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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30 01:08:25
Name 간지나는거
Subject [일반] 일주일간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지난 토요일 비보를 접하고서도 오늘 영결식을 지켜보면서도 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예. 저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 였습니다. 누가 그분을 욕하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변론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아무말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다른 생각으로 말을 다투기 싫었고, 그래도 대통령인데 하는 생각에 비판의 목소리에 노대통령님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셨는지를 생각하니 지금 현직에 있는 그 사람을 무조건 욕하기가 주저되었습니다.

아니 그것은 변명일 것입니다. 현직의 그 사람이 지금 너무 밉습니다.

아무말도 안한것은 아마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던것 같습니다.

그분의 고통을 통감하고 이해하지만, 그분의 선택이 꼭 그래야만 했었나 하는 생각에 받아들이지 못했던것 같습니다.

'자살'이라는 선택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자민, 분향소를 다녀오고 여러 사람의 생각을 읽어보면서 그분을 안타까워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분은 성인이된 저에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셨고, 저에게 있어서 만큼은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서민을 대변하려 했던 대통령, 누구보다도 소탈하셨던 그분.

아 나도 정치를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셨던 그분.

예. 저는 노무현 대통령 지지자입니다. 그래서 슬프지만 그분을 이해하고 보내드리려 합니다.

편안하게 쉬시길 기원하면서...


하지만 이제 걱정입니다. 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라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속시원하다.' . '전대통령이 말이 너무 심했다.' 이런 말은 의미 없습니다.

저는 그말 자체가 걱정입니다. 너무 걱정됩니다.


대의제 민주주의 정당청치를 표방하는 대한민국 민주공화국

그곳에 더이상 서민을 위한 정당이 정치인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가장 서민을 위하고 서민을 대표하셨던 그분이 안계십니다.

잘하든 못하든, 옳든 그르든, 그밥에 그 나물일지는 몰라도,

노동계층을 대표하는 영국의 노동당도,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의 민주당도

(옳은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한)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그분을 잃음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치인, 정당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가진자들의 정권 갈라먹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보내면서 반대세력이 무서워서 더러워서 그분과 같은 아니 더 나은 정치인, 국민의 대표자가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입니다.

50%도 안되는 투표율에서 이겼다며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는 정치인이 나올까 대통령이 나올까 걱정입니다.

국민을 위한 서민을 위한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아무도 국민과 서민을 대표하려 하지 않을까 위하려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미 16대에서는 반대세력에 의해, 지금은 우리에게, 대통령과 지도부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대의제 민주주의

예. 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무너지려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국민을 위한 정부는 없을까 걱정입니다.


저는 법학 전공자입니다. 짧은 공부일지도 모르지만 헌법을 배웠습니다.

지금 정부의 행태, 국민의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고, 그 기본권을 제한하는데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도, 수단의 적절성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걱정입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질까봐.

그래서 이를 지키기 위해 제 목소리를 더욱 높혀야 할지 아니면, 그래도 남은 기간 믿고 지켜봐 줘야할지.

하지만 이 걱정이 기우이길 바랍니다.

그분을 보내며, 저 그리고 이 슬픔을 함께 나눈 모두가 함께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튼튼하게 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제게 가시는 순간까지도 저에게 숙제를 내주시는것 같습니다.



'저는 당신이 주는 숙제를 열심히 생각하고 실천하겠습니다.

이 숙제를 다하는날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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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30 01:14
수정 아이콘
어쩔수 없이 생업을 위해 일에 몰두해야하는 수많은 직장인들과 서민들이나,
가족들을 챙기고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밤낮으로 애쓰는 주부들이나,
입시와 취업이라는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오늘도 땀흘리며 공부해야 하는 학생들만 분노하고 있는게 아닙니다.
생각있는 수많은 정치인들 또한 우리와 똑같은, 아니 그보다 더할 분노를 품고 있을겁니다.

오늘 한명숙 전 총리나, 백원우 의원, 유시민 전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면서 확신을 가졌습니다.
분향소에서 기자회견 후에 유시민 전 의원이 보여줬던, 세상을 다 불태워버릴듯한 분노의 눈빛은 유시민 전 의원 혼자만의 것은 아닐겁니다.
아우구스투스
09/05/30 01:18
수정 아이콘
AhnGoon님// 저 역시도 유시민 전 장관의 눈빛에서 뭐랄까요? 부모를 잃고 그 원수를 찾는 자식의 눈빛을 보는 듯 했습니다.

김대중 전대통령님의 경우는 평생 동지를 잃은듯한 느낌, 한명숙 전 총리는 존경하는 선생님을 잃은 모습, 백원우 의원의 경우는 부모를 잃은 '어린 자식'의 느낌이 들었다면 유시민 전 장관의 눈빛은... 어린 자식이 아닌 이제 보모의 길을 그래도 걸어갈 장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께서 올해만 3번이나 불러서 더이상 정치하지 말고 책이나 쓰면서 살아가라고 했습니다만... 하지만 자식은 부모를 보면서 부모가 반대한다고 해도 부모의 길을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서 낙선할때부터 유시민 전 장관에게는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의 모습이 비춰줬습니다. 그분의 눈빛을 보니 포기할 사람의 눈빛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지지하겠습니다.
스칼렛
09/05/30 01:21
수정 아이콘
유시민 전 장관, 당신을 약간은 혐오하고 있었으나 이젠 고인의 적자가 되기를 빕니다.
그렇다면 지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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