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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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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13 14:35
시험 공부하느라 평생 볼 일 없을 줄 알았던 법전 잡은 지가 1년 조금 넘었는데, 참 이게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생각도 드는 동시에 이게 정말 합리적인 게 맞는가 하는 의심도 종종 들고 하네요. 예컨대 며칠전에 pgr에서 한창 논쟁거리가 되었던 '공산당은 한국에 존재 가능한가' 라는 논의에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분의 논지는 '헌재에서 그렇게 말했다' 라는 거였죠. 근데 사실 이건 법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고, 당장 헌재 판례만 봐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반대 개념으로 놓고, 공산주의 국가와 독재국가를 구별하지 못하는 수준을 보여준단 말이죠. 다른 예로는 뭐 '또 하나의 약속'에서 다루고 있는 산재처리에 관한 사용자 책임 입증을 어느 쪽에서 감당해야 하는가, 의료사고 분쟁에서 누구에게 입증책임이 있는가, 집시법에서 기준하는 불법시위 ㅡ 혹은 노동법에서 기준하는 불법파업의 범주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제3자를 위한 계약. 이런 부분들은 사실 법리로서 존재할 때 조각 같이 아름답지만 실제에 적용하는 순간 기득권층의 방패로 활용되고.
민법 공부하면서 사실 사람들을 괴롭게 하는 건 그런 거죠. 일반 대중의 직관과 어긋나는 판례들, 그 판례들의 기초가 되는 법리의 이해. 전 생물학하고 심리학 전공한 사람인지라, 기본적으로 진화론과 사회심리학을 안경 렌즈 삼아서 세상을 보다가 여기에 법이라는 렌즈를 추가 장착하는 느낌으로 공부하고 있는데, 가끔은 이게 굉장히 힘이 된다는 생각도 들다가 가끔은 허무해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14/02/13 16:31
사실 이 글의 '주제'에 어울리는 '소재'는 민사보단 형사나 공법 이슈가 아니었나 싶긴 했습니다.
근데 그런 문제일수록 말씀하신 것처럼 '법원이 결정할 수 있는지 의심스런' 것들이 소위 '법리' 속에 섞여서 구분이 참 힘겹죠. 그래서 이 글이 너무 먼 길을 우회한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4/02/13 15:07
알도르 평화감시단 : "법규를 준수하세요"
하스스톤에서 상대 공격력을 1로 만드는 카드가 생각나네요. 그건 그렇고 카프카 글에있는 문지기를 인용해서 일반인과 법조인 사이의 괴리감을 설명해주는 방법이 참 좋네요. 이런 글쓰기 방법 탐나는 군요. 저는 한낱 시골 사람밖에 되지 않지만 항상 법에 대해 의문이 많았습니다. 글 말미에도 쓰셨지만 법리의 진리문제를 체제존속(본문 화폐와 자본주의의 관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하는 것은 한 점 부끄러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철학적 논증을 거쳐서 입증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유권에 대한 철학적 논쟁은 잉여재산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끊임없는 논쟁이 벌어지지만 이에 대한 1차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지기가 ABC를 해석한 법리는 힘있는 사람들의 돈세탁을 도와주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현대경제는 비트코인이 생겨날 정도로 자본이 화폐를 넘어서서 존재합니다만 중세시대에 A가 B에게서 훔친 돈이 가문의 낙인이 찍혀있는 금괴였다면 C의 금괴점유를 소유로 인정할 수 있었을까요?당시 금괴는 돈, 화폐로의 사용가치가 있었으니까요. 자본주의에서 화폐유통의 흐름을 위해 소유권은 점유권이라고 하지만 이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각이 아닌 화폐유통을 위한 목적에 껴맞춘 1차회로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A에게 쌓여진 자금의 흐름 단계를 생각하면 C에 대한 채무-> B에게서 부당하게 취득한 가치 -> C에 대한 채무 이행 이러한 결과인데 B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다면 결국 3번째 결과도 없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화폐유통을 원할하게 해야 한다는 목적에 대한 한가지 수단 보다는 앞서야 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14/02/13 16:08
