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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05 01:31
이문열은 너무 억울하죠. 이문열은 '설'을 소개하고 소설 내에서 즉시 반박했습니다. 근데 그놈의 글빨 때문인지 소개하는 부분에 솔깃해서 '이문열이 그러는데~' 하고 퍼지고 삼국지 골수팬들은 '아놔 이문열 삼국지 읽은 사람하고 얘기 못하겠네' 이렇게 되어버리는...
15/01/05 01:36
전 제갈량 관우 제거설에 이문열때문이라고 엄청까면서 고우영에 대해선 뭐 작가 상상이 들어간거니 상관없지 라고 넘어가는게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아무리 고우영 삼국지가 사실이라고 한게 아닌 작가의 상상이 기반이 된 만화라고 하지만
아무리 상상이라도 캐릭터 설정하고 맞지않는 상상을 끼워넣는건 말이 안되는건데...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반박한 이문열은 오히려 그걸 퍼트렸다고 까이고 그걸 한국에 널리 퍼트린 고우영은 뭐 작가의 상상이니까 상관없지 하고 넘어가는건 좀 황당했어요.
15/01/05 01:56
가능한 가설이라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승만이 정권을 잡기위해 김구 및 임정의 동료들을 팽하거나 북한을 사실상 포기한것등... 정권을 위해선 뭐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보니... 제갈량이 아무리 유능하고 유비에게 충성을 다 했지만 속내는 알 수 없는게 검은마리의 동물이고 관우 사후엔 부동의 촉 2인자가 되기도 했거든요. 정치권에선 한 사건으로 인해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는지를 판단하면 주동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다 라는 말도 있고... 물론 하나의 '설'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일뿐 그게 사실이다는 아닙니다. 고우영화백은 그게 정설인양 그려서 문제긴하죠. 아마 제갈량입장에선 이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순간에 상황이 역전되었네... 지금 구원가봤자 상황을 바꿀수 없을거야.. 그냥 포기.. 관우는 죽으면 좋겠지...이정도가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15/01/05 02:13
저도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인데 약간 다른 이유입니다... 크. 관우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형주를 버리려는 거죠. 무슨 개소리냐고 하실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전 제갈량의 목적이 삼국통일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갈량의 목적은 전 중국대륙의 평화고, 그걸 위해서는 통일 중국보다는 딱 세나라로 나누어져 먼저 싸우는 두나라가 손해보는 그런 판짜기가 필요한겁니다. 통일 돼봤자 어디서 또 게기는놈 나오고.. 초한지처럼 양쪽으로 갈리는건 어차피 우세한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딱 세나라 있는게 '현상유지'에 이상적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남북한 보수정권이 전시상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것처럼... 그시대 중국에는 그런 상황이 천하삼분이라고 보았을 거라는 거... 아니, 끊임없이 북벌 감행했지 않느냐 - 그런 식의 전쟁이 가장 최소한의 출혈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왜 스타역사를 보면 초창기에는 막 개싸움하는데 점점 앞마당 더블이 기본 빌드가 되고 트리플이 기본 빌드가 되고 한타 싸움 하기 전에 최대한 수비적으로 모으는 방향으로 전략이 발전하잖아요? 그래서 200싸움할때까지 전투도 없고 재미없다고 불만 가지는 팬들 많았잖아요? 제갈량은 그걸 노린겁니다. 자 한방 크게 모아서 싸운다, 한제국 부흥의 기치를 위해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준비하자! 이러면서 '전쟁을 위해서' 내치를 열심히 한거죠. 그리고 싸울때도 안전하게... 좀만 무리될거 같으면 퇴각하고, 다음번에 다시 싸우자! 다시 내치! 크... 진짜 천재... 아! 그럼 형주 지키면서 삼분책 쓰면 되지 왜 굳이 형주를 버리냐고요? 제생각엔 ... 제갈량이 자기 능력 재봤을때 형주랑 익주 둘다 있으면 통일이 너무 식은죽 먹기어서... 익주에 틀어박혀서 수세로 몰려야 현상유지를 위한 세나라의 균형이 맞는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이상 혼자만의 망상이었습니다... 크
15/01/05 06:52
천하삼분의 계를 실현해내는 사람이 고작 2인자라는 지위 때문에 명장과 땅을 버리고 미래를 버리는 것은 속 좁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연작이 어찌 대붕의 뜻을 알겠습니까?
15/01/05 10:33
부견처럼 천하인에 다가섯던 사람도 한순간의 판단미스로 다잡은 천하를 놓쳤고,
나폴레옹도 해서는 안되는 러시아 정벌로 황제위를 잃었죠. 판단미스는 누구나 하는겁니다.
15/01/05 11:38
최종병기캐리어 // 본문의 논지는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기 위해서 관우의 위기를 방관 했느냐'입니다. '2인자가 되기위해 방관한 것이 사실일 수도 있다'라는 댓글에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제가 댓글을 달았습니다. 제갈량이 실수로 관우를 죽게 했을 수도 있음에는 저도 동의 합니다. 제갈량도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일부러' 죽게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부견과 나폴레옹이 원했던 '천하통일'과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는 동일선상에 둘 수 없습니다. 천하를 제 것으로 만드는 것과 천하를 셋으로 나눠 균형을 맞춘다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15/01/05 02:14
지금도 어느정도 그런게 있지만 촉한정통에 대한 반발로 유비에 관한건 모조리 부정하는 식의 관점이 없다고 말 못하죠. 일종의 보수반동 취급이라고 할까...솔직히 이거말고도 촉의 왠만한 부분들은 다 부정적으로 한 번씩은 그려졌다고 봐도 무방할 듯...특히 중국에서는 더욱 그럴테고요...
15/01/05 02:15
글쎄요. 본문의 논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본문에서 언급한 한중 공략으로 인한 형주 방어의 미비함은 오히려 이문열 삼국지에서 반박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이문열 삼국지 원문을 인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조 표시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편집과 수정을 가하지 않았으며, 중간중간 발췌를 하는 식으로 문장을 선별하지 않고 문단들 전체를 통째로 올렸습니다.
---------------- 유비가 겨우 진정하는 모습을 보고 물러난 공명이 중문 밖에 이르렀을 때였다. 허정이 거기서 기다리다가 공명을 보고 말했다. "군사의 부중으로 한 가지 기밀을 말씀드리러 갔다가 군사께서 입궁하셨단 말을 듣고 여기서 기다리는 중이었습니다." "기밀이라니? 무슨 기밀이 날도 새기 전에 내게 알려야 할 그런 것이있소?" 공명이 그렇게 물었다. "큰일났습니다. 내가 들으니 동오의 여몽이 형주를 들이쳐 빼앗고 관공께서는 이미 해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먼저 승상께 몰래 알리고 의논하려고 이렇게 달려온 것입니다." 그제서야 공명도 가만히 한숨을 내쉬며 허정의 말을 받았다. "실은 나도 관공이 이미 죽음을 당한 걸 알고 있었소. 어젯밤 천상을 보니 장성 하나가 형, 초 땅 쪽으로 떨어지더구려. 그러나 주상께서 지나치게 상심하실까 봐 아직도 감히 말씀드리지 못했소." 그런데 여기서 잠깐 살펴보고 싶은 것은 관공의 죽음에 대한 공명의 태도다. [삼국지 전편을 통해 보이는 공명의 귀신 같은 통찰력이 딱 한곳 힘을 못쓰는 데가 형주와 관공의 운명에 관한 쪽이었다.] 공명 정도의 헤아림이라면 관공이 당분간은 움직이지 않고 오와는 굳은 결속을 유지해야 되리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공명은 오히려 조조가 서천을 넘보게 하지 않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관운장에게 조조를 치게 했다. 만약 그게 전략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공명은 당연히 관공의 등뒤를 지켜 주어야 했다. 오와 적극적인 화친정책을 취할 수 없으면 서천의 군사라도 보내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 [하지만 공명은 그 어느 쪽도 애쓴 흔적이 없었다.] [유봉과 맹달이 관공의 곤경을 외면한 것도 단순히 그들의 사감 때문이었던 것 같지는 않다.] 유봉에게는 그런 대로 관공의 곤경을 외면할 구실이라도 있지만 맹달은 그런 게 없는데도 오히려 앞장서 관공을 구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그들이 지키고 있던 상용은 형주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공명이 만약 형주와 서천을 묶어 천하통일의 기반으로 삼으려 했다면 바로 두 곳을 묶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땅이었다. 그들에게는 조조를 막는 것보다도 관공의 뒤를 도와주는 것이 더 큰 역할일 수도 있었건만, 도움은커녕 구원조차 외면해 버린 것이었다. 맹달은 일생에 세 번이나 주인을 바꾸고 네 번째 다시 바꾸려다가 사마의에게 잡혀 죽음을 당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그런 인물일수록 세력을 잘 가늠하고 눈치가 빠르다. 그런 그가 아무런 사감 없이 관공의 위급을 외면한 것은 틀림없이 그래도 괜찮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인데, 그게 바로 공명의 존재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공명이 드러내놓고 말한 적은 없지만, 관공을 도와주는 걸 그리 기뻐하지 않으리라고 이 눈치빠른 인물이 단정했다 해서 큰 무리는 아니었다.] 저 남양의 초당에서 유비를 따라 나선 이래 [공명이 가장 힘겹게 맞서야 했던 내부의 경쟁자는 관공]이었다. 적벽 싸움을 앞뒤로 해서 그들의 불화는 여기저기 눈에 뛴다. 그러다가 화용도에서 관공이 조조를 놓아 준 일로 주도권은 공명에게 돌아가지만, 그 동안에 엉긴 감정의 응어리는 둘 모두에게 남아 있었을 것이다. 서천을 차지할 때 그토록 힘든 싸움을 하면서도 끝내 관공을 불러들이지 않은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공명은 중요한 싸움이 있을 때마다 관공을 들먹여 장수들을 분기시키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만큼 그가 관공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아니, 그 이상 [관공 없이도 서천을 얻어 보여 오랜 세월에 걸친 관공의 공적을 뛰어넘음으로써 자신의 주도권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려 함이었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관공이 조조와의 싸움에서 잇달아 이기고, 봉화대를 세워 형주의 방비를 빈틈없이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유비가 그토록 무력하게 관공의 몰락을 방관하게 된 데도 의심스런 구석이 있다. [설령 세밀하지 못한 유비가 마음을 놓았다 하더라도 공명까지 그랬다는 것은 좀 지나치기 때문]이다. 그 뒤의 어떤 시대도 그 시대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할 만큼 삼국시대의 정치의식은 높았고, 전략전술도 발달되어 있었다. 거기다가 연의에서 과장되고 있는 것만큼의 신통력이 아니더라도 여몽이 구사한 전략전술의 가능성을 걱정할 만한 머리는 공명에게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동오 내부의 반 유비파를 잘 알고 있었고, 더구나 관공이 손권의 청혼을 모욕적인 말로 거절한 걸 걱정한 적까지 있으면서도 몇 마디 소식만 듣고 마음을 놓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유비가 관공의 뒤를 든든히 지켜 주지 못한 원인으로 조조와의 싸움을 들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후연의 원수를 갚으러 왔던 조조가 장안으로 되돌아간 게 5월(건안 24년)이고 관공이 곤경에 빠진 것은 10월이었다. 곧 서천과 한중을 차지하고 다섯 달이나 여유가 있었던 셈인데, 유비는 그간 왕위에 오르고 왕비를 뽑고 하는 식의 내정에 허비했을 뿐 관공 걱정은 조금도 않고 있다. 제갈공명의 조장 또는 묵인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좀더 가혹하게 말한다면 번성 공략에서 관우가 거둔 초기의 눈부신 성공에 고까웠던 나머지 그가 뻔히 빠질 위태로움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이나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관공이 그렇게 험악한 끝장을 보자 공명도 당황했음에 틀림이 없다. 이제 와서 알리자니 자신의 불찰이 낯없고, 그렇다고 숨기자니 그것도 안 될 일이었다. 답답하여 허정을 잡고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의논하고 있는데, 문득 문 안에서 한 사람이 나오며 소리쳤다. "그같이 끔찍한 소식을 가지고 공은 어찌 나를 속이려 드시오." 공명이 놀라 그를 보니 바로 유비였다. 아무래도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아 뜰 안을 이리저리 거닐다가 공명과 허정이 주고받는 말을 엿들은 듯했다. ------------------ 해석에 전혀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결론이랍시고 이문열 본인이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좀더 가혹하게 말한다면 번성 공략에서 관우가 거둔 초기의 눈부신 성공에 고까웠던 나머지 그가 뻔히 빠질 위태로움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이나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라고 아주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았죠. 서술의 방향 자체가 굉장히 악의적일 뿐만 아니라, '~했을지도 모른다' '~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무리는 아니다'라는 식으로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척하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는 모습을 보면 서술 방식에 있어서도 비겁하기 짝이 없다고 할만 합니다. 게다가, 제갈량을 마치 관우의 죽음을 방조했다가 막상 일이 닥치니 당황해서 허둥대면서도 유비에게는 실상을 은폐하는 졸렬한 인간처럼 묘사해놓았는데, 이것이야말로 '아무리 작가의 상상이 뒷받침 되는 만화라고 하더라도 캐릭터 설정 자체를 무너뜨리는 상상은 안하느니만 못하다'는 본문의 이야기에 가장 적합한 사례이지요. 해서, 작성자께서 이문열 삼국지 원문을 사전에 좀 더 면밀히 검토하셨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15/01/05 02:25
흠.. 이게 이렇게도 읽히네요.. 저는 다르게 읽었습니다. 올려주신 부분은 '설'을 소개하는 입장이니 그 '설'을 정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쓴 거고, 유보적인 태도가 왜 비겁한 서술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저는 이해가 안되네요. 확실하지 않은것이니 확실하지 않게 서술한걸로 보았습니다. 관점차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15/01/05 02:28
전형적으로 남의 입을 빌어 자신의 의견을 대신 말하게 하는 방식이죠. 추측과 가십과 루머 등으로 근거를 대신한 다음, 슬쩍 기정사실화해버리며 독자의 생각을 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황색 저널리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이죠. 그리고 그나마도 빼박캔트고요.
