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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04 14:50:27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그래도 해커들이 순진(?)했던 시대...
아주 초창기 IBM 호환용 컴퓨터 바이러스들 가운데 하나로 Brain virus라는 게 있었답니다. 1986년에 만들어진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를 만들었던 해커들은 파키스탄에 살던 형제들로 Amjad Farooq Alvi 와 Basit Farooq Alvi 였습니다. 당시 나이가 형인 Amjad Farooq Alvi는 24살, 동생인 Basit Farooq Alvi는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이들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든 이유는 (그들의 말을 액면 그래도 믿는다면) 자신들이 수년 간 공들여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그냥 복사해서 쓰는 행태에 화가 나서 이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만든 Brain virus는 플로피 디스크의 부트섹터를 감염시켜서 소프트웨어가 복제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자신들의 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들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 스크린에는 아래와 같은 메시지가 뜨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가 재미있는 게 우선 이 형제는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의 저작권을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메시지에 보시면 카피라이트 마크가 보이실 겁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점은 자신들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공개했다는 점이지요. 이렇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공개한 이유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제거하고 싶거나 백신을 얻고 싶은 사람은 자신들에게 연락하라고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들은 요즘의 해커들이 하는 행동과는 정확하게 반대로 한 것이지요. 요즘의 해커들은 자신들의 신원은 숨긴 채 남의 정보를 훔쳐내는 데 반해서 이들은 떡(!)하니 "이 컴퓨터 바이러스의 지적 재산권(?)은 자신들에게 있음을 당당히(!) 밝히고 자신들의 개인 정보를 공개함에 있어서 전혀 거리낌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이 Brain virus는 이들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나서 컴퓨터에서 다른 컴퓨터로 플로피 디스크를 타고 산불처럼 번져나가서 전 세계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이 용감한 형제들을 소개시키면서 돌아다니고 말았습니다. 자고로 남자라면 이 정도는 당당해야죠...--;;
(이들은 2012년까지도 위 바이러스 메시지에 나와있는 주소지에 계속 거주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당해야돼...뭐 신원을 숨기고 그러나...


출처: Marc Goodman의 저서 [Future Crimes: Everything Is Connected, Everyone Is Vulnerable and What We Can Do Abou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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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04 14:52
수정 아이콘
재밌는 내용이네요
첫플에 그렇지만 당당해야돼 가 맞는 표현 아닌가요..?
Neandertal
15/03/04 15:02
수정 아이콘
수정했습니다...--;;;
한글을 잘 알야야 하는데...--;;;
중년의 럴커
15/03/04 14:59
수정 아이콘
(c) Brain 바이러스는 제 인생의 첫 바이러스 감염이었습니다. 이상하게 플로피 디스크의 동작이 느려지고 버벅거리는게 느껴졌습니다.
DIR 명령을 치면 제일 위쪽의 볼륨명 표시 부분에 (c) Brain 이란 글자가 보였죠. 저런 메시지를 본적은 없습니다. 컴퓨터 가게에 가서
말하니까 금방 알아듣고 백신 프로그램을 복사해 주더군요. 그래도 파일을 지우거나 하진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안철수씨의 인생을 바
꾼 바이러스죠. 당시 V2 로 치료를 했었지 싶네요.
15/03/04 15:00
수정 아이콘
예전에 진짜 흐흐흐...
그때 당시 PC통신 전용 프로그램 (netsgo 라던지...) 은 아이디/비번을 암호화도 안하고 쿠키폴더에 텍스트파일로 떡 하니 저장했던 시절이었죠.
백오리피스나 netbus 같은게 떠돌던 시절, netbus 를 돌려보면 아이피 대역별로 걸리는 분들이 꽤 많은데
아니나 다를까 감염된 사람들 컴터 들어가서 보면 아이디 비번이 쫙쫙 저장되어있습니다.
그러면 PC통신 접속해서 쪽지나 메일 날리죠.

님 netbus나 백오리피스 감염되어있으니 백신 돌리고 아이디 비번 이거이거죠? 다 바꾸세요 라고 ...

