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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04 11:31:57
Name 라라 안티포바
Subject [일반] 라라의 바둑이야기 32. 늦은 LG배 결승전 리뷰 + 2015 바둑계 전망
[1]
[지난화 보기] - 31. 연말 바둑리뷰 및 한국바둑대상, 2014년 바둑정리 https://ppt21.com../pb/pb.php?id=freedom&no=55739

안녕하세요. 약 2개월 정도의 텀을 두고 늦게 글을 씁니다.
최근 제가 바빠 바둑에서 멀어진 점도 있고, 글을 쓸 여유도 없어
LG배가 끝난지 1달이 가까워졌는데도 글을 쓰지 못하고 이제서야 씁니다.

원래 제목 앞에 [바둑]을 붙였는데, [라라의 바둑이야기]로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 마당에
굳이 바둑이 두번 들어갈 이유가 없어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LG배 결승전 리뷰,
그리고 그간 국내기전 소식들 및 재미있던 사건들을 짚어본 뒤,
2015년 바둑계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6년간 중국 선수들에게 우승컵을 내주었던 굴욕을 겪었던 LG배.
그러나 이번 LG배는 8강 4:4 한중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전승,
간만에 한국 선수들이 세계대회 4강을 싹쓸이하며 한국기사간 결승 확정,
그리고 6년만에 한국의 LG배 탈환이 확정된 가운데
이번 결승전은 한국랭킹 1위, 2위의 대격돌이 펼쳐졌습니다. 바로 한국랭킹 1위 박정환 vs 한국랭킹 2위 김지석.

1월에 펼쳐진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3번기에서는 박정환 선수의 2:1 승리.
상대전적은 16:5로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모든 데이터는 박정환 선수가 웃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삼성화재배에서 스웨-탕웨이싱 선수를 연파하며 세계대회 무관의 굴욕을 씻은 김지석 선수의 한방 임팩트,
그리고 2011년 후지쯔배 우승 이후 번번히 세계대회 4강 및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던 박정환 선수였기에
승부는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주저리 주저리 말을 늘어놓긴 했습니다만,
LG배 결승 대격돌 이전에 두 선수를 비교한 양질의 칼럼이 바둑갤러리에서 연재되었습니다.
내용이 다소 긴 편입니다만, 정말 내용이 좋기 때문에 꼭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좋은 칼럼 써주신 바둑갤러리 Happens. 님께 감사드립니다.

*LG배 결승 특집:적자(適者)와 총아(寵兒) <1>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3808
*LG배 결승 특집:적자(適者)와 총아(寵兒) <2>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3810
*LG배 결승 특집:적자(適者)와 총아(寵兒) <3>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3821
*LG배 결승 특집:적자(適者)와 총아(寵兒) <4>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3854
*LG배 결승 특집:적자(適者)와 총아(寵兒) <5>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33856

[3]

2월 9일, 강원도 강릉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제19회 LG배 결승3번기 1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1국은 제가 대국을 못 보았습니다. 결과는 박정환 선수의 백승. 176수만에 끝난, 비교적 단명국으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2국. 2국은 제가 중간부터 보았기 때문에, 보았던 부분에서 약간 앞부분부터 리뷰해볼까 합니다.
이번 2국은 박정환 선수의 흑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상황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보겠습니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것은, 중앙 흑의 대세력입니다. 흑은 중앙을 통째로 큰 집을 짓자고 합니다.
백은 침입해서 타개해야 하는 상황.

또한 우하귀의 모양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흑이 우변 2선 밭전자로 백을 잡으러 갈 수도 있습니다만, 우하귀에서 선수 1집 확보하고,
중앙으로 탈출하면 흑 집을 부수면서 살 수 있기에 아직은 잡으러가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앙에 침투한 백을 살려주더라도, 하중앙이 두터워지게 된다면 우하 백의 중앙 탈출로가 없어지므로 흑이 잡으러 갈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백은
1. 우하귀가 죽어도 집으로 이길 수 있도록 중앙을 초토화시키거나
2. 중앙에서 어느정도 살면서, 우하 백이 죽지않을 여지를 남겨두거나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타개를 시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백에게는 짭짤한 부수입이 하나 있습니다. 흑의 좌변과 좌하귀를 차단하여 좌변 흑을 잡자고 하는 꽃놀이패가 남아있습니다.


