그녀의 모습을 볼때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다.
그녀가... 지금도 날 기억하고 있을까...?
후후... 잊어버리자.
이젠 끝난일이야...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대문앞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어머니였다.

아....안녕하세요.
어머니가 먼저 친절하게 말을 건네오며 다가왔다.
어찌해야 할까.
지금까지 찾아가지 않은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오랫동안 아무말 없이 찾아오시지 않아서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죄...죄송합니다.
그간 사정이 있으셨겠죠...

저와 아이가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끔씩이라도 들려주세요
어찌 되었건 아이의 은인이니까요...
우연일지도 모르는 이 일을...
그녀의 어머니는 내덕으로 알고 감사했다.

그리고 계속되는 그녀의 말.
그녀는 지금 굉장한 차도를 보여
재활 치료도 받고 있다고 한다.
저... 혹시 저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네. 당신이 처음올 때부터
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어머니의 말에 나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다면 그날밤 내가 했던 모든말.
내가 했던 고백들도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말...
예상하던 바였다.

그럼. 꼭 한번 들려주세요.
그녀의 어머니는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난 텅빈 골목에서 혼자 서서
어머니가 사라진 공간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난 커다란 용기를 내어 그녀를 찾아갔다.
얼마만인가...
그녀를 보는건.
병실에 찾아가자 그녀의 어머니가
홀로 앉아 있었다.
침대는 비어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언제나 같이 반갑게 맞이하여 주었다.

인사를 건넨후
그녀를 찾자 재활 치료중이라고 하였다.
어머니와 함께 찾아간 재활치료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많은 환자들이 보였다.

어머니는 그녀를 손으로 가르켜 보았다.
여전히 긴 머리를 땋고
금속으로된 지지대에 몸을 싣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녀가 보였다.
얼굴에서는 땀이 흘러내리고
옷은 땀으로 흥건했지만
그녀는 걸음을 옮기는 것을 쉬지 않았다.
마치 갓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그녀는 위태위태 했다.

어느덧 그런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서 있었다.
난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
이제 건강한 모습을 봤으니...
내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오려는 순간...
안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서툰 발음이었다.

외국사람이 부르듯 서툴게 부르고 있는 소리였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였다.

그녀가 날 보며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몇번이나 반복해서 부르고는 내게로 걸어왔다.

서툰걸음...
그런 걸음으로 몇번이나 넘어질뻔 하면서 걸어왔다.
그러면서도 내 이름을 계속 부르고 있었다.
난 움직일수 없었다.
마치 어린아이가정든 아버지를 만난듯...
결국 내 이름을 부르다가
부르다가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다리를 원망하며
그녀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주변의 환자들과 간호원은 그녀를 위해 길을 내주었고
모두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점차 내게로 옮겨왔다.
여전히 울먹이며 내 이름을 부르는 그녀.
이제... 이제 얼마남지 않았어요.
힘을내요....

난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힘들게 다가온
그녀는 쓰러지듯 내게 안겼다.
곧이어 주변에서 들리는 박수소리와 함성소리...
난 그녀를 안고 천천히 앉았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면서 익숙하지 않은
발음으로 계속 말을 했다.

에... 에... 차자오지... 아.. 안았.. 써요...

원망하듯 말하는 그녀
대답할 수 없었다.
당신이 날 싫어 할까봐...
난 당신이 떠나버릴 것이 두려워 찾아오지 못했어요.
마음 속으로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미안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었다.
그녀는 계속 울먹이며 말했다.
말... 지.. .지금까지... 다..단신을
차자 가려고 열심히 했어요.

난 순간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 그때 말... 기... 기이억 하고...
있...있써요...

그녀는 계속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말을 이었다.
내 귀에는 그녀의 말뿐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 나도.. 좋아... 좋아해요.
이... 이말 하고 .. 시.싶었.. 어요...
그리고 그녀는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난 그런 그녀의 젖은 등을 토닥거리며 달랬다.
내가... 내가 왜 쓸데없이 걱정을 했을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난 울먹이는 그녀의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리고... 정말 좋아해요.
사랑한다는 말... 할 자신이 없었다.
제길 난 이런 순간까지
용기가 없는 것인가...

