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놈
일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4년 만에(!) 한나라당을 추월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인해 드러내놓고 그런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을 테지만(만일 드러내놓고 그런 감정을 표현한다면 영결식장에서 다리 꼬고 삐딱한 행동을 하고 있던 모 당 대표처럼 정치인으로서 실격인 셈이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민주당으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슬퍼하는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오산일 것이다. 사람들은 민주당이라는 당이 탄핵정국에서 보여준 행동을 잊지 않고 있고, 17대 총선에서 과반수를 만들어줬지만 무능함으로 인해 국민들이 등을 돌리게 한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17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노무현 대통령을 버리고 이합집산을 거듭하다가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모두 지켜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사기간 중에는 한나라당 같은 자들과 똑같이 의혹 없는 수사를 요구한다는 명분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때리기에 바빴던 모습도 보았기 때문이다.
봉하마을에 정동영씨 같은 사람이 왔다가 배신자 소리를 듣거나, 민주당 지도부들이 왔을 때에도 잘 한 것 없다고 야유를 받았다는 것은 그런 마음들의 증거이다. 고로, 지금의 지지는 - 그것이 일시적이든 좀 오래 갈 것이든 간에 -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었던 때처럼, '너희들이 잘 해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워낙 못돼먹고 무능하기 때문'에 생겨난 흐름일 것이다.
이렇게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을 생각하지 않거나, 생각을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움직여도 성과가 없이 지리멸렬한 행동만을 반복한다면 민주당에게 희망이라고는 없을 것이며 그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분이 - 지금의 민주당에 그런 인물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있다고 해도 - 세상을 또 등진다 해도 해결의 길은 없을 것이다.
비록 웃자고 만든 동영상이지만 지난 17대 대선이 임박했을 당시 어떤 인터넷 매체가 WOW의 동영상을 차용하여 만든 UCC 영상에서, 일리단으로 분한 노 대통령이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모르겠다.
'너흰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준비도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또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했다가는 국물도 없음을 알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나쁜 놈
영결식이 끝나 고인이 한 줌의 재가 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지난 토요일 새벽,
전직 대통령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분향소를 때려부수고, 영정을 밟고 걸개그림을 군홧발로 짓밟는 일이 일어났다. 집시법에 저촉을 받을 일이 전혀 없는 덕수궁 대한문 앞의 시민 분향소가 그리 되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개만도 못한 행동을 한 것이 무슨 시정 잡배들이나 조직 폭력배들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경찰이라는 것은 충격적이라기보다, 경찰의 위상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물론 드라마는 한갓 픽션일 뿐이고, 이 일은 사실이라는 점에서 어이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이런 어이없는 사태로 인해 고인의 영정이 훼손되고 분향소가 짓밟힌 데에 대해 민주당이 항의방문을 가자,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은
"서울광장을 다시 봉쇄하려고 했는데 일선 경찰들이 작전 지역을 오해해 벌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나쁜 놈이다. 경찰과 같은 상명하복의 집단에서는 부하들이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대신, 상관은 부하들의 행동에 대해 어떤 것이라도 책임져야 마땅한 일인데 이건 서울의 경찰들을 총괄하는 청장이라는 자가 '일선 경찰들이 작전 지역을 오해했다'라고 발뺌이나 하고 있다. 볼 것도 없이 이런 자를 상관으로 모신 서울의 경찰들은 매우 불행한 사람들이다.
더 나쁜 것은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의도가 전혀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주상용 경찰청장은 영결식이 끝난 이후에도 거리 분향소가 계속 유지될 경우 경찰 조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장례가 끝나면 상주도 옷을 벗고 복귀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계속 분향소가 유지된다면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을 한 것이 불과 5일 전의 일이다. 그 때의 주상용 청장과 지금의 주상용 청장은 전혀 다른 사람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자유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나는 대한민국에서 거짓말도 모자라 '종북주의 세력'으로 의심되는 자가 경찰의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무지하게 통탄스럽다. 왜 '종북주의'라 했냐면, 조문객들이 많이 모인다는 이유로 '불법시위의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하며 국민들을 감시하는 것은
민주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 전 국민을 조선 노동당이 감시하는 북한에서나 가능한 일일 것이므로, 내가 대한민국에서 경찰을 북한처럼 움직여 독재의 향기를 퍼뜨린 경찰 간부를 종북주의 세력이 아닐까 의심하는 것도 지나친 일은 아닐 것이다.(라고 믿는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말이다.
이상한 놈
남들이 'yes'를 말할 때 자신은 'no'를 말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인지에 대해 나는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때로는 주위의 기대를 저버려야 하기도 하고, 많은 이들의 돌팔매를 감수하여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쓴소리'를 하는 나이지만 나조차도 남들이 'yes'를 말할 때 자신은 'no'를 말할 수 있겠느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자신있게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언뜻 들어서는 틀릴 게 없는 일반론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해도 그것을 자신의 말로 풀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게 될 때, 듣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진심과 지식과 재주가 없다면 비판을 받고 반론을 받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국어의 사용법조차 모르는 말을 풀어놓아 공분을 산 주제에
자신이 과거에 지동설을 주장한 철학자처럼 되었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승자박, 자가당착을 넘어 자기애(愛)가 너무 강한 나머지 나르시즘에 심취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덧붙여, 실제로는 그 분이 예로 든 철학자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는 것은 그분이 아시나 모르겠다.)
그래도 너무 분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언젠가 말했듯이 그런 이들은 분명히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과 욕설을 생명력으로 전환하여 영생을 노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그런 의도에 넘어가 아직까지는 멀쩡해 보이는(?) 사람을 굳이 마두로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뭐, 분명한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즉 '사이비'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돈다'는 이야기를 했어도, '다른 무엇'을 '돈다'고 말했다고 알려진 사람과 제 스스로 '돌아 버린' 사람을 같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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