이 법리는 힘있는 사람들의 돈세탁같은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체제 존속과 화폐의 원활한 유통은 법리가 이렇게 되는 여러가지 이유 중의 하나에 불과해요. 사례로 든 모델 안에서의 설정에 혹하시면 안됩니다.... 내용을 바꿔서 A가 자기가 근무하는 B은행에서 돈을 훔쳐다가 A의 빚보증을 서주었다가 집을 날린 친구 C의 돈을 갚고 열대로 도망갔는데 B은행이 C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가정하시면 어떠시겠습니까. 나아가 A가 그 돈으로 중국집에서 밥을 사먹었는데 B가 중국집에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C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A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으면서 차용증도 돌려주고 영수증도 써줬는데 B가 찾아와 그 돈 나한테 훔쳐간 돈이니 내놓으라고 합니다. C가 알게 뭔가요..돈에 이름 써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럴 때 법이 C에게 A가 돈을 훔친 것이니 B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하면 C는 다시 A에게 돈을 달라고 소송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소송의 쟁점이 무엇일 될까요? A가 B에게서 돈을 훔쳐서 그것이 불법적인 돈이라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 다시 말해 A-B사이의 절도가 쟁점이 될 것입니다. A-B사이의 사정을 모르는 C가 그 쟁점에서 다투기가 어렵죠. 결국 위 모델의 문제되는 사건은 A-B사이에서 일어났고 이것을 다투는 것은 A-B사이에서 일어나야 할 사건이며, B의 손해는 A가 돈을 훔쳤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C가 돈을 받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법리의 핵심과 근간은 직관적인 평범한 인간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쌓여온 결과 언뜻 직관과 괴리된듯한 법리도 천천히 살펴보면 전체적인 사회가 직관에 맞게 돌아가도록 구성이 되어 있는거죠..
14/02/13 17:10
C에 대한 채무-> B에게서 부당하게 취득한 가치 -> C에 대한 채무 이행
제가 댓글에 쓴 인과관계하고 사악군님이 예로든 은행과의 관계에 특별한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2단계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기때문에 3단계도 존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어떤 잘못된 점을 찝은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14/02/13 17:24
영원한 초보님의 직관은 B은행이 C에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으신다는 건가요?
B은행이 중국집에서 A가 지불한 밥값을 돌려받을 수 있어야 하는게 영원한 초보님의 직관이십니까? 이 상황에서는 영원한초보님께서 주장하시는 법리가 힘있는 사람(은행)의 재산을 지키는 것으로 쓰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설정에 따라 다른 결론을 내는 직관을 지적하고자 예로 든 것인데 사례를 이렇게 바꾸어도 직관적으로 B가 돌려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신다면 필요없는 얘기였네요. B-C사이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신 C에 대한 채무->B에서의 절도->C에 대한 채무이행 의 내용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그냥 선후관계일 뿐이며, 그것도 오로지 A의 관점에서의 일일 뿐입니다. 저 세가지 사이에는 단계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지만 2단계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과 3단계는 서로 아무런 연관이 없습니다. B에게서 부당하게 취득한 가치의 문제는 B에게서 부당하게 취득하는 데서 이미 끝난 일이며 여기서 C는 아무런 이익을 본 것이 없습니다. 이는 빌려준 돈을 받는 것을 이익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사고- 착각의 연장이죠. 보석상과 빵집의 손해 문제가 떠오릅니다.. 이 사건에서 이익을 본 것은 A이며 손해를 본 것은 B이고 C에게는 손해도 이득도 없는 일입니다. C가 B에게 돈을 돌려주어야 한다면 B가 손해도 이익도 보지 않게 되고 C에게 손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A-B사이에 발생한 사건인데 B는 손해도 이익도 없고 C가 손해를 보아서는 안되는 것이죠. 아울러 이런 경우 B가 손해를 보아야 B는 절도나 편취와 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그러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여하게 됩니다. C가 손해를 보게 된다해도 C와 같은 제3자의 입장에서는 A-B사이의 사건발생에 개입할 수가 없고 다만 변제를 받을 때 해당 금원이 정당한 금원이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도록 주의하게 되는데 '돈'은 특정이 되지 않아 이 절차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해결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문장이 찍힌 금괴같은 것, 특정이 되는 그러한 물건이라면 일어나서는 안될 일을 막기 위해 C에게 입수경위등을 조사할 의무를 부과할 수도 있겠지요. (실제 법리에서도 그런 의무가 부과되고 있구요)
14/02/13 18:04
C에 대한 채무->B에서의 절도->C에 대한 채무이행
