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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15 23:26
우리 할아버님 팬입니다. 그랜토리노 빵야신은 평생 가지고 갈만한 명장면이라고 생각해요. 늘 느끼지만 총 하나로 많은 메시지를 날리는 감독님이 아니신가 합니다. 영화 참 좋아요 흑흑
15/01/15 23:31
어제 개봉하자마자 봤는데.. 세간의 평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근래의 이스트우드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별로였습니다.
물론 영화가 중간까지 내포하는 바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결론에 이르러서는 이스트우드의 리버테리안 적인 면모도 결국 애국주의에 함몰되고 마는구나라는 생각밖에 안들더군요. 도리어 그럴면모가 넘쳐나고도 남았을 깃발-편지 연작보다 도리어 노골적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왜 그런가를 얘기하려고 하니 스포가 되어 안되겠군요;;)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그랜토리노를 기대하고 갔는데 미 보훈처 홍보영화를 보고 온 기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영화자체가 재미없다거나 하지는 않으니 비추천작은 아닙니다.
15/01/15 23:38
사실 실화바탕이라 결말이 그렇게 났겠구나라는 생각도 좀 들었습니다.
중간까지는 보면서도 '아 뭐지? 뭘까?'했는데.. 막판에 '뭐야...'(거기에 크레딧에서 '허허..')가 된 기분이라..
15/01/16 01:07
전 엄청 비판적인 시선으로 봤습니다. 동생이 fuck this place 라고 표현하면서 '전쟁x까' 라고 한것도 그렇고,
복수하러 가야한다며 이동할때도 영웅적인 표현보다는 그냥 미치광이들 보여주듯이 잡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비씰출신 마지막 두명이 남았을때 "니가 해냈어 잘했어 넌 영웅이야" 라고 이야기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집에가고 싶어 미치는 상태였죠. 복수심에 어떻게든 싸워서 잡았을뿐, 정작 주인공이 기뻐하지도 않았고 - 보훈처에 있는 전쟁용사들의 모습도 그다지 멋지게 비춰지지는 않아서 딱히 국뽕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15/01/16 03:34
으어.. 너무 자세히 내용을 적으신게 아닌가 합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의견을 적다보니 너무 스포가 되서 지웠습니다. 뭉뚱그려 얘기하자면 영화적 장치로는 영화가 시작할때의 양-늑대-양치기 개의 비유와 후반의 바비큐파티 소동이 매치되면서 극적고조를 이룹니다만 솔직히 그 이후가 너무 어정쩡하고, 이후의 엔딩씬때문에 중반까지의 치열한 고민이 완전 뭉개져버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는 전쟁의 참상은 보여줍니다만, 절대로 전쟁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15/01/15 23:56
찜찜한 영화였습니다. 스릴 넘치는 장면이 많았고 인상적인 연출에 호흡도 괜찮았는데 엔딩을 보면서 "왜 내가 남의 나라 전쟁 영웅 이야기를 2시간 넘게 보고 있지?"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반대로 읽힐 장치들이 꽤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은 그저 감독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나열했다는 의심이 들 정도 였습니다.
15/01/16 03:33
영화를 굉장히 라이트하게 보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긴장감도 전혀 들지 않고 비추였습니다. '에너미 앳 더 게이트' 정도 예상하고 갔었는데 실망하였습니다.ㅠㅠ
15/01/16 04:22
장르를 드라마로 생각하고 극장 가시길 권합니다.
매우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시각적인 부분만 놓고 보면 블랙호크 다운, 허트로커, 제로다크 서티 이상의 무언가는 보여주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꽤나 까탈스럽게 보는 제 시각에서도 별점 4.0 / 5.0은 줄 수 있는 훌륭한 영화입니다.
15/01/17 01:14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얼마전에 보았는데 개인적으로 <그란 토리노> 이후 이스트우드의 영화 중에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뤘다는 생각입니다. 함의하고 있는 메시지를 기준으로 전쟁영화를 거칠게 나누어 본다면 마이클 베이 스타일의 즉물적인 오락물이 있을 것이고, 보훈처 영화처럼 애국주의 프로파간다도 존재할테고, 전쟁의 참상이나 후유증을 고발하는 반전주의 영화도 있겠죠. 이렇게 크게 세 부류가 전쟁영화의 주요 범주를 형성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뛰어난 점은, 그리고 물리적으로 쌓인 시간의 혜안이 짙게 드리워졌다는 것은 이 세 가지 클리셰적인 범주 그 어느 쪽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보는 시선에 따라서 미국방부 홍보영화로도 반전영화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의 댓글에도 이 두 가지 관점으로 영화를 읽으신 분들의 글이 있지요.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한 선악 구분을 부정한 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인간들의 삶의 양태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군들을 찬양하는 듯 하다가도 이라크군의 모습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새 전쟁의 후유증과 폭력을 드러냅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함부로 이들의 삶을 재단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읽힙니다. 우리는 자신의 인식과 가치관에 따라 예술을, 지엽적으로 말한다면 영화를 읽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어버이연합의 예비후보같은 크리스 카일이 짜증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라크군에게 연민의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 위악적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때 이스트우드는 그 어느 누구도 구분할 수 없는 모래폭풍을 불러옵니다. 인생은 이렇게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폭풍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죠.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나 일상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다들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는 점은 전쟁 자체가 근원적 폭력의 형태임을 인정하는 연출이라고 보여집니다. 즉, 이스트우드가 이 영화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전쟁과 같은 '폭력'은 근원적 차원에서 악 그 자체이지만 이를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개인을 자신의 입장에서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윤리적 태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스트우드의 이러한 관점은 아무런 이유없이 주인공을 죽이고 마는 참전군인의 非극적 묘사에서도 드러납니다. 자, 그러면 보훈영화 같은 엔딩 크레딧의 푸티지 필름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우리는 전쟁과 같은 거대한 폭력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그 거대한 폭력을 중심으로 놓여진 개개인의 인간들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전제 속에서 국가의 존립을 위해 노력한 (혹은 노력했다고 여겨지는) 한 인간을 향해 이스트우드가 경의를 표하는 것은 그가 가진 보수주의자로서의 윤리적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에서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비난할 수 없다고 인정합니다. 그가 경의를 표하는 대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때 삶 속의 다른 대상을 향해 경의를 표하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 영화를 저는 반전영화도, 국방부홍보물도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원리를 보여주는 영화로 읽는 것입니다. cf.이 영화와 같이 읽으면 좋을 작품으로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을 살포시 추천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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