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서 게찜을 해놓았다고 하셔서 집에 얼릉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님께서는 결혼식에 가셨네요.
그래서 아버지와 오랫만에 둘이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큼지막한 게찜이었고, 간장게장이었는데, 너무나 맛이 있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매번 회사에서 밥을 먹다보니, 집에서 먹는 담백한 맛이 이제는 너무나 좋아져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만에 아버지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는 대화 내용입니다.
"저 아부지..."
"응? 왜?"
"아부지는.. 조문 안가세요?"
"조문? 에이, 안가.."
"요즘 아주 난리들이예요, 저는 일요일날 다녀왔는데, 아, 정말 아주 난리예요 난리.."
"그렇게 말이다. 이거 완전히 나라 돌아가는게 가관이다. 가관. 이러다 망하는거 아닐까 몰라.. 이거 남북관계도 그렇고, 완전히 제대로 되는게 하나도 없잖냐.."
"저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셨을 때, 전쟁 나는 꿈 꿨잖아요.. 전쟁이 났는데, 집을 못찾겠는거예요,, 막 그러다 깼는데, 정말 전쟁 일어나는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이러다 전쟁 나면.."
"에이, 전쟁은 안나지. 저것들 다 전쟁 안나는거 알고 있어서 저러는거야. 북한이 지금 전쟁이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애? 현대 전쟁의 개념이 뭐냐? 총력전이야 총력전. 걔네가 우리한테 이기는게 하나라도 있나? 그리고 미군 있어서 게임이 안돼. 북한 놈들은 눈이 없나? 이라크부터 시작해서 중동 국가들 깨지는거 두눈으로 봤을텐데, 북한이면 이건 뭐 어디 명함도 못내밀지. 전쟁 못낸다고. 그나마 무슨 포가 많다고 이러는데, 포가 다 땅굴속에 있다고. 이거 땅굴속에 있다는게 무슨 말이냐. 방어용이야 방어용. 그거 공격으로 쓰려면 다 끌고 나와야한다고. 견인포니까. 그럼 쟤네 전쟁하려고 하는구나, 다 알지. 요즘 세상이 무슨 세상인데. 위성으로 다보고 있는데, 그럼 북한 전쟁 내는거 알면, 우리가 가만히 있나? 우리 맨날 팀스피리츠 하자나. 미군 합동 훈련하면, 5시간이면, 전쟁 종료야. 북한 5시간이면 쑥대밭난다고. 실제 전쟁날 상황이면 저렇게 압박도 못하지. 그저 국지도발하고 공갈협박하는게 쟤네 전부라고.."
"맞네요.."
"지금 정부는 남북 관계는 완전히 망한거야. 생각해봐라. 지금 상황은 완전히 미국이 바라는대로 돌아가는거거든. 이렇게 되면 결국 지금까지 해놓은거 다 허사로 돌아가는거야. 우리가 독일과 다른 점이 뭔줄 아냐?"
"뭐예요, 아부지?"
"독일은 서로 안싸웠어.. 우리는 피 철철 흘리며 총부림 냈거든. 너도 알다시피, 이게 동족이면서도, 같이 총부림내면 그때부터 통일이라는건 엄청 어려운거야. 한번 피를 보면, 누군가는 원수가 되고, 살인자가 되는거거든. 이렇게 되면 정말 힘든거지. 이거는 여간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야. "
"그쵸.."
"옛날에 얘들이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그러고 다녔잖아.. 그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지. 원래 두 넘이 잘 있다가 친구들이 이간질 시켜서 이거 코피터지게 싸웠거든. 이러면 둘이 화해가 잘 안돼. 이간질 시킨놈이 옆에 계속 붙어있는대다가, 양쪽에서 그냥 계속 씩씩대고 있으면 화해가 되겠냐? 이거 뭐 화해할라고 가까이 왔다치면, 자꾸 주먹쥔손 들어올리는데, 화해가 되겠냐 이거지. "
"그쵸.."
"저쪽에서 우리나라 적화통일 시키는거 1조 1항에 적어놨다고, 그래? 그럼 우리도 니네가 주적이야 임마, 이래버리면, 이게 말이 안통하는거라고."
"그런데 북한은 자꾸 간첩 보내고 도끼 만행도 그렇고, 나쁜 짓 많이 했잖아요."
"그렇지. 그건 맞지. 북한 놈들 나쁜 놈들이야. 북한 좋은 놈이라고 안했다. 그놈들 무지하게 나쁜 놈들이야. 지네 말 안듣는 놈들 아오지로 보내고, 하여튼 나쁜 놈들이지.. 그런데, 이게 중요한거야. 애초에 우리가 통일해야할 동포로 보느냐, 아니냐. 아, 한 집안에 아들 놈 둘이 있는데, 둘이 싸웠어. 그래서 한놈이 집 나갔다 이거야. 그럼 이넘이 괘씸하긴 해도, 달래고 얼러서 집에 들어오게 해야하거든. 남의 아들이면 고민 안하지, 뭘 걱정해, 지가 알아서 지 살길 찾아 떠난거지."
"그쵸.."
"통일해야 할 동포면, 이렇게 나가서는 안된다는게 중요한거거든."