김지석 선수의 타개 시작. 사실 저는 이런 상황이 되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들어가야할지 참 고민이 많이 됩니다.
너무 깊게 들어가면 죽을것 같고, 너무 좁게 들어가면 상대의 집을 얼마 못 부수고.


박정환 선수는 일단 차단합니다. 흑이 벽을 쌓긴 했는데, 생각보다는 엷어서 백이 듣는곳이 많아 탄력이 있습니다.
특히 상변쪽은 잘 엮으면 되려 상변 흑이 잡힐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어차피 여기서 차단이 안되면 흑은 승부가 안 되는 상황.


백의 밭전자 행마. 밭전자의 약점은 역시 중앙 마늘모 차단이고, 지금도 그것이 유효하긴 하나,
김지석 선수가 너무 노골적으로 차단해달라고 둡니다.
유창혁 해설도 일감은 마늘모 차단이긴하나, 생각보다는 백이 둘만한데다 백의 의도대로 두어주는 것 같아
흑이 기분나빠 다른 수를 찾을것 같다고 합니다.


결국 박정환 선수는 마늘모를 두지 않고, 아래로 내려뻗었고
백은 상변 흑을 신나게 위협합니다.
마치 '너 지금 마늘모 안두면 니가 포위되서 죽을걸? 이래도 안둘래?' 하고 도발하는듯한 느낌입니다.


박정환 선수가 중앙 백 호구를 들여다보았으나
김지석 선수는 무시하고 상변 호구를 칩니다.
이후 박정환 선수가 다시 들여다 본 뒤,
일단 상변 2선 탈출로를 차단합니다.
지금 마늘모로 차단하고 중앙 넉점 먹어봤자, 백이 2선으로 유유히 탈출하면 집으로는 이길수가 없습니다.


이후 백이 우상으로 넘어가려는 호구를 치자 역시나 차단하는 박정환 선수.
차단에는 성공했으나...백 탄력이 워낙 좋습니다. 쉽게 잡힐듯하진 않지만,
중앙 백이 살면 중앙 흑집은 거의 안 나는데요.


백이 내려선 수에 젖혀가는 박정환 선수.
이 젖힘의 의미는, 상변 백 두점을 끊어먹을 여지를 남겨
그냥 내려선 것보다 집으로 득을 보겠다는 수입니다.
다만, 차단된 백이 상변 1선 내려빠짐이 선수로 들어 언제든 살 여지가 생겼습니다.

박정환 선수도 아마 백을 그냥 잡기에는 어렵다고 판단, 그럴바엔 집으로 득을 보는 수를 두어 어느정도 보험을 들어두겠다는건데...
그래도 지금은 백이 살면 그정도 득본걸로 이길수 있나 싶어서, 제 짧은 기력으로는 다소 의아했습니다.


백의 한칸뜀에 백 탄력이 굉장합니다.
심지어 우상 흑 석점 잡히는 맛까지 생겼습니다.


일단 일감의 급소를 노리는 박정환 선수.


음...잘 안 됐네요.
오히려 중앙 백과 상변 백이 각생하고,
중앙 흑이 집날 세력에서 백이 집을 낼 기세입니다.


박정환 선수 마지막 승부수. 우하귀 잡으러 갑니다.
오래전이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유창혁 해설 말로는
우하귀를 잡아도 집으로 안 될 것 같다, 우하귀 피해를 최소화한뒤 백이 좌하 패를 들어가면
패에서 지더라도 거기서 조금만 득봐도 백이 이길것 같다고 했던 것 같네요.
여차하면 바로 패를 들어가서, 우하귀 살자는 패가 완전 패공장이니 그렇게 해도 이길것 같구요.


백의 꽃놀이패 시작.
중앙 백이 타개된 이후, 흑은 계속 고통의 시간을 보냅니다.


백이 중앙을 이었고,
흑은 두점을 잡아 상변을 살리며 패를 받았습니다.