'제갈공명의 조장 또는 묵인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런 문장들을 이문열 본인이 무슨 수로 변명할지 의문입니다.
15/01/05 02:33
글쎄요... 변명을 해야 할 문장인지... 개인적으로는 그 두가지는 아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요...
15/01/05 02:35
변명할지 의문이라는 것은, '이문열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본 쪽이지만 이 제갈량 관우 대립설 제거설을 퍼트린 모든 원죄를 난데없이 이문열이 다 뒤집어 쓰게 되어버린것이다'라는 본문의 문제제기에 대해, 제가 올린 원문 텍스트를 들이 밀었을 때 이문열이 할 말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15/01/05 02:30
그런데 발롱도르님이 인용하신 내용도 이문열 삼국지 원문은 맞습니다. 10권에서 제갈량 사후 나오는 내용이죠.
결국 소설 내에서 두 가지 견해를 모두 제시했다고 봐야 하는데,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문열의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이 100퍼센트 무엇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떡밥을 던지기만 했고 어느 쪽으로 생각이 확고하진 않은 것 같다..이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옮겨 놓으신 것처럼 비중상 '제갈량 관우 대립설'의 내용이 더 많고, 더 자극적으로 서술되었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이 그 대립설에 더 기울어 있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10권의 내용 때문에 이견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봐요.
15/01/05 02:48
저게 제갈량의 죽음 장면을 묘사하면서 제갈량이라는 인물의 의의를 기리는, 말하자면 총평인데, 이문열 삼국지에서는 저런 식으로 중심축에 속하는 주요 인물들의 죽음은 항상 아름답게 그리며 인물을 특정한 관념적/역사적 의미의 상징으로서 해석해주곤 합니다. 예컨대 사극 같은 것에서 특정 인물을 악역으로 그려낸 다음, 해당 인물이 죽는 순간에 '그의 행적에는 이러저러한 논란이 있으나 그의 역사적인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식의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공치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때때로 인물의 한계나 단점 등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만 - 특히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일 경우 -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성격을 띱니다. 대체로 ['그의 과오 역시도 인간적으로는 이해해줄 수 있는 것이다']라는 식이죠. 또한, 인물에 대한 추도문의 성격을 띠기 때문에 사전에 내보였던 인물의 개별적인 언행이나 사안에 대한 이문열 본인의 가치판단과 괴리를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으며, 이것이 이문열 삼국지에 대해 삼국지 팬덤에서 자주 지적하는 '자신의 말을 뒤집는, 모순되는 서술'의 원인이 됩니다.
관우의 죽음에 대한 문단들과 이전에 관우를 비판했던 부분들을 예시로서 인용해봅니다. 첫 번째 것은 관우가 손권과의 혼담을 거절한 장면이고, 두 번째는 관우의 죽음 직후 이문열의 관우 비평입니다. ------------ 하지만 관우는 헤아리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제갈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벌컥 성이 나 소리쳤다. "범의 딸을 어찌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낼 수 있겠는가! 그대 아우의 낯을 보지 않았더라면 선 채로 그대의 목을 베었으리라. 여러 소리말고 물러가라!" 그리고는 좌우를 불러 제갈근을 쫓아냈다. 그 청혼 뒤에 숨은 동오의 간계를 알아차리고 그랬다고 보아줄 수도 있지만, 뒷사람들 가운데는 그걸 지나친 자부심의 병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천하의 셋 가운데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손권을 개에 견주고 스스로는 범에 견주었으니 실로 끝 모를 자부심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또한 그게 [유비에게는 중원 진출의 교두보를 잃게 만들고 스스로에게는 목숨을 재촉한 계기 중의 하나가 됐으니, 유비에게는 한사요, 그 자신에게는 병이라 할 만하다.] ...한 할 일없는 문사의 터무니없는 추측일는지 모르긴 하되, 혹 그것은 역사의 쓰라린 경험을 통해 중국 민중들의 본능 속에 거듭 쌓여 온 변혁에 대한 불신과 경계 때문이 아니었을까. 보다 거창하고 본질적인 의를 내세우고, 달콤한 실리로 그들을 앞 뒤 없이 꾀어댔던 그 수많은 역사의 새아침들이 기껏 나라의 이름과 제실의 성씨가 바뀐 것으로 끝나고 말았을 때의 실망과 분노가 핏줄을 따라 대대로 전해 진 게 아니었을까. 진수는 관공을 폄하는 뜻으로 그걸 집어냈지만 관공의 끝 모르는 자부심도 관공의 삶과 인격에 민중적인 매력을 더해 주었음에 분명하다. 벌거숭이 힘의 지배를 받는 난세일수록 자부심 같은 고급한 정신의 사치는 지켜내기 어렵다. 그때그때 강자를 만날 때마다 허리를 굽혀야만 살아갈 수 있는 민중들에게는 관공의 그 터무니없는 자부심이 차라리 시원스럽게 느껴졌을 것이다. 아니, 조조와 손권 같은 인물들에게까지 <쥐새끼 같은 무리들!>이라고 서슴없이 내뱉는 관공의 자부심은 그대로 아름다움이요 신비이기까지 했을 것이다. 결국 [관공은 그 때문에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은 일종의 거룩한 순사였다.] 어리석음, 고집, 미련스러움, 맹목- 어쩌면 현대인들은 그 죽음에서 그런 말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나 그 왜소한 말들이 관공의 무엇 하나를 다칠 수 있으랴.
15/01/05 09:19
이문열씨의 서술 방식을 전 일종의 반전을 주는 미괄식구성이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막 이랬을 것이다 라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마치 그런것처럼 믿게 만든뒤 후반부에 이를 대놓고 반박하며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는 식이죠. 화용도 부분 에 대해서도 [그런데 이 부분의 해석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것이 있다. 이 사건을 제갈량과 관우의 서열다툼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아, 이때부터 제갈량의 우위가 확보되었다고 해석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확실히 일리 있는 말이다. 사실 관우는 제갈량이 나타나기 전만 해도 유비 진영에서는 자타가 인정하는 제 2인자였다. 그런데 제갈량이란 새파란 서생이 나타나 순식간에 유비 다음가는 서열을 차지해 버렸으니 아무리 관우가 의리의 대장부라 해도 고깝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기다가 남달리 유별난 관우의 자존심은 그 고까움을 더욱 참지 못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제갈량 편에서도 관우는 처음부터 그리 탐탁했을 리가 없다. 자신의 포부를 펴기 위해서는 유비의 군권을 장악할 필요가 있었는데 거기에 관우가 만만찮은 경력과 능력으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제갈량으로서는 언제든 기회를 엿보아 단번에 굴복시키려 했을 것이고, 그 사건도 가만히 살피면 처음부터 제갈량이 파놓은 함정에 관우가 빠져든 인상이 짙다. 왜냐하면 제갈량은 아직 조조의 운수가 다하지 않았다는 것도, 관우가 끝내는 조조를 놓아보내리란 것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연의와 역사를 혼동한 해석이다. 관우가 화용도에서 조조를 놓아 준 이 그림 같은 광경은 정사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무제 본기의 주에는 조조가 어렵게 화용도를 빠져나가면서 그곳까지 손을 못쓴 유비를 비웃는 구절만이 보인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연의를 지은 이의 탁월한 소설적 재능일 뿐 그걸 바탕으로 한 역사적 사실의 해석은 비약 이상의 억지가 될 것이다.] 처음에는 마치 화용도사건이 제갈량 관우가 대립한 근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마지막에는 이건 억지다라며 반박하죠. 이문열이 주장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후반부 부분이라는 거죠. 제갈량 관우 제거설도 만약 이문열 삼국지가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좀더 가혹하게 말한다면 번성 공략에서 관우가 거둔 초기의 눈부신 성공에 고까웠던 나머지 그가 뻔히 빠질 위태로움까지 강 건너 불 보듯 한 것이나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로 끝났으면 모르겠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평가한 부분은 [관우의 권력투쟁은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권력욕보다는 한 법가로서 통치체제의 수립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형주문제도 그렇다. 당시 그가 정벌을 끝낸 서촉은 유언과 유장의 20년 통치가 있었던 땅인데, 그것도 유언은 한때 그 덕망으로 천자에 추대될 뻔했던 인물로서 그 땅 백성들의 숭앙을 받았다. 공명이 관우를 도우러 가고 싶어도, 있을지 모르는 유장파의 저항 때문에 함부로 서천을 비울 수가 없었다는 편이 옳다.] 입니다. 보통 작가가 계속 반박에 반박을 하더라도 결국 마지막에 이렇다 라고 결론 낸부분이 작가의 생각일 경우가 많고 따라서 이문열이 최종적으로는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반박했다는거죠. 뭐 이러한 이문열의 서술 방식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문열이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판단할 여지를 주기는 합니다.
15/01/05 09:41
이문열이 그와같은 건전한 의도가 있었다면 그런 식으로 책이 2권이나 넘어가고 7~800페이지나 지나고 남만 정벌이니 출사표니 북벌이니 하는 에피소드들 다 끝나고 제갈량 죽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제갈량이 관우를 견제하려 했다는 이야기를 언급할 때에 함께 이야기 했어야 합니다. 위에 화용도 건에 대해 서술한 것처럼 말이죠. 또한 '제갈공명의 조장 또는 묵인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위의 단정적인 문장은 결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며, 결코 사용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보다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어야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기만이거나 태만이거나 둘 중 하나 이외에 다른 가능성이 없습니다.
해서 저는 굳이 10권에 이르러 제갈량의 죽음 장면에서야 관우와의 갈등에 대해 변명 비슷한 것을 끼적여 둔 이유는 1. 인물에 대한 총평을 하는 지면이었기에 상당히 호의적이고 낭만적이며 관념적인 서술이 된 경향이 있고(특히 제갈량을 사감을 초월하고 공리와 정의를 냉담하게 구현하는 법가적 이념의 구현자로서 묘사하려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2. 결정적으로 이문열 삼국지는 이외에도 모순되는 서술이 많으며, 특히 자신이 쓴 구절들에 대한 기억조차 못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구절들이 넘쳐나는 것을 볼 때, 애초에 이문열에게 있어 의식적인 것이든 무의식적인 것이든 서술상의 일관성이란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으며 3. 이와 같은 점들을 종합할 때, 관우의 죽음 당시에는 제갈량을 깔거리인 동시에 창작자로서 이빨 털기 좋은 이야깃거리이기에 잔뜩 신나서 제갈량 흑막론을 정론인양 제시하고, 한참 시간이 흘러 제갈량이 죽는 시점에서는 인물의 죽음을 기리며 추모하는 자리이니 공치사를 실껏해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삼국지 연의에서 제갈량이 주유를 죽음으로 몰고 간 다음 제의문은 멋들어지게 써간 것과 무에 그리 다를지 의문입니다. 설혹 이문열 개인에게 최대한 온정적인 자세로 대접해주어 기만이 아니라 태만이나 실수였다고 이해해준다고 한들, 본문의 '이문열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라본 쪽이지만 이 제갈량 관우 대립설 제거설을 퍼트린 모든 원죄를 난데없이 이문열이 다 뒤집어 쓰게 되어버린것이다'와 같은 식으로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부정적으로 바라본 쪽이라고 보기 지극히 어려울 뿐더러, 전혀 난데없는 일이 아니고, 창작자로서 책임을 통감해야할 부분이죠.
15/01/05 09:57
2권이 넘어서 말하는것이나 바로 말하는것이나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한쪽은 불건전한 의도고 다른 한쪽은 건전한 의도다 ? 이게 이해가 잘안가는군요. 오히려 마지막 10권 제갈량의 평에서 확실하게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반박하고 나선게 더 임펙트있고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고 생각이드는데요. 그 이후에 더이상 이 방점에대한 반박을 이문열은 말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결론을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말도 안된다 로 낸거죠. 그리고 모든 인물에 대해 죽었을때 공치사를 해줬다고 하는데 딱히 그런것도 아닙니다. 원술등의 죽음에서는 가열차게 깠고 유비에 대한 평에도 마지막에 [ 하지만 작은 인정에 이끌리어 큰일을 그르치는 일이 잦았고, 사람을 부리는 기교가 자나쳐 냉정한 관찰자에게는 역겨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형주를 차지하고도 또서천을 빼앗아 한참 치솟던 기세가 어이없이 꺾이고, 결국 그의 촉이 3국 중에서 가장 허약한 나라로 주저앉고 만 것은 그런 결점들의 결과가 아니었는지. 거기다가 유비의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정치이념은 근대적 이념에물든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한 데마저 있다. 그게 갈수록 조조를 격상시키고 그에게는 과대평가의 혐의를 걸게 하는 것이나 아닌지. ] 라며 끝을 맺었죠. 이를 볼때 제갈량에 대한 마지막 평은 딱히 제갈량이 죽어서 남긴 공치사가 아닌 그냥 이문열의 가장 본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15/01/05 10:10
'모든 인물'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올린 댓글을 그대로 인용하죠.