그땐 진짜 보안이 취약해서... 뭐 딱히 그 아이디 비번으로 뱅킹을 한다던가 하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악의를 품의면 온갖 짓을 다 할 수 있었죠. 멀쩡하게 게임하고 있는데 꺼버린다던가, 타이핑 내용을 훔친다던가, CD 트레이를 열어서 놀래킨다던가 등..
피해자도 상당히 많았을거에요.
전 나름대로 해커를 막는 해커 -_- 기믹에 취해서 그런 툴 돌려서 걸리는 사람들한테 경고하고 다니는 짓 많이 했네요 크크크 지금 생각하면 손발이 오글오글... 참 순진했죠.

하루는 친구놈 pc에 심어놓고 집에서 보는데 야겜... 을 하고 있길래 장난친답시고 CD 트레이를 열었죠.
바로 전화 오더라고요 "니놈 짓이지?" 크크크크
15/03/04 15:06
수정 아이콘
오.. 해킹은 잘 모르지만 신기하네요 크크
리듬파워근성
15/03/04 15:08
수정 아이콘
야겜할 땐 건들지 마시져 부들부들
15/03/04 15:12
수정 아이콘
그것도 딱 H 신에서 크크크크
Neandertal
15/03/04 15:08
수정 아이콘
악동 해커 기질이 다분하셨군요...^^
15/03/04 15:11
수정 아이콘
뭐 그시절엔 각종 해킹기법, 전화기 해킹법, 심지어 폭발물 제조법 -_- 까지 적힌 책이 버젓히 팔리곤 했었죠 흐흐
해커들의 해킹기법이라던지, 아나키스트를 위한 어쩌고 어쩌고 하는 책들이라던지.
지나가다...
15/03/04 15:01
수정 아이콘
저는 C브레인은 거의 본 기억이 없고, 제가 IBM 호환 컴퓨터를 처음 만졌을 때 유행했던 건 LBC 바이러스였던 듯합니다.
그래도 이건 별로 심각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다음에 다크 어벤저라고 아주 골치아픈 놈이 유행했죠.
15/03/04 15:07
수정 아이콘
컴퓨터를 잘 모르지만.. 그 13일의 금요일에 퍼지는 바이러스 제가 초중학교때 막 유행(?) 했던거 같던데 아직도 있나요?
곧 13일의 금요일이길래..
예전에 막 컴퓨터 내의 날짜 바꾸면 안걸린다고 막 날짜 바꾸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어리버리
15/03/04 15:08
수정 아이콘
http://brain.pk/
형님이 CEO로 있는 회사네요. 동생도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듯 합니다.
15/03/04 15:24
수정 아이콘
저는 damanegi 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플로피 디스크로 게임하던 시절에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다마네기는 게임을 중간에 꺼버려서 타격이 컸습니다.
미모링쿳승Pile님
15/03/04 15:44
수정 아이콘
해커들의 해킹기법이라는 책을 보신 분도 많을까요?
표지에 트로이 목마가 그려져 있었는데... 흐흐
영원한초보
15/03/04 16:19
수정 아이콘
제 첫 바이러스는 예루살렘 바이러스 였습니다.
서린언니
15/03/04 17:01
수정 아이콘
다크어벤저, DIR-II, 체르노빌 생각나네요
순규하라민아쑥
15/03/04 18:08
수정 아이콘
다크어벤저가 참...초반 바이러스 중에 사람 부들부들 시키는 녀석이었던걸로 기억하네요.
damianhwang
15/03/04 17:06
수정 아이콘
남들 다 도스돌아가는 윈텔 쓸 때
혼자서 애플 2 -> Mac 512K 테크를 탄 후 내내 맥만 개인용으로 써와서 바이러스 기억은 낯설긴 해요;
워낙 듣보잡 점유율이라 바이러스 개발을 별로 하질 않아서 ;;-)
15/03/04 18:13
수정 아이콘
brain 바이러스 시절 아예 개념이 없어서 참 많이 퍼졌던걸로 생각됩니다.. 물론 최고는 CIH 였고..
15/03/05 00:43
수정 아이콘
1990년도인가 전자과에 다니면 사촌동생이 코드에디터를 열고 LBC 바이러스를 삭제하는 시범을 보인적이 있는데, 삭제시에 삑-하는 비프음을 바이러스가 죽는 소리라 속여 한동안 믿었던 기억이 나네요. 92년도 용산전자상가에서 알바할 땐 바이러스 걸렸다고 컴퓨터에 모기약을 겁나게 뿌려서 고장냈던 고객도 기억이 나고. 다 순진했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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