결국 박정환 선수가 패를 졌고,
200수만에 돌을 던집니다. 김지석 선수가 승리하면서 스코어는 1:1,
승부는 최종국까지 이어집니다.

개인적으로 김지석 선수의 타개의 묘에 감탄했습니다.
프로들은 상대의 중앙 세력에서 저렇게 두면서 사는구나. 하고요.

[4]
2월 12일, 마침내 최종국이 시작되었습니다.
최종국은 2국과 마찬가지로 박정환 선수의 흑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최근 백이 좋다는게 프로들 의견이고, 이번 LG배 결승도
백을 쥔 사람이 승리했기 때문에 김지석 선수에게 기분 좋은 출발이 되었다고 봐야겠습니다.

이 대국은 제가 한참 늦게 보았고,
끝내기 싸움에 들어갈 즈음부터 보았습니다.


중앙 백은 살아있고, 바둑 모양이 일찍 정리된 상황에서 끝내기 싸움으로 들어갑니다.
유창혁 해설의 형세판단 결과 미세한 싸움이 될 것 같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끝내기 잘 알지도 못하는 끝알못이라 뭐라 드릴 말이 잘 없습니다. ㅠㅠ
좌변에서 소소한 패가 났네요. 백이 굴복합니다.


패를 들어갈수도 있지만, 흑도 자칫하면 대마사활이 걸려 사실상 할수 없는 패라
패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길 백에게 뺏긴것이 유창혁 해설이 아쉽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데, 확실치는 않네요.
여튼 후속 끝내기까지 있기 때문에 집으로 매우 큰 자리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기억이 맞다면 반상 최대였던것 같네요.


흑은 중앙 두점을 살렸는데,
이는 다섯집짜리고, 유창혁 해설이 판단하기엔
좌하귀와 상변이 적게 잡아도 6집은 넘을 것 같다,
박정환 선수가 한두집이라도 좋았던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알수 없게된, 오히려 백이 약간 두텁다고 볼만하다고 합니다.
미세하게나마 흑이 좋았던 흐름이,
미세하게나마 백이 좋았던 흐름으로 넘어온 것 같다고 합니다.


김지석 선수가 상변을 차지했고,
박정환 선수는 이를 받아주지 않고 좌하귀를 차지해서
순서만 바뀌었지 결국은 원점대로 돌아오긴 했습니다.
(유창혁 해설에 의하면 아까 흑 차례에서 상변이나 좌하귀 중 하나 차지, 다음 백이 남은 곳 차지, 흑이 두점 잇기였는데
단순히 순서만 바뀐 결과가 되었죠)


김지석 선수의 끝내기의 묘
저같은 하수는 그냥 왼쪽에서 한번 더 밀거나, 오른쪽에서 젖히거나 했을것 같은데요. ㅠㅠ


잔끝내기가 거의 끝나가고, 이제는 모양이 얼추 정리되었습니다.
유창혁 해설의 형세판단으로는 흑이 적게 잡아도 한집반은 앞서있다며
백이 중앙 차단하는 패를 전개해야한다고 합니다.
온라인의 모든 해설들도 마찬가지로 중앙 패를 못 들어가면 백이 무조건 진다고 합니다.
결국 중앙패가 승부수...


하지만 김지석 선수는 그냥 내려뻗었고, 중앙 패를 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환 선수도 계산서가 나온 모양입니다. 다른 끝내기를 하면서 버티는게 아니라, 그냥 패를 차단해버리네요.
유창혁 해설도 좀 의아해합니다. 중앙 패를 못들어간다면 아까처럼 끝내기를 하는것은 아니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김지석 선수의 마지막 승부패입니다.
흑 대마가 걸려있긴하나, 흑은 자체패도 있고...무엇보다 백이 팻감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팻감이 없으면, 중앙 패해도 지긴 하죠. 아마 김지석 선수도 팻감을 세보고 졌다고 느낀게 아닐까,
그래서 중앙 패가 아닌 우하에서 던질 곳을 찾은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여담입니다만, 던질 곳을 찾는다니까 괜히 드라마 펀치가 생각나는군요.)


