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이라서 사람들의 얼굴도 조금은 낯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어요.
거의 모두 예전에 보던 사람들이었고, 대부분은 반갑게 맞이해 주고 걱정해 주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쉬다 왔으니 행복한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다시 달려보자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앞으로는 몸을 귀하게 여기라고 따끔하게 지적하는 사람도 있고, 뭐 그렇지요.
자의반 타의반 한가한 시간을 보내면서 걱정했던 것보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아직 추운 겨울날에 한때나마 앉을 책상이 있고, 동료가 있고, 앉아 있을 자리가 있는 게 어딘가 싶고,
걱정과 격려와 사무적 인사와 달콤한 말 속의 칼,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곳이 사회이고 일터니까요.
그간 고지식한 직언으로 트러블을 일으켰던 일도 있었고, 여기까지인가 생각해 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새로운 도전을 권하던 사람을 따라 대기업의 문턱에도 가서 제법 오래 있어 보기도 했고,
정말 과분하고 고마운, 최고의 보스와 동료들과 팀원들을 만나 팀장 자리에 앉아 게임 하나를 런칭할 수 있었지요.
수많은 것들을 받았고 수많은 것들을 주었던 지난 십여 년 이상의 기억들이 그렇게 순간순간 떠올랐습니다.
잠깐은 일을 놓았던 사람이고 오늘은 당장 일이 없다보니 이런 한가로운 생각도 하나 봅니다.
다음 주부턴 복습이라도 할 겸 공백 기간 동안의 문서라도 읽어 보며 제대로 일할 준비 해야죠.
나이 먹어서 몽니나 고집만 남았다는 소리 듣지 않으려면 어떤 거라도 배워야 하니까요.
제가 언젠가는 다 내려놓거나, 더 이상 일할 재주가 없어 이 분야를 떠날 날이 오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않을 겁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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