2단계와 3단계과 왜 아무런 연관이 없나요? 2단계가 없는데 3단계가 일어날 수 없습니다. C에 대한 채무 이행이 B에게 훔친돈이 아닌 다른 돈이라면 3단계가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문이나 은행의 예나 채무이행한 돈이 훔친돈이라고 설정되 있습니다. 돈에 대한 점유권이 소유권이다라는 법리로 돌아가서 우리가 쓰는 화폐는 이름 없는 돈이고 중세시대 금괴는 이름 있는 돈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세시대 B라는 가문 소유의 금괴중 실수로 문장이 안찍힌 금괴만 훔쳐가면 그 금괴가 이동되는 순간 B가문은 금괴에 대한 소유권을 상실하게 되는 걸까요? 입증이 불가능하기때문에 상실하게 된다고 한다면 누군가 그 가문에서 훔친것을 보았다는 증인이 나와서 입증한다면 사라진 소유권이 다시 돌아 오는건가요? 증인도 없어서 입증이 불가능했지만 금괴에 들어있는 불순물이 그 가문에서만 나오는 금괴에 들어있다는 화학적입증이 된다면 또 소유권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본문에서는 직관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단순한 직관이 아니라 그것 보다는 조금 정돈된 논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저는 사악군님이 첫문단에 쓰신 직관 이야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14/02/13 18:40
완전 길게 썼는데 로그인 풀리면서 날아간 관계로 간단히 적겠습니다..ㅠㅠ
영원한 초보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은 인과관계에 대한 설은 소위 조건설 혹은 원인설의 입장입니다. 자연과학적 입장에서 결과발생에 영향을 끼친 모든 원인행위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견해이죠.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법리적인 인과관계는 2단계가 없으면 3단계가 일어날 수 없다는 조건적 소극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2단계가 있으면 3단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적극적인 관계에서 인정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0단계에서 A가 태어나지 않았으면 B에게서 돈을 훔치지도 C에게 돈을 빌리거나 갚거나 다 못하겠죠. 그러나 0단계가 없으면 1, 2,3단계가 있을 수 없다하여 A가 태어난 것과 위 1,2,3단계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 말씀하신 금괴는 소유권이 B가문에 있다가 C가 금괴를 선의취득하는 순간 C에게 선의취득으로 원시적으로 발생하는 신소유권에 대항할 수 없어 소멸하게 됩니다. 그전까지는 B가문의 소유권이 유지됩니다. 입증가능성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지요. --- 은행의 예는 위 법리가 '힘있는자들의 돈세탁을 도와주기 위한 법리'가 아님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정한 예입니다.
14/02/13 19:00
네 중요한 점은 법리적인 인과관계와 자연과학적(?) 입장에서 인과관계의
괴리가 크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저는 자연과학적(?) 논리가 법리에 앞선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돈세탁 이야기는 법리가 그걸 위해 발생했다는 이야기 아니라 그것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사악군님이 쓰신 다른 댓글에서 중간단계를 복잡하게 하는 사기나 탈세이야기와 같은 뜻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14/02/13 15:08
우리나라에서 법리라고 불리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나 관념,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의 (지배계급의) 법리를 그대로 이식한 것이 대부분이죠. 직관에 반하는 법리의 기원은 여기서 출발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14/02/13 15:17
사실 세번째 문지기이자 최고의 문지기로 설정된 대법관들조차 자신들의 전문 법문야 외에는 사법연수원생들보다 딱히 나을 게 없고,
그럼에도 인력분배상 잘 모르는 영역의 최종심까지 담당한다는게 좀 깨긴 하더라고요. 물론 꼭 공부 많이 하고 연구 많이 했다고 해서 옳은 판결을 내리란 보장도 없고, 문외한의 시각도 나름 중요하긴 하지만요...... 판례에 자주 언급되는 법리란 것이 어느 정도 권위를 가질만 한지, 그리고 가져야 하는지 언젠가 알아보고 싶네요.
14/02/13 15:49
훌륭한 글입니다.
진정한 법치주의가 완성되려면 제도가 법을 통해 굴러가는 것 뿐만 아니라, 법의 주인인 국민의 법 의식이 고양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의 법 체계와 그에 대한 접근 가능성이 과연 국민에게 친화적인지. 그렇지 않다면 법 의식을 고양시킬 수 있도록 내외적으로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지. 어쩌면 우리 사회에 있어 당장 필요한 고민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네요.