"[주요 인물들의 죽음]은 항상 아름답게 그리며 인물을 특정한 관념적/역사적 의미의 상징으로서 해석해주곤 합니다. 예컨대 사극 같은 것에서 특정 인물을 악역으로 그려낸 다음, 해당 인물이 죽는 순간에 '그의 행적에는 이러저러한 논란이 있으나 그의 역사적인 의의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는 식의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마무리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물론 공치사만 있는 것은 아니고 때때로 인물의 한계나 단점 등을 부각시키기도 합니다만 - 특히 자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일 경우 -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성격을 띱니다.]" 유비 같은 경우에도 저 구절들을 포함하고 보더라도 비교적 호의적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주역급 인물에 저런 식의 비판을 가했다는 점에서 삼국지 팬덤에서 흔히 언급되는 이문열이 [촉까]라는 것에 대해 심증을 강화시켜주는 부분이죠. 그리고 10권에서 이문열의 이야기도 관우 제거설에 대한 정면 반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건 잘 쳐줘야 '제갈량이 관우의 죽음을 방조한 것은 맞는데 그건 다 나름의 이유 - 유장파 - 가 있었다능. 이해할만하다능.' 수준이죠. 결코 제갈량이 관우의 죽음을 방조 혹은 묵인했다는 [이문열 본인의 준엄한 결론]에 대한 완전한 반박이 될 수 없습니다.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문열은 결코 제갈량이 관우를 죽게 내버려두었다고 말하지 않았다'라는 식으로 말할 수는 더더욱 없고요. 또한 한참 뒤에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야기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 오히려 제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한참 뒤에 이야기할 경우, 창작자 본인이 자신이 서술한 바에 대해 망각할 수도 있으며 - 실제로 이문열 삼국지에서 종종 확인할 수 있는 - 서술의 시점이 작중으로나 현실의 시간으로나 한참 지난 상태이기 때문에 일구이언을 행하기도 쉽습니다. 이문열에게 최대한 호의적으로 생각해줘서 '관우 죽었을 때는 그냥 흥미삼아서 저렇게 이야기한 것이고, 이문열은 제갈량이 관우를 죽게 내버려두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도 문제입니다. 애초에 [원전에 충실한 삼국지]를 표방한 이가 '그냥 흥미 삼아서 추측성 루머를 기정 사실처럼 묘사한 것' 자체가 글러먹은 것입니다. 진짜 원전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그리고 객관적인 평역자로서의 위치를 지키고자했다면, 이설에 대해 소개한 다음 독자가 다양한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게끔 바로바로 반대 입장도 언급해줘야했죠. 위에서 화용도 건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위 사안과 관련해서 이문열이 보인 입장은 찌라시 신문 기레기의 행타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실컷 가비지 기사 내서 물고 뜯고 발기발기 찢어놓은 다음 한 두 달, 일 이 년 쯤 지나서야 그와 반대되고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는 입장을 실은 수습성 기사 내놓는 식의 부관참시죠.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런 찌라시 기레기들을 두고 '후속 입장에서 다른 견해를 밝혔으니 저게 저 사람의 진의라능!'이라고 하진 않죠.
15/01/05 10:16
유비는 주요인물중에서도 주요인물입니다. 저도 이문열이 촉까 라는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비에 대한 평은 마지막을 부정적으로 맺었습니다. 제갈량에 비하면 유비는 상당히 이문열에게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문열이 딱히 주요인사들에게 공치사로 막 퍼주는것만은 아니라는거죠.
그리고 10권의 내용은 정면반박이죠. ~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 라는 표현은 있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설령 있다고 쳐도 그건 제갈량도 어쩔수없었다라는 식의 묘사죠 [ [관우의 권력투쟁은 ---설령 있었다 하더라도 ----개인적인 권력욕보다는 한 법가로서 통치체제의 수립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형주문제도 그렇다. 당시 그가 정벌을 끝낸 서촉은 유언과 유장의 20년 통치가 있었던 땅인데, 그것도 유언은 한때 그 덕망으로 천자에 추대될 뻔했던 인물로서 그 땅 백성들의 숭앙을 받았다. 공명이 관우를 도우러 가고 싶어도, 있을지 모르는 유장파의 저항 때문에 함부로 서천을 비울 수가 없었다는 편이 옳다.] 그리고 이부분은 제갈량이 관우의 죽음을 방조했다로 해석하는게 아니라 제갈량이 관우를 도우러 가고 싶어도 갈수없었다라고 해석되어야 맞는 부분입니다. 도우러 가고 싶어도 피치못할 사정때문에 도우지 못했다가 어떻게 방조했다로 결론 내려지는건지 모르겠네요 오히려 책 마무리에 그리고 제갈량이라는 인물의 평을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게 더 강조가 되고 확실히 방점을찍는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그 인물의 평은 작가가 하고 싶은 가장 최종적인 말입니다. 이문열 삼국지는 한 인물에 대한 평을 하고 나서는 그 뒤에 그 에 대한 다른 내용은 쓰지 않습니다. 이건 그 인물의 평이 바로 작가가 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이자 주된 의견이라는겁니다. 수습성 기사 수준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작가가 자신이 가진 이 인물에 대한 생각을 길게 정성들여 몇페이지 걸쳐 쓰는거고 이건 이작품에서 어느 의견보다도 가장 중요한 작가의 의견이 됩니다. 이걸 단순히 공치사니 수습성기사니 라고 하는건 공감할 수 없네요.
15/01/05 10:30
유비의 죽음과 관련하여 이문열이 총평한 전문을 인용합니다.
------------- 그러면 이쯤에서 유비의 삶을 다시 한번 간추려 되돌아보자. 중국 역대 왕조의 창업자 중에서 그만큼 해놓은 일에 비해 민중의 사랑을 받은 사람도 아마 없을 것이다. 명분론에 집착한 연의의 지은 이 덕분이라고만 보기에는 얼른 수긍이 가지 않는 데가 있다. 어떤 이는 그 민주적 인기의 근원을 그의 출신에서 찾는다. 고귀한 혈통이면서 삶의 밑바닥에서 출발하고 있는 그는 그의 대역인 조조와 대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인 영웅담과 일치한다. 확실히 만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소이다. 또 어떤 이는 그가 이끌었던 집단의 성격을 그 민중적인 인기와 연관지어 생각하기도 한다. 조조가 천자를 끼고 한의 제도를 그대로 답습해 그가 이끄는 집단이 일찍 관료화한 것과 비교하면 충분히 근거 있는 말이다. 위, 오, 촉 중에서 가장 늦게 관료체제를 정비하는데, 그때까지 유비가 이끄는 집단은 제도나 볍보다는 의리와 인정 같은 임협적 원리에 지배된 사조직에 가까웠다. 수백 년 부패한 한의 관료제에 시달려 온 민중들에게는 호감이 갈 수도 있었으리라. 연의를 지은 이와 마찬가지로, 정통의 문제에서 유리한 유비의 혈통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다. 유비가 조상으로 말하는 경제는 아들이 매우 많아 야심가들이 그 족보에 끼어들 여지가 많다는 말이 있는대로, 유비가 그아들 중에 하나인 중산정왕의 현손이었다는것은 확실히 정통성 문제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후한을 일으킨 광무제도 전한 제실의 가까운 피붙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것은 유비의 통치유형 또는 지배원리일것이다. 중국의 민중들이 전통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황제의 상은 한고조란 말을 이미 했거니와, 그가 내세운 게 바로 도가의원리에 따른 무위의 통치였다. 그밖에도 2백 년 이상 존속한 왕조의 창업자는 대개가 도가형의 치자가 많았고, 좀 비약해서 말한다면 대부분의 수명 긴 왕조는 도가형의 창업자로 시작해 유가형의 타락으로 시작해 유가형의 치자로 유지되다 그 유가형의 타락으로 멸망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비에게서 보이는 통치의 원리는 바로 도가형에 가깝다. 삼국지의 기록 어디에도 유비가 무슨 법률을 반포하고 제도를 정했다는 기록은 거의 없다. 있다면 서천으로 들어간 뒤 제갈량의 임안을 받아들인 정도일까. 그 자신이 알고 실천했는지 대해서는 의문이 있으나 그가 지향한 것은 틀림없이 무위의 치였고, 그의 사표는 한고조였다. 따라서 백성들에게는 그가 자신의 다재다능에 힘입어 유위의 치로 시종한 조조에 비해 훨씬 마음편한 통치자였을 것이다. 그밖에 유비의 만중적 인기를 더한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점은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조조도 사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하지 않았으나 그것은 다른 투자와 병행된 것이었고, 그나마도 법가적 원칙이나 능률의 문제와 부딪치면 서슴없이 사람을 희생시켰다. 유일한 예외가 관운장에 대한 투자 정도 였을까. 그러나 유비는 어떤경우에도 사람을 희생시키는 법이 없었고, 그게 그가 이끄는 집단의 결속을 남달리 굳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적 결속은 은연중에 민중들에게도 전해져 그와 그의 집단에 남다른 호감을 가지게 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정사의 평도 대개 그러하다. <선주는 속이 넓고 굳세면서도 남에게 너그럽고 후했다. 사람을 알아보고 선비를 잘대접해, 한고조의 풍도가 있었으며, 영웅의 기량을 갖추었다....> 하지만 작은 인정에 이끌리어 큰일을 그르치는 일이 잦았고, 사람을 부리는 기교가 자나쳐 냉정한 관찰자에게는 역겨움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형주를 차지하고도 또서천을 빼앗아 한참 치솟던 기세가 어이없이 꺾이고, 결국 그의 촉이 3국 중에서 가장 허약한 나라로 주저앉고 만 것은 그런 결점들의 결과가 아니었는지. 거기다가 유비의 과거지향적이고 보수적인 정치이념은 근대적 이념에물든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못마땅한 데마저 있다. 그게 갈수록 조조를 격상시키고 그에게는 과대평가의 혐의를 걸게 하는 것이나 아닌지. 엄청 거창하고 장황하다 싶은데요. 낭만적이고 관념적이죠. 민중도 아니고 만萬중적 인기니, 도가적 통치원리니, 무위의 치니, 사람에 대한 투자니, 한국 문단의 주례사 비평가들이 울고갈 온갖 의미부여와 침소봉대를 촉까 이문열이 다하고 있죠. 단순히 나관중빨이 아니라고까지 하고 있고요. 이문열이 9권에서 [유비가 죽는 시점까지 유비에 대해 서술해온 온갓 악의적인 구절들에 비하면 매우 호의적이디 호의적]입니다. 비판이라고 하는 부분도 전체 분량에 비하면 미미하며 그나마 제한적인 비판이죠. '당연히 위대하지만 ~한 한계가 있었다능'이라는 식의. 물론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까려 했다는 것이 역력하게 느껴지지만. 그리고 설혹 공치사가 아니라고 한들, 위에서 충분히 언급했다시피 그 자체로도 문제가 됩니다. 재차 인용하자면, 이문열에게 최대한 호의적으로 생각해줘서 '관우 죽었을 때는 그냥 흥미삼아서 저렇게 이야기한 것이고, 이문열은 제갈량이 관우를 죽게 내버려두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도 문제입니다. 애초에 [원전에 충실한 삼국지]를 표방한 이가 '그냥 흥미 삼아서 추측성 루머를 기정 사실처럼 묘사한 것' 자체가 글러먹은 것이죠. 진짜 원전에 충실하고자 했다면, 그리고 객관적인 평역자로서의 위치를 지키고자했다면, 이설에 대해 소개한 다음 독자가 다양한 입장에서 검토할 수 있게끔 바로바로 반대 입장도 언급해줘야했죠. 위에서 화용도 건에 대해 그러했던 것처럼. 솔직히 이문열 본인이라도 별로 변명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항상 하던 것처럼 '삼국지 그까이거 내가 걍 장난으로 썼던 거임. 왜 이제와서 따지삼'이라고 뻔뻔하게 나오는 것이면 모를까.
15/01/05 11:03
유비의 평인 '민중도 아니고 만萬중적 인기니, 도가적 통치원리니, 무위의 치니' 이런 부분은 오히려 근대에 와서 유비를 깍아내리는거라고 평가되죠. 유비가 뛰어난 능력으로 전쟁에서도 나서서 승리한게 아니라 무위의 치로 다스리고 있다라는 식의 서술은 이제와서는 유비는 능력은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천하에 올랐다라는 식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마지막에 혹평을 하면서 유비의 평을 마무리함으로서 마지막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리웠죠. 이는 제갈량이 받았던 평에 비하면 부정적인 평이죠. 그리고 이런 유비에 대한 호평까지 공치사라고 생각하는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냥 제갈량이나 유비에 대한 평가는 작가가 가진 제갈량, 유비에 대한 본인의 솔직한 생각이에요. 왜 그걸 공치사로만 해석하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바로 반박을 하던 나중에 평을 통해 반박을 하던 반박하는건 매한가지 아닌가싶네요. 왜 그걸 그렇게 중요하게 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오히려 마지막 인물의 평에서대놓고 반박을 하면서 마무리지음으로서 더 확실하게 작가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15/01/05 11:16
앞서 말했듯이 이문열이 어떻게든 까고 싶어 마지막에 혹평을 가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통틀어 이 이상으로 유비에 대해 호의적으로 기술된 부분이 없습니다. 이문열의 촉까심과 유비에 대한 안티심을 고려하면 충분히 건전하게 쓰여졌다 할 법하죠. 그나마 공치사 한 덕택에 촉까심을 발휘했음에도 저렇게나마 된 거란 이야기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졸렬한 의도를 누구나 다 캐치할 수 있습니다만.
