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작성했던 글을 약간 수정해서 고친다고 고쳤지만 반말이 들어갈 수 도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
처음 제목만 보고선, 현대 국가의 실패를 다루는, 자본주의에 잠식된 정치체제라든가 선거에만 몰두한 국가라든가 민영화의 폐해를 지적하는…그런 책일줄 알았습니다만,
실제로 보니, 총균쇠와 유사하게, 여러 나라의 역사/사회/경제적 배경을 통해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했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따지는 역사사회경제학(?) 이었네요. 책 자체에서도 총균쇠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오고요.
결국, 다시 얘기하자면 이 책은 현대 국가 비판론이 아니라 총균쇠와 같은 문명사론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책 두께도 그러하고요(...) 그럼 책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언제나처럼 책을 세줄 요약하자면,
0.
이 책에서 주장하는 국가의 성공/실패를 가르는 원인은,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진 사회이다. 포용적 경제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사회의 혁신,개혁을 이룰수 있는 사회로, 소위 기존 경제체제를 ‘창조적 파괴’를 통해 새로운 발전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적정한 수준의 중앙집권 – 사유재산을 보장하고 사회를 안정시키며 기존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기득권을 제어할 수 있는 – 정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데, 왠지 뻔한 얘기 같지요. 누가 그걸 몰라 싶기도 한데, 굳이 책 소개를 쓰는건
이 책이 그냥 그런 책이 아니라 재밌었던 이유는, 여러가지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1. 그럼, 대체 그 국가를 성공시킨다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진짜 좋아? 다른 체제는?
에 대해 차례로 사례들로 얘기하고 있는데요.
1-1.중앙집권체제 자체가 발전하지 않을 경우 자기 생존에 급급하고, 사회에 도움이 될 기술이 전파되지도 않는다. 소말리아가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중앙집권체제만 발전하면 다 되느냐. 그게 아니랍니다.
1-2. 중앙집권-절대주의가 나타났을때 기존 경제체제를 옹호하는 기득권을 제어하지 못하거나 집권층이 자신의 권력만을 유지하려고 하면,
동유럽(특히 러시아)의 절대주의처럼 농노체제가 유지되어 경제체제가 경직되고,
그 체제를 유지하고 자신들의 안정과 권력을 위해 경제 개발을 촉진시킬수 있는 수단(철도, 인쇄기술 등등)의 효용성을 알고서도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경우가 나타난다고 합니다.
1-3. 아니면 중앙집권적으로 착취적 경제제도가 설립되어서 사회의 이익은 대부분 국가 – 그리고 기존 사회권력 에게 집중되며, 생산량이 늘어나도 그 것이 개인에게 가는게 아니라 사회가 착취해가기에 개개인은 사회를 혁신시키고 생산성을 발전시킬 능력도,의지도 잃어버려 사회가 쇠퇴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같지요?
2. 포용적 경제체제가 성공한 사례
이 책은 그 당연한 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동일한 조건에서 시작한 두 나라중 한 나라는 포용적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한 나라를 예시로 들어 자꾸 차이를 보여줍니다.
2-1. 특히 이 주장으로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도 남한과 북한이 1945년까진 완전 민족/역사/종교/문화적으로 동질한 배경을 갖고 있었지만 현재 경제수준이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차이점은 이 책의 경제체제의 주장인 포용적 경제제도의 유무와 그에 따른 영향을 보여주기 위한 딱 좋은 사례이기 때문에 자주 나오는 것 같아요. 즉, 남한이 잘 사는 이유는 포용적 경제제도이다. 박정희같은 독재자가 있었지만 아프리카와는 다르게 어쨌든 포용적 경제체제를 건설하려 노력했고 이게 성공적이었다. 라고 주장하죠. 약간 장하준식 한국 경제발전론이 보이는 주장같기도 합니다.
2-2. 그외에도 영국과 그외 서유럽, 그리고 동유럽을 비교하며 왜 서유럽보다도 영국이 가장 먼저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 동유럽은 왜 계속 뒤쳐져 있었는지에 대해, 영국의 자의반타의반 권력의 분산과 의회정치의 발전때문이라는 이유를 드는건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2-3. 뭐 소련이 왜 패망했는지, 아프리카가 가난한지는 잘 알려진 얘기지만, 그것도 착취적 경제제도때문으로 설명하고 있고
2-4. 그리고 같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북아메리카에 비해 남아메리카는 초기에 발달한 문명이 많았는데 현재는 빈곤한 이유에 대해 착취적 경제제도란 설명을 하고 있어요. 즉, 남아메리카에선 스페인의 착취적 경제제도가 설립되었지만 북아메리카는 어쩔수 없이 개척민들이 개척해 나갈수 있고 개척해 나가야만 했기 때문에 포용적 경제제도가 설립되었다는 것이고요. 초기엔 북아메카 이주민들도 스페인식의 정부주도통제 식민지가 건설되었지만 결국 대부분 실패하고 개척민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준 개척지들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같이 많은 유럽인이 이주를 해 왔지만, 멕시코-라틴아메리카는 스페인 식 착취제도가 확립이 되었고 모든 생산이 스페인의 부를 위해 빨려나갔다면, 미국은 원주민들을 학살했더라도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생산이 순환하며 경제가 발전해 나갔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재도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은, 한때 스페인의 원주민 노동력 착취및 통제를 위해 설정한 구역이라는 것이다.