김지석 선수가 우상귀 패를 썼습니다만, 흑은 패를 해소합니다.
유창혁 선수는 이 결과가 백이 득인지 모르겠다고...오히려 한집정도 손해본것 같다고 합니다.


우상귀로 이어진 패는, 흑이 해소했고, 백은 팻감으로 썼던 흑 두점을 따냈습니다.


314수, 100수가 넘는 치열한 끝내기 싸움 가운데,
결국은...박정환 선수가 승리했습니다.

[5]
이번 LG배 결승의 의미는 엄청나게 중요했습니다.
일단 박정환 선수는, 80년대 후반생부터 90후 세대까지 유일한 메이저 세계대회 2관왕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최근 세계대회 우승을 하지 못해서, 큰 무대에 약하다는 이미지도 많이 불식시켰습니다.

89년생 이후 세대의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전적을 비교해보면,

강동윤(89) - 09년 후지쯔배 우승
김지석(89) - 14년 삼성화재배 우승
천야오예(89) - 13년 춘란배 우승
장웨이제(91) - 12년 LG배 우승
스웨(91) - 13년 LG배 우승
저우루이양(91) - 13년 백령배 우승
퉈자시(91) - 14년 LG배 우승
탕웨이싱(93) - 13년 삼성화재배 우승
판팅위(96) - 13년 응씨배 우승
미위팅(97) - 13년 몽백합배 우승
커제(97) - 15년 백령배 우승

10명이 넘는 선수들이 세계대회를 우승했지만, 그 중 2회이상 우승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현재 90후세대 중에는 박정환 선수의 커리어가 단연 돋보이면서,
조훈현-이창호-이세돌을 잇는 한국 바둑계 본좌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박정환 선수 다음으로 차기 본좌에 가장 가까워진 선수는 저우루이양 선수입니다.
올해 초에 펼쳐지는 춘란배 결승에서 구리 선수와의 일전을 눈앞에 두고 있지요.
그러나 저우루이양 선수는 한국 선수들에게 중요한 길목에서 번번히 패배하는 선수라서,
춘란배를 우승하더라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김지석 선수의 이번 준우승은 뼈아픈 타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건 [박정환을 극복하지 못했다] 는 점입니다.
상대전적은 18:5로 더 벌어졌고, 국수전에 이어 LG배 결승까지 3번기에서 내리 패했습니다.
두 대국은 모두 제한시간 3시간 이상의 장고대국.
박정환 선수보다 4살이나 많아, 커리어를 쌓을 시간이 그만큼 부족한 김지석 선수에게는
지금 박정환 선수에게 승리해서 나아가도 모자랄 시간이었는데요.

12월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연말 춘란배 4강전에서 구리 선수에게 패배,
2015년을 맞아 1월 국수전 도전자 결정전 3번기에서 박정환 선수에게 패배,
2월 LG배 결승 3번기에서 박정환 선수에게 다시 패배하는 등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기세를 탈 것으로 생각했던 김지석 선수는
박정환의 아성이 오히려 더 높아졌고, 삼성화재배 우승의 기세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6]
LG배 리뷰는 여기까지 하고,
그동안 있었던 국내기전 소식들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전은 이색적인 대진이 나왔습니다.
나현 vs 신민준.
나현 선수는 박정환 선수보다 한살 어린 94년 생으로, 2010년 삼성화재배 4강에 올라 일찍이 유망주로 보였으나
박정환 선수와는 대조적으로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초 초상부동산배 2연승으로 한국의 승리를 견인했고, 이후 정관장 김영삼 감독이 1지명으로 선발하는 등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비록 바둑리그에서는 부진했으나 물가정보배를 우승하면서 국내기전 무관을 탈출하면서
서서히 일류 기사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신민준 선수는, 신진서 선수와 함께 영재입단제도를 통해 선발된 최초의 선수로
이창호-이세돌 '양이'처럼 두 선수도 '양신'으로 불리우고 있었습니다.
신진서 선수에 비해 성적이 썩 좋지는 못했지만,
작년 3월부터 7월까지 약 5개월동안 이세돌 선수가 내제자로 들인 적도 있는 등
잠재력을 인정받던 선수입니다.