이문열이 그렇게 대놓고 제갈량 흑막설을 반박하고 싶은 의도가 강한 인사였다면 '제갈공명의 조장 또는 묵인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공명은 비록 관공이 그토록 참혹한 최후를 맞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그가 떨어질 위험성에 대해 의외로 냉담했던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위의 단정적인 문장은 왜 사용했겠습니까. 진짜 제갈량과 관우의 관계에 대한 이설을 제기하면서 흥미를 유발하되 제갈량을 옹호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훨씬 유보적인 문장들을 선택한 후 즉각적으로 반박해서 그러한 이설들의 근거 없음과 허황됨을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밝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서술]이며 백이면 아흔 아홉 사람이 다 저렇게 할 것입니다. 그 점에서 그냥 차라리 이문열이 까먹어서, 예전에 자신이 제갈량에 대해 악의적으로 쓴 걸 기억하지 못해서 그랬다고 하는 것이 훨씬 확률이 높을 테고요. 원래 그런 양반이고. 혹여 이문열이 매우 예외적인 백분지일의 케이스라고 하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했다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쯤 되는 단정적인 문장들은 애초에 쓰지 않는 것이 독자가 선동될 여지를 막을 수 있는 길이었으며, 만약 흥미 유발을 위해 썼다고 한다면 즉각적으로 반박을 해줬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가 낚이질 않죠. 제갈량을 옹호하려는 사람이 도대체 왜 저런 단정적인 문장들을 써서, '결론적으로'라고 까지 노골적으로 말했을까요. 저걸 두고 사람들이 제갈량이 관우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막판에 반박했다능! 왜 니들 맘대로 헷갈리냐능'이라고 말해봐야 오리발 내미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이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마지막의 가필 역시도 충분한 반박은 못 됩니다. 예컨대 맹달과 유봉이 관우 구원에 나서지 않은 이유와 같은 것을 두고 끼적인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미흡한 대응이니까요. 무엇보다 왜 그리 제갈량 죽음 이후의 총평에 대해 이문열의 입장을 호의적으로 해석해줘야하는 지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공명은 오히려 조조가 서천을 넘보게 하지 않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관운장에게 조조를 치게 했다. 만약 그게 전략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면 공명은 당연히 관공의 등뒤를 지켜 주어야 했다. 오와 적극적인 화친정책을 취할 수 없으면 서천의 군사라도 보내는 게 마땅했던 것이다.'라고까지 강경한 어조로 써놓은 사람이 한참 뒤에 가서야 유장파 때문에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었느니 어쩌니 하면, 보통 일구이언에 자승자박이라고 까이기 마련이고 그게 정상적인 반응이지 구태여 호의적으로 해석해줄 이유가 없거든요.
15/01/05 02:30
관우 제거설로 제갈량의 캐릭터의 설정이 무너진 게 아니라, 오히려 기존 삼국지에선 찾을 수 없던 독보적인 제갈량의 캐릭터가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지요. 마지막 문장에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애초에 역사서가 아닙니다.
15/01/05 03:14
그렇죠. 애초에 삼국지 연의조차도 그런 식으로 전대 작품들의 '설정'들을 파괴한 것이 참신하여 정전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 것이고, 이 삼국지 연의 역시도 무수히 많은 패러디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기존의 캐릭터 설정과 이반되는 묘사를 한 것이 잘못이라고 한다면 삼국장군전 같은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화봉요원이나 창천항로 정도만 해도 분서대상이며, 심지어 한국의 국민만화가 되어버린 60권 전략 삼국지도 문제작이겠지요. '실제 역사는 사실은 이러했다'라든가 '진정한 연의 원전에 충실하겠다'와 같은 식의 [정통성을 무기로 차별화 전략을 꾀한 작품]들이 아닌 한에야 2차 창작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15/01/05 03:20
말씀하신 내용은 물론 동의하지만, 제가 마지막에 쓴 문장 정도에만 해당하는 답인 것 같고, 저는 무엇보다도 제갈량의 관우제거설이 결코 고우영 삼국지 내의 제갈량 캐릭터성을 망치지 않았음을 더 어필하고 싶었음메
15/01/05 03:24
네, 뭐 저도 삼국지 연의 원전이나 화봉요원이나 창천항로, 전략 삼국지 등의 만화들과 마찬가지로 고우영 삼국지 역시 흥미로운 각색을 했다는 의미였습니다. 사실 동탁도 폭풍간지로 그려내고 초선을 TS시키는 화봉요원에 비하면 고우영 삼국지는 비교적 원전으로부터 지금까지 전해져온 고전적인 캐릭터로부터 크게 이반되지는 않는 가운데에 만화적으로 접근한 정도이지 않나 싶고..
15/01/05 09:13
단순히 역사적인물을 멋대로 각색을 했기에 문제를 제기하는게 아닙니다.
창천항로가 동탁을 폭풍간지로 그려냈다고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창천항로의 동탁의 설정이 그리한것일뿐 어디에도 설정에 충돌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초선을 ts시키는 화봉요원도 ts시킨게 그 작품의 초선의 설정에 모순이 생기지는 않아요. 역사서가 아닌 작가의 창작이 들어간 소설과 만화를 평가할때 그 캐릭터가 설정이 서로 엇갈리고 모순되면 캐릭터가 붕괴되었다고 하며 까이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 되는겁니다. 내여귀가 많이 까였던것도 주인공인 코우사카 쿄우스케는 분명히 남을 배려하고 챙겨주던 캐릭터였는데 후반에 다른사람 감정은 나몰라라하며 키리노에게만 올인하면서 캐릭터 자체의 설정이 바뀌었다고 까인거죠. 마찬가지로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기위해 형주를 포기했다라는 설은 형주를 먹어서 천하를 차지하기위해 세상으로 나온 제갈량과 상충되는 소리이고 따라서 캐릭터 설정이 붕괴된겁니다. 아예 차라리 처음부터 제갈량이 세상밖으로 나온게 난 천하를 점령하는건 생각없다 관우를 제거하려고 나왔다 라는 식으로 설정을 잡았다면 설정충돌은 없었을것이고 오히려 그게 소설이나 만화로서는 더 합당할겁니다. 그런데 고우영 삼국지는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고우영 삼국지를 역사서가 아닌 소설 만화라고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작품내에서 캐릭터의 설정이 서로 모순을 일으키면 까일수밖에 없죠.
15/01/05 09:54
글쎄요. 동의하기 어려우며, 발롱도르님께서 고우영 삼국지를 직접 읽으셨는지 의문입니다.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관우와 제갈량을 [일관적으로 적대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예컨대 관우는 제갈량이 싫어서 제갈근을 가혹하게 대하고, 제갈량은 그런 관우에게 앙심을 품는다든가, 제갈량의 정치적 의도를 관우가 읽고 있다는 것에 대해 제갈량이 경계심과 불쾌감을 드러내는 장면도 있는 정도죠. 화용도 건 같은 경우에도 제갈량의 관우 길들이기 정도로 그려내고 있고요. 그 당시는 원체 옛날인지라 동인지라는 개념도 없었고 모에 코드나 얀데레 등을 활용하는 것도 드물었지만, 만약 그런 것이 있었다고 한다면 관우와 제갈량이 Nice boat를 벌였다고 하더라도 독자 입장에서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둘의 앙금을 꾸준히 상기시켜줬습니다. 게다가 고우영 삼국지에서의 제갈량은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이긴 하고 악인과는 거리가 멀지만 성격에 꽤 모가 난 구석도 있고 좀 깐깐하다는 인상마저 줘서 독자로 하여금 밉보이면 피곤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할 법 하죠. 해서 저는 고우영 삼국지를 읽을 때 제갈량이 관우의 죽음을 방조한 것에 대해서 놀라기는 했지만(전통적인 삼국지에서의 제갈량 상과는 꽤나 다르니), 결코 캐릭터 설정 상의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갈량이 성인 군자가 아닌 이상 사감 때문에 대의를,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는 게 결코 있을 수 없는 일도 아닌데다, 일단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형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테일하게 서술해준 게 아니며, 전략적으로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고토처럼 묘사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형주 먹고 익주 먹어 천하삼분지계하는 정도의 의미죠. 그래서 저는 이것이 설정파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식의 [입체성]이 인물과 작품의 묘를 더 살려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가령 영화 <다우트>에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소아성애자로 굳게 [믿고] 몰아가며 실각시키려던 메릴 스트립이, 마지막 엔딩에서 [의심이 든다]면서 울음을 터뜨린다고 설정파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메릴 스트립의 입체성을 강화하고 그것이 극의 입체성으로 이어지죠. 혹은 <대부>에서 냉혹한 보스로 묘사되는 비토 클레오네가 손자하고 놀다가 죽는 거 보고 설정파괴라고 하지 않고요. 갭모에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본문에서는 '고우영 삼국지를 읽고 사람들이 정설로 믿는 것이 문제다'라고 하셨다가, 지금에 와서 '인물 묘사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 문제다'라고 하는 것은 입장에 있어 중대한 변화를 하신 것이 아닌가 싶군요.
15/01/05 10:02
네 물론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관우와 제갈량의 관계를 일관되게 적대적으로 묘사한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제갈량은 유비에게 형주에 대해서 말했을때 '형주는 오회와 연하고 파촉과 통했으니 바로 신천지, 그곳을 차지해서 중원의 3대 세력을 형성할 일입니다. 이것이 솔밭의 이치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형주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적은 있어도 형주가 딱히 중요하지 않은땅이다라는 묘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관우를 제거하기위해 형주를 포기한다? 이건 제갈량의 목적이 뭔지 대업이 뭔지 의아하게 만드는 설정파괴죠. 그리고 고우영 삼국지를 읽고 사람들이 정설로 믿고 있는것은 그 사람들 자체의 문제이고 작품내로 볼땐 캐릭터의 설정이 파괴되는게 문제다 라는겁니다. 말이 바뀐게 아니라 둘다 문제다 라는거에요. 그리고 본글에도 엄연히 [그리고 아무리 상상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합리적인 상황에서 설을 제기해야지 캐릭터 자체의 특성을 무너트리는 이런 설을 제기한건 어떤식으로든 납득이 될수가 없다.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제갈량 자체의 캐릭터가 무너지는 설이니까...] 라고 제 의견을 표현했는데요?
15/01/05 10:19
1. 해당 부분에 대해서는 '고전적인 삼국지 캐릭터와 상충된다는 점에서 문제다'라고 인식했었습니다. 그 부분은 제가 간과한 게 맞습니다.
2. 저는 형주가 중요하게 묘사된 적이 없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일단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형주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디테일하게 서술해준 게 아니며, 전략적으로 결코 잃어서는 안 되는 고토처럼 묘사하지 않았거든요. 그저 형주 먹고 익주 먹어 천하삼분지계하는 정도의 의미죠.] 만약 본문처럼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한 융중대책은 형주에서 상장이 북으로 올라가고 자신과 유비는 한중에서 병사를 움직여 북으로 진격하여 양동작전을 통해 위를 무찌르고 천하를 차지한다는 계책이다. 자신이 세상에 나오면서 품었던 한왕실의 회복의 주된 계책이 바로 융중대책이고 이에 가장 중요한 땅이 형주인데 관우를 제거하겠다고 형주를 날린다고? 실제로 촉은 형주를 상실한뒤 북벌을 할수있는 루트가 하나밖에 없게되면서 북벌은 거의 실현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나마 다른루트에서 공략해줘야 할 오는 삽질만 거듭하고... 애시당초 형주가 날아가면서 제갈량의 융중대책은 거의 8~90%가 실현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거다.] 는 식으로 형주의 중요성을 구구절절하게, 독자로 하여금 형주는 결코 잃어서는 안되는 지역인 것을 모를 수가 없게끔 묘사한 게 아니거든요. 즉, 작중에서 거듭해서 관우와 경쟁의식을 드러내고 제거하려는 의도를 엿보였던 제갈량이라면 형주를 잃는 것 정도는 어찌어찌 감수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독자는 할 법 하죠. 3. 고우영 삼국지를 읽고 사람들이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려 한 것이 정설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 것이 문제라면, 허준을 보고서 유의태가 허준의 스승인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게 된 것 역시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의할지 의문입니다.
15/01/05 10:22
네 물론 고우영 삼국지에서 형주의 중요성을 그렇게 구구절절하게 제가 말한것처럼 묘사하지는 않았죠.