`사랑해요``사랑해요`
입안에서만 맴돌다가
난 `좋아한다`라는 말이 나와버렸다.
그녀는 훌쩍 거리며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더 이상은 놓쳐버리고 싶지 않기에...
떨어지고 싶지 않기에...
그..그럴때는..사라...사랑이라느..는
말을써도 조..좋을..꺼에요.


그리고 그 말을 듣고 난 그녀를 더욱 세게 안았다.





두번째 글


그 일이 시작된 것은 그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 벤치에서다...

< 고 1 - 일곱 살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울고 있었어?"

"아... 아니야..."

"피... 거짓말..."

"아니라니깐...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런 거야"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

"...근데 꼬마야... 너는 어디 사니?"

"705동에 살아. 아저씬 어디 살아?"

"난 706동에 살아. 근데 꼬마야..."

"왜?"

"나 아저씨 아니거던. 나 이제 고등학교 1학년밖에 안 되었거던"

"그럼 오빠야야?"

"그렇지. 난 오빠야지"

"아냐. 오빠야들은 교복 입고 다녀. 아저씨는 교복 안 입었으니까 아저씨야"

"저녁에 집에 와서는 교복 안 입어. 그니까 오빠야라고 불러라 꼬마야"

"근데 아저씨"

"왜?"

"나 꼬마 아니거던. 나 일곱 살이거던"

"......"

"왜 말이 없어?"

"할 말이 없거던"

"......"

"......"

"아저씨, 내가 아이스크림 사 줄까?"

"아이스크림?"

"응. 나 아이스크림 사 먹으려고 밖에 나온 거거든"

"너처럼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씩이나 얻어 먹냐"

"그럼 안 먹을거야?"

"구구콘으로 사 와라"

"알겠어"

"아저씨, 구구콘이 없대. 그래서 브라보콘으로 사 왔어"

"월드콘도 없대니?"

"그걸로 바꿔다 줄까?"

"아냐. 그냥 먹을께"

"내가 까줄께 아저씨"

"임마. 이런 건 남자들이 까 주는 거야. 내가 까 줄테니까 줘 봐"

"알겠어"

"근데 아저씨"

"왜?"

"아까 왜 울고 있었어?"

"아까?"

"응"

"아까... 안 울었어"

"자꾸 거짓말 하면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다"

"아저씨보단 나쁜 어린애가 차라리 낫겠다"

"좋아. 그럼 앞으로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 라고 부를거다. 평생 그렇게 부른다"

"평생?"

"그래. 내가 죽을 때까지 아저씨보고 나쁜 어린이라고 부를 거야"

"......"

"나쁜 어린이는 되기 싫지?"

"응... 나쁜 어린이는 싫어..."

"그럼 말해 봐. 아까 왜 울었어?"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웠어..."

"아빠가 엄마 막 때렸어?"

"......"

"다 그래. 우리집도 아빠가 엄마 막 때려"

"너네집도 그래?"

"응. 막 집어 던지고 싸우고 그래"

"우리집도 그래..."

"전에는 내 미미인형도 부러트리고 던지고 그랬다"

"우리 아빠도 내 항공모함 던졌어..."

"항공모함...?"

"응... 일년 동안 죽어라고 조립해 놓은 항공 모함이었는데... 그거 던졌어..."

"그럼 그거 다 부서졌어?"

"응... 부서져서 다시 조립하지 못하게 되었어..."

"그랬구나..."

"......"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몰라"

"왜?"

"언젠가는 부서질 물건이면 차라리 지금 부서지는 게 좋을지도 몰라"

"왜?"

"나중에 쓸모 없어져 잊혀지는 것보다 기억속에 소중히 간직되는 게 좋잖아"

"정말... 그럴까...?"

"그러엄. 지금은 속상해도 나중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해야지..."

"잘 생각했어"

"근데 꼬마야..."

"왜?"

"너 일곱 살 맞냐...? 어떻게 일곱 살 짜리가 그런 생각을 하니...?"

"책을 많이 읽어서 그래. 책을 많이 읽으면 어른이 빨리 돼"

"그렇구나"

"근데 아저씨..."

"왜?"

"아저씨는 고등학생 맞아? 고등학생이 장난감 부서졌다고 울어?"

"... 책을 안 읽어서 그래... 책을 안 읽으면 어른이 안 돼..."

"갖다 붙이기는"

"......"



< 고 2 - 초등학교 1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니야... 울긴 왜 울어..."

