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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9 23:10:34
Name RedStrAp
Subject [일반] 복수.. 그거슨 인생
1. 여자는 남자와의 이별에 울면서도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친다 라는 말이 있죠

   다른 남자를 다시 찾아나서기 위해 .. 라는 시각으로 보면 비판받을 말입니다만

   능력보다 외모를 상대적으로 우선시하는 대한민국의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렇겠지..하고 보여지기도 합니다.

2. 아버지께서 몹쓸 병에 걸린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도 괘씸하게도 저는 그날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놀았습니다.

   집에서 마냥 슬퍼하기만 하기는 싫고 무언가 신경을 다른데다 두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그 기간에도  저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있기에 어떻게든 먹고 살아보겠다고 어머니와 같이 할

    점포를 알아보러 부동산 컨설턴트와 함께 밤낮 서울시내를 돌아보았습니다. 하루에 한번 잠깐 병원에서 아버지를 만나던 때가 시간이 지

    지날 수록 아쉬워 지네요.

   하지만 다시 그 상황이 온대도 저는 같은 잘못..을 저지를 것 같습니다.


3. 시험에 꼴지를 한 아들을 나무라면서도 내일 아침 반찬을 뭐해줄까 궁리하는 어머니라던지

    반대로 딸이 명문 사립대에 입학해 뛸듯이 기뻐하면서도 한켠으로는 입학금에 대해 전전긍긍하던지

    고환율에 휘청대는 오퍼상 삼촌을 보며 안타까워 하면서도 미리 사놓은 달러때문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던지

    아끼는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에 크게 안타까워 하면서도 어떤 블랙 수트를 골라 입어야 할지 궁리한다던지

    자격증 시험에 떨어져서 낙심 하면서도 오늘 있을 데이트에 설레여 한다던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서거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으면서도 동생의 생일을 위해 무엇을 사야할지 생각한다던지
  

    저는 이런 일례들이 지극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하나이지만 사회적인 나는 복수임이 확실하니

    까요.하나의 입장에도 수개의 역할이 있을진데 ,  행동에 대한 반대급부나 파장에 대해 신경이 쓰이는건,

    설령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일지라 하더라도 어쩔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끔 이런 이기적인 내가

    미울때도 있지만 , 그렇다고 하나의 일례로 인해 내 모든 사회적인 역할이 정지할수만은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럴 수록 , 다른 일들 , 다른 행동 역시 그 하나의 사건으로인해 조금씩 변해가는것을 느낍니다.

   이제 간신히 생활이 유지 되면서 새록새록 아버지를 떠올리게 되고 ,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어머니께서 장을 보시더라도 , 자식의 입학금을 생각해 한푼이라도 더 아끼게 될테고

   다음 시험을 붙기 위해서는 여자친구를 조금 덜 만날 계획을 짤 것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바뀌다 보면 , 예전의 나와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 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광장에 간다던지 , 알량한 일을 핑계로 분향소에 가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이전 대통령 선거에 투표한 기억조차 가물가물 합니다.

  오늘도 tv에 나오는 애도 물결을 보면서 회사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맥주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일로 저는 조금이지만 , 확실하게 달라질것이라고 다짐합니다.

  다음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에는 좀더 신중히 , 철저히 알아볼것이고

  회사에서 신문하나를 읽더라도 일방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신문으로 보려고 노력할것입니다.

  노란색 풍선, 종이비행기를 볼때나 ... 아버지를 뵈러 산소에 갈때 가끔 그분도 같이 생각이 날테고

  제 어린 동생이나 훗날 가족에게 정치나 사회 이야기를 할때 그분의 이야기를 곁들일테고 ,

  그 시기에 활개치던 못난이가 있었다고도 이야기 하겠지요




   죄송하고 부끄럽게도 그분의 서거가 제 일상.. 아니 단 하루조차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하였습니다.

   이런 이해타산적인 저이지만 , 앞으로의 저의 사회적인 복수들에게 , 특히 정치나 투표에 있어서는 조금더 확실하게

   바뀌어 보라고 설득할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한심한 글이지만.. 그분을 위해서 용기내어 글하나를 남길수 있는 것처럼..

   조금씩 확실하게 , 나의 모든 사회적인 모습들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그분께서 바라는 모습이 나타날수

   있도록..  저와 , 저와 비슷한 사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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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nnegut
09/05/30 00:33
수정 아이콘
공감가는 부분이 많네요.
저도 다음 선거를 기약하는 한 사람으로서 책 많이 보고 더 똑똑해지려고 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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