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경 사귀던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못가 헤어졌습니다.
남녀사이의 이별에 무수한 이유와 변명이 있겠지만 제대로 된 답변 같은 것은 하나도 듣지 못하고
일방적인 통고 후, 한동안 멍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짧은 연애가 끝난 다음에 저는 아주 오랫동안 그 아이에게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 못한 것들만 떠오르더란 겁니다.
그때 이렇게 말해 줄걸.
그때 저렇게 해줄걸.
그 뒤로도 몇번의 연애와 이별을 반복하면서
저는 그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끝없이 떠올리고 또 곱씹으며
그런 후회 같은 것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썼습니다.
월드컵이 지났을 무렵에 생애 두번째인 대통령 선거를 맞이했고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모든 것을 방기했습니다.
그 표 하나 던져 준 것으로 모든 것을 잊고 마치 할 일 다 한 것인양 그렇게 잊어 버리고 방치한 채 시간을 흘렸습니다.
덕수궁 앞의 긴 행렬 속에 서서 노란 리본들을 보며 울었습니다.
노란 리본은 다들 아시겠지만 기다림과 재회를 의미합니다.
아주 예전에 그의 지지자들의 그를 기다리며 묶었던 그 노란 리본들이 이제 다시 한번 그를 그리워하며 내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다시는 못 돌아옵니다.
제대로 지지해 주지 못한 시간들, 제대로 알아주지 않은 무수한 업적들.
항상 그 자리에 그렇게 있을 것이라 믿었던 것이 사라졌고 이제 다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음을 떠올리면서
하릴 없이 울었습니다.
그 해, 그 남자아이가 저에게 '안녕'이라는 말을 했을 때처럼 펑펑 울면서
잡을 수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봤습니다.
못해 줬던 것들만 떠올리며 한동안 아플 날들이 꽤 오래 갈 것 같습니다.
해줄 수 있는게 이제 아무 것도 없어서 저는 오늘 참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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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어제 오늘 참 아픈 날들의 연속이네요.
한 사람을 좋아했고...
그 사람이 존경한 또 한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그 시절이 다만 후회만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씁쓸한 것은...
이런 식의 결말은 내가 애증을 가진 그 사람의 방식은 아니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일 뿐이네요.
시민을 좋아했고 무현을 지지했지만 또한 증오로 바뀌었던 나이지만
요 며칠은 몇방울의 눈물로 애도를 표한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