2-5.마지막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베네치아 최고론 – 특히 원수정-제정초기 로마를 찬양하고 베네치아의 ‘소수’과두정이 효율적이었다고 하는 주장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고 있어요. (물론 이 책이 시오노 나나미가 누구인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는데 500원을 걸 수 있습니다만 신기해서 적어봤습니다.) 로마와 베네치아가 쇠락한건, 원수정및 소수과두정을 통한 지배계급 공고화의 반작용으로 비로마시민권자(향후 빈민층 로마시민권자)에 대한 수탈/개개인의 자유로운 무역제한 에 따라 경제발전의 동력이 상실되었다는 것이다.
그외에도 공간이 부족하여 적지 않은 수십개의 사례들 – 콩고왕국, 인도네시아반도, 스페인vs영국, 오스트리아-러시아의 몰락, 미국-멕시코 접경지대의 두 마을, 등의 수많은 사례로 책의 논지를 강화하려 하고 있어요.
3. 총균쇠와 비교
사실 이 책의 첫장을 보면서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를 정말 신경썼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총균쇠처럼 특정사례로 시작하여 왜 비슷해 보이는 두 문명의 발전은 이렇게 차이가 나 있을까? 하는 주장으로 들어가는 구조부터 그랬고요.
이 책 저자들은 2장에서 기존 국가의 기존 국가의 흥망성쇠에 대해 다루는 수많은 이론들에 대해 반박한다. 특히 반박에 중점을 쏟는것으로 보이는 건,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이론이에요.
유라시아 대륙 – 특히 비옥한 초승달 – 유럽 // 중국 등이 같은 위도라는 점에서 오는 식량등의 전파가 용이한 점, 초기에 가축및 농작물로 활용할 수 있는 종이 많았다는 점 등에 의해 문명이 발달하기 쉬웠고 또한 상호간의 교류가 용이하여 경쟁및 전파에 의해 기술이 더 발달하여 1500여년대부터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
이책에서는 위의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주장에 대한 대표적인 반론으로 1) 한국(남한-북한)과 영국의 산업혁명vs스페인의 식민지 착취에 따른 두 나라의 경제발전의 차이2)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차이 를 꼽고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이론은 문명초창기-대항해시대 (혹은 산업혁명-유럽열강) 시기까지 유효한 이론이지만 현대사회의 차이를 나타내기엔 한계가 있는것 같다. 특히 오늘날처럼 모든 이론및 산업기반과 기술이 전파가 될 수 있는 시기에도 여전히 나라간 빈부격차가 존재하는 것, 그리고 아프리카및 몇몇 후진국(?)들은 한때 소위 문명국들이 경제/정치적으로 지원을 해 줬는데도 실패했다는 것 등은 지역/기후에 기반한 문명전파론으론 설명이 힘들어 보이기도 한다.
4. 아쉬웠던 점
반면 이 책의 이론은, 초기 문명 발전을 설명하는데에는 한계가 보이기도 한다. 특히 초기 문명발전에 대해선 사실 착취적 경제제도와 포용적 경제제도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 수 도 있고, 오히려 효율적 착취가 성공한 문명이 성공적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항해시대후기-근대이후의 나라 발전에 대한 설명으론 상당히 잘 들어맞아 보인다. 물론, 포용적 경제제도가 어찌보면 상당히 애매모호한 정의이며, 국내에선 포용적 경제제도를 펼쳐도 외교적으론 착취적 경제제도를 펼치는 패권국에 의해 강제로 착취적 경제제도가 정착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딱히 해답을 제시하지도 못한다는 단점이 있는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비슷한 제도/의도/환경에서 비슷한 정책을 펼쳤는데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한 이유에 대해, 우연성이라는 애매모호한 말로 설명을 하고 있는게 아쉬운 점이다. 물론 책에 표현한 대로 (원문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인간사회에 그 조건만 갖춰지면 무조건 성공하는 완벽한 이론이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와 타이밍 좋게 수행된 정책이 외부환경과 잘 맞아 상승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좋을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는 것은 맞는데.. 그래도 초기에 자신감있게 써놓은 주장에 비해선 좀 스리슬쩍 넘어가려는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포용적 경제제도는 선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착취적 경제제도는 악순환을 불러일으켜 각각의 체제를 강화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요. 그 주장자체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보이지만, 그럼 그 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선 어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마지막으로 해석중에 drift를 부동이라고 번역한 부분이 있는데, 이 단어가 참 거슬렸다. 부동이면 안 움직이는 건가? 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진짜 마지막으로, 책 제목은 자극적이긴 한데 책 전체 내용을 포괄하고 있지 않는것 같아 아쉽더라고요. 저부터가 낚였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밌고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책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총균쇠는 문명초창기부터 중세정도까지의 문명발전에 더 맞다고 보고, 이 책의 관점은 최소 대항해시대 이후, 산업혁명즈음부터의 국가의 발전에 대해서는 맞아 보입니다.
그러니 총균쇠와 같이 읽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뭐 목침대용으로도 쓸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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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국가의 성공과 실패를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있을까요?
더군다나 경제 제도가 국가의 흥망성쇠에 그렇게까지 중요하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비교적 최근의 일인데,
왠지 협소한 시각으로 자기 입맛에 맞게 재단하는 내용인 듯 싶습니다.
그래도 서점에 들러 한 번 들추어 보고 싶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