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2/05 20:43:19
Name 王天君
File #1 jupiter_ascending_tatum_kunis_rocket_boots_600x342.jpg (57.3 KB), Download : 61
Subject [일반] [스포] 주피터 어센딩 보고 왔습니다.


이민자 출신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화장실 청소 같은 변변치 않은 선택지만이 있을 뿐이죠. 거창한 이름을 가진 쥬피터 존스도 이런 현실에서 예외는 아닙니다. 그렇게 생계를 허드렛일로 꾸려나가던 어느날, 쥬피터는 철없는 오빠의 꾐에 넘어가 난자를 팔기로 합니다. 그러나 막상 누운 수술대 위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정체불명의 외계인에게 쥬피터는 거의 죽을 뻔 합니다. 위기의 순간, 뾰족한 귀의 잘생긴 사내가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그녀는 전혀 생각치도 않았던 진실을 마주합니다. 쥬피터 존스는 사실 우주를 지배하는 아브라삭스 가문의 혈통을 가지고 있는, 그것도 여왕의 환생이라는 사실을요. 갑작스레 지구의 운명을 손에 쥐게 된 쥬피터는 자기 자신과 지구를 구하기 위해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한 모험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런 영화를 두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지는 않을 겁니다. 청소년을 (혹은 유아를) 타겟으로 한 오락 영화에 작품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간낭비죠. 다만 오락영화로서도 얼마나 그럴싸하게 관객들을 속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관건일텐데, 이 영화는 이런 부분에서 철저하게 실패합니다. 당연히 설정은 독창적이지도, 이야기 구조가 꼼꼼하지도, 감정선의 흐름이 자연스럽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단점을 참아줄만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해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CG 떡칠이 된 우주선이나 제국의 모습에 사실 무슨 감흥이 있겠습니까.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액션일텐데, 꽤 재미있는 장면들이 그래비티 부츠를 이용한 활공 액션에서 나오기는 합니다만 그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을 내내 견뎌야 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주인공은 지나치게 만능이고 저 좋은 하이테크를 왜 저런 싸구려 용병만 독점사용하고 있는걸까 등의 고민이 금새 떠오르는데, 결국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장면들의 나열이라는 결론이 금방 나옵니다. 그렇다면 액션영화가 주는 긴박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죠.

영화는 타고난 장르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제 얼추 그렇게 되겠거니 하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예측하는 장면들이 뒤따릅니다. 충성스럽지만 동시에 반항심을 품은 고독한 남자, 그리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그런 남자에게 자연스레 이끌리는 고귀한 여자, 이 여자를 어떻게든 유혹하고 이용해먹으려는 다른 경쟁자들, 결정적으로 이 여자를 해치우려는 귀족적 까탈스러움의 제 1인자까지. 여기에 우주선과 레이져 총, 그리고 인류는 사실 외계인이 재배하는 일종의 상품이라는 별 충격적일 것도 없는 사실까지 뿌리면 누구나 어떤 스토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겠죠. 이 영화는 그 상상력의 가장 일반적이고 뻔한 버젼을 영상화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가장 크게 걸리는 것은 이 영화의 위기가 너무나 쉽게 해결된다는 사실입니다. 틴에이져 로맨스 같은 건 귀엽게 봐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그렇게나 진보하고 거대한 문명 자체가 이렇게 허술하게 붕괴하는 것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저것 우겨넣은 다른 설정들이야 어떻게 될 지언정 액션영화로서의 기승전결은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던 에디 레드메인만 우스꽝스러워지더군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트와일라잇+가쉽걸입니다. 애초에 진지한 척 하지 않는 점에서 이 영화는 훨씬 덜 간지럽긴 합니다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적나라하게 깔린 철부지 판타지가 감상을 심하게 저해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는 두 시간안에 뭉개넣기에는 너무 사이즈가 컸습니다. 차라리 드라마로 세계관의 설정과 인물들간의 드라마를 차근차근 풀어나갔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확실히 말 할 수 있는 건, 사랑에 빠지는 것도, 지구를 구하는 것도 참 설렁설렁 쉽기만 한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겁니다.

@ 배두나요? 엑스트라 수준입니다.

@ 밀라 쿠니스를 참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칼리크 아브라삭스라는 캐릭터가 더 이쁘더군요.

@ 좀 이해가 안가는게…. 프리져가 행성을 사고 파는 것 같은 설정 붕괴가 있습니다.

@ 후반부에는 편집이 너무 툭 튀어서 좀 안쓰럽기까지 하더군요.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놓고 보자는 자포자기 같은 게 느껴졌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기아트윈스
15/02/05 20:51
수정 아이콘
[목성] 계층글인가 했네요 흐흐...;
대충 읽고 나니 실제로도 목성급 영화가 아닌가 싶구요.
브라운
15/02/05 21:00
수정 아이콘
이걸 보려고 6시에 일어나서 왕십리에 간... 으으..
그냥 아쉬움만 가득했습니다. 여배우의 뒤태(?)에 감탄했지만 그냥 매력 없는 캐릭터 같더군요.
발렘 목소리 왠지 매력...이..
아브라삭스 3남매가 더 좋더군요.
15/02/05 21:44
수정 아이콘
[목성]급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의 영광은 어디가고 어쩌다 이렇게 됐나 싶네요.