하지만 유비와의 대화를 통해서라도 충분히 형주의 중요성은 역설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주를 버려도 된다 라는 식의 생각을 한다면 이에 대한 어떤 묘사가 있었어야 한다는거죠. 관우를 견제하기 위해 형주를 버려도 된다라고 한다면 그 형주가 사실은 이제 딱히 중요하지 않다라는 식의 묘사가 있엇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문제라는 부분에 대해 그 문제의 주체는 그렇게 착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고우영 삼국지를 읽고 사람들이 정설로 믿고 있는것은 그 사람들 자체의 문제이고 작품내로 볼땐 캐릭터의 설정이 파괴되는게 문제다 라는겁니다. ] 그렇게 착각하는걸 딱히 고우영 화백의 문제라고 할수없다는건 공감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고우영 화백의 문제는 캐릭터 설정의 붕괴라서요..
15/01/05 10:37
그런 추가적인 표현을 할 수도 있으나, 제가 보기에는 굳이 그런 추가적인 덧붙임이 없이도 '왜 제갈량이 굳이 형주를 포기하면서까지 관우를 죽여야만 했는가'는 이미 작품에 몰입해서 본 독자라면 무의식적으로 납득할만 했다고 봅니다. 설혹 좀 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다소간 미흡하다면서 익스큐즈할만한 부분이지, 설정파괴라고 할만큼 말도 안 되는 수준은 아니고요. 만약 설정파괴라고 할만큼 말이 안 되었다면, 고우영 삼국지에 대해 성토하는 독자들이 당대에나 지금에나 넘쳐났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딱히 그렇지 않고요. 다수론은 한계가 있습니다만 어쨌든 당시에 읽던 대부분의 독자들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며 납득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애초에 고우영의 제갈량의 행동에 대한 묘사가 전혀 설득력이 없었다면 그것이 나중에 이문열 삼국지 등의 뭇 작품에서 재탕되지도 않았을 테고, 사람들에게 정설인양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겠죠.
15/01/05 19:14
납득할수가없죠. 자그마치 장수하나 죽이자고 중국의 한 주를 내주는 설정입니다. 이정도의 파격적인 설정을 제시하려면 더 많은 걸 제시했어야해요. 형주가 보통 땅도 아니고 제갈량이 중요한 땅이라고 했는데 그걸 관우를 죽이기위해서 버리고자 했다면 더 많은걸 제시헤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얼토당토 안한거죠
그리고 당시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폭넓게 받아들여진건 말그대로 삼국지에 관한 자료를 찾기 힘들었기때문이죠. 지금처럼 정사자료를 마음껏 구할수있는것도 아니고 여러 각종 토론이 자유롭지도 않은상황에서 사람들이 이게 사실인양 믿게 된거고 지금처럼 자료를 쉽게 구할수있는 상황에선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삼국지팬덤에선 더이상 논할 가치도없는 헛소리취급당합니다.
15/01/05 22:22
고우영 삼국지에서 형주는 삼국 정립을 위한 발판 정도로 나오고, 이미 삼국정립이 된 상황에서 형주 잃는다고 게임 던지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언급했듯이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은 형주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천하통일 할 수 있을 것처럼 그려지는 인물이니까요.
자료를 구하기 쉬워졌기 때문에 문제라고 한다면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삼국지연의 그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죠. 이릉대전에서 죽어나간 오나라 장수들이나 주연처럼 저평가된 인물이라든가 하후돈 같이 과장된 인물이라든가...자료를 구하기 쉬워진 지금의 눈으로 보면 헛소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들이죠. 조조가 여백사 죽이면서 '나 배신 때리는 놈은 다 사망임'이라고 했다가 관우가 오관육참 깽판 짓거리 할 때에 쿨하게 놓아주는 것은 어떻고요. 하지만 그런 거 갖다가 헛소리네 뭐네 해봐야 괜히 쓸데없는 열올리기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입니다. 셰익스피어의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에서 안토니우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클레오파트라가 도주하니까 같이 따라가서 전쟁을 말아먹는데, 이걸 가지고 '자료를 구할 수 있는 현재 보면 말이 안 된다. 악티움 해전 그냥 옥타비아누스가 쳐바른 건데 무슨 소리임. 자료 구할 수 있는 요즘 보면 헛소리 취급 당한다. 그리고 클레오파트라와 안토니우스 보면 안토니우스가 전략적으로 카이사르 다음으로 훌륭한 장군인데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전쟁 말아먹고 자기 자신을 자살로 몰아가는 게 말이 되냐?'라고 하진 않습니다. 셰익스피어가 구성한 소설적 세계 내에서는 충분히 납득할만한 일이니까요. 말 안 되기로 치면 임진록 같은 군담 문학은 다 불태워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허구를 마구 늘어놓음으로써 픽션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니까요. 외려 소설을 소설로 만화를 만화로 못 즐기는 사람이 앞뒤가 꽉 막힌 거고 불행한 거죠. 영구 동력 기관이 나오는 SF 영화를 보고서 '무슨 영구 동력 기관이야! 저게 과학적으로 말이 되냐!'라고 분개하는 것과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15/01/05 09:08
네 전 역사서에 입각한 비판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순수한 창작 소설 또는 만화 로서 입각해서 비판을 하는겁니다.
소설이나 만화라고 해도 캐릭터자체가 모순된 설정을 보이면 보통 캐릭터가 붕괴되었다며 비판을 하죠. 아무리 기존 삼국지에서 찾을 수 없던 독보적인 제갈량의 캐릭터라고 해도 애시당초 형주를 먹어 천하를 먹겠다는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기위해 형주를 그냥 줘도 된다라고 했다는 설정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오게 되는겁니다. 모리스르블랑이 셜록홈즈를 멋대로 가져와 자기 작품에 실었을때 가장 까였던건 모리스르블랑의 셜록홈즈는 왓슨이 다치던 말던 신경도 쓰지않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는거죠. 원작의 셜록홈즈는 왓슨이 총에 맞았을때 왓슨에게 총을 쏜 상대를 죽여버리겠다고 할정도로 왓슨을 아끼던 인물이었으니까요. 캐럭터 설정이 충돌했기에 이를 가지고 많이 까였습니다. 내여귀가 많이 까였던것도 주인공인 코우사카 쿄우스케는 분명히 남을 배려하고 챙겨주던 캐릭터였는데 후반에 다른사람 감정은 나몰라라하며 키리노에게만 올인하면서 캐릭터 자체의 설정이 바뀌었다고 까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우영 삼국지도 역사서가 아닌 소설, 만화라고 할지라도 캐릭터 설정에 모순이 생기면 까일수밖에 없는거죠
15/01/05 09:14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아니라, 그런 이중적인 태도 때문에 제갈량이란 캐릭터가 재해석되는 겁니다. 이런 걸 '입체적 캐릭터'라고 합니다. 조조만 해도 정의롭고 대인배스러운 행위와 간악하고 쪼잔한 행위를 번갈아 가며 하는 인물인데, 이게 캐릭터의 붕괴가 되는 건 아니죠. 그냥 그 자체가 캐릭터의 특성이 되죠.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은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것을 염두에 둔 좀 더 세속적 욕망을 이따금 보여주는데, 그게 가장 극적으로 표현된 게 저 장면입니다. 천하통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해야했을 캐릭터가 왜 형주를 포기했겠냐고 하셨는데, 바로 저 장면때문에 천하통일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할 캐릭터가 아니게 바뀐거에요. 왜 본인이 인식한 캐릭터 설정이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 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본문에서도 언급되어 있지만 삼국지연의를 필두로 한 제갈량 신격화 작품에선 말 그대로 제갈량이 신에 가까운 지략을 지니고 있는데, 그런 능력을 지닌 인물이 관우의 죽음과 형주를 놓쳤다.. 란 게 오히려 더 캐릭터 구성의 실패이자 모순이라고 할 수 있죠. 당연히 제갈량은 신이 아닙니고, 관우가 죽은 것도 형주를 잃은 것도 제갈량의 의지가 아니란 건 지극히 상식적인 해석입니다. 하지만 제갈량이 신적인 역량을 지닌 시나리오에서는 전혀 납득이 가는 설명이 아니죠.
15/01/05 09:22
입체적 캐릭터를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어느정도 캐릭터 자체의 설정과 맞아 떨어져야죠..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가장 좋은방법은 천하통일이지 관우 제거가아닙니다. 애시당초 제갈량이 유비에 들어온것도 유비로 하여금 천하통일을 하기위함이죠. 그런 목적을 가진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한답시고 형주상실을 그렇게 쉽게 생각한다? 이건 입체적 캐릭터 설정이 아니라 캐릭터 붕괴입니다. 차라리 형주는 그렇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땅은 아니다 라는 식의 서술이라도 있어야 되는거지 그런것도 없이 관우 제거하기위해 형주를 날린다라는 설정을 밀어붙이는건 캐릭터 설정이 완전히 어긋나는거죠.
15/01/05 09:43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유비가 삼고초려했을때 하는말이 형주는 신천지이고 이곳을 차지해서 중원의 3대세력을 차지해야한다. 이것이 솔밭의 이치다라고 합니다. 형주를 중요하게 생각한건 제가 만든 설정이 아니라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에서 나오는 설정이죠.
그런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기위해 그 중요한 형주를 날린다? 이게 설정의 붕괴죠. 만약 그런 묘사를 하려면 적어도 제갈량이 형주를 중요하다고 했지만 사실 형주없어도 천하통일가능하다 라고 말하는 묘사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건 어디에도 없죠
15/01/05 09:57
어디에서 극단적일 정도로 표피적으로 이해하는건가요?
작품에서 제갈량이 형주를 딱히 불필요한 땅이다라고 하는 식의 묘사가 있긴 하던가요?
15/01/05 10:14
형주가 중요하다던 양반이 나중에 형주를 버리는 선택을 하면 "에이 앞뒤 다르네 설정 붕괴네"라고 이해하는 건 1차원적 생각이고, '왜 말이 바뀌었지? 형주를 버리더라도 관우를 제거하고 싶을만한 이유가 있나? 아, 이 작품의 제갈량은 세속적 욕망이 대의보다 더 큰 인물이구나, 혹은 자신이 확실한 실권을 쥐는게 천하통일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정도로 자신감이 있구나'로 이어지는 게 작품의 흐름에 맞게 해석하는 거죠.
제가 계속 언급하는 제갈량 신격화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신데.. '제갈량은 모든 걸 다 알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삼국지연의는 물론 고우영삼국지의 일관된 제갈량의 캐릭터성입니다. 제갈량이 실패하는 경우는 팀킬이나 건강(수명) 때문이고, 그 외에 제갈량 뜻대로 안 된게 뭐가 있습니까? 그런 제갈량이 무려 관우와 무려 형주를 잃는 게 일관된 캐릭터성입니까? 본인이 짜 놓은 틀 안에 집어 넣으면 당연히 짜 놓은 틀대로의 답 밖에 안 나오죠. 본인이 쓰신 본문을 다시 읽어보세요. 역사적 합리의 틀에서 고우영삼국지를 비판하고 있잖습니까. 말씀하신 것 처럼 제갈량은 모든 걸 알고 있지도 않고, 형주는 제갈량 개인의 욕심때문에 버릴만한 땅도 아닙니다. 하지만 고우영삼국지를 비판하는 틀로써는 너무나 부족하죠.
15/01/05 10:19
"에이 앞뒤 다르네 설정 붕괴네"라고 이해하는 건 1차원적 생각이고, '왜 말이 바뀌었지? 형주를 버리더라도 관우를 제거하고 싶을만한 이유가 있나? 아, 이 작품의 제갈량은 세속적 욕망이 대의보다 더 큰 인물이구나, 혹은 자신이 확실한 실권을 쥐는게 천하통일에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할정도로 자신감이 있구나'
라고 생각할만한 묘사를 줘야죠. 그런 묘사도 없이 멋대로 생각이 바뀐다? 그건 설정붕괴고 작가의 묘사 실패에요. 그리고 세속적 욕망이 대의보다 더 큰 인물이라고 한다면 후에 북벌에 매진하며 어떻게든 천하통일 해보려는 제갈량의 모습과 또 상충되죠. 차라리 신적인 제갈량이 관우와 형주를 잃는게 말이 안된다고 판단하면 거기에 제갈량이 형주를 도우러 가지못햇다는 묘사를 넣는게 더 합리적일겁니다. 성도에서 반란이 있다던지 소식이 늦게 왔다던지 하는 식의 묘사로요. 형주가 중요하다던 양반이 갑자기 형주를 버리게 되는 생각의 변화에 대해 제대로 묘사하지 못했으면서 이를 독자가 그대로 알아서 생각해서 받아들이라하는건 잘못된 요구죠 그런식이면 내여귀에서 주인공 쿄우스케가 남을 위하는 캐릭터가 갑자기 바뀐것도 '아 이 인물은 남에게 대한 배려보다 자신의 욕망에 더 충실한 인물이구나' 라고 알아서 맞게 해석해야 한다는걸까요
15/01/05 10:32
성도 반란이나 소식 늦게.. 이런 건 뭐 다 결국 제갈량 신격화랑 안 어울리니 별로 효과적인 대안은 아니지요. 말씀처럼 캐릭터의 변화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묘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긴 합니다. 하지만 다른 분들의 덧글들도 그렇고, 당대의 다양한 해석도 그렇고, 딱히 사람들이 고우영의 제갈량을 설정붕괴라고 이해하진 않은 듯. 저게 문제라고 느낀 건 그냥 발롱도르님 본인의 감수성에 가깝다고 봅니다. 사실은 발롱도르님도 본문에서 캐릭터성을 가지고 납득을 못했다기 보다 관우제거설이 역사적으로 말이 되냐 안되냐에 더 천착했던 걸 보면, 결국 허구의 창작물로써의 제갈량의 관우 제거는 큰 무리없이 수용되었음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겠죠.
