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 상 선수들에게 존칭은 생략했습니다.
2011년 8월 9일, 부산 사직야구장.
넥센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됩니다. 당시 4위이던 롯데는 5위 LG에 겨우 1.5 경기 앞선 상황, 꼴찌 넥센도 7위 한화를 3.5 경기차로 추격하던 시점이라 양팀 모두 중요한 경기이기는 했으나, 더 큰 이유는 이날 넥센의 선발투수가 바로 0승 7패(17연패), 4.98 평균자책점의 심수창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 최고의 4번 타자를 영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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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만 해도, 그들의 미래를 점칠 수 있었던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2011년 7월 31일. 많은 팬들을 놀라게 한 트레이드가 일어났습니다. 넥센과 LG의 송신영, 김성현 <-> 심수창, 박병호 트레이드가 그것이었는데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양 팀 팬 모두를 격앙시킬만한 일이었습니다. 어찌됐든, 넥센의 새 식구가 된 심수창과 박병호는 이내 많은 팬들의 기대를 짊어지게 됩니다. 특히 거포 유망주로 꼽히던 박병호 만큼이나 심수창의 활약 여부 또한 팬들의 화제였습니다. 과연 심수창은
'17연패'를 탈출할 수 있을까?
사실 승/패는 어떤 투수의 기량을 평가할때, 좋은 잣대가 아닙니다. 투수 본인이 아무리 호투한다고 해도 우리 타선이 충분히 득점지원을 못하거나, 중간계투들이 불을 질러버리면 그는 승리투수가 될 수 없습니다. 반대로, 투수가 그날 부진하여 많은 점수를 내주고도 대폭발한 타선의 도움으로 멋쩍은 승리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심수창이 17연패 중이었고, 넥센의 용병 나이트가 그 해 최다패를 기록했음에도 그들을 최악의 투수다! 라고 재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럼에도 심수창의 17연패가 주목을 끈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심수창의 기록이 바로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개인 연패기록'이었기 때문인데요. 종전 기록은 얼마 전 2차 드래프트로 넥센에서 SK로 적을 옮긴 투수 김대유의 아버지이기도 한, 김종석 현 부산중학교 야구부 감독의 16연패였습니다
2009년 6월 14일 SK전 승리 후 7연패, 2010년 4연패를 거뒀던 심수창은 그해 이미 5연패를 기록한 상황에서 7월 19일 목동 넥센전(당시 LG선수)에서 구원패를 당하며 김종석 감독의 종전 기록과 타이를 이루었고, 7월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발 주키치를 구원하여 등판하였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하고, 본인 역시 17연패로
'한국프로야구 역대 최다 개인 연패기록'을 갱신하는 불명예를 쓰고 맙니다. 그 후에, 하필 자신에게 16연패, 17연패를 안겨준 팀으로 트레이드되다니. 운명이란 얄궂다고 할 수 있겠네요.
많은 이들의 심수창의 17연패 탈출에 대한 전망은 썩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좌완 20홀드 셋업맨 오재영, 마당쇠 이보근, 전시즌 구원왕 손승락 등이 분전한 중간계투는 그럭저럭 기능하고 있었으나 2011시즌 타,출,장,ops,홈런,도루 등의 부분에서 모두 8위를 기록한 넥센의 빈공이 심수창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을만큼 득점지원을 해주기는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적 후 바로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심수창의 첫 등판이던 8월 3일 삼성전. 경기를 앞두고 오전 한 매체가 당시 넥센 3루수이던 김민우와 인터뷰를 한 기사를 내보냈는데요, 기사에서 김민우는 대학교(한양대) 후배인 심수창을 위해 열심히 경기를 하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전했습니다. "수창이가 왠지 아무렇지 않게 첫 승을 따낼 것 같다. 첫 승 올리기가 왜 이렇게 힘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 형이 승리를 만들어주겠다."
