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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19 21:14:44
Name 하루의일기
Subject [일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의사발언의 자유



제가 이제 겨우 20 중반 밖에 안 산 사람이긴 하지만,
느낀 게 있거든요.
사람들은 말의 내용이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본다는 걸요.


그래서 정치도 사회도 그냥 작은 인간관계가 일어나는 보통 내 주변 사회에서도
사람과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이미지를 보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판단한다는 것을요.


정치도 이미지죠.
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은 레토릭이죠.
제 관찰은 그랬거든요.
중요한 것은 이미지죠.
박근혜에 대한 어른들의 이미지가 내용없는 말임에도 말을 참 잘 하고 맞는 말이라는 판단을 했죠.


보통 일상 현실에서는,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삶을 연명하는 사람에게
제 할일도 제대로 못하는 주제에 정치에 관심을 갖고 거기에 대해서 감히 떠드는 게 우숩네
라는 말로 돌아오죠.
실행하려는 정책의 대상자가 되는 사람들이라서
가진 것은 없지만 무엇보다도 그 실정을 잘 아는 사람임에도
주제에 정치에  관심을 갖고 얘기하는 게 우숩네 라는 말로 돌아오죠.

비정규직의 문제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르바이트 문제는 아르바이터가
파견직의 문제는 파견직 근로자가
공장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문제는 공장 노동자가
그 실정을 가장 잘 앎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노동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주제에, 지 앞가림이나 잘 할 것이지. 시궁창 인생일 수록 정치에 관심갖더라. 저렇게 남탓하니 계속 저 모양 저 꼴이지.
제 앞가림도 못한 낙오자가 뭘 안다고 정치에 대해 떠들어? 저것도 다 열등감이지. 한심하다.> 라는 말로 돌아올  뿐이죠.


사람들은 <자격 - 이미지>이라는 이름 아래
타인의 의사표현의 자유와 심지어 학문을 할 자유 조차도 박탈해요.
의사표현의 자유는 <자격- 이미지>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묵살되죠.


레토릭을 말할 자격,
노동을 말할 자격,
정치에 대해 말할 자격,
파시즘을 말할 자격,
학문을 할 자격,
독서를 할 자격,

자격이라는 이름 아래
발언권은 묵살되고
학문 할 자유와 독서를 할 자유와 정치에 관심갖고 논할 자유를 비웃었을 뿐이고
그 비웃음은  인간이 인간답게 한 존재로서 살아가는 실존의 권리를 박탈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실존은 데카르트가 말한 <나는 생각한다 , 고로 존재한다>입니다.
생각이죠.  그 생각은 관찰로 독서로 학문으로 인문학으로 더욱 확장되고 깊어지죠.
그래서 이것이 박탈되는 것은 하나의 실존의 권리에 대한 박탈이라는 해석을 해봅니다.


자격이라는 이름으로,
~주제에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라는 이름으로.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이죠.
이미지의 사회.

그 이미지와 자격이라는 이름 아래 있었던
발언권 묵살의  다수에 의한 폭력을 겪었던 지난 수년간 얻은 치명적인 독은 이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실이 아닌 자격과 이미지라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
이미지와 비약에 의해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버렸다는 것.
그것이 옳지 못하다는 감정만 남긴 채 관찰도 생각도 뭣도 하지 않고 해석하려 하지도 않았더라면,
어떤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을까 싶은 오늘입니다.


현재의 한국,
이미지의 사회,
이미지와 자격 아래 발언은 묵살되고 권리마저도 비웃음 당하는 사회,
그것이 당연하다고 다수가 생각하고 있는 사회,


한국은 파시스트들이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모두가 누군가에게 여러가지 말이나 행동으로 갑질을 하지만,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소위 말하는 <갑>의 갑질에 대해서는 분개하죠.


