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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20 16:31:23
Name AspenShaker
Subject [일반] 김치에 굴이 들어있다
때깔좋고 신선한 김치를 접하게 되었다.
먹음직스러운 빠알간 색감과 그안에 숨겨진 신선한 배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숙성되어 갓 냉장고에서 꺼내온듯한 시원함까지.
누가봐도 맛있어보이는 김치를 맛본다. 생각했던대로 맛까지 일품이다.
밥을 먹을때마다 김치를 곁들인다. 어떤 반찬과 먹어도 조화롭다고 생각하면서 먹었던 어느날,
왜 그제야 알아차린걸까, 김치에는 굴이 들어있었다.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나는 어릴적부터 굴을 먹지 못했다. 그옛날에 상태가 좋지못한 굴을 먹어서일까,
그다지 편식하는 일이 없는 편임에도 나는 굴이라는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먹다보면 괜찮아 지겠지, 내가좋아하는 매콤하고 싱싱한 김치니까,처음 먹었을때 굴이 들어간 것을 몰랐을 정도로 김치의 맛은
매력적이었기에, 굴이 좀 들어갔다고해서 이 김치가 못먹을 수준은 아니야.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더이상 그 김치를 찾지 않게 되었다. 먹다보면 익숙해지는것이 있는가 반면 먹어도먹어도 익숙해지지 않고
그 이질감이 도드라지는것이 있다는것을 알게되었을 무렵, 그렇게 굴이들어간 김치는 먹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이 김치가 나와는 결국 함께 할수 없을것이라는것을 깨닳기까지 삼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우연히 카톡의 숨긴친구란에 가보니, 그 아이의 프로필사진이 업데이트 되었다. 업데이트 되었다기보다는 몇번 바뀔동안 볼 기회도
필요도 없었을것이다. 그 아이는 정말로 매력적이었다, 깨끗한 피부에 주변의 대부분이 인정하는 예쁜얼굴, 어느자리에 나가도
주변의 호감을 사는 착한 성품까지. 하다보니 김치(...)의 예를 들은게 미안할 정도로 소탈하고 검소한 아이였다.
주변에서 도대체 왜 헤어졌냐는 말을 수도없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굴을.. 극복하지 못했다.

시간이 꽤 지나 다시봐도 정말 좋은 김치다. 아마 나는 굴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중에서는 절대로 다시 저런 특상품을 평생 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슬프면서도 화가난다, 저렇게 좋은 김치인데, 왜하필 굴이 들어있는걸까. 굴만 없었으면 평생을 함께
했을지도 모르는데.왜하필..
그러한 감정에 휩싸이면서도 다시 그 김치를 접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나는 절대로 극복할수 없다는걸 깨닳는데만
많은 시간이 걸렸고, 그정도 고민했으면 충분한 답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제 두번다시 그 좋았던 김치의 맛과, 모습조차 볼일이 없을것이다. 굴은 누군가에겐 못먹는 음식이지만 누군가에겐 대단한
기호식품이다. 김치와 굴을 선호하는 좋은 파트너를 만나 인생을 빛내길 바란다.
그리고 다음에 태어날땐 한번쯤 굴이 들어가지 않은 모습으로 내앞에 나타나 주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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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제 어머
15/01/20 16:41
수정 아이콘
사람만나는건 99가지 좋은점이 있어도 1가지를 극복못하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타인이 나를 위해서 변하는걸 바라는건 욕심이고 판타지다.
연애는 타이밍이다.

3가지가 기본전제가 되더군요. 예외를 기대하면서 가는건 확률낮은 도박이라 생각합니다
스타슈터
15/01/20 16:48
수정 아이콘
좋은 비유네요.
제가 요새 고민하는 문제와 많이 흡사한 상황인것 같아요.

제 예전 경험들을 조금 보태자면,
결국 굴이 좋은 사람은 좋은 굴이 들어간 김치를 찾고,
굴이 싫은 사람은 굴이 없는 김치를 찾는게 정답인것 같아요.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결국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게 서로를 위해 좋은거겠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안 어울리는건 뭔 짓을 해도 안되고, 어울리는 것은 별 신경 안써도 잘만 된다고.
안 어울리는 것은 나에게 맞게 아무리 포장해 봤자 내용물은 변하지 않는다고.
김치에 굴이 보이지 않아도 결국 오랜 시간 후에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네요.
15/01/20 16:56
수정 아이콘
뭐 사람 인연이라는게 0.00001%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헤어지는거니까요.
전 청각의 식감과 향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김치에 청각이 들어가있으면 청각을 털어내고 먹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순간 마찬가지로 청각이 들어간 김치를 멀리하게됐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사람관계에서도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멀리하게됐죠.
예전에는 맞지않아도 내가 맞추면 된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걸 몸으로 느끼는 순간 나이가 좀 더 들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유리한
15/01/20 17:14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 김치에 굴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러한 맛을 내지는 못했을 겁니다.
왜 하필 굴이 들어가 있는가.. 의 물음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 굴이 빠진다면 과연 그 김치는 그 김치일까, 아니면 다른 김치일까.. 도 생각해보는게 좋지 않을까요?

뭐 어쨌든..
금방 먹은 김치에는 굴을 넣지만, 오래 두고 먹을 김치에는 굴을 넣지 않는게 일반적인데,
굴이 삭으면서 전체적으로 빨리 쉬고 물러서 전체적으로 맛이 떨어질겁니다..
15/01/20 18:45
수정 아이콘
아.. 얼마전에 이별했는데 뭔가 와닿는 글이네요
15/01/20 19:28
수정 아이콘
전 예전엔 굴을 싫어했는데 지금은 잘먹습니다.
사람끼리 안맞는 부분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거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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