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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8 20:38:49
Name HitheRoad
Subject [일반] 노무현대통령, 그리고 이정우교수님..
안녕하세요, 슬픈 주제를 갖고 자유 게시판에 첫 글을 쓰게되어서 저 역시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렇게 제대로된 글 한번 써본적 없는 제가 처음으로 자유게시판에 글을 쓴 이유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후 많은 관련 글을 이 곳에서 읽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셨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현재 매 주 저희학교에서  강의를 하시는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으로써 꼭 한번쯤은 이분에게서 들은 노 전 대통령님에 대해 여러분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 역시도 교수님 수업을 들은 후 노무현 전 대통령께 대해 더 알게 되었습니다.
5월 25일 월요일.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첫 강의 때 저와 다른 학우들은 수업에 참석하실 수 있을지 걱정했었습니다. 여러 수업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 일화에 대해 들었었고, 그 때문에 교수님께서 받으셨던 충격이 걱정됐기 때문이였습니다. 아직 봉하마을에 계실거 같기도 하였구요.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어김없이  강의실로 들어오셨고 100명이 넘는 학우들은 교수님께서 어떤 이야기를 하실지 그리고 어떻게 느끼고 계실지 궁금해 한 것도 사실이였습니다.
참고로 전 이정우 교수님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그저 100명이 넘는 많은 학생들 중 한명입니다. 하지만 이번학기 이후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이후 줄 곧 느낀 점은,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던 `가슴이 따뜻한 경제학자`입니다. 일부 소수가 잘사는 나라를 위한 경제학이 아닌 국민 모두가 잘 사는 경제학. 노 전 대통령께서 소득분배론을 전공하신 이정우 교수님을 중용하셨던 것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였습니다.
(이것과 관련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버스를 타시고 출퇴근하시고, 연구실에 그 흔한 에어컨도 '자기 시원하게 하자고 남들 덥게 할 순 없다고' 놓지 않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처음 노무현캠프에 들어가신 때는 대선이 있던 해 8월입니다.
지인이 노무현캠프에 학자들이 부족하다며 교수님께 와서 함께 해 보지 않겠느냐며 하셨고 이에 교수께서는 캠프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 이회창캠프에 학자들은 1000명이 넘고 노무현캠프는 고작 20명 남짓이였다고 합니다. 대세가 기울어져 있었으니 당연한 차이입니다.
그 후 노무현대통령께서는 기적적으로 당선이 되셨고 이때 교수님 또한 청와대에서 일을 하시게 되셨습니다.


이정우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처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학자들 모임에서 교수님께서는 '말이 너무 거칠으시다. 말을 좀 줄이시는게 어떻겠냐?' 라는 식으로 노무현 당시 후보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에까지 오르신 분께  "감히 처음보는 교수가 건방지게 그런 소릴 할 수 있느냐?"며  다른 정치인들이였다면 다시는 교수님을 부르시지 않으셨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이에 개의치 않으시고 계속해서 이정우 교수님을 부르셨고 결국 정책위원장이라는 중책까지 맡기셨습니다.  

2.참여정부 출범이후 줄곧 재벌, 주요 언론과 부딪혔던 문제가 바로 경제분야입니다.
당연히 돈과 연관되어 있으니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도록 한 참여정부의 정책에 주요언론은 강력한 비판을 가했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이에 그들의 타켓이 되셨던 분이 바로 경제정책을 맡고 계셨던 이정우 교수님이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우스겟소리로 참여정부시절 가장 많이 언론에 의해 비난받은 분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셨고 그 다음이 자신이였다고 합니다.
(물론 1,2위 차이는 엄청컸다고..) 주된 내용이 좌파라는 것이죠.
실제로 이정우 교수님과 주요언론 사이에 엄청난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이에 교수님께서는 혹여 자신 때문에 대통령께 해가 될까봐 걱정하셨고,  실제 측근들은  이렇게 말썽을 피우는 관료 때문에 대통령께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바꾸는 게 어떠한가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이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신 적이 없고 묵묵히 자신을 신뢰해주셨다고 합니다.

3.평소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는 학문적 호기심이 많으셨고 그중 역사에 특히 관심이 많으셔서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겨하셨다고 합니다. 이에 대한 답변을 특히 이정우 교수님께서
많이 하셨고 자신이 경제분야참모인지 역사분야참모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

교수님께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이후 첫 강의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언젠간 시간이 나면 왜 언론과 문제만 일으키는 자신을 2년 반동안 믿고 써주셨는지 꼭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저 같이 골치 아픈 참모를 그렇게 오랫동안 쓰지 않았을 건데 왜 그렇게 자신을 믿어주었냐고, 꼭 묻고 싶었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종종 찾아갔어야 했는데 자신은 책을 쓰느라 바쁘고 노대통령께서는 그간 많은 사건에 휘말리셔서 찾아갈 수 없었다고...가장 최근에 뵈었을 때 자주 좀 와서 이야기 나누자고 하셨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되었다고...내 평생 이런 대통령을 다시 볼 수 없을 거라고.."

교수님께서 자주 하시는 말씀이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니였으면 자신은 그 누구와도 함께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이니깐 함께 일을 한 것 입니다."
교수님 말씀을 들은 후 든 생각은 바로  존경하는 주군을 잃은 신하였습니다. 자신을 인정해주고 뜻이 통하는 유일한 지도자, 주군이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는 신하의 마음..

이제 더 이상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볼 순 없지만 존경하는 교수님을 통해 여전히 그 분을
느끼고 배울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위로를 받고 싶습니다.