승부는 2:0으로 비교적 싱겁게 나현 선수의 승리로 끝났고,
나현선수는 순식간에 국내기전 2관왕이 되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 나현 선수에 대해 평하자면, 아무래도 박한 평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이세돌 선수가 중국 기자와의 사담에서 한 말처럼, '한국에서 나현 1명 나올때 중국에서는 나현 10명이 나온다'고 했었죠.
제 생각도 거의 비슷합니다.

하지만 아까 세계대회 우승자 목록을 보면, 90후 세대에는 10명이 넘는 세계대회 우승자가 있습니다.
나현 선수가 박정환 선수처럼 본좌의 길을 걸을만한 선수는 아닙니다만,
세계대회 우승전력으로 활약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최철한-박영훈-원성진 송아지 삼총사처럼, 나현 선수가 한국의 허리층으로 활약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7]
KBS 바둑왕전 결승에서는 엄청난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98년생 신예 이동훈 선수가, 박정환 선수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면서 첫 국내기전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동훈 선수는 작년에도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준우승을 차지했는데
국내기전에서 기존의 강자들이, 무관의 신예 선수들에게 타이틀을 내주는 흐름은
중국보다 한발 늦게, 그리고 조금 더 규모가 작지만
한국바둑계도 착실하게 세대교체의 흐름을 밟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네요.
물론 몇년 전인 12~13년부터 90후세대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중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긴 합니다...ㅠㅠ

[8]
한국바둑리그가 휴식기간인 상황에서,
여자바둑리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최정-위즈잉 한중 1위의 여류기사들이 있는 서울 부광탁스가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류기사들은 실력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탓인지, 보급기사들로 전향한 여류기사들도 좋은 성적을 내주고 있어
팀간 성적 차이가 매우 적고, 한판 한판에 따라 순위 나눔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여자바둑리그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김미리 선수 떡수 논란' 인데요.

흔히 말도 안되는 최악의 수? 그런 수들을 일컬어 '떡수' 라고 하는데요.
여자바둑리그에서, 김미리 선수에서 논란의 수를 두었습니다.


첫번째로 논란이 된 떡수. 호구치면 사는건데, 한집이라도 더 득보면서 살겠다고 내려뻗다가
순식간에 사는 대마가, 패가 걸려버렸습니다. ㅠㅠ


두번째로 논란이 된 떡수. 이희성 해설이 순간 멘탈이 붕괴되었다고 합니다. 장문 씌우면 어떻게 하냐고요.

결국 그날 저녁, 바둑갤러리에서 김미리 선수가 엄청난 비난을 사게 되었는데,
약 새벽즈음에 김미리 선수가 직접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두번째 수를 왜 두었는지에 대한 참고도를 올렸으며, 첫번째 수는 떡수가 맞다고 인정을 하면서
바갤에 쓴 첫글이 이런 글이 되어 슬프다, 자신 때문에 여자바둑리그를 폄하하지 말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식의 글을 올렸습니다.
(김미리 선수가 올린 글이 다음날 아침에 삭제되었더군요. 그래서 참고도는 올리지 못했습니다.)

[9]
2015년 관전 포인트를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1. 올해 박정환 선수의 행보
박정환 선수는 LG배 우승으로 90후 세대의 커리어하이를 달성했습니다.
만약 이 기세를 쭉 이어나가 2015년도에 세계대회 하나만 더 차지한다면, 3회 우승으로 독보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으며,
현재 메이저 세계대회 7회 우승인 구리 선수의 커리어를 절반가량 따라잡은 셈이 됩니다.
현재 박정환 선수가 93년생으로 전성기가 한참 남은 선수임을 고려하면,
1년에 타이틀 1개씩만 획득할 수 있어도 30대엔 구리 선수 정도의 커리어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향평준화로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인 일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박정환 선수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때보다 더 높아진 시기가 아닐 수 없네요.

