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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16 20:00:50
Name Neandertal
Subject [일반] 콩글리쉬가 아니라 Korean English 입니다...
영어라는 언어는 현재 약 20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국제 공용어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는 언어입니다.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의 경우만 보더라도 "광적인"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영어에 쏟아 붓는 시간, 돈, 노력은 상당합니다.

하지만 영어라고 하는 언어는 워낙 폭넓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다보니 이제 단일한 형태의 어떤 전형이 존재하지 않고 사용되는 각 지역의 역사와 환경, 문화에 영향을 받아 독자적인 정체성을 가진 여러 종류의 영어들로 분화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이 있습니다. 즉, 어떤 나라가 영어를 받아들이면 그 즉시 영어는 그 나라의 상황에 맞게 변화하고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영어는 그 나라로 들어오기 전의 영어와는 다른 형태의 영어가 된다는 얘기지요.

따라서 이런 학자들은 영어를 단수로 취급하여 English라고 하지 않고 복수로 취급하여 Englishes 라고 말하곤 합니다. 영어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관점에서 이들은 보통 World Englishes 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런 관점을 잘 보여주는 예들이 있습니다.

영국의 청교도 인들이 처음 아메리카대륙에 정착했을 때 이들이 신대륙에 정착하자마자 영어의 분화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미국 영어"가 시작이 된 것이지요. 영국 영어에서 미국 영어로의 변화는 이 사람들이 신대륙에 도착하고 나서 얼마 후에 시작이 되었을까요? 50년? 100년? 학자들은 단지 수주 만에 "미국 영어"가 분화되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정착민들이 영국에 있는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영국 본토의 사람들에게는 한 번도 본적이 없는 "moccasin (북미 인디언들이 신던 뒤축 없는 신발)", "squall (돌풍)", "skunk (스컹크)"같은 단어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벌써 어휘가 영국 영어와 달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남아공의 영어를 들 수 있습니다. 남아공에서는 다음과 같이 쓰인 도로 표지판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Robot Ahead"

이게 무슨 뜻일까요?...일본 만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 로봇이 앞에 서 있다는 말일까요? 영국에서 온 David Crystal이라고 하는 학자는 이 표지판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알고 봤더니 남아공에서 robot은 우리가 알고 있는 로봇이라는 뜻 이외에도 교통 신호등의 의미로도 쓰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즉 위 표지판은 “앞에 교통 신호등 있음”의 뜻이었던 것이지요. 따라서 남아공에서 여러분들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Turn left at the robot"

"The robot is broken."

"You’ll find the shop three robots ahead."

이렇듯 남아공 영어에는 영국에서 온 어휘의 확장뿐만 아니라 주변 아프리카 지역에서 들어온 어휘들이 자연스럽게 남아공 영어로 편입되어 남아공 영어에서만 쓰이는 어휘가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어휘는 가장 일반적이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어 분화의 예이고 이러한 것은 어휘뿐만 아니라 문법적인 부분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약 4천만 명 정도가 영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데 이들은 “인도 영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발음과 어휘가 영국 영어나 미국 영어와 구별되는 것은 물론이고 문법의 사용도 좀 다릅니다. 그런 것 가운데 하나가 현재진행시제의 사용입니다. 우리가 학교 문법에서 배웠던 "상태 동사는 진행시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것이 인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도 사람들이 영어를 사용할 때

"I am knowing the answer to your question."

"I am remembering what you said."

이러한 표현을 자주 쓴다고 합니다. 영국에서 건너온 영어가 인도의 환경과 문화를 받아들여 용법이 바뀌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World Englishes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영국 영어", "미국 영어", "캐나다 영어", "호주 영어"가 더 뛰어나거나 더 정확한 영어라고 말하기가 어려우며 상대적으로 "인도 영어", "필리핀 영어", "방글라데시 영어"가 더 열등한 영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서로 다른 영어들이라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제 "skinship"이라는 단어를 콩글리쉬라고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요? 문법적으로 오류가 있다거나 또는 네이티브들이 사용하지 않는 잘못된 영어라는 뉘앙스를 품고 있는 "콩글리쉬"가 아니라 영어가 한국에 들어와서 적응한 결과인 영어의 또 다른 분화된 형태의 "Korean English"의 어휘로서 당당하게 얘기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어디까지나 저 혼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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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16 20:09
수정 아이콘
익숙함의 문제가 아닐까요? 문법 이상하거나 발음 이상한 인도영어를 영어권에서는 잘 알아들어도, 소위 콩글리쉬는 잘 못알아 들으니까요. 콩글리쉬가 널리 전파되어, 영어권에서 알아듣는 정도가 높아진다면, 코리안 잉글리쉬가 되겠지요

블랙을 블랙으로, 밀크를 밀크라 발음해도 영어권에서 알아들을 날이 오길 기대해봅니다. 밀키읔 라고 안해도 문제 없게요.