15/01/05 11:07
이미 이엄, 구안등의 배신 으로 제갈량이 당했다라는 식의 묘사도 있는데 성도반란이나 소식늦게가 왜 제갈량 신격화랑 안어울리니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묘사가 제갈량이 뛰어났지만 주변 상황이 여의치않았다라는식으로 쉴드가 될텐데요.
이엄이나 구안의 뒷치기도 다 그런식의 묘사 아니었습니까 허구의 창작물로서의 제갈량의 관우제거가 무리없이 대중들에게 수용된건 맞는데 그렇게 수용한 대중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렇기때문에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역사적으로 말이 안된다는걸 설명했을뿐 덧붙여 이문열 삼국지에서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설정을 붕괴시켰다고도 생각하는 편입니다. 딱히 감수성이 아니라 너무 앞뒤가 맞지 않아요. 제갈량이 대업이 아닌 사리사욕과 권력을 더 취하는 캐릭터로 설정했다면 후반부에는 또 그렇게 자기 목숨을 걸어서까지 북벌을 하려는게 설명이 또 안되죠.
15/01/05 11:24
발롱도르 님// 형주와 관우의 상실에 비하면 시련이 조잡하기 때문입니다.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스토리텔링상 별로 좋은 이유가 되기는 힘듭니다.
허구의 창작물로써 관우제거가 무리없이 수용되었음은, 반대로 말해 그것이 허구의 창작물로써 충분한 개연성과 그에 대한 묘사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말씀하신 캐릭터 설정 붕괴가 잘못된 지적임을 증명하는 부분이지요. 말씀처럼 그게 역사적으로는 말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15/01/05 11:41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서의 제갈량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도술도 쓰고 말빨로 사람도 죽게 만들고 계략은 실패하는 법이 없고 적의 심리는 다 환하게 꿰고 있고...삼국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유관장 삼형제 다 죽어도 제갈량 느님이 알아서 해주실 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제갈량의 캐릭터성이죠. WWE로 치면 골드버그나 존나쎄 같은 무적 기믹입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는 제갈량의 실패로 귀결되죠. 아무리 철면피가 두꺼운 작가라고 하더라도 제갈량이 삼국통일 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망하니까요. 결국 제갈량이 실패한 이유를 어떻게든 갖다붙여야 합니다. WWE에서도 무적기믹인 플레이어들이 항상 이기게만 할 수는 없거든요. 그래서 제대로 붙으면 다 쳐바르지만 다굴을 맞는다든가, 기습을 당한다든가, 반칙을 당한다든가, 체어샷을 당한다든가, 보드진과 연계된 정치적인 꼼수에 낚인다든가 하는 식으로 변명거리를 활용하는 것이죠. 삼국지연의의 경우에는 주로 들먹여지는 것이 팀원들의 트롤링이나 불운함입니다. 이엄이나 맹달, 마속 등의 삽질, 유선의 무능함, 호로곡의 우천, 사마의를 뒤쫓은 요화가 길이 엇갈려 추적에 실패한 것 등이 다 그런 것이죠. '야야 아무리 제갈량 느님이 짱짱맨이라고 해도 상황이 이런데 우짜노?'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 나관중의 필력의 절륜함은 감히 범인이 이렇다저렇다 평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형주공방전의 경우에는 이러한 나관중의 필력이 사라집니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난관도 해결할 수 있는 제갈량이 형주는 꽤나 무기력하게 잃고 관우의 죽음은 바라만 보고 있죠. 삼국지연의 원전에서 제갈량이 이처럼 허술한 장면이 없습니다. 심지어 방통의 죽음조차 예측했는데도 말이죠. 제갈량은 방통의 죽음을 예지했지만, 제갈량에 대한 경쟁심을 불태운 방통이 삽질을 해서 죽었다는 식으로 묘사됩니다. 이것은 나관중이 독자에게 '야야 제갈량느님은 다 아시고 계셨는데 방통이 밥통짓 한 거야!'라고 잡아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형주 공방전에서의 제갈량이 형주의 안위에 대해 보인 반응은 자세히 묘사되지 않고요. 그렇다고 본문처럼 형주 구원을 나갈 수 없었던 이유들이 설명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즉, 삼국지연의의 제갈량의 캐릭터성은 이 지점에서 일관성을 잃게 됩니다. '형주 박살나고 관우는 죽었을 때 신묘막측한 제갈량 느님은 뭐하신 거지?'라는 의문이 독자에게 들 수밖에 없죠. 고우영 삼국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국지연의 원전으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죠. '야야 우리가 알다시피 제갈량은 짱짱맨이어서 관우 살리는 것 쯤은 문제가 안 돼. 근데 그럼 관우가 왜 죽었을까? 그건 제갈량이 원래부터 관우를 싫어했기 때문이야. 야 이런 짱짱맨한테 관우하고 형주 하나 있고 없고가 뭐 중요할 거 같냐? 제갈량 입장에서 관우 있어봐야 자기 주도로 천하통일 하는 데에 방해만 되지 도움은 안 되는데. 이제 의문 해소 되지 그럼?'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즉,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삼국지 연의에서 보인 제갈량의 캐릭터의 구멍을 메워줌으로써 오히려 제갈량의 전지성이라는 고전적인 캐릭터를 [완성]하는 동시에, 올곧기만 했던 고전적인 삼국지의 제갈량을 탈피하여 '인간 제갈량'이라는 새로운 면모를 묘사함으로써 캐릭터를 [변형]하기도 한 것이죠. 이것은 매우 창조적이고 참신한 시도라고 할 수 있으며 장르적 발전입니다.
15/01/05 14:08
구밀복검 님// 뭐, 나관중 집필 당시 관우는 신으로 떠받들리고 있었다는 걸 생각할때 그걸 쓴 당시의 사람들 입장에선 '제갈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신' 인 관우가 그렇게 죽을 거라고는 예측 못하는 게 당연하다]' 라고 여겨질 거라 보이니 그게 의문이라 생각은 안했을 겁니다.
오늘날에 와서야 관우를 신격으로 묘시지 않으니 신묘한 예측력을 자랑하는 제갈량이 '인간 관우의 죽음'을 예측 못하는 게 이상하다는 작중 의문점이 생겨나고, 그것을 나름 독자적으로 해석한 것이라 보면 되겠지요.
15/01/05 14:21
구밀복검//
연의에서 제갈량이 형주 상실 부분에서 부실하고 무언가 부족해보인게 사실이지만 그부분이 어색하다고 해서 갖다붙인 설정이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기위해서 라고 붙이는건 막나가고 오히려 더 다른 구멍을 크게 만드는거죠 형주가 중요하다고 역설한 제갈량이 그리고 북벌을 통해 천하통일을 대의로 하는 제갈량이 관우를 죽이기위해 형주라는 중요한 땅을 그냥 버린다? 이건 나관중연의 구멍을 메꾸기위해 다른 더 큰 설정구멍을 스스로 만드는 꼴입니다. 차라리 이것도 예전 제갈량의 실패 때 했던 묘사처럼 팀킬을 이용한다던가 성도에 문제가 생겼다던가 라는 식으로 처리하면 모를까 제갈량이 일부러 형주를 버렸다? 이건 창조적이고 참신한 시도가 아니라 정말 말도 안되는 설정입니다. 제갈량이 2번째 북벌에서 학소에게 무기력하게 진건 그동안 신으로 추앙받던 제갈량으로선 상당히 말도 안되는 결과입니다. 그리고 소설에서도 제갈량이 대놓고 잘못한걸로 나오죠. 이 구멍을 해소한답시고 제갈량이 사실은 북벌이 맘에 없었다 북벌은 그냥 쑈였고 학소에게 일부러 져준거다 라는 식의 설정을 들이민다면 학소에게 신적인 존재인 제갈량이 진 구멍은 메꿔지지만 다른 더 큰 설정구멍이 생기는거죠 이건 전혀 창조적이고 제대로 된 묘사가 아닙니다.
15/01/05 14:36
절름발이이리님//조잡하더라도 그게 차라리 설정구멍을 내지 않는 좋은 방법이죠. 그리고 이후에도 계속 제갈량의 실패때마다 써오는 설정이기도 하구요.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이후에도 계속 나왔지만 그때마다 논파당하고 말도안되는 소리로 삼국지 팬덤에서 취급되는게 사실입니다. 그 허구의 내용을 마치 진실인양 믿게끔 퍼트린 고우영의 뛰어난 작품능력은 인정하지만 이제 그 설을 가지고 말하면 제갈량을 대놓고 까는거라며 무시당하기 일수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어디까지나 고우영을 까지않는건 고우영 삼국지가 삼국지 관련 사료를 찾기힘든 예전에 나왔고 지금은 한참 시간이 지나서 구태여 깔 필요가 있나 라는거죠. 그리고 고우영화백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는 사람도 많이 있고... 하지만 이런 설정을 가진 삼국지가 지금에 어떤 무명 작가에 나와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들이민다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가열차게 까였을겁니다. 지금 고우영 삼국지를 특별히 뭐라고 하지않는건 하도 시간이 오래되었고 고우영화백도 이미 돌아가신지 오래니 구태여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거지 지금도 이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가지고 삼국지 팬덤에 들이밀면 엄청나게 까이는건 매한가지에요 그리고 다 떠나서 장수하나를 죽이기위해 중국의 커다란 주 하나를 버린다 라는 설정은 지나친 무리수입니다. 제갈량이 바보천지가 아닌 이상에야....
15/01/05 14:39
발롱도르 님// 애초에 본문은 마지막 문장만 빼면 대체로 역사적 사실관계에 의거한 반박이었고, 거기서 그쳤으면 깔끔했을 것을, 괜시리 허구적 소설의 캐릭터성을 논하는 단계로 무리수를 두어서 고생을 하시네요. 하시는 말씀을 보고 있으면 이 둘의 차이가 무언지를 명확히 모르시는 것도 같고 그렇네요. 본인 빼고는 아무도 설정구멍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걸 보면서 좀 느끼시는게 있어야 할텐데 말이죠.
15/01/05 14:43
절름발이이리님// 반박한다고 해봤자 10명이나 되나요? 굳이 논리적인 반박을 못하니 수에 의지해서 반박을 하시네요.
분명히 형주가 중요하다고 한 제갈량이 갑자기 형주를 장수하나 죽이기위해 버리는 선택을 하는건 분명히 설정이 충돌하는거 아닌가요? 이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을 하다가 막히니 수에 의지하는건 좀 치졸해 보입니다. 솔직히 토론때마다 절름발이 이리님을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그때마다 절름발이 이리님은 나에게 반박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내가 틀렸다라고 인정을 하셨나요?
15/01/05 14:47
발롱도르 님// 논리적인 반박을 못하는게 아니라, 충분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췌 못 알아들으시니 주변 눈치라도 좀 살펴보시라는 차원에서 환기시켜드리는 거죠.
더불어 말하자면 역사에서야 사실관계가 중요하지만, 창작물에서의 캐릭터성과 일관성이란 수용에 무리가 없으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명중 10명이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했을거라고 주장한다 해서 그 주장이 옳게 되는 건 아니지만, 10명중 10명이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하는 시나리오가 어색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경우 그건 옳을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고, 상당한 권위가 부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인고 하니, 그게 어색하냐 안하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곧 대중의 판단으로 치환되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어떤 음악이 듣기에 좋은 음악이 아니라고 강변해도, 대중이 그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순간 듣기 좋은 음악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랑 비슷한 겁니다.
15/01/05 14:51
절름발이이리 님// 그 논리적인 반박에 다시 제가 논리적인 반박을 했지않습니까
처음부터 논리적인 반박을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나갔다면 모를까 처음에 논리적인 반박을 하다가 그 반박이 막히니 난데없이 수를 들먹이는건 치졸해보입니다. 그리고 어디서 통계를 낸것도 아니고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그럴듯한가 라는식의 통계도 없었는데 무작정 대다수가 고우영 삼국지 제갈량 관우설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시는지 이글에서 고우영 제갈량 관우 제거설 문제없다라고 하는 분이 열분 아니 다섯분은 되나요? 원래 논리를 중요시하고 아무리 다수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논리로 밀어붙이시는 분이 이 무슨 치졸한 모습이십니까
15/01/05 14:54
발롱도르 님// 별로 안 논리적이셨는데요. 형주가 중요하다고 한 제갈량이 형주를 어케 버려만 무한반복하고 있는데, 뭐가 논리적이란 건지 모르겠군요. 도원결의때 한날 한시에 죽자고 말했던 유비가 관우가 죽은 다음에 바로 안 죽은 건 안 이상하세요?
