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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5/25 01:33:33
Name doberman
Subject [일반] 15년전의 일화
95년쯤으로 기억됩니다.

부산 남산동에 살던 저는 당시 대학생이었고, 주부였던 어머니는 당시에 시위하러 자주 다니셨습니다.
주부가 무슨 시위인고 하니..
남산동 근처에 화장장이 건립되는 문제였고 어머니는 단순히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당시에 꽤 강력하게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버스를 전세해서 여의도 국회 앞까지 갈 정도로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전형적인 님비 적이고 이기적인 시위지만 집 하나 가진 서민으로서는 꽤나 절실했던 모양입니다.

그때 노무현 당시 민주당 의원이 시위 현장에 와서 이런 말을 하고 가셨다고 합니다.

'여러분 심정 백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화장장 건립은 이미 결정된 사안이고 여러분의 이런 집단 시위로 바뀔 정도의 사안이 아닙니다. 집행자들은 여러분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진정으로 여러분이 화장장으로 말미암아 손실을 본다 생각하시면 이렇게 생각하는 건 어떤지요?
재산상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이유로 요구를 하십시오.
도서관, 체육관 등의 문화시설을 유치함으로써 화장장이 가깝다는 인식보다 살기 좋고 문화시설이 있는 동네가 되는 겁니다.
아무리 격렬히 시위를 해도 화장장은 결국 생기겠지만, 문화시설 유치를 위한 시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분 말씀대로 그 이후 시위의 방향을 180도 바꿨으며, 후에 금정구에는 도서관과 체육관과 문화회관이 생겼습니다.

어머니께 당시 이 말을 들으며 노무현이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실리적이며 현명하다고 생각을 했었네요.
지금이야 혐오시설 유치대신 돈을 받든지 아니면 저런 문화시설을 확보하는 일이 다반사이지만 그 당시는 드물었습니다.

위 일화는 그냥 제 기억 속의 한 단편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입니다. 위 일화로 호불호를 말하고자 할 의도는 없습니다.
훌륭했던 노 전 대통령의 일면을 같이 공유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가슴 한 편이 너무나 공허하고 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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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는 새벽
09/05/25 01:45
수정 아이콘
......
하아......
09/05/25 01:50
수정 아이콘
역시 대통령직에 오르기엔 정치현실을 너무 앞서가던 분이라는것만큼은...틀림없는 사실일듯 싶습니다.

하다못해 국민의식이라도 그 2/3정도...1/2는 좀 동떨어지고 2/3만큼이라도 따라갔다면...

이걸 보고 느낀것은 노전대통령의 무모할 정도의 정책도 무언가 대응수를 마련해두고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걸 깨닫게 됩니다.

...다만 현실은 그것에 대한 인지대신에 무조건적인 반발이 좀 많았다는것
미스터리
09/05/25 02:18
수정 아이콘
일부를 제외한 모든 이의 가슴이 doberman님의 가슴과 똑같은 심정일 껍니다...

분명 구시대의 막차를 타셨으면 안 되는 분이셨습니다...

왜 적극적으로 그를 응원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에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밤입니다...
돌맹이친구
09/05/25 09:15
수정 아이콘
아... 저도 당시에 남산동에 살았습니다...
95년에 초등학교 6학년이군요... 저는 기억에 없는거 보니... 제가 어리긴 어렸나봅니다...
아무튼 당시에 지어진 도서관과 문화회관은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때 정말 유용했었죠...
저도 노무현대통령의 은혜를 많이 입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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