14/02/13 16:11
잘 몰라서 여쭈어보는건데 그러면 현행법상 B가 입은 금전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가능한건가요?
그러면 2인 1조로 공모해서 A가 돈을 훔쳐 C에게 주고, C만 외국으로 보내버리면 B는 돈을 잃고, C는 돈을 따고, A는 형사상 절도에 해당하는 형량만 받으면 OK인건가요?
14/02/13 16:19
그런 관계가 입증되면 A-C는 절도의 공동정범으로 함께 절도로 처벌을 받고
돈은 장물로 환수되어 B가 돌려받거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으로서 A-C가 연대(부진정)하여 B에게 손해를 배상하여야 합니다. 즉 말씀하신 내용은 위에서 상정된 모델과 아예 다른 형태가 되요.
14/02/13 16:29
두번째 법리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는 건 그 절도를 알았거나 당연히 알 수 있었던 상황을 말합니다. 이게 입증된다면 둘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한 것이 되어 돈을 뱉어야죠. 다만 저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14/02/14 14:14
현재 우리 판례의 입장은 본문에서 언급된 두번째 견해인 일본 법학자의 이론입니다. 압도적인 통설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수설 내지 통설적 지위에 있습니다.
다만 댓글의 방향이 공동불법행위의 경우를 물어보신 탓에 본문과 내용이 다른데 권리 근거규정이 다르므로 본문의 논의와는 전혀 방향이 다릅니다. 본문에 대한 해설을 달아봅니다 이경우에 전제되는 청구권 근거규정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이고 이 경우 법률상 원인없는 이득이 제3자 C에게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판례는 만일 C가 훔친 돈임을 알거나 중과실로 모른 경우라면 채권의 변제로 보이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돈세탁을 위해 중간에 끼워넣은 중간다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고 경과실만 있는 경우라면 중간다리는 아닐 것이니까 원고가 고의 중과실을 입증한다면 C의 입장에서도 원인없는 이익으로 봄이 공평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읽기 쉽게 쓰다보니 원문과는 다소 다릅니다만 논리는 차이가 없습니다).
14/02/13 16:19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주셔서 더더욱 감사하구요.
그리고 다른 얘기이지만 카프카의 "법 앞에서"란 책은 재미 있는지요?
14/02/13 16:35
위에 몇 분이 언급하셨지만, 이 글이 논의한 이른바 '편취금전과 부당이득반환관계' 문제는 실제 저런 상황이 발생했을때 발생할 법적 문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덤으로 이 글이 암묵적으로 취한 '법 앞에서'에 대한 해석이, 과연 저 소설에 대한 적절한 해석인지도 좀 생각해볼 여지가 있습니다 --;
14/02/13 17:06
법리의 핵심과 근간은 직관적인 평범한 인간의 주장과 다를 바가 없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쌓여온 결과
언뜻 직관과 괴리된듯한 법리도 천천히 살펴보면 전체적인 사회가 직관에 맞게 돌아가도록 구성이 되어 있는거죠 (2) +언뜻 직관과 괴리되어 있는 것 같은 경우도 잘 뜯어보면 '내가 억울해서'인 경우가 많다는 거...
14/02/13 17:17
지독하게 재밌습니다.
제가 보는 것이 맞다면, 누군가가 일을 벌릴 때 책임에 대한 법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래와 일의 중간단계를 늘리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14/02/13 17:29
아마도 그럴 것이고, 그 경우 '그 누군가와 법질서 사이의 경주'가 시작되죠.(가령 우리 상법의 '사실상의 이사' 같은 요상한 제도가 그 일례랄 수 있군요)
그러나 토플러가 조롱한 것처럼, 달리기 느리기론 인간 사회 최악이란 법질서가 저 산토끼들을 따라잡는데는 대개 경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것 같습니다
14/02/13 23:18
그렇군요. 이 동네는 문자 그대로 아는 것이 힘이네요.
저같은 촌부가 일상을 살면서 사시공부를 기준으로 어느 정도까지의 법지식을 알아야 법 때문에 불편해지지 않을까요?
14/02/14 00:32
사시생의 공부를 지배하는 대원칙은 이른바 '수험적합성'인 것이 현실입니다.