2. 춘란배 결승
춘란배 결승전은 구리 vs 저우루이양으로 중-중 결승입니다만, 한국에서도 관심을 가질 결승입니다.
저우루이양 선수가 우승을 차지할 경우, 박정환 선수에 이어 90후세대 세계대회 2회 우승자가 됩니다.
반면 구리 선수의 우승은, 구리 선수의 세계대회 타이틀 수가 7->8로 1회 증가하는 것일뿐, 한중전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라이벌 이세돌 선수는 이미 14회, 마이너 대회 포함 17회 정도로, 구리 선수에게 타이틀 수에서 따라잡힐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아무래도 한국 바둑팬 입장에서는 구리 선수가 한국 선수의 대리전으로 느껴질 정도로 구리 선수를 응원하게 되는군요.

3. 박정환 외 90후 세대들의 행보
나현 선수의 국내기전 2관, 이동훈 선수의 국내기전 우승, 신민준 선수의 국내기전 준우승 등
작년 국내기전은 90후 세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한해였습니다.
이제는 조금 더 스케일을 키워, 세계대회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줄 때가 아닌가 생각되네요.
중국에서는 이미 96~97년생 세계대회 우승자가 3명이나 나왔습니다. 판팅위, 미위팅, 그리고 올해 백령배를 우승한 커제 선수까지.
나현 선수는 상반기때 좀 더 활약해 랭킹을 끌어 올리면 하반기부터 시작하는 삼성화재배 정도는 시드권이 가능해 보입니다만,
나머지 선수들은 예선을 돌파해야겠지요. 세계대회 우승까진 바라지 않습니다만, 8강 이상 진출하여
차기 시드권 확보정도까지는 올라가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런데 예선 돌파하기가 정말 만만찮긴 합니다. 작년 삼성화재배 예선에서도, 강동윤 vs 장웨이제, 나현 vs 미위팅 등
엄청난 매치업들이 성사되었습니다. 최근 바둑계의 상향평준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4. 한중전 3국 시작
2013년, 세계기전 6개를 중국이 싹쓸이하면서, 중국은 한국바둑 시대의 종결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한국은 LG배 8강 한중전 전승으로 4강을 싹쓸이하며 6년만에 LG배를 탈환했고,
삼성화재배에서 김지석 선수가 탕웨이싱 선수에게 승리하면서 2014년은 한국의 승리라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그러나 2014년의 승리는 2013년 중국의 완승과는 달리 백령배, 춘란배를 내준 반쪽짜리 승리였고,
2015년 몽백합배, 삼성화재배, LG배에서 다시 한 번 한중전에서 승리해야 2013년의 굴욕을 씻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박정환/김지석/이세돌 등 기존의 강자들이 타이틀 하나 차지해주고,
나현/신민준/신진서/이동훈 등 무관의 선수들 중에서 타이틀 하나 차지해주면
완벽한 그림이지만...현실은 이번에도 싹쓸이가 되지 않도록 마음 조리고 있어야겠지요. ㅠㅠ

[10]
여하튼 박정환 선수의 본좌로드의 가능성 유지, 그리고 박정환 선수를 이을 차기 권력의 등장을 바라며
이번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라고 하려고 했는데, 농심배를 깜박했군요. 헉헉...

농심배 최종전이 어제 시작했습니다.
어제는 일본의 주장 이야마 유타 선수와, 중국의 3주자 미위팅 선수의 중일전이 펼쳐졌습니다.
누가 이기더라도, 한국은 김지석 선수가 유일하게 살아남았고, 김지석 선수는 오늘부터 3연승을 해야합니다.
단지 일본1 중국2인가, 중국3인가의 차이일 뿐이죠.

결과적으로 이야마 유타 선수가 165수만에 완승을 거두었습니다.
승기가 너무 빨리 기울어서, 미위팅 선수가 꼬장급 착수를 했다고 매너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더군요.
오로에서 해설하던 박정상 해설도 중간중간에 엄청나게 혹평하더군요.

여튼 오늘 오후 3시에 김지석 선수가 출격합니다. 박정환-미위팅을 연파한 이야마 유타 선수와 대결합니다.
그건 그렇고, 이야마 선수 진짜 대단하군요...괜히 일본 바둑의 유일한 희망, 일본 7대 기전 중 6관왕을 차지한 선수가 아닌듯 합니다.