그러나 2회, 1사 1,3루 상황에서 병살타로 처리될 법한 땅볼 타구를 바로 그 김민우가 놓치며(실책으로 기록되지는 않음) 삼성에 선취점을 허용하고 맙니다. 잘 던지고 있던 투수가 야수의 실책 후 갑자기 난조를 보이는 모습을 우리는 이따금씩 볼 수 있는데요, 심수창 역시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2회를 마무리하는 동안 3점을 허용하고 맙니다. 권혁, 권오준, 안지만, 정현욱, 끝판대장 오승환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강력한 중간계투 앞에서 이 3점의 실점은 그대로 넥센의 패, 심수창 개인에게는 18연패라는 신기록 갱신으로 직결되고 맙니다.
"야구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했었죠." - 연패에서 탈출한 뒤, 여러 인터뷰에서.
사실 심수창이 승리를 거둘 방법이 꼭 선발승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넥센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어 충분히 리드를 하고 있을때, 선발투수를 5회 이전에 일찍 강판시킨 뒤 심수창을 중간계투로 투입하여 승리를 챙겨줄 수도 있는 일입니다(물론, 당시 넥센의 전력으로 그런 상황을 많이 만들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안겨준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며 그런 방법은 전혀 고려치 않았다는 김시진 당시 넥센 감독. 이런 감독의 믿음 하에, 그리고 팬들의 응원 속에 심수창은 8월 9일 부산 사직 롯데전에서 연패탈출을 위한 다음 기회를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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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패? 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롯데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이대호를 필두로 한 롯데의 강타선은 그 어느 투수에게나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했고, 심수창 역시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이날은 넥센 타선이 초반부터 불을 뿜으며 심수창의 어꺠를 가볍게 했습니다. 넥센 타선은 7월 2.36, 8월 1.42 평균자책점으로 호투 중이던 롯데의 선발투수 송승준을 맞아 1회초 선두타자 김민우 볼넷-장기영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 찬스에서 3번타자 유한준이 송승준의 몰린 공을 놓치지 않고 적시타로 연결하며 선취점을 뽑는데 성공합니다. 이어 박병호도 볼넷을 골라내면서 이어진 1사 1,2루의 기회. 2011년 삼진왕 알드리지는 송승준의 공이 밋밋하게 떨어지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1루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적시타를 쳐 유한준을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흐르는 타구를 잡은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송구가 중계 플레이를 하러 나온 2루수 조성환에게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며 수비에 빈틈이 생기고, 1루에 있던 박병호도 홈으로 파고들며 넥센은 단숨에 3:0으로 달아납니다. 6번타자 강정호와 7번타자 강병식이 유격수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나며 더 이상 추가점은 내지 못했지만, 기분 좋은 출발을 하게 된 셈입니다.
롯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1회말 2번타자 김주찬은 심수창의 높은 공을 그대로 받아쳐 좌월 솔로 홈런을 쳤고, 롯데는 2회와 3회에 잇달아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며 '1승'에 목마른 심수창과 넥센을 궁지로 밀어 넣습니다. 특히 3회에는 문규현에게 좌전 안타(이후 문규현은 심수창의 견제 때 1루로 귀루하다 발목을 다쳐 대주자 양종민으로 교체), 김주찬에게 볼넷을 허용해 손아섭-이대호 앞에서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으나 정민태 당시 넥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 안정을 시킨 덕에 심수창은 손아섭과 이대호를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납니다.
넥센도 3회초 장기영의 기습번트 내야안타, 박병호의 안타로 1사 1,3루의 찬스를 맞지만 삼진왕 알드리지는 높들낮들도 아니고 높은 공-낮은 공-높은 공에 박자를 맞춰주며 삼구삼진을 당하고, 그 뒤에는 그날 무안타에 그친 강정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2회말 장기영이 처리하기 쉽지 않은 홍성흔의 외야 타구를 쫓아내 잡아내고, 3회말에는 박병호가 1루 익사이팅 존까지 파울볼을 쫓아가는 투지를 보여주었고, 이는 3점의 득점지원과 더불어 심수창에게 천군만마가 되었습니다.