"피... 또 거짓말 하는구나?"

"아니라니깐.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랬어"

"알았어. 안 울었다고 해"

"진짜 안 울었다니깐"

"알았다니깐"

"......"

"아이스크림 사 줄까?"

"... 꼬마한테 무슨 아이스크림을 얻어 먹냐"

"구구콘 없으면 월드콘으로 사 온다"

"알겠어"

"오늘은 구구콘이 있어서 사 왔어"

"니것도 줘 내가 까 줄께"

"알겠어"

"오늘은 왜 울었어?"

"그냥 울... 아니, 나 안 울었어"

"나쁜 어린이구나?"

"그래... 난 나쁜 어린이일지도 몰라..."

"평생 나쁜 어린이구나?"

"......"

"왜 울었어?"

"... 성적이 떨어졌어..."

"성적이 떨어져서 운 거야 아니면 성적 떨어져서 아빠한테 맞아서 운 거야?"

"... 맞아서 울었어..."

"몇 대 맞았는데?"

"점수 떨어진 만큼..."

"오십 대 정도 맞았겠네?"

"...칠십 대 맞았어"

"그걸 다 맞았어? 좀 깎아주지 않았어?"

"... 깎아줬어... 그래서 이십 대 맞았어"

"그럼 오십대나 덜 맞았네"

"응"

"이야... 아저씨 오늘 땡 잡았구나. 오십 대나 덜 맞고 말이야"

"그런가...?"

"그러엄 오십대 더 맞을 생각해 봐. 이십 대 맞고도 이렇게 아픈데 말야"

"그거 더 맞았으면 진짜 아팠겠지?"

"그렇지. 아저씨는 오늘 매를 벌은 거야"

"...그래도 많이 아픈 걸"

"어디가 아픈데?"

"여기 종아리하고... 그리고... 마음하고..."

"한번 봐봐... 이야... 빨갛게 부어 올랐구나. 내가 손으로 감싸 줄게"

"손으로 감싸 주면 좀 나아?"

"그러엄 원래 여자들 손이 약손이야"

"어... 진짜 좀 낫네..."

"그럼 이번엔 마음을 치료해 줄게"

"어떻게?"

"음... 일단 내가 한번 안아 주께... 좀 나았어?"

"... 따뜻해..."

"그럼 나은 거지?"

"아직 2% 부족해"

"알겠어. 그럼 이번엔 내가 뽀뽀를 해 줄께... 자... 됐지? 이젠 나았지?"

"응... 이제 나았어..."

"좋아?"

"응"

"얼마만큼 좋아?"

"하늘만큼 땅만큼"

"한번 더 해 줄까?"

"응"

"...이번엔 입술에 해 줄께"

"알겠어"



< 고 3 - 초등학교 2학년 >

"왜 이제 오냐. 아까부터 계속 기다렸는데"

"숙제하느라고 늦었어. 미안해"

"요즘 초등학교는 숙제도 내 줘?"

"아저씨 초등학교 때는 숙제 없었어?"

"나 학교 다닐 때는... 숙제 한 기억이 없는데..."

"숙제는 내 줬을 거야. 아저씨가 안 해서 그랬지"

"나 참... 하여튼, 빨리 구구콘 사 줘"

"알겠어"

"구구콘이 맛있어?"

"응"

"왜 맛있어?"

"비싸니까"

"비싸면 맛있는 거야?"

"...비싸니까 맛있는 거 아니야?"

"맛있어서 비싼 게 아니라?"

"그런가? 에이 몰라. 복잡해"

"나 참... 아저씨 이렇게 하면 대학 못 가"

'대학 얘기 꺼내지 마. 가뜩하나 스트레스야"

"아저씨는 나중에 뭐 할 건데?"

"나는 소설가가 될 거야. 소설가가 되어서 진한 사랑 이야기를 쓸 거야"

"소설가가 되려면 책도 많이 읽어야 되지 않아?"

"응"

"아저씨 책 많이 읽었어?"

"아니..."

"소설가가 되려면 이해력이 좋아야 하지 않아?"

"응"

"아저씨 구구콘이 비싸서 맛있어 아님 맛있으니까 비싸?"

"......"

"아저씨는 좋은 소설가가 될 거야"

"왜?"