본문 내용대로 드라마로 구성했으면 (조금 부족한 부분들을 잘 메꿨다면) 스타트렉은 못돼도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사티레브
15/02/05 21:44
수정 아이콘
칼리크는 그냥 끼워맞추기였던듯 오전에 보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녀의 등장 의의는 목욕전후를 보여주기 위한 것밖에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전 오히려 2시간이 너무 길었던듯했습니다 단선적으로 쭉쭉 이어나가도 될걸 쓸데없는 장면과 액션과 구성과 캐릭터가 많았던듯
자전거도둑
15/02/05 22:32
수정 아이콘
참 지루하더군요. 그럭저럭 시간은 가지만...
영원한초보
15/02/06 00:31
수정 아이콘
아 칼리크가 씬시티의 에바 그린 정도만 되었어도 뇌세포 활동을 중지 시킬 수 있었는데...
SF디자인으로 따지면 이야기거리가 있을 것 같지만
스토리는 얘기할 건덕지가 거의 없는 영화입니다.
보면서 아 제작비 아깝다 이런 생각이 처음으로 든 영화입니다. 특수효과 좀 엉성해도 스토리 보강하는데 돈 쓰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설정은 나쁘지 않은데 드라마가 왜이리 개판인지
낭만토스
15/02/06 09:18
수정 아이콘
이젠 대충 시놉시스만 봐도 영화가 예측이 된다능....
이런건 영화채널에서 그래비티부츠 잠깐 보다가
채널 돌리면 된다능....
김연아
15/02/06 09:40
수정 아이콘
선취소 후감상 크크크
myangelum
15/02/06 14:36
수정 아이콘
워쇼스키 남매는 이제 성인보다는 미성년자를 위한 영화만 기획하는듯 하네여.
스피드레이서 이후의 영화가 전부 그런 방향인듯
이시코기
15/02/06 16:13
수정 아이콘
시놉시스에서 벌써 빠이빠이였죠.. 남매가 과연 어떻게 재기할지 궁금하네요
성동구
15/02/06 20:13
수정 아이콘
제일 이해가 안되는건, 마지막에 이제 지구의 주인이 된 주인공이 왜 대체 허드렛일을 계속 하면서
행복해하는걸까......

저 같은 농노는 이해 못하는 왕족의 마음가짐인가;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6402 [일반] 이광종 감독님이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25] 볼리베어6556 15/02/05 6556 3
56401 [일반] 이게 뭐라고 설레일까요... [39] 에이핑크8838 15/02/05 8838 0
56400 [일반] 박태환 매형이 처음 주사 맞을때 녹취한게 있다고 하네요. [112] 마이클조던16543 15/02/05 16543 0
56398 [일반] 골프 연습장 운영 이야기 3. - 골프레슨시스템 [9] Typhoon6559 15/02/05 6559 4
56397 [일반] 자본론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15] 바위처럼4633 15/02/05 4633 6
56396 [일반] [스포] 주피터 어센딩 보고 왔습니다. [11] 王天君4674 15/02/05 4674 0
56395 [일반] 나는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싫다. [71] 化神6023 15/02/05 6023 26
56394 [일반] 독일의 월세에 대해 썰을 풀어보자.txt [23] 표절작곡가22431 15/02/05 22431 1
56393 [일반] 어묵을 먹으면서 친구들을 먹는다고 한 일베 회원이 잡혔네요. [78] 저 신경쓰여요10949 15/02/05 10949 0
56392 [일반] [계층] 뜬금없는 나눔 - 작년 달력 필요하신 분? [48] The xian3521 15/02/05 3521 4
56391 [일반] 생각보다 속시원한 알바몬 최저시급 광고 [101] chamchI9463 15/02/05 9463 9
56390 [일반] Supercell, Egoist 프로듀서 ryo 베스트 곡 10 [12] 발롱도르4701 15/02/05 4701 2
56389 [일반] 나라 망하는 복지는 무엇인가 [78] 어강됴리10577 15/02/05 10577 15
56388 [일반] 아들을 출산했습니다. [44] 피들스틱4790 15/02/05 4790 8
56387 [일반] 미국경제에 기름같은걸 끼얹나? [48] Elvenblood8323 15/02/05 8323 17
56386 [일반] 저의 골프입문기-좋은 연습장 찾아 삼만리 [24] viper4444 15/02/05 4444 2
56385 [일반] 북한 외교문제 [122] 삭제됨6503 15/02/05 6503 2
56382 [일반]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법인세 이야기2 (한국 언론의 자기복제) [21] 달과별11070 15/02/05 11070 4
56381 [일반] 박태환 "네비도인지 모른 채 남성 호르몬 수치를 높이는 약인 줄로만 알고 맞았다" [105] 발롱도르14222 15/02/05 14222 4
56380 [일반] ‘알바몬’ 광고에 뿔난 PC방·편의점 사장님들…왜? [109] 만일....1000114193 15/02/05 14193 24
56379 [일반] 브라질리언 왁싱 후기 올립니다. [90] 56752 15/02/05 56752 4
56378 [일반] 쎄시봉 vs 조선명탐정 vs 킹스맨 설날 극장가 승자는?(간단리뷰) [36] 자전거도둑6035 15/02/04 6035 0
56377 [일반] 내가 노래를 만드는 방법 [5] 망고가게주인2339 15/02/04 2339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