심수창은 4회, 선두타자 홍성흔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3개의 볼을 모두 마운드 앞에서 바운드시키며 풀카운트를 허용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만, 이내 홍성흔을 2루 땅볼, 강민호를 떨어지는 변화구로 삼진, 조성환을 3루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날 첫 삼자범퇴를 시킵니다. 완벽한 투구내용은 아니었지만 4이닝 동안 투구 수는 겨우 64개, 강력한 롯데의 중심타선을 6타수 무안타로 봉쇄했다는데서 고무적이었습니다.
"제가 볼 때 이 공은 연패를 끊는 공이니 간직해라, 우리가 뒤에서 막아주겠다. 이런 뜻이거든요." - 양상문 해설, 투수교체 당시.
4회를 깔끔하게 삼자범퇴시켰지만 심수창은 5회들어 또 위기를 맞습니다. 그러자 넥센의 한 전력분석원이 분연히 나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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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력분석원은 시즌 중에는 허도환이라는 이름으로 포수로 출장하기도 하며,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고 주루에 능하다고 한다(!?).
5회말 선두타자 황재균이 초구를 쳐 안타를 만들고, 이어 양종민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의 위기. 전준우를 상대로 던진 공이 폭투가 되고, 2루 주자 황재균은 3루로 진루를 시도합니다. 이때 포수 허도환은 공을 블로킹하고, 침착하게 3루에 송구해 황재균을 아웃시킵니다. 황재균이 머뭇거리다 슬라이딩을 제때에 하지 못하는 애매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1사 2루의 위기는 단숨에 2사 주자없음으로. 이제 심수창의 1승을 위한 첫 교두보, 승리투수 요건충족까지는 아웃카운트 단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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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허도환은 황재균이 아웃되는 것을 확인하고 고통에 주저앉고 만다.
그러나 위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어쩌면 오히려 긴장이 더 된 것인지. 심수창은 타석의 전준우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냅니다. 김시진 감독은 허도환을 불러 심수창의 구위가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습니다. 이때, 행운의 장면이 나옵니다. 심수창이 1루에 견제구를 던졌으나 박병호가 이를 포구하지 못하고 공이 빠진 사이, 주자 전준우가 넉넉히 2루에 안착할 상황이었으나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주심은 무효선언을 내립니다. 이후 심수창은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하여 2사 1,2루의 위기에 처하지만 손아섭의 내야땅볼 타구를 김민우가 잘 대쉬해 처리함으로써 가까스로 위기를 벗어나고,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합니다. 5회까지 투구수는 80개.
어쩌면 5회말의 이 일련의 상황 - 폭투 때 3루 진루를 노리던 황재균의 아웃, 치명타가 될 뻔 했던 심수창의 견제 실수가 다행히 무효로 처리된 것 - 들은 넥센의 입장에서는 크나큰 행운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야만없이라지만 만약에 폭투 때 황재균이 안전히 진루하여 1사 3루의 상황이었다면, 그 이닝에서 볼넷과 안타를 허용한 전준우와 김주찬을 상대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또, 그것이 아니더라도 견제구가 빠져 전준우가 2루까지 간 2사 2루의 상황에서 김주찬에게 안타를 맞았다면 적시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뒤에는 득점권을 맞은 손아섭-이대호-홍성흔이 있어 금세 역전될지도 모르는 일이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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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 위기를 맞았지만, 이내 안정을 찾고 상대 타선을 봉쇄한 베테랑 선발투수의 분투.
많은 팬들은 그날의 선발투수들에게 일정한 기대를 갖습니다. 선수마다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에이스급이 아닌 이상은 5~6이닝을 2~4실점 정도로 적당히 막아주기를요. 투구수는 100개 정도. 경기 초반 3실점을 한 송승준에게는 그해 넥센 상대로 2경기 1승 1패 7.71의 좋지 않은 개인성적이, 아니면 1경기 1경기가 중요한 팀의 사정이 짐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송승준은 경기 초의 위기를 굳건히 이겨내고, 자신의 몫을 끝까지 다합니다. 6회, 알드리지와 강정호, 강병식을 삼자범퇴 시킨 뒤 송승준의 투구수는 101개. 그리고 7회 2사 2루에서 좌타 장기영의 타석에서 좌완 이명우와 교체될 때는 112개. 6 2/3 이닝 5피안타 4사사구 6삼진.