부득불 '법의 문' 앞에 서게 되는 촌부에겐 완전히 다른 원칙, 그러니까 내가 겪을 가능성 높은 법적 사건에 적용될 법리를 단편적으로 알아두는 게 실질적으로 유용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니까 대뜸 민법이나 형법 교과서를 사들고 신의성실 원칙이나 범죄행위론 같은 '추상론'을 잡고 씨름하느니 바로 교통사고에서의 과실분배나 손해배상 실무 지식을 접하는게 나은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가장 쉬운 길은, 직접 소송을 경험해보는 '불행한 사태'에 빠지는 것 같습니다. 괜히 '범죄자'들이 착한 사람보다 형사절차에 능한게 아니니... 초심자가 볼만한 단 한권의 법 입문서를 꼽자면 양창수 대법관의 '민법입문'을 추천합니다. 수험서로는 어림없지만 여러모로 비범한 책입니다.
14/02/14 14:23
판례가 일본학자의 해석론에 따르는 이유도 중간에 바지 한명을 넣어서 법을 우회적으로 어기려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양창수 대법관의 판례비판은 고의 중과실이 있으면 바지라는 해석은 근거가 없는 법창조라는데 있는거죠. 비판론에 따르면 보다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다른 법제도인 채권자취소권을 따라야 억울한 제3자가 나오지 않는다고 보는겁니다.
14/02/13 17:23
생각해보면 법리, 그리고 '법리들의 체계'는 사악군님 등의 지적에서 드러나듯 '축적된 관행'의 성격도 갖고, 그 결과 '전통' 특유의 정당성을 가지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과연 일개 인간이, 2000년의 역사를 갖는 민법체계의 경험과 지혜를 따라갈 수가 있을까요?
하지만 법리는, 그게 '강제된 규범의 원리'인 이상 뭔가 '평범한 전통'하곤 냄새가 좀 다른 것도 같습니다.
14/02/13 17:46
민법체계의 2000년의 역사가 단일한 공동체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2000년동안 법이나 그와 유사한 정당성을 '상당수'가 인정하는 규칙을 구성한 사회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기 때문에 개인과 민법체계의 경험과 지혜비교는 상당한 모호성을 갖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개인이 더 나을수도 있고 다른 부분에서는 민법체계가 더 나을수도 있으며, 이때 비교기준 역시 단일한 것이 아니라 총량비교도 어렵죠......
14/02/13 17:35
간단한 사례인데도 이해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네요. 왜 법률 관련 종사자들이 엘리트들인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4/02/13 19:35
법이라는 것은 애시당초 이러한 해결책이 [조금 더 낫지 않느냐]는 합의에 기초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법 그리고 법을 파다보니 쌓여온 논리(즉, 법리)는 영원불멸하지도 않고, 영원불멸해서도 안 됩니다. 애초에 이상이나 '진리(idea)'를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양창수 대법관께서 종종 인용하셨던 표현을 빌자면, 법학은 어디까지나 (진리를 위한 학문이 아니라) [빵을 위한 학문]에 불과합니다.