자격을 얘기하는 사회,
이상한 말을 해도 이미지가 있다면 합리적인 말로 포장되어지는 사회,

그 사회가 바로 현대 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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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이리
15/01/19 21:33
수정 아이콘
선진사회일수록 덜 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말귀 잘 못알아드는 건 만국공통이고요. 텍스트를 해석하기전에 화자의 권위에 휘둘리는 것도 만국 공통입니다.
다만 한국에서 화자의 '자격'을 유독 따지는 이유는, 말을 이해하는 문제에서 유독 후진 국가이라서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서열관계에 민감한 국가이기 때문으로 봅니다.
마스터충달
15/01/19 23:34
수정 아이콘
저는 글을 쓰다보면 권위에 기대는 경우가 참 많더라고요.
생각의 근거로써 권위있는 사람들의 말을 끌어오면 여러모로 편리하기도 하고, 그들의 권위만큼 근거도 강해지거든요.
권위라는 것이 무조건 탈권위를 지향해야 할 만큼 문제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사람들마다 다른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대통령이 연설만 하면 "콩으로 메주 쑤는 소리 한다."고 핀잔하고 있는데요.
지금, 광풍이 지나고 난뒤, 안철수 의원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만만찮게 '콩으로 메주 쑤는 소리' 같거든요;;
이 점을 생각하면 그 대상이 어떤 이미지를 심어놨느냐도 분명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yangjyess
15/01/20 00:12
수정 아이콘
사람들은 옳은 말을 듣기보다는 좋은 사람의 말을 듣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경향이 부정적인 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절히 이용할줄도 알아야 할거 같아요.
치맛살
15/01/20 00:50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는 하루의일기님의 글을 좋아하는데, 좀더 엄밀히 말하자면, 개인적인 관점에서 출발하여 주제에 천착하고 파고드는, 분석하는 스타일을 더 매력적으로 느낍니다.
아마 지난 몇개의 쓰신 글들이 쌓여서 그런 이미지를 저에게 가져왔을 겁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의도하지 않아도 대체로 본인의 이미지를 스스로 형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입에서 떠난 말을 판단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과거, 그가 일구어 왔던 삶에 비추어 말의 의도 또는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죠.
일전에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놀이로 유명한 명언 뒤에 명사의 이름 대신에, (30세, 무직)으로 바꾸어 넣던 것이 있었습니다. 좋은 말이지만 뻔한 이야기가 듣는이의 가슴에 울림을 주기위해서는 화자의 권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로 생각이 됩니다. 민주사회에서 사람이 n명이 있다면, n개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고, 각각은 1/n의 울림만을 가지고 곧 사그라들겠죠. 하지만 누군가 권위를 가지고 말할 때 우리는 그것을 1/n으로 듣지않고 더 비중을 주어 듣습니다.
결국 문제는 화자의 권위 자체가 아니라, 거짓으로 형성된 이미지에 군중이 휩쓸리게 될 때가 문제이겠죠. 어떻게 군중을 움직일 것인가는 다분히 정치 공학적인 이야기이고 저는 이쪽을 잘 모릅니다. 본문에서 문제 삼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가 특히 저런 거짓 이미지에 잘 휩쓸린다는 뜻으로 읽었는데, 아마도 명제 자체는 옳은 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뻔한 말이니 묻히겠죠.
하루의 일기님이 혹시나 본인의 발언에 대하여 흘려 듣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지길 원하신다면 꼭 학계에 뜻을 두고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이쪽도 정말정말 권위에 기대는 곳이지만, 적어도 outstanding하는 결과에 대하여 외면하는 곳은 아니니까요. 다만, outstanding이라는게 뜻 그대로 쉽지 않습니다. 배움과 앎의 즐거움에 기대어 일희일비보다는 긴 호흡으로 가셨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관심있어 하시는 분야에서 먼저 시작한 동료들이 쌓아놓은 상아탑의 높이도 만만치 않기에 꼭 정규코스를 밟아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상아탑을 올라가면서 알게되는 지식과 가지는 권위, 그리고 올라섰을 때 보이는 정도가 탑의 바깥에서 혼자 이루려는 것과는 차이가 많이 날 것입니다.
주제넘게 주저리주저리 적어버렸지만 응원하는 것이니, 혹여라도 불쾌하셨다면 그저 권위없는 1/n의 지나가는 소리로 받아들여주세요. 헤헤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검은책
15/01/20 06:36
수정 아이콘
저도 레토릭을 좋아하니까 레토릭으로 화답하죠.

매트릭스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루의 일기님이 말씀하신 비정규직, 아르바이터, 파견직 근로자, 공장노동자가 그들이죠.
이들은 어떻게든 매트릭스 안으로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매트릭스가 유연하지 않으면 그 안으로 진입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한국사회의 유연성에 대해서는 길게 말하지 않을랍니다. 입,아니 손가락만 아프니까요.

박근혜가 먹히는 것은 그녀가 매트릭스의 중심에 있기 때문입니다.
매트릭스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트릭스에서 밀려난 사람과 매트릭스의 중심에 서있는 사람의 위상차는?
뭐... 말이 필요없겠죠.
말이 먹히고 안먹히고는 이 위상차에서 나오는 것이죠.
적어도 매트릭스 안에서는요.

하루의 일기님의 레토릭은 매트릭스 안에 있는 사람에게 [빨간약]을 권유하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나팔수와 하이에나]같은 레토릭이 빨간약이죠.
자신이 나팔수이거나 하이에나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면 그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할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루의 일기님의 레토릭을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빨간약을 이미 먹은 사람이죠.
사람들이 빨간약을 먹고 싶어할까요?
당연히 먹고 싶지 않죠. 빨간약을 선택해서 레오가 겪어야 했던 일을 생각해보세요.

가끔 매트릭스안에서 빨간약을 먹고 깨어나는 사람들도 있죠.
그 사람들은 매트릭스가 갑갑해서 스스로 매트릭스 바깥으로 나오거나 분열증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지요.

뭐 저는 빨간약이든 파란약이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자유의지가 있나요? 저번에 은님하고, 저하고, 하루의 일기님은 어떤 결론을 내렸던가요?
제 결론은 이거였는데요.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자유의지는 없다.]
즉, 빨간약도 파란약도 결국은 깜냥이다. 크크크

레토릭의 직관은 방법론의 낭비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낭비를 피하려고 레토릭에만 의존하면 자뻑에 그치고 맙니다.
레토릭의 쾌감을 즐기시되, 방법론의 지난한 길도 걸을 줄 알아야 진정한 철학이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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