초성체가 안되어서 키읔이라고 썻습니다.
damianhwang
15/02/16 20:21
수정 아이콘
발음보다는 어휘나 조어의 다양성 문제 아닐까요?
Globish 라는 개념이 제시된 건 좀 된 일인듯 헌데;
이게 나중에 세월이 아주 오래 지나면 라틴어가 분화된 것 마냥 분화되지 않을까 싶네요; 영어도.
세상의빛
15/02/16 20:20
수정 아이콘
어제 EBS에서 영어 관련 다큐를 하던데 내용이 이 글과 흡사합니다.
원어민보다 외국인 사용자가 많은 영어의 특성 상 지역에 맞추어 발달해간다는 내용이었는데,
영어가 원어민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했습니다.

흔히 Konglish라고 폄하되었던 표현들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Korean English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랜덤여신
15/02/16 20:26
수정 아이콘
제가 본문과 유사한 이유로 맞춤법 지적질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런 행동은 언어 순수주의의 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언어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판단할 근거가 어떤 주체(한국어라면 국립 국어원)나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죠.

예를 하나 들자면... '나름'이 의존 명사인데 부사처럼 쓰이는 것을 지적하는 것을 들 수 있겠네요. 당장 검색해 보면 이것을 주제로 신문 기사까지 잡히는데, 이런 태도가 너무 지겹습니다.
15/02/16 20:48
수정 아이콘
너무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생각해보면 너무와 비슷한 용법으로 쓰이는
정말 몹시 되게 같은말들은 부정/긍정에 다 쓰이는데
너무만 부정으로 쓰여야 한다는게 조금 이상하더군요.
랜덤여신
15/02/16 20:59
수정 아이콘
제가 그런 표현이 맞는지 틀린지 판단하는 건 어폐가 있는 것 같고,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저는 '전라도식 한국어', '경상도식 한국어'가 있는 것처럼, '랜덤여신식 한국어', 'Ahri식 한국어'도 있다고 믿거든요. 컴퓨터라면 C 컴파일러는 C만 해석할 수 있고 파이선은 해석할 수 없겠지만, 사람은 언어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유사한 한국어군 전체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제 원칙은 '가급적 많은 사람이 해석할 수 있는 한국어의 변종을 쓰자'이지, '특정한 한국어가 있으니 그것만 쓰자'가 아닙니다. 후자가 제가 싫어하는 태도죠.
15/02/17 02:22
수정 아이콘
언어는 사회의 약속입니다. 가급적 많은 사람이 해석할 수 있는 한국어의 변종? 왜 굳이 변종을 만들죠? 그것도 개인적으로? '랜덤여신식 한국어'라는 단어는 솔직히 좀 이상하네요.

'백공설주와 일난곱쟁이' 라고 써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면 모두가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로 해석할테니 상관없나요?
아니면 '나는 먹었다 밥을'라고 어순을 바꿔도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상관없나요?
인터넷 최다 맞춤법 지적안, 되/돼, 안/않 역시 해석에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상관없나요?
랜덤여신
15/02/17 02:26
수정 아이콘
네.
15/02/17 11:08
수정 아이콘
알게쑵니댜~ 구지 시러하쉬는 테도를 보여두린 것 가타 제송하내요~
15/02/17 09:12
수정 아이콘
표준어가 괜히 쓸모도 없는데 꼰대발상으로 이게 맞다고 우길려고 있는게 아닙니다.. -_-;
랜덤여신
15/02/17 10:45
수정 아이콘
세상에 쓸모 없는 게 어딨겠습니까. 쓸모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여길 뿐이지요.
15/02/17 11:01
수정 아이콘
저도 개인적으로 뭐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이제 다 표준어 됐지만) 굳이 바득바득 지적하고 어쩌고 하는 걸 혐오하는지라,
말씀하신 취지를 이해는 하는데 댓글을 보니 도를 넘어 너무 극단에 계신 것 같아서 댓글 달았습니다.

재가 이러케 대끌다는거또 상간어쓰시게찌만 이개 절때 바람지칸 어너사용뻡은 아니져.
15/02/16 21:10
수정 아이콘
콩글리쉬 말이 나와서 말인데, 혹시 스팽글리쉬(Spanglish, 2004) 아직 안 보신 분 있으면 꼭 보세요. 두 번 보세요.

아담 샌들러는 진국이요, 파즈 베가는 진리입니다.
Shandris
15/02/16 21:2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는 영어가 그렇게 통용되진 않으니 동일선상에 놓고 보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미래에 영어가 한국어를 대체한다면 진짜 Korean English가 생길 수 있겠다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한국어가 국어인 상황에서 경제적, 문화적 목적으로 미국이나 영국식 영어를 구사하고자 영어를 배우는거니 최대한 거기에 맞추는 수 밖에요. 아니면 정말 영어공용화 해버린다든가...;;
Neandertal
15/02/16 21:40
수정 아이콘
그렇긴 하죠...아직 영어는 한국에서 유의미한 의사소통 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했다고 보긴 어려우니까요...
나중에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Korean English가 탄생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러기가 쉽진 않을 것 같습니다...
페마나도
15/02/16 23:14
수정 아이콘
저도 여기에 동의합니다.
말씀하신 나라들은 영어가 거의 그 나라 공용어 수준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쓰이는 영어와
한국에서 쓰이는 영어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네요.
싱가포르처럼 공용어처럼 쓰는 수준에서 영어가 진화를 하는 것과
제2외국어 수준에서 영어를 배운후 진화시키는 것은 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하스페르츠
15/02/16 21:37
수정 아이콘
스킨쉽, 파이팅 같은 단어들은 영어라기 보다는 한국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Neandertal
15/02/16 21:49
수정 아이콘
나중에라도 영어가 공용어 또는 상용어 정도의 지위를 한국에서 가지게 되고 그때에도 저런 단어들이 상용된다면 그땐 Korean English 의 어휘로 편입이 되겠지요. 아직은 Korean English라는 게 유의미한 실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으니까요.

