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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8 23:06:21
Name 쉬군
Subject [일반] 죄송합니다
저는 분향소를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회사에서 걸어서 10분거리..

하지만 바쁘다는 이유로..또 피곤하다는 이유로 피일차일 미루다 결국 오늘까지 가보지 못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길에 바라본 분향소에는 조문객들로 줄이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면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집으로 들어가다 놀이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담배에 불을 붙입니다

한대가 아닌 두대..

한대는 놀이터 난간에 올려놓았습니다

담배가 잘탑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를 마지막으로 찾으셨던 담배가 맛있으셨던지

저는 이렇게 그분을 가슴속에 묻었습니다

잘 알고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의 맞담배는 예의에 어긋난다는걸

하지만 그분은 허락해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분이라면 이런 절 허허 웃으며 도닥여 주실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준 우리나라에서 5년동안 살아왔기에

그렇게 전 그분과 마지막 맞담배를 피웠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가는길 제대로 배웅해 드리지 못해서

이런저런 핑계로 겨우 집앞 놀이터에서 보내드려서

향하나 꽃하나 올려드리지못해서

당신을 지켜주지 못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예의없이 보내드린 저와 담배한대 피워주셔서


내일 마지막가시는길

또 찾아가보지 못하겠지만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흐르는 눈물따위 감추지않고 닦아내지도않고

그렇게 제 가슴에 묻고 지켜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두서없는..

감정에 앞서서 쓴 두서없는 글로 당신을 추억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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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8 23:17
수정 아이콘
머리에 기억하고 가슴으로 간직한다면 그것이 진정한 조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진심이니까요. 악어의 눈물을 흘리며 분향소에 있는 사람들에 비교한다면 비록 몸이 분향소를 향하진 못하지만 진심으로 슬퍼하는 모든 사람들이 상주나 다름 없습니다.
초보저그
09/05/28 23:24
수정 아이콘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 분향소에 가는냐 마느냐가 아닙니다. 글만 보면 쉬군님이 저보다 더 진심으로 슬퍼하시는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와 현직 대통령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분향소에 갔다왔습니다.
09/05/28 23:24
수정 아이콘
내일 영결식 당일 자정까지는 분향소는 계속 있을겁니다. 내일이라도 다녀오시면 되겠네요.
Kotaekyong
09/05/28 23:26
수정 아이콘
저 지금 대전 분향소갑니다..
SOD매직미러호
09/05/29 00:33
수정 아이콘
왠지 제 닉네임이 이런글에 댓글달기에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 좀 그렇네요 ^^
저도 지금 있는곳 근처에 분향소가 있지만 근처에서 보기만 하면서 맘속으로만 죄송하다고.. 좋은곳으로 가시라고.. 빌었습니다
그저 그분의 재임시절, 저에게 유리하지 않게 바뀐 몇가지 때문에 수도없이 욕했던 기억에.. 죄스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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