- 덧붙여, 빵을 위한 학문이라고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경고 또한 잊지 않으셨더랬죠. 저는 무시했다가 큰 코 다쳤던 사람입니다만...;;; - 법학이라는 '빵을 위한 학문'은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갖습니다. 애초에 진리추구가 목적이 아니라 현실 사회에서 갈등이 발생할 때 [조금 더 적절한 해결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사람들 사이의 조금 더 나은 해결책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수시로 변화합니다. 조선시대, 아니 세계적으로 근세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은 집에서 애나 키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더 나은 방법으로 여겨졌습니다만,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러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그런데, 법이 조금 더 나은 해결책으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려면, 법을 강제할 수 있는 권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상적으로 모든 사람이 충분히 [공적으로] 합리적이라면 그런 강제력은 필요하지 않겠습니다만, 합리적인 개인은 대개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하기 마련입니다. 또는 아예 합리성과는 먼 이데올로기나 선입관에 빠져 합리성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지요. 때문에 법은 [조금 더 나은 해결책]을 찾아가는 규범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만, 동시에 사회 구성원을 강제하는 규범이라는 의미 또한 가지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특히 현대사회에서 추가하여야 할 것은 사회가 복잡다단해지고 구성원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법이 대단히 넓은 영역에 적용될 뿐더러, 법체계 또한 나름의 논리를 쌓은 끝에 굉장히 정교해지고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점이 [강제력]과 결합하는 순간, 일반 사회대중에게는 다음과 같이 작용하게 됩니다.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먹지도 못하겠는데, 그리고 나는 그런 법에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이렇게 납득할 수 없는 결론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 원 글 첫 문단의 '문지기'는 아마 이러한 세태를 지적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조금 더 나은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역사를 보면, 비록 느리게나마 '악법'이라 일컬어졌던 법, 다시 이야기해서 [조금 더 나은 해결책과는 무관한 법]은 그 생명력을 잃어 왔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때 그 법은 더 빠르게 의미를 잃고 사장되어 왔지요. 때문에 결국,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 이상한 법령이 있거나, 더 나은 해결책이 아니라 여겨지는 법리가 있다면 적극적인 불만의 표출, 즉 정치적인 의사의 표현이 해답일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이러이러한 법은 문제가 있으니, 개정하라는 식의 전화를 걸어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금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면 나처럼 불만을 가진 사회 구성원이 연대하여 각자의 중지를 모아, 어떠한 점에서 이 법령, 또는 법리가 [더 나은 해결책]이 아닌지 합리적인 지적을 하고, 나아가 이를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알려, 나와 뜻이 같이하는 사회 구성원의 수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보는 것이 아닐런지요. [문지기]에 지레 겁을 먹거나 꺼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 한사람이라면 그 문지기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이면, 그 문지기는 결국 [우리]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는 [하인]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14/02/14 01:25
방론인데, 이 글의 문체는 은근히 양창수 대법관의 스타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그렇다고 '자평'만 합니다;) 이분이 모든 면에서 존경한만한 사람인지는 의문이 없지 않으나 법학자로서는 대단히 존경하는 분입니다.(그냥 팬입니다)
이 댓글은 어떤 지점부터는 본문이 스스로 설정한 '한계'를 통과했습니다. 말미에서 지적하신 '법질서의 민주적 운용 및 통제' 문제는, 그 자체를 독립적인 글로 다뤄도 좋을 만한 거대한 주제라 사료됩니다. 주로 하버마스가 이 중대한 주제를 다룬 현대 사상가였죠.
14/02/13 20:20
이치의 파편만으로 완전할 수는 없다는 것이
법에도 적용이 된다니 신세경이네요. 결국 만고불변의 진리란 엿장수의 마음 속에.. 문지기는 정말 탁월한 비유입니다.
14/02/13 23:09
"법리의 다른 얼굴이 있는데
그 필연적인 결과, 법리 간의 갈등은 비일비재하다" 라는 논제는 같은 법리가 적용되는 사실도 판사의 주관이나 당사자의 이해부족을 이유로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말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지금 아파트에 관계된 사건을 의뢰하여 LH공사(부당이득반환소송)와 소송 중에 있는데 법리 해석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한편으론 막연한 궁금증 이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도 손쉽게 뒤집이는 결과도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14/02/14 00:20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이 전체를 포괄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의외로 전원합의체의 '준엄한 결정례'가 왕왕 뒤집어집니다. 그래도 '손쉽게' 그런 정도는 아니고....
당사자의 '부적절한 주장'으로 '피할 수 있었을 피해'를 보는 일은 좀 더 자주 있는 일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14/02/14 14:35
일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는 법리와 다르나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나이브한 해석이 요구될 때 선고되기도 합니다.
미등기 매수인의 이전등기청구권은 점유하는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는 판례는 법리에 어긋난다는 학계의 비판에도 더욱 강화되서 현재는 당연한 법리의 지위까지 획득했습니다. 무단으로 남의 토지에 벼를 심더라도 수확된 쌀은 농부 것이다 라는 판례도 이와 유사합니다. 판례는 현실에 대한 법해석이고 그 해석은 사회적 필요성에 의해 종종 바뀝니다. 다만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법관의 고심의 결과이고 이런 결과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후 10-20년안에 전원합의체로 다시 바뀐 예는 다섯을 넘지 않을겁니다.