다음 글 또한 작년처럼 빠르게 쓰긴 어려울 듯 하고, 이번처럼 텀이 좀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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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kyou
15/03/04 11:42
수정 아이콘
너무너무 기다렸습니다~ 한동안 안올리시길래 궁금했는데 자주 올려주세요 ^^
선 추천후 감상하겠습니다~
15/03/04 11:49
수정 아이콘
LG배 최종국은 김지석 9단 입장에서는 중반까지 도저히 질 수 없는 바둑을 역전당한 것이라 타격이 더하죠... 명실상부한 황태자 등극+천적 극복이 눈 앞까지 왔었는데... 그걸 따라잡고 결국 승리한 박정환 9단은 마지막까지 냉정을 유지하는 모습이 정말 기계 같더군요... 저는 최근에 김명훈 선수를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현재 gs배에서 4강까지 진출했는데, 바둑 내용도 그렇고 대성할 조짐이 보여요. 이런 신예들이 더 많아져야 중국과 오래오래 싸울 수 있겠지요 ..
라라 안티포바
15/03/04 15:4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저는 박정환 선수가 한국 바둑팬들에게 비난을 받는 이유가,
상향평준화된 현대 바둑에서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이창호-이세돌급으로 보고 있다는 점,
박정환 선수가 중국 갑조리그, 국내기전 및 한국바둑리그의 압도적인 성적에 비해 세계기전 성적이 좋지는 못하다는 점 외에도
한국 바둑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환 뒤는 없다, 박정환이 한국바둑의 마지막 불꽃이라고
팬들도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더욱 초조하고, 더욱 기대하기 때문에 비뚤어진 애정이 박정환 선수를 향한 비난으로 이어지는게 아닌가 합니다.
Nasty breaking B
15/03/04 12:24
수정 아이콘
바알못이지만 이야마 유타라는 선수는 일본 바둑에선 고스트 바둑왕 주인공급 인기일 것 같네요 흐흐
도라귀염
15/03/04 14:29
수정 아이콘
돈도 많이 번다는 순수상금으로만 10억 넘게 버는듯요
이어폰세상
15/03/04 12:32
수정 아이콘
그런데 바갤에 글 쓰는 프로기사가 좀 있나보네요? 목진석 9단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라라 안티포바
15/03/04 15:40
수정 아이콘
제일 먼저 바갤을 하신건 보급기사로 왕성하게 활동하시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다음TV팟에서 바둑방송을 하시는 손근기 프로입니다.
그다음 LG배 8강 싹쓸이 이후 기분이 좋아지신 목진석 선수가 고정닉을 파서 활동중이구요.
박정상 해설은 언제 고정닉을 팠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김지석 선수의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로 알고 있습니다.
고정닉으로 바갤에 꾸준히 글 쓰시는 분들은 이 세분이고, 김지석 선수도 삼성화재배 우승 이후 다른분 아이디를 빌려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iAndroid
15/03/04 12:53
수정 아이콘
상대방이 '이렇게 둘 수 밖에 없을걸?' 이라는 수를 두면 그게 정수라고 해도 상대방 손따라 두는 것 같아서 웬지 두기 싫죠.
하물며 바둑에 대해서는 한가락 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프로기사라면 그게 더 할듯 하네요.
라라 안티포바
15/03/04 15:42
수정 아이콘
네. 단순히 상대가 일감으로 뻔히 보일 수를 알고도 두었다는 것은, 그 이후의 전개를 깊이 수읽기하여 실전적인 수를 찾았다고 생각하기 쉬우니까요.