짧은 시간에 쓴 글이라 많이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같은 수업 들으시는 분들이 보시면 약간 틀린 점도 있을 수 있으니 댓글로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모르는 일화도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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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5/28 20:43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만.. 봉하<-!!!! 마을입니다..
앙앙앙
09/05/28 20:43
수정 아이콘
아....정말 이런 건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 아니면 알 수 없는 일화네요.

다른 분들도 이런 일화가 있으면 많이 글로 써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이정우 교수에 대해서 이름도 많이 들었고, 조중동이 그렇게 때려대는거 보니 일 하나는 참 잘하는 모양이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소개해주셔서 글쓴분께 감사하네요..
난언제나..
09/05/28 20:46
수정 아이콘
에휴.... 더욱 슬프네요 ....
알고있었지만
역시나 역사에 관심이 많으신 대통령 ...
지금 대통령도 역사에 관심 좀 가져줬으면........
09/05/28 20:47
수정 아이콘
FTA에 관해선 뭐라 안하시던가요? 당시 거의 모든 비서진들이 반대한걸로 아는데, 그럼에도 끝까지 밀어부쳤잖습니까. (그 결과로 정태인 선생님(당시 국민경제비서관)은 사표까지 던지며 청와대를 박차고 나오기도 했고...)

FTA를 두고 교수님과 대통령 사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궁금하네요...
09/05/28 20:48
수정 아이콘
제 주위에도 이정우 교수님 수업을 들은 몇몇 친구들이 있는데 다들 많은 깨달음을 얻어서 오더군요.
참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하....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또 나는군요.
09/05/28 20:51
수정 아이콘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학문적 호기심이 많으셨다는 이야기에 보태자면,
특허도 개인적으로 가지고 계시고,
전자정부 하실 때, 직접 아키텍쳐를 제안하시고,
프로그래밍도 하실줄 알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늘하늘
09/05/28 21:01
수정 아이콘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재임시절 세미나를 인터넷에서 본후 팬이 되다시피 했는데
FTA추진등 몇몇 문제에서 마찰이 생기면서 참여정부 막판엔 역할이 거의 없었죠.

BluSkai님// 저도 궁금하네요.
플레이아데스
09/05/28 21:05
수정 아이콘
저도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이틀 전에 들은 교양 수업 강의하시는 분이 차병직 변호사이신데요.

80년대 초에 교수님이 사법연수원생 시절에
판사님 옆에서 6개월 있으면서 업무 배우는걸 할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있어보면 변호사들이 문턱이 닳도록 찾아온다고 합니다.
자기가 맡은 사건때문에 부탁도 하고, 그거 외에도 여러모로 잘 보여놔야 할테니까요.

오는 사람들은 항상 봉투 하나씩 쥐고 온다고 그러시더군요.
커피값을 낸다는 명목으로 몇배나 되는 거금을 놓고가기도 하는 식이랍니다.

근데 어느날 변호사 한명이 찾아왔는데
자리에 앉지도 않고 서서는 할 말만 하고 나갔다고 합니다.
흰 봉투같은게 없었던건 물론이었습니다.

교수님이 거기 계셨던 6개월동안
처음이었답니다.

그런 검은돈을 내밀지 않은 사람은.


그게 교수님이 처음 본 노무현 대통령 모습이었습니다.


이런분이었기에, 정말 아직도 이 모든것이 믿기지가 않고 가슴이 답답하네요.
앙앙앙
09/05/28 21:07
수정 아이콘
플레이아데스님// 하....지난 5년이 저런 사람이 대통령인 시절이었군요....
Noam Chomsky
09/05/28 21:09
수정 아이콘
HitheRoad님// 플레이아데스님// 이런 소소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정말 고맙습니다. 그분을 추억할 수 있으니까요.
좋은밤 되세요.
하늘하늘
09/05/28 22:07
수정 아이콘
플레이아데스님// 변호사란 집단이 얼마나 썩어 있는건지 더 놀랍네요.
王非好信主
09/05/28 22:33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님// 저 시절은 지금이 아니니까요. 무려 20년도 더 된 일이니...

문제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느낌이라는 겁니다. 지금 검은 봉투를 내밀지 않는 누군가가 20년후에 대통령이 되어준다면 바뀔 수 있을까요?
플레이아데스
09/05/28 23:41
수정 아이콘
하늘하늘님// 네 아무래도 80년대 초 이야기니까요.. 교수님도 말씀하시면서 요즘은 안 그럴거라고(믿는다고) 하셨구요.
그런데 요즘 상황은 참..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게 착잡하네요.
09/05/29 02:00
수정 아이콘
HitheRoad 님// 저랑 같은 수업을 들으시는군요. 반갑다는...크크
교수님의 말씀에서 애틋한 감정과 억누룰 수 없는 분노가 절실했죠.
참 안타까웠습니다.
HitheRoad
09/05/29 11:01
수정 아이콘
댓글 다신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제 쓴 글 오늘 아침에야 확인하내요.
FTA관련에서도 크게 반대하셨다는 것만 알고 소소한 내용은 아직까지 첫수업이라 듣지 못했네요 ^^;;
182/53님// 혹시 불평등??..전 원론 듣고 있어요..^^
09/05/29 12:39
수정 아이콘
HitheRoad // 아 원론 들으시는구나. 전 불평등입니다. 같은 과인가 보군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지바고
09/05/29 18:20
수정 아이콘
HitheRoad, 플레이아데스님// 이 일화들를 좀 퍼가도 될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 일화를 조금씩 모아보고 있어서요~ http://mhroh.tistory.com/ 여기 입니다.
HitheRoad
09/05/29 20:10
수정 아이콘
지바고//네^^ 물론입니다~
플레이아데스
09/05/29 21:08
수정 아이콘
지바고님// 네! 물론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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