"나가서 그런 얘기하면 빨갱이 소리 들을거 같애요. 아부지."
"임마, 지금이 5공이냐, 빨갱이 타령하게. 뭐 밖에서 이런 얘기하면 이상하게 보니까 말 안하는 사람도 많겠지. 지금처럼 이렇게 되면 결국 다 날라간거야. 미국 좋게만 되는거지. 북한이랑 남한이랑 싸움나면 제일 좋은게 뭐겠냐? 태평양 건너 있는 놈들은 신경도 안써. 그냥 전쟁하면 최고야. "
"아 맞아요. 누가 그러던데요. 적자재정이라도 미국은 무기 팔아먹고 살아서 잘 산다고.."
"그건 모르겠고, 남의 나라 남의 땅에 전쟁나면 미국이야 좋겠지. 근데 우리는 아니야. 전쟁 나면, 다 잿더미 되는거거든. 안그래도 쪼끄만 이땅에 우리가 5시간 안에 초토화시키면 뭐하냐. 우리나라도 기반시설 다 파괴되면 안하니 못한거지. 이러면 전쟁 내야겠냐 안내야겠냐."
"흠..내면 안되죠."
"이게 미국이랑 우리나라 다른 점이야. 한국은 절대로 한반도에서 전쟁내면 안되는거고, 미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이런데는 나도 그만 안나도 그만이거든. 이걸 잘 알아야 돼. 이걸 모르면, 말이 안통하는거야. 핵 실험 한다고 그러지? 그것도 아주 웃기는 얘기야. 핵실험하면 핵미사일 바로 날아올거 같냐? 그거 한 오년은 더 걸려.."
"그쵸, 북한 안그래도 가난한데.."
"걔네 핵미사일 만들려면 오 년이 뭐냐, 더 걸릴수도 있어. 미사일이 그냥 만든다고 딱 만들어지냐? 발사체부터 시작해서.."
"아부지, 저 아시잖아요.."
"잘 아냐? 알면 됐고, 이거 한다고 호들갑 떠는거 부터가 문제라 이거지. 이거 모르고 당장 핵미사일 떨어질 것처럼 얘기하면 그런 줄 아니까 말이다."
"그쵸. 근데 우리나라도 핵 가지면 좋을 텐데. 우선 미사일 거리 좀 늘리고 말이죠."
"그것도 다 알아서 하고 있거든. 미사일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아 그래요? 다른 장군들도 아부지처럼 그렇게 생각해요? 별 달면 다 좀 보수적인거 아닌가?"
"야, 말도 마, 지금 장군 단 사람들이 뭘 배웠겠냐. 지금도 육사에서 배우는 교재들 이거 다 4~50년대에 쓰여진건데, 이거 아직도 보고 공부하고 있거든. 근간이 안바뀌고 있는거지. 그러니 다 수구 꼴통인 놈들이 많지. 지금 북한도 많이 변했거든. 북한 내부의 세력구도도 그렇고 많이 변했단 말이지. 그런데 우리는 안바뀌어 이게. 그러니 다 아무 생각 없는거야. 구구단 가르쳐놓으면 구구단 만 외우는 놈들처럼 그냥 아무 생각없는거지."
"헐, 그래요?"
"그래놓고 노무현이 때는 아무말 못하다가, 이제와서 정작권이니 뭐니, 아니 그렇게 맘에 안들었으면, 옷을 벗고 나오든가. 그때는 찍소리 못하고 벌벌 떨다가. 이제와서 이러고 있으니 웃기지."
"아 그러고보니 아부지도 청와대 경호실에 계셨었자나요. 이번에 이거 경호원 완전히 미심쩍든데.."
"경호원도 그거 완전히 근무 태만인거야. 아무리 전직 대통령이라고 그래도 그렇게 경호하는 법이 어딨어? 내가 직접 경호를 했던게 아니라 정확히는 몰라도, 이거는 완전히 잘못한거지. "
"저는 자살 아닌거 같애요. 아부지.."
"그건 모르겠고, 상상도 못하는 일이지. 다친 사람을 업긴 왜 업어. 참 보면 어떻게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어. 그래도 노무현이가 잘한게 권력기관을 잘 견제해놨던건데, 원래 권력기관이 권력을 쥐면 권력을 계속 쓰게 되있거든. 원래 사람이 그래. 권력 일단 잡으면 계속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하거든. 조직이 사람으로 된건데, 당연히 권력을 계속 쓴다고. 그래서 견제를 하도록 하는게 중요한거거든.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가고 있잖냐."
"그쵸.. 문제죠.. "
"아니 그냥 무시해버리고, 가만둬도 될 북한은 죄다 터뜨려서 저러고 있고. 야 생각해봐라. 우리나라 여자들 다 끌고 가서 욕보인 섬나라 왜놈들은 용서하고, 한때 동포였던 북한 놈들이랑은 자꾸 원수지게 만들어서 어쩌자는거냐 이거야. 동포잖아. 한민족이고. 통일하면 우리나라 땅 되는건데, 하려면 반대로 해야지. 반대로."
..
두드려 내려가다보니,
자게에 어울리는 글인가를 심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오랫만에 아버지와 한 대화가 기뻐서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삭게행은 운영자님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