구밀복검님도 언급하셨지만 제갈량의 관우제거설이 유행했다는 것은 그것이 '그럴싸 했기 때문'입니다. 말도 안되는 뜬금포 헛소리처럼만 보였다면 애초에 유행할 수가 없죠. 자오곡계책이나 기타등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따져보면 그게 옳지 않음에도 '그럴싸' 하다는 거죠. 역사적 사실로써야 그럴싸하기만 해선 곤란하지만, 허구의 창작물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겁니다. 뭐 제갈량이 수명 늘리려 시도하는건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어서 삽입되었습니까? 사실여부로는 다 말같지 않은 소리죠. 하지만 그 장면을 보는 독자가 이상하게 받아들이지만 않으면, 즉 '그럴싸 하기만 하면', 창작물로써의 구성력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관우 제거설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고, 발롱도르님이 몸소 비판할 정도까지 유행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갈량의 캐릭터성이 망가지지 않았음"이 충분히 증명이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도 한 얘기지만, 창작물에서 필요되는 개연성과, 역사적 사실을 판단할때 요구되는 현실성의 차이를 잘 구분을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15/01/05 19:19
절름발이이리님// 충분히 논리적이었습니다.
형주가 중요하다고 한 제갈량이 형주를 어케 버려만 무한반복하고 있는건 님이 이 논리를 제대로 논파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계속 말하는거죠. 한낱한시에 죽자고 말했기에 유비가 오나라에 복수를 하기위해 쳐들어간거 아닙니까 그리고 오나라와 참패하고 관우를 따라 죽은거구요. 만약 유비가 그렇게 말했는데 오나라를 침공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뒀다면 그게 유비 캐릭터가 상당히 달라졌다라고 볼수있는거구요 그리고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그럴싸했다는건 그당시에는 삼국지관련 자료도 없고 제대로 된 토론할수 있는 공간도 없었기때문입니다. 정사 하나 제대로 구하기 힘들어서 다들 연의를 실제로 믿고 화용도사건이 진짜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지금처럼 사료를 쉽게 구하고 삼국지 토론이 활발이 이루어지는 시대에선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안량 방심설과 같이 말도안되는 소리 취급밖에 받지 못합니다. 관우 제거설이 지금에와서는 삼국지팬덤에서 절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만약 고우영 삼국지가 삼국지 사료를 제대로 알수있는 지금에 나왔다면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무슨 씨나락까먹는 소리냐라며 비판의 대상이 되었을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창작물이라도 장수 하나 제거하기위해 중국 한주를 내준다라는건 상당한 무리수가 있는 설정인겁니다. 제갈량이 바보 천치라면 상장 하나 죽이려고 중국 한 주 내줄수도 있겠네요 안량방심설이 관우가 너무 쉽게 원소의 대장군 안량을 베엇기때문에 그게 이해가 안되서 나온 설인데 (연의에도 실려있음) 이게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하더라도 지금에와서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까이는것과 마찬가지인거에요.
15/01/05 22:40
삼국지연의의 경우, 학소 상대로 고전하기는 하지만, 학소를 대단한 명장으로 묘사하고 제갈량의 방심을 지적하면서 제갈느님이라도 고전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며, 뒤이어 조진, 왕쌍, 손례 등을 관광 보내며 제갈량이 승기를 잡은 상황을 보여주면서 제갈량의 전능성이 깨어지지 않게 밸런스를 유지시켜줍니다. 퇴각 이유도 결국은 무슨 대패를 당했다든가 그런 것이 아니라 촉이 위에 비해 식량과 보급 문제가 후달려서이고요. 2차 북벌이 실제로 실패로 끝난 이상 나관중 입장에서는 이것을 무마하기가 쉽지 않았을 테고, 저 정도면 그럭저럭 제갈량의 캐릭터는 방어가 된 겁니다. 결국 3차 북벌에서 진창성은 함락되기도 하고요. '정신 제대로 차리고 마음만 제대로 먹으면 제갈느님이 못할 게 없다'는 기조는 유지되는 거죠. 이후 3차/4차/5차 북벌에서 거듭해서 위나라를 내용적으로는 압도하는 식의 묘사 역시도 이를 강화시켜줍니다. 서사적으로 충분히 무마가 된다는 겁니다. WWE에서 존나쎄가 에지에게 타이틀 몇 번 깨진 적이 있다고 해서 존나쎄 무적 선역 기믹이 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고우영 삼국지에서는 아예 학소가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고우영 삼국지의 경우 북벌 과정 자체가 매우 간략하게 다뤄지죠. 마속이 삽질한 이후에 제갈량은 그냥 연전연승해서 삼국통일 거의 목전에 둔 것처럼 묘사됩니다. 제갈량의 신성성이라는 고전적인 캐릭터에 매우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죠. 또한 고우영 삼국지에서 작중 제갈량이 형주가 중요하다고 한 시점은 삼고초려 시점입니다. 형주가 중요하다고 내세운 이유도 중국 전토에 빈땅은 형주와 익주 뿐이고 그곳들을 차지해야 천하 삼분이 된다는 것이고요. 별로 디테일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관우가 죽는 시점은 이미 천하삼분이 된 시점이고, 형주를 잃는다고 해서 촉이 망하고 제갈량이 실패하는 것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오히려 고우영 삼국지에 몰입된 독자라면 제갈느님 짱짱맨 입장에서 굳이 형주와 관우에 집착할 것이 없기도 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중국의 한 주니 뭐니 그건 우리의 역사적 시각이지 고우영 삼국지라는 픽션 내에서 적합한 시각은 아니에요.
15/01/06 09:23
구밀복검님// 학소를 대단한 명장으로 묘사하지만 신으로 묘사된 제갈량이 그렇게 학소에게 아무것도 못하고 발리는건 삼국지연의를 보는 사람들에겐 다 놀라고 어이없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 만큼은 제갈량이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학소에게 발렸다라는 식으로 나오니까요. 이 부분의 미스를 해소하기위해 제갈량이 실제로 북벌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라는 설을 갖다붙이면 하나의 미스를 막겠다고 또 다른 하나의 설정구멍을 만들어버리는겁니다.
바로 고우영삼국지에서 제갈량이 형주상실에 아무것도 못한 걸 구멍을 메꾸기위해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들면서 또 다른 설정구멍을 만들어버리는 꼴이죠 그리고 그런식으로 학소전의 제갈량의 실패를 설명한다면 제갈량이 형주를 상실한것도 여몽을 대단한 명장으로 묘사하며 관우가 우금을 잡고 한창잘나가고 있다는 소식이 성도에 왔다는 식으로 해서 제갈량의 실수아닌실수를 희석시켜주고 있으며 제갈량이 관우에게 오와 친해야 한다라고 한걸 말해서 이번 형주상실의 실패는 제갈량이 아닌 관우의 책임이라고 충분히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더더군다나 유봉 맹달의 배신을 끼워넣으면서 유봉 맹달보고 도우라고 해놨는데 그들이 돕지 않았기때문에 관우가 죽었다라는 식으로 또 한번 제갈량의 책임을 희석시킵니다. 여러 삼국지연의의 묘사에서 신적인 제갈량과 설정상 어긋나는 부분을 최대한 희석시켜주고 있다는거죠. 학소전을 그렇게 쉴드친다면 이 형주부분도 그렇게 쉴드칠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 고우영삼국지가 학소가 나온다고 한게 아닙니다. 하나의 설정구멍을 없애기위해 또다른 큰 설정구멍을 만들필요가 있느냐 라며 학소를 이야기한거뿐이죠 디테일하지 않더라도 형주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한적은 어디에도 없고 또 형주라는 중국의 땅 한덩어리를 잃는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엄청 큰 손실이라는건 누구나도 알수있는부분입니다. 고우영삼국지에도 엄연히 형주는 주라고 표기되는 중국의 한 주입니다. 그리고 제갈량도 중요한 땅이라고 하고 유비가 유표의 청을 거절할때 제갈량이 뒤에서 형주는 꼭가져야한다고 누차 말합니다. 이걸 나중에가서 형주를 버려도 된다로 바꿀려면 그전에 이에 대한 묘사가있어야 한다는겁니다. 고우영삼국지에서는 형주가 하나의 주가 아닌 일개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은 땅처럼 나오기라도 했나요?
15/01/06 10:22
후대 작품에서 제갈량이 학소를 제대로 때려잡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묘사를 해서 설득력을 더욱 확보한다면 그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겠죠. 갑자기 제갈량이 병이 도졌다든가, 진창성이 관서 지역 최고의 요새라든가, 날씨가 안 좋았다든가 하는 와중에, 성도나 영안 쪽에서 제갈량을 견제하는 참설에 시달리고 전황은 안 풀리고 암살 위협에도 시달리고 가정사도 개판 된다든가 부인이 죽었다든가 등등 내외적으로 제갈량을 압박하는 악재가 거듭거듭 겹쳐서 북벌에 대한 의욕을 잃고 본국으로 귀환해서 2차 북벌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식으로 처리하더라도 딱히 개연성이 없다고 비판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드는군요. 아주 흔하디 흔한 헐리우드식 클리셰 아닙니까.
이처럼 인물의 행동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바스터즈에서 유태인 학살자로 이름을 날리며 나치의 적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현하던 나치 장교 크리스토프 발츠가, 나중 되어서 나치에 배신 때리고 영국 측에 붙어 히틀러와 괴벨스를 암살하는 데에 가담한다고 해서 그걸 캐릭터 망가졌다고 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우와 처음에 충실한 나치의 개로 나오던 무시무시한 첩보관이 결국에는 저렇게 통수도 치네 덜덜덜'하고 경탄을 이끌어내죠. 그랜 토리노에서 아시안을 상대로 침 뱉으며 멸시감을 표현하던 이스트우드가 엔딩에 가서 아시안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복수를 시킨다고 해서 캐릭터 설정 깨졌다고 하는 사람도 없고요. 오히려 저렇게 완고하고 비뚤어졌던 이스트우드가 저런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는 데에서 극의 감동이 오죠. 레퀴엠 포 어 드림에서 제니퍼 코넬리에게 그녀가 자신의 삶의 전부며 세상 무엇보다도 그녀를 사랑한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던 자레드 레토가 엔딩에 가서 그녀를 버리는 선택을 하며 울부짓는다고 해서 작품 망쳤다고 하진 않습니다. 정상적인 감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장면에서 처연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겠죠. 고우영 삼국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자신이 중하다고 언급했었던 형주를 포기하면서까지 관우를 제거하면서, 제갈량은 인간적인 캐릭터가 되는 것이고, 독자는 그로부터 미적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은 캐릭터 파괴라고 할만큼 허술하게 처리된 것이 아닙니다. 통독 해본 사람은 다 알 수 있어요. 일단 등장 초기부터 각혈을 하면서 제갈량의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끊임없이 독자에게 환기시켜줍니다. 그럼으로써 제갈량이 업적욕과 명예욕과 역사적 평가에 대해 조바심을 보이고 집착을 할만하다는 것을 납득시키죠. 동시에 관우에 대한 경계심도 꾸준히 부각시켜주면서 관우와 제갈량이 양립하기 어려운 관계임을 여러 번 지적해줍니다. 즉,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은 최소한의 조건만 있으면 자신 혼자 힘으로도 대업을 이룩할 수 있는 먼치킨인데, 수명 문제와 명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자신이 주도적으로 역할을 수행하여 서둘러서 삼국을 정복하고자 하며, 이런 제갈량에게 있어 관우는 방해물 이상도 이하도 안 되는 것입니다. 관우가 살아있는 한 제갈량은 촉의 독보적인 원탑이 될 수 없고 그러면 그만큼 제갈량 생전에 대업을 이룩하기는 어려워지니까요. 실제로 제갈량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쯤 되면 이전에 형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들 - 그조차 누누히 이야기했듯이 무슨 절대반지 수준의 절대적인 중요성을 지닌 것도 아니고 - 무에 그리 비현실적이고 비상식적이겠습니까. 심지어 시일조차 수년 내지 십수년 쯤 지났는데요. 민주화 투사 김영삼이 불과 10년도 안 되어서 삼당합당 야합을 꾀하고는 하는 것이 <현실>의 일이고 진정성의 아이콘 안철수가 2년도 안되어서 거품으로 전락하는 것이 <현실>의 일입니다. 그에 비하면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이 태세전환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죠. 뜬금없는 변모가 아닌,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저런 구색을 맞춰놓은 상황에서 인물이 자신의 언행을 뒤집는 모습을 보일 때에 비로소 입체적 캐릭터가 탄생합니다. 까놓고 말해서 픽션의 인물들이 일구이언하는 것이 하루 이틀 있는 일도 아닌데 뭐 그리 대수인지 의문입니다. 충분히 개연성을 갖추기 위한 장치들을 두겹 세겹으로 준비했는데요. 저는 삼국지에 대해 연의고 정사고 정말 이에 대해 천착하시는 분들만큼 해박하게는 아니더라도 나름 알만큼은 안다고 생각합니다만, 고우영 삼국지가 그 세계관 내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네요. 또한 삼국지와 고우영을 충실히 읽은 견식 있는 이라면, 문학과 만화와 서사에 대해 최소한의 감수성이 있는 이라면 제 입장에 대개 동의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고요.
15/01/06 10:49
그러니까 학소를 제대로 때려잡지 못하는 묘사를 제갈량이 병이 도졌다던가 진창성이 최고의 요새였다던가 하는 식으로 해서 설정구멍을 메꾼다면 다른 설정 구멍이 생기지 않으나 난데없이 제갈량이 사실은 위의 스파이였고 학소와 짠거다 라고 설정구멍을 메꾼다면 다른 더 큰 설정구멍이 생긴다는겁니다.