참고로 Handphone 같은 단어는 영미권 사전에서도 동남아에서 사용하는 mobile phone을 의미하는 단어라고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15/02/16 21:40
수정 아이콘
미수다에서 한 출연자분이 한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콩글리쉬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된다고 했었죠.
yangjyess
15/02/16 21:47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동남아사람들을 많이 접하는데 그들만의 한국어를 아주 자신감있게 구사합니다. 그걸 보면서 '문법이 엉망이네'라는 생각보다는 '우와 우리말 잘하네'라는 느낌이 훨씬 강하게 들더라구요.
15/02/17 00:38
수정 아이콘
저의 경우 같이일하는 동료들 출신지가 중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 등 다양합니다. 문제는 모두가 스탠다드 잉글리쉬를 공부했기때문에 어느 지역 출신이든 그걸 듣고 이해하는것은 괜찮은데 다른지역 잉글리쉬끼리는 잘안통한다는 겁니다. 저에게는 말레이시아 출신, 인도출신 잉글리쉬가 어렵고 그들도 제 코리안잉글리쉬가 어렵겠지요. 결론은 제가 느끼기에 교육때문에 스탠다드잉글리쉬가 존제하고 강점을 가진다는 겁니다.
Neandertal
15/02/17 00:47
수정 아이콘
World Englishes라고 하는 개념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당연히 이너서클 즉, 영국 영어 (+ 미국 영어)를 기준으로 모든 영어 교육이 이루어저야 함을 주장하지요. 어휘, 발음, 문법 모두 다 이런 영어를 기준으로 해서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문제는 언어라는 것이 생각만큼 인위적인 통제를 철저하게 가하기기 쉽지 않다는 거지요. 우리나라처럼 영어가 공용어, 상용어로 쓰이지 않는 나라들은 그게 가능한 데 이미 영어를 상당한 수준으로 쓰고 있는 나라들에서는 그 나라들만이 갖는 역사, 사회, 문화, 환경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지요.
Frameshift
15/02/17 02:50
수정 아이콘
한국에선 이렇게 한단 말입니다...
잘 모르지만 그냥 드립이 치고싶어서..
이카루스테란
15/02/17 08:16
수정 아이콘
영어가 공용어가 된 뒤에야 이야기할 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호주, 남아공, 싱가폴 어디든지 메이저 영어(?)와는 다른 발음, 표현, 어휘가 존재하지만 그들은 영어를 일상언어로 쓰는 국가입니다. 한국과는 완전히 상황이 다릅니다. 콩글리쉬는 그냥 영어권에서 쓰이지 않는 어휘를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단어로 만들었다는 것이죠. 심지어는 표기도 한글로 합니다. 당연히 문장 수준으로 구사도 할 수 없죠. 콩글리쉬는 그냥 한국어 내에 있는 외래어일 뿐 Korean English 라는 말을 붙여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상대화에서 친구에게 ㅑ don't like skinship. 라고 했을 때 영어로 대답해주는게 아니라 넌 왜 영어 쓰냐라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한 요원한 일이죠.
Neandertal
15/02/17 08:26
수정 아이콘
본문에는 쓰지 못했지만 마지막 단락은 "한국에서도 영어가 공용화, 상용화 된다면" 이라는 전제를 깐 얘기입니다...^^
이카루스테란
15/02/17 08:29
수정 아이콘
공적영역 뿐만 아니라 일상영역에서 현재의 한국어와 대등한 위치에서 영어가 쓰일 수 있다면 Language Skill 란에 Korean, Korean English 라고 쓸 날이 오겠죠 ^^
밀물썰물
15/02/17 08:47
수정 아이콘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
저도 영어 쓰는 나라에서 영어 쓰면서 사는데, 한국에서 알던 영어와 많은 차이를 느껴서, 즉 한국에서 이것이 정통 영어다 라고 배웠던 것과 여기저기 차이가 있어 영어라는 국제어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해 봅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5/02/17 11:37
수정 아이콘
미국, 인도, 남아공은... 영어가 제1언어입니다. 이미 자국의 공용어가 '영어'인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현지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이 현지화가 된 영어가 범용적으로 사용됩니다만, 우리나라는 영어가 공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은 korean english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15/02/17 11:44
수정 아이콘
콩글리시가 콩글리시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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