넥센은 좌완 이명우의 등판에 우타 송지만 대타로 응수하고, 롯데는 이에 고의사구를 지시합니다. 그리고 송지만을 내보낸 뒤 2사 1,2루에서 롯데는 다음 타자 유한준을 상대할 사이드암 이재곤을 내보내 유한준을 1루 뜬공으로 잡아내며 넥센의 득점기회는 다시 무산됩니다.
6회말 이대호, 홍성흔, 강민호를 공 7개로 삼자범퇴시킨 심수창도 7회말에 들어 드디어 교체됩니다. 선두타자 조성환을 3루 땅볼로 잡아냈지만 황재균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양종민의 타석에 좌타 박종윤이 대타로 기용되자 넥센 벤치는 심수창을 불러들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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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교체 당시, 정민태 투수코치가 심수창에게 공을 돌려주고 있다.
이날 경기의 또 하나의 명장면이 나옵니다. 당시 양상문 해설의 말을 조금 들어볼까요? "자, 투수를 바꿀 때 보통 공을 야수에게 줍니다. 그러나 정민태 코치는 심수창 선수에게 다시 던져줍니다. 제가 볼 때는 이 공은 연패를 끊는 공이니 간직해라. 우리가 뒤에서 막아주겠다. 이런 뜻이거든요. 정민태 코치의 대단한 표현력이에요." 786일만의 승리를 향해 도전했던 심수창의 기록은 6 1/3이닝 6피안타 4사사구 2삼진. 심수창의 뒤를 이어 마운드를 이어 받은 좌완 오재영이 좌타 박종윤의 대타로 기용된 우타 손용석을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7회말도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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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것은 모델이 아니라 우측 상단의 자막이다. 넥센 7회 리드시 27승 3패. 90%
박병호, 알드리지, 강정호가 모두 삼자범퇴당하며 8회초에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한 넥센은 8회말 선두타자 전준우를 상대로 사이드암 박준수를 등판시킵니다. 그리고 뒤이은 김주찬 타석에서는 이정훈을 올리며 중간계투를 총동원합니다. 이런 중간계투의 총동원은 사전에 예고되어 있기도 했는데, 이때 김주찬의 3루쪽 타구를 김민우가 캐치해 1루로 빠르게 송구했지만 박병호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안타가 기록됩니다. 8회말, 3-1로 넥센의 불안정한 리드가 계속되는 가운데 1사 1루.
등판하자마자 발 빠른 타자 김주찬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정훈을, 컨택이 뛰어난 좌타 손아섭의 타석까지 밀고 가는 것은 넥센에게는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을겁니다. 그러나 이미 좌완 오재영은 앞서 박종윤(-손용석으로 교체) 타석에 등판한 뒤 박준수와 교체되어 나올 수 없는 상황. 엔트리에는 또 다른 좌완 박성훈이 있었으나 김시진 감독은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는데다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박성훈 대신 마무리 손승락을 신임합니다. 그리고 커트, 커트, 유인구, 2루 땅볼, 병살타. 경기는 9회로.
넥센은 심수창과 손승락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찬스를 9회초에 다시 맞습니다. 좌타 강병식 타석에 등판한 좌완 강영식을 상대로 허도환과 김민성이 볼넷을 골라내고, 다음 투수 진명호를 상대로 송지만이 짧은 중전 안타를 쳐 2사 만루(선두타자 허도환은 들어올 수 없었습니다ㅠㅠ)를 만들지만, 이번에도 유한준의 타구가 밀리며 1루 뜬공 아웃.