14/02/14 15:21
'법리와 다르나 사회적 필요성에 따라 나이브한 해석이 요구될 때'의 또 하나의 예가 '부당이득반환청구가 불법원인급여로 될 때, 동일한 물건에 대해 소유권에 기한 반환청구도 할 수 없다'는 전원합의체 판결 아닌가 싶습니다. 말씀하신 '무단 경작 쌀=농부 것' 판결하고 아주 유사한데, 둘 다 당사자 중 한쪽이 '가엾어서' 그런 판결을 했다고밖에 생각이 안되는 경우...
mugamer님 질문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뒤집어지는 경우로 한정되긴 했는데, 전원합의체는 아니어도 불과 얼마전까지 '확립된 판결례'였던 것이 뒤집어지는 예는 왕왕 있는 것 같습니다. 언급하신 '미등기 매수인 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경우만 해도 90년대 중반까지는 '단 매수인이 점유는 유지해야'라는 단서가 붙는 것이 확고한 판례였는데, 98년의 한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한방에 뒤집어졌죠; 어떤 경우는 대법원이 '수십년에 걸쳐 유사한 사안을 계속 다뤘음에도 견해를 확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른바 '점유취득시효의 기산점' 문제로 유명한 사안이 대표적인데, 우리 시대에 접어들고서야 비로소 확립된 견해 같은 것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14/02/14 15:41
1. 70년대 전합체 판결이죠. 지금이야 확정된 법리지만, 당시엔 정반대로 봤죠. 첩계약이 소멸되던 사회적 추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2. 언급하신 판례까지 쓰면 얘기가 길어질거라 생각하고 강화되었다고만 표현했습니다. 일반적인 평가도 미등기매수인의 권리를 강화한걸로 평가하는 것으로 압니다. 없어지는 권리가 소멸도 안되는데 조건조차 없애버렸으니까요. 이것도 부동산 물권의 형식주의로 개정을 모르는 촌로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석이었죠. 3. 전합체 판결이 전합체로 깨진 예는 이중보존등기 사례 말고는 기억이 안납니다. 언급하신 기산점 판례는 늘 곤혹스럽던거였죠. 잘 바뀐거라 생각합니다
14/02/14 15:54
하여간 지난 몇십년 간 중요한 문제는 거의 '땅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크게 보면 '지주'가 지배하던 농촌사회가 '기업가'가 지배하는 도시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의 '이해관계 조정문제'이기도 했고요.
기산점 문제가 그토록 곤혹스러운 건, 민법 245조 자체가 잘못된 입법(민법 186조의 영역이 아닌, 187조의 영역이기 때문에 시효완성자가 '등기청구권'을 얻을 뿐이란 규율은 잘못된 것)인 데서 비롯되었다는 송덕수 교수의 '입법론적 해석'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대법원이 틀렸다기보단, '법을 집행하는 자'로서 가능한 최선은 다했다고 보이고요.
14/02/13 23:53
잘읽었습니다. 이렇게 잘 풀어주셨음에도 글을 이해하느라 몇번을 더 봐야했네요. 여전히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의문일 정도로;;
법은 정말이지 생활과 밀접하면서도 아주 어려운 때때로는 골치아픈 학문(?)인것 같습니다. 댓글들에서도 정말 알아가는게 많네요. 글과 댓글 모두 추천!
14/03/13 20:58
교수님 성함을 피지알에서 보니 새롭군요.
저 분에게 민법 4과목을 다 배웠는데 가히 당대의 실력자라는 말에 아까움이 없습니다 저 역시 저 분의 인격은 몰 라도 실력만큼은 팬이었거든요. 오랜만에 학부때 시간이 떠오르네요. 잘 봤습니다. 뱀발로 민법은 정말 아름다운 법이라 할만합니다. 촘촘히 잘 짜여져 있거든요. 매력적인 모직물을 보는 느낌이랄까..
14/03/14 12:28
대단하십니다.
저는 법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데..이 글을 보니 알고싶다는 기분이 샘솟네요. 초심자가 법에 대해서 이해하고 법뿐아니라 재판과정이랄지 여러가지 법에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익힐수 있는 좋은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실수 있으신지요.
14/03/15 18:43
흠 사실 법에 입문하는 아주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심지어 '초심자'로서 입문할 생각인 경우에조차 그런데
'재판과정' 같은 실제 현실에서 법이 적용되는 방식에 입문하고 싶으신 경우는 실무가들, 그러니까 변호사나 검사가 쉽게 풀어쓴 책들을 읽는게 제일 도움이 됩니다.(가령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7148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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