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들, 요고요고 구워 놓은 장어랑 소고기 좀 먹어. 고기 좀 먹어야 살찌지.
어째 너는 그렇게 삐딱 말랐냐? 요고 꼬막전이랑 꼬막무침도 좀 먹어라."
아직 입 안 가득 들어찬 음식들이 넘어가기도 전인데,
엄마는 뭐가 그리 급한지 부랴부랴 반찬을 내 밥그릇 위에 올려 두신다.
당신 밥이 식든말든 안중에도 없고 반찬을 골라 연거푸 아들에게 토스한다.
"나 정상 체중인데?"
"아이고, 엄마가 볼 땐 넌 완전히 삐적 말랐다니깐!"
"근데 엄마는 왜 안 먹어?"
"응~ 어째 고기가 쪼깐 맛이 없다야. 아따~ 근디 김치가 참 맛나구만. 엄만 김치나 먹을란다."
맹세하건대 싱싱한 재료와 적절히 밴 양념과 어머니 손맛의 조합으로 고기는 천상 꿀맛이었다.
폭풍흡입하는 나랑 내 동생 입에는 몹시도 맛있는데, 아버지도 한 그릇 더 달라시는데...
왜 엄마 입에만 맛이 없는걸까?
왜 엄마 눈에만 내가 홀쭉해 보이는 걸까?
울 엄마는 참 이상하다.
2. "아들, 날도 추운데 택시 타고 가. 응?"
"엄마, 여기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면 꼴랑 10분 거리야."
"그래도 추우니까 택시 타고 가, 응?"
"아이 진짜, 나 괜찮다니깐!"
"아들, 엄마 말 좀 들어라. 여기, 택시! 아이고, 저기 기사니~임!"
그리고 어느 날, '따르르릉~ 따르르릉~'
"어, 아들? 집에 내려왔어? 무슨 일이야? 뭐 부탁할 거 있어?"
"아니 엄마, 아직까지 일하고 있어? 날도 추운데 택시 타고 빨리 와요."
"그래? 알았어. 아들 간만에 내려왔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순대 사 갈까?"
"아니 됐어. 추우니까 택시 타고 얼른 오세요."
"응~ 아들. 울 아들이 다 컸네. 엄마 걱정도 다 해주고, 헤헤헤."
한 시간 반 뒤.
"아이 참,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연락도 안 되고. 걱정했잖아요!"
"응, 엄마는 걷는 게 좋더라. 그냥 살살 걸어왔어. 그리고 짠! 여기 순대. 헤헤헤."
일 나가신 엄마가 야근 마치고 돌아오던 겨울 어느 날의 일이다.
내가 사는 곳은 해안 도시라 밤바람이 차갑건만, 일하는 곳은 집과 반대건만,
걷는 게 뭐가 좋다고 '헤헤헤' 웃으시는지...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었는데.
손을 잡아보니 몹시도 차가운데...아들 말도 안 듣는 철없는 엄마가 참 속상하다.
"인자 너 장가 보낼라믄 차곡차곡 돈 모아야제. 엄마는 운동도 되고 좋다야. 헤헤헤."
모순투성이 울 엄마는 참 이상하다.
3. "엄마, 나 이번에 거기로 여행가요."
"아이고~ 거기 좀 위험한 곳 아니냐?"
"괜찮아요, 뭐. 가면 만날 사람 있어서 안전하게만 이동하면 돼요."
"차 조심하고잉~ 밥 잘 챙겨먹고잉~."
"엄마는 아들이 서른 중반인데도 만날 똑같은 말이네. 암튼 기도 좀 해주세요."
"기도는 니가 해야제."
"응?"
"위험한 곳을 가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곳을 가는 아들을 걱정하는 엄마를 위해 니가 기도해야제."
"으, 응?"
울 엄마는 참... 응?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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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부모를 공경하라'라는 말에 순간 울컥해서 두서없이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봤습니다.
참 못난 아들이네요. 엄마 없는 세상,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난 과연 부모님의 뒷발꿈치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지...
간만에 설 맞아 집에 내려와 그냥 끄적거린 글이라 반말체입니다. 양해 부탁 드립니다.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2-28 13:12)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