"단순하니까"

"단순하면 좋은 소설가 되는 거야?"

"그러엄 단순해야지 순수하게 글을 쓸 수 있어. 순수해야지 감동시킬 수 있고"

"정말?"

"그러엄"

"근데... 너 정말 초등학교 2학년 맞냐?"

"아저씨는 고 3 맞어?"

"......"

"......"



< 21살(삼수생) - 초등학교 4학년 >

"아저씨 여기서 뭐해?"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저씨 또 울었어?"

"아... 아니라니깐..."

"......"

"......"

"구구콘 말고 구구 크러스터로 사 줄까?"

"... 새로 나온 거야?"

"응... 더 비싼 거야"

"비싼 거면... 맛있겠지...?"

"그렇겠지...?"

"그냥 구구콘 먹을래"

"왜?"

"비싼 것보다 맛있는 게 좋아"

"아저씨"

"왜?"

"맛있으니까 비싼 거야"

"맛있어도 비싸면 싫어... 이젠 내 분수에 맞을만큼 맛있는 게 좋을 거 같아"

"철 들었네?"

"고마워"

"자 받어"

"어... 왜 구구 크러스터야? 난 구구콘으로 먹을 건데"

"구구 크러스터보다 백만 배 비싼 거 먹어도 될만큼 아저씨는 훌륭한 사람이야"

"......"

"진짜라니깐"

"난 패배자야... 삼수까지 하고도 실패해서 군대로 쫓겨 가는 그런..."

"군대... 가...?"

"응..."

"언제 가는데?"

"모레..."

"...그렇구나..."

"나 지금 되게 무섭다... 아무것도 한 것도 없이 군대로 끌려 가는 거 같아..."

"......"

"남들 한번에 들어가는 대학... 계속 떨어지면서 허송세월만 하고..."

"왜 허송세월이니? 아저씨는 인생에서 가장 귀한 실패라는 경험을 하는 거라구"

"실패라는 경험...?"

"그래. 실패를 해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이십대에 말이야"

"그럴까...?"

"한번 아파 본 사람은 그 병에 면역이 생기는 거야"

"그럼 나중에 또 아플 때엔 지금만큼 고통스럽지 않을까?"

"그러엄 그리고 아프다고 주저앉지 않고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고 말야"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그 진부한 말이 진리라는 말이지?"



"그러엄... 역시, 아저씨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아는구나" "칭찬 받으니까 기분 좋네... 상은 없어?"

"상...? 흐음... 그럼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남들 보는데..."

"괜찮아. 여기 우리밖에 없잖아"

"나 원조교제 한다고 잡혀 가는 거 아닌가 몰라"

"잡혀가도 내가 잡혀 가. 아이스크림 사 주는 건 나니까 말야"

"그래도... 세상에 눈은 너무 사악해서... 저기... 그러니까..."

"왜 그러니. 우리가 이상한 짓 하자는 것도 아니고 심심한데 뽀뽀나 하자는데"

"그게... 근데..."

"진짜 말 많네. 지금 안 하면 삼 년을 기다려야 되잖냐. 잔소리 말고 일루 와"

"야아... 근데... 흐읍..."



< 25살(대학 1학년) - 중 2 >

"오랜만이네"

"진짜... 그 동안 별 일 없었어?"

"응. 아저씨도 별 일 없었어?"

"어. 이번에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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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ent jealosy
09/06/13 04:49
수정 아이콘
글 잘읽었습니다..^*^
09/06/13 10:2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첫번째 글은 정말 감동적이네요 흐흐
두번째 글은 꼬마아가씨가 정말 발랄한 느낌이 좋았어요
스웨트
09/06/13 14:16
수정 아이콘
아 첫번째글.. 글을 읽다가 나도모르게 흥분해서
"그래! 힘내! 조금만! "
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게 되는 날도 있군요.
게다가 실화라니 더 가슴이 촉촉해지는 것이..
게다가 두번째글.. 지금 놀이터로 달려가야겠군요;
zeppelin
09/06/14 00:20
수정 아이콘
글 잘읽었습니다~^^
이런글 좋아하는데 다른것도 있으시면 나중에 올려주세요~
09/06/14 01:30
수정 아이콘
아 놀이터가서 아이스크림을 꼬마한테 얻어먹어야되나..........잡혀가겠죠..-_-? 전 25살이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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