저같은 하수의 경우, 나도 할 수 있는 순간적인 실수를 상대도 했다고 생각하고 얼른 두어서 응징합니다. 대부분 그 경우가 정답이 되어 응징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구요(...)
15/03/04 13:12
수정 아이콘
농심배 1승하면 성공, 2승(5패)하면 사실상의 우승인게 여지껏 일본 전적으로 알고 있는데, 이야마 유타 선수에게 관심이 가네요. 전적만 봐서는 뒤떨어져 있는 일본 바둑계에 한국이나 중국의 탑5급 기사 하나가 뚝 떨어진 느낌인데..
소신있는팔랑귀
15/03/04 13:39
수정 아이콘
이야마 기재는 중국 탑5급 수준이 아니고 세계 탑5 수준으로 평가받지 않나요? 정말 강한 기사로 보여서요. 수읽기도 참 세고요. 문제는 그 아래가 처참하다는 게...;;;
15/03/04 19:10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몰라서 물어보는거라서요 크크.
뭐 한중 탑5면 세계 탑10이니, 요즘 상향평준화를 감안하면 탑5나 탑10이나 큰 차이는 아닐 듯도 싶네요.
소신있는팔랑귀
15/03/04 19:55
수정 아이콘
정작 저도 모른다는 게 함정입니다. 하수가 뭘 알겠어요. 크크
라라 안티포바
15/03/04 15:44
수정 아이콘
일본 선봉이었던 이치리키 료 선수가 1승, 이야마 유타 선수가 2승으로 일본은 벌써 3승을 했습니다.
일단 한국이 박정환-김지석을 끼고도 일본보다 먼저 전멸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만 봐도,
이번에 일본도 나름 드림팀을 구성한 것으로 봐야겠죠. 선봉이었던 이치리키 료 선수는 세계기전인 글로비츠배 신인왕전 우승자 출신이고,
이야마 선수는 명실상부 일본 1위인데, 원래 국내기전 일정만으로도 바빠 세계기전을 거의 참여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던 선수입니다.
작년에는 이야마 선수가 농심배 출장 안하고 장쉬 선수가 주장이었는데, 올해 나온거보고 좀 의아했습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5/03/04 16:43
수정 아이콘
으음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이 패턴...
일본 우승가능성은 2.69%여야할거같은...(응?)
개미먹이
15/03/04 18:34
수정 아이콘
귀한 정보 잘봤습니다.
15/03/04 19:13
수정 아이콘
그나저나 김지석 9단이 4집반으로 이겼네요.
이쯤 차이나면 대개 불계로 던지던데, 이야마 9단이 막판 실수로 크게 진거라 끝까지 둔 듯도 하네요.
15/03/04 20:44
수정 아이콘
잘 보았습니다. 박정환이 잘 해주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김지석과 함께 앞으로도 한국 바둑을 이끌어 주었으면 하네요.
이치죠 호타루
15/03/04 21:39
수정 아이콘
프로도 저런 실수를 하는군요... 하긴 뭐 정수현 사범님이 예전에 저술했던 정수현 해프닝 극장(이거 워낙 오래 된 책이라 절판됐지 싶네요)에서 보면 천하의 가토 마사오가 어이없는 착각으로 패감이 안 되는 걸 쓰지를 않나, 신중함의 대명사인 린 하이펑이 두 수를 연거푸 두지를 않나, 면돗날 수읽기로 정평이 나 있던 고 정창현 기왕이 우하 엄청난 대마가 죽은 걸 모르고 60여 수를 두다가 급기야 검토실에서 "정교수, 착각하고 있어."라고 시합바둑에서 귀띔해 주지를 않나... 그러고 보니 해당 책의 맨 앞 에피소드가 공교롭게도 "프로도 장문에 걸린다"네요.

패가 나는 사활은... 1선에 치중해도 어느 쪽으로든 모붙이면 사는지라 그렇게 수읽기를 하고 저리 둔 거였나 싶네요. 오른쪽으로 끊었을 때 흑이 단수칠 수밖에 없는데 1선으로 쏙 빠져나가면 오른쪽이 꼼짝없이 자충이라 왼쪽에서 단수쳐야 하는데 젖힐 때 그대로 받을 수 없어서 단패가... 아니 한 수 늘어졌나요? 여하간 패가 나 버린 모양이네요. 맞나요? 애당초 타이젬 같은 데서 바둑 둔 적도 없어서 기력이라고 할 것도 없는 입장이긴 한데...

오늘 황룡사쌍등배는 오정아 2단이 왕천싱까지 잡고 4연승했다고 하더라구요.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초반 포석만 봤는데 왕천싱이 고목에 외목을 둬서 무진장 황당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중앙 공방전까지 상당히 진기한 모양이 나오기도 했구요. 뒷이야기가 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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