기회 뒤엔 위기. 위기 뒤엔 기회. 넥센에게는 9회말 들어 또 위기가 닥칩니다. 사실 이 경기 내내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클리닝 타임 밖에 없지 않았나 싶습니다. 선두타자 이대호가 초구를 쳐 1-2루간을 꿰뚫는 1루타(후에 대주자로 교체). 다음타자 홍성흔 역시 손승락의 2구를 받아쳐 다시 1-2루간을 꿰뚫는 1루타. 무사 1,2루의 위기에 타석에는 강민호. 겨우 2점차의 리드에서 이는 분명 위기였으나, 김시진 감독은 손승락을 믿습니다. "볼넷을 준게 아니라 연속 안타를 맞았기에 오히려 더 안심했다. 안타가 3번 연속 나오기는 어렵지 않은가. 그리고 손승락 뒤에는 더 올릴 투수도 없었다. 그를 믿었다." 그리고 6번타자 강민호는 초구를 건드려 우익수 뜬공 아웃. 7번타자 조성환은 6구만에 유인구로 삼진. 마지막 타자 황재균은 2구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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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승락의 세레머니. 허도환에게 웃지 말라고 정색하는 것이 아니라 덕아웃의 심수창에게 "내가 너의 승리를 지켰어!" 라고 전하는 것이다.
뒷 이야기
786일만의 승리. 연패 기록은 18에서 정지. 강팀 롯데를 상대로 일구어낸 감동적인 승리. 결국 이날 경기종료 후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끝내 심수창은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요. 한때 많은 기대를 받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그때의 영광을 잃고 전무후무한 연패를 기록중인 선수. 친정 팀에서 내쫓기듯 트레이드 됐을 때의 그 충격. 자신을 비난하는 것만 같은 주위의 시선. 그의 부모님은 고생하는 그를 두고볼 수 없어 "야구를 그만두는게 어떻겠느냐"고 권했고, 심수창 역시 그것을 고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견뎌냈고, 그 보상은 달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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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환아, 너 고춧가루 꼈다." 무엇이 심수창을 그렇게 밝게 웃게 한 것일까?
이날 심수창에게는 웃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심수창은 경기 후,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료들이 고마웠다"고 자주 언급합니다. 오재영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내려왔을 때, 동료 투수 김성태가 '이제 승리는 네 손을 떠났다. 지금부터는 불펜을 믿으라.'고 말해줬을 때. 손승락이 8, 9회 위기를 막아낸 뒤 덕아웃의 자신을 가리키는 세레머니를 했을때. 선수들이 공 하나 하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다들 긴장되고 떨린다고 얘기해줬을때. 마치 자신을 위해 꼭 1승을 만들어주자는 그런 분위기를 느꼈을때. 그는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경기 내내 심수창은 그렇게 밝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2012년 정민태 코치의 지도 하에 투구폼을 수정하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2013년에는 2군에서조차 많은 등판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며 팬들의 우려를 산 심수창은 2013 시즌 종료 후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에 참여하여 내년 시즌을 위한 굵은 땀방울을 흘리지만,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하며 롯데로 이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2014년이 머지 않았습니다. 2014년에는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심수창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롯데로 이적한지도 꽤 되었고 이제 넥센은 심수창과 박병호가 막 둥지를 틀었을 때와는 많이 다른 팀이 되어버렸지만 "잘 생긴 것 믿고 야구에 소홀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야구를 잘 하고 싶다."는 그의 인터뷰를 보니 벌써 재작년이 된 2011년 8월 9일, 0승 7패, 4.98 투수의 어느 특별한 하루가 문득 떠올라 이렇게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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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영은 이날 희생번트, 희생번트, 기습번트를 성공시킵니다(!?!?).
- 5회말의 위기상황을 블로킹으로 막아 낸 허도환의 허벅지에는 그때의 충격으로 크게 멍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것을 본 심수창은 더욱 감동.
- 그러나 이날의 승리가 심수창에게 큰 반전의 계기가 되지는 못합니다. 넥센 이적 후 성적은 2승 6패, 결국 그해 그의 성적은 2승 13패 5.01.
- 그리고 심수창은 한달 뒤 LG의 어느 포수를 만나게 되는데..
- 이날 멋진 세레머니를 보여준 손승락은 그 후 몇 년 만에 시구자가 세레머니를 흉내낼만큼 인기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세레머니는 조금씩 이상해져갔습니다. ㅠㅠ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2-03 16:19)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