그런식이 제갈량이 관우 죽이기위해 형주를 버렸다는 식의 설정이라는거죠 인물의 행동이 달라지는것도 어디까지나 설정이 충돌하지 않는 부분에서 가능해야 하고 또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부분이 중간중간 있어야 하는겁니다. 제갈량이 형주를 그냥 버린다는 설정을 하려면 제갈량의 목적이 천하통일에서 그냥 권력 쟁취로 바뀌었다라는식으로 하던지 제갈량이 타락했다는 설정을 보여주던지 해야지 제갈량의 목적은 그대로 두면서 형주를 날린다는 설정을 하니 무리수라는거죠 캐릭터의 성향이 행동은 얼마든지 변할수있습니다. 크리스토프 발츠도 얼마든지 나치에 있다가 나치를 배신할수 있죠. 그런데 그 배신에 대한 이유와 원인이 잘 묘사되어야 하고 어떤계기로 마음이 바뀌었는지 설정이 묘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고우영삼국지 어디에 제갈량이 형주를 중요한땅이다라고 하다가 사실 형주는 그닥 필요없어 라는식으로 말한게 나와있나요? 제가 보기에는 어디에도없는데요? 거기다 크리스토프 발츠가 후에도 독일의 세계제패가 난 가장 큰목적이라는 식으로 나왔다면 이는 나치에 배신때리고 영국 측에 붙는것과 설정충돌을 일으킬수밖에없죠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이 바로 그거에요. 목적은 계속 천하통일에 두면서 북벌을 계속 하면서도 형주 날리는건 상관없다?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죠 자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던 형주를 포기하면서 관우를 제거하는건 제갈량이 인간적인 캐릭터가 되는게 아니라 바보천지 가 되는겁니다. 장수 하나 죽이겠다고 천하통일에 필요한 자신이 중요하다고 했던 형주를 버린다는건 말이안되는거고 그게 말이되게하려면 더 제대로 된 설명묘사가 필요한거에요. 그런데 고우영삼국지 어디에도 그런 부분은 없습니다. 그냥 허술하게 두리뭉실 형주를 버리는거죠 제갈량 관우 대립만 계속 보여줄뿐 형주에 대한 제갈량의 생각의 변화는 어디에도 없고 제갈량의 천하통일의 대업은 또 그대로 갑니다. 이거라도 바뀌면 형주 잃는것이 어느정도 타당성을 가질텐데 천하통일을 가져가면서 형주를 그냥 내주니 어이가 없게되는거죠. 당연히 픽션의 인물들이 일구이언하는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그리고 픽션의 인물들이 아무런 인과관계나 상황묘사도 없이 말이 바뀌고 설정이 충돌하면 그 작품은 까일수 밖에 없습니다. 내여귀가 까였던것도 주인공이 갑자기 설정이 바뀌면서 앞부분의 쿄우스케와 뒷부분의 쿄우스케가 서로 충돌하면서 까인거죠. 대체 제갈량이 형주를 필요없는 땅이라고 생각하는 개연성을 주기위한 장치가 뭐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중국의 중요한 땅인 (제갈량이 스스로도 그렇게 언급한) 형주가 사실 필요없었다라는 식을 설명해줄 묘사가 고우영삼국지 어디에 있었느냐구요. 구밀복검님 역시 이부분에 대해선 한장면도 찾지 못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고우영삼국지에서 형주는 사실 버려도 되는 땅이다 라고 제갈량이 생각하는 묘사가 과연 어디에 있었나요?
15/01/06 11:15
포인트를 잘못 짚으셨습니다. 형주를 절대적으로 무가치하다는 묘사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자신의 공명심이나 명예욕이나 업적에 대한 갈망보다 상대적으로 무가치하기만 하면 충분합니다. 그러니 관우를 죽이고 자신이 촉의 원탑이 되어 그로써 역사에 이름을 길이 남기는 것을 형주보다 우선하는 선택을 하는 식으로 묘사한 것이죠. 이것이 어색하지 않도록 제갈량이 형주보다 관우를 죽이는 것을 우선할 법한 인물이라는 것을 제갈량이 처음 등장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납득시켜주고요. 주먹왕 랄프에서 메달 획득에 목 매달고 자신의 영락만을 위하던 랄프라는 인물이 메달은 저버리고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친구들과 세계를 구하려 하죠. 이 과정에서 메달이나 개인적 영달에 대한 랄프의 심경 변화가 묘사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가지고 캐릭터 파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 메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생겼다는 것을 제대로 본 관객이면 설명 없이도 알기 때문입니다. 제갈량이 형주를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우영 삼국지를 쭉 흐름따라 성실히 읽어간 독자라면 제갈량이라면 형주보다 자신이 관우를 제치고 촉에서 원탑을 되는 것을 우선하고, 그로써 자신의 명예욕이나 업적욕을 추구하는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것이죠.
15/01/06 16:21
애시당초 형주가 절때 중요하지 않은 땅이 아닙니다. 이건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의 말에서도 나오는것이구요. 아무리 대립하는 장수를 버린다고 하더라도 형주를 날린다는건 상당히 큰 반전이며 이를 제대로 묘사해줘야 하는겁니다. 관우를 날리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것이 자신의 주된 목적이라면 모를까 이후의 제갈량은 계속된 북벌을 하면서 위를 무찌르는데 온힘을 다 쏟습니다. 북벌에 무엇보다 형주가 중요하다는건 당연한 사실이며 형주를 장수하나 없앤다고 날려버리는건 이는 설정상 오류가 되는거지요.
제갈량이 관우 날린뒤에 그냥 촉 지방정권 하나 차지해서 그것에만 만족했다면 아 제갈량이 그냥 변화가 생겼구나... 유비에게 형주를 먹으며 천하를 노려보라고 할떄는 그때고 이제는 형주없이 지방정권에 안주하려는구나 라고 생각할수 있겠지만 후반부의 제갈량은 그것은 또 아니잖아요.
15/01/06 23:23
아뇨, 위에서도 이야기했습니다만 오히려 이후의 북벌 과정 묘사에서 왜 제갈량이 형주를 내주면서까지 관우를 죽였는지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형주 없이도 자기 주도로 주력 병력만 이끌고 나갈 수 있으면 잘만 싸우거든요. 적이 방어선을 아무리 견고하게 세워도 파죽지세로 뚫어나가며 전투를 하는 족족 연전연승합니다. 마속이나 촉의 내분이나 자신의 건강 문제만 아니면, 그리고 사마의나 육손 정도 레벨이 아니면 아예 제어가 불가능한 무적의 총사령관이죠.
즉 정리하자면 1. 고우영 삼국지에서 제갈량은 최소한의 기반만 있으면 혼자서 하드캐리 천하통일이 가능한 것처럼 묘사된 인물입니다. 2. 후대에 자신의 업적이 길이 남아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는, 업적욕과 명예욕이 강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3. 그에 반해 초반부터 각혈을 하는 등 수명 문제가 있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 빨리 자신이 촉을 주도하여 대업을 달성하려 하죠. 4. 따라서 제갈량 입장에서 관우와 형주를 잃고 대신 촉의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하는 것은 그의 입장에서 납득할만한 선택입니다. 최소한의 운용할 주력병력만 있으면 언제든지 위든 오든 쌈싸먹을 수 있는, 하지만 아직 촉에서 확고한 1인자는 아닌, 그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고 이대로 죽으면 역사의 듣보잡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강박증을 느끼는 제갈량의 판단으로는, 관우와 형주가 있고 자신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보다는 영토가 줄어들더라도 자신이 촉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 대업을 이루는 데에 있어 유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일모도원 도행역시죠. 갈길은 멀고 날은 저무니 순리와 역리를 가릴 겨를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5. 실제로 후반부 들어 형주 없이도 위나라를 잘만 떡실신 시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 다 본 독자라면 '제갈느님은 원체 짱짱맨이라 삼국 정립 상태가 완전히 무너지진 않고 최소한의 주력 병력만 제갈느님이 견제 안 받고 지휘할 수 있는 상황이면 상승장군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죠. (최소한도 입촉 이후의 제갈량에게 있어) 북벌 성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형주가 아니라 제갈량 프리롤인 것입니다.
15/01/07 00:02
애시당초 고우영삼국지에서 제갈량이 관우가 살아있었을때라도 프리롤로 전권을 행사하던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역사에서는 제갈량이 제대로 군사를 부렸던건 유비사후였고 그전에는 내정위주의 업무를 했지만 고우영삼국지는 여타 다른 삼국지 연의처럼 제갈량이 처음부터 군사를 부리고 전두지휘했지요. 즉 관우가 살아있던 말던 간에 제갈량이 프리롤로서 촉의 전권을 행사하는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갈량이 일일이 자기원하는대로 군사를 부렸고 관우가 이에 반발한건 처음 제갈량이 군사를 부렸을때 말고는 없습니다. 즉 제갈량이 촉의 전권을 행사하기위해 관우를 제거했다라는건 고우영삼국지에서는 납득하기 힘든 해석입니다. 관우가 살아있을때도 이미 프리롤로서 전권을 행사하는건 매한가지 였으니까요 물론 후반부에 북벌에서 제갈량은 천하무적으로 승승장구 했던게 사실이지만 형주를 가지고 있었다면 더욱더 유리했을거라는건 이전 형주에 대한 묘사로 충분히 알수있습니다. 제갈량의 말이나 그 이후에도 형주를 '대륙의 세력분포가 세개로 나뉘고 그 센터 중앙의 요지 전략상 산업 교통상 요지' 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미 프리롤로서 잘만 군전권을 가지고 활약하는 제갈량이 프리롤 얻겠다고 그 중요한 형주 버린다는 설정은 아무래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설정입니다. 애시당초 제갈량은 입촉후 자신이 군사를 부리는데 맨 처음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방해를 받은적도 없고 하고 싶은대로 했습니다. 정말 어쩔수없이 형주를 버리는 큰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관우를 제거하고 프리롤을 차지한다는 설정을 쓰려면 제갈량이 계속 중요고비때마다 관우의 견제를 받고 군권에서 물러나기도 하는등 그런 악조건을 보여주어야합니다. 그래야 아 제갈량이 정말 제대로 한번 해볼려면 관우를 제거해야 하고 그래서 어쩔수없이 그 중요하다는 형주를 포기하면서까지 관우를 도와주지않은거구나 라고 생각할 수가 있죠
15/01/07 01:30
그 정도의 세심함까지 갖췄다면 더더욱 좋았겠지요. 아마 후대의 개작자가 그런 설정을 활용한다면 제갈량의 캐릭터를 한층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독자 입장에서 납득하고 넘어갈 정도는 된다는 겁니다. 미흡하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캐릭터가 아예 파괴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제갈량이 관우를 걸림돌로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제갈량의 최우선 순위가 고작 형주가 아닌 본인 주도의 천하통일인 것은 알 수 있으니까요. 굳이 수치로 따지면 별 다섯 만점에 3개 정도는 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의 기본은 되어 있으니까요.
정말 설정 파괴라고 하려면 정말 별다른 사전 언급 없이, 그러니까 제갈량이 관우에 대해 아무 악감정도 없고 본인의 촉 내 지위에 대한 갈망도 없고 역사의식도 없고 업적에 대한 조급증도 없이, 평범한 만렙 책사 노릇하다가 갑자기 관우와 형주를 갖다 버리는 것이죠. 이쯤 되면 만화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발롱도르님께서는 '디테일하지 않더라도 형주가 중요하지 않다라고 한 적은 어디에도 없고 또 형주라는 중국의 땅 한덩어리를 잃는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엄청 큰 손실이라는건 누구나도 알수있는부분입니다. 고우영삼국지에도 엄연히 형주는 주라고 표기되는 중국의 한 주입니다. 그리고 제갈량도 중요한 땅이라고 하고 유비가 유표의 청을 거절할때 제갈량이 뒤에서 형주는 꼭가져야한다고 누차 말합니다. 이걸 나중에가서 형주를 버려도 된다로 바꿀려면 그전에 이에 대한 묘사가있어야 한다는겁니다'라는 식으로 작품 내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입장을 역설하셨죠. 그러나, 발롱도르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작품 내적으로, 상식적으로, 서사적으로 제갈량의 캐릭터가 독자가 납득할 수 없는 설정 구멍이었다면 그 당시에도 반발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에 별 반발이 없고 오히려 이후의 작품들에 저런 설정이 재활용되곤 했다는 것은 고우영 삼국지를 읽으면서 독자들이 충분히 납득을 할 수 있게끔, 다소 아쉽더라도 익스큐즈할 수는 있을 정도로 작품이 진행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거보다 얼척없고 개연성 없는 서사 구조를 갖춘 작품들도 - 심지어 만화가 아닌 소설이나 영화에도 - 널리디 널려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는 일입니다. 이에 대해 앞서 말씀하셨듯이 '그 당시에 사람들이 작품 외적인 삼국지 정보에 무지해서 저런 헛소리가 용인된 것이다'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는 고우영 삼국지가 작품 내적인 개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데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모든 작품은 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에 와서 임진록이나 박씨부인전 같은 것을 허황되다고 해서 설득력이 있을 리 없겠죠. 무성영화나 흑백영화들 가지고 허섭해보인다고 타작해봐야 적절한 시각은 아닐 거고요. 리니지 같은 게임도 '그 당시 게임 수준이 지금만 못해서 통한 거지 지금 리니지가 그대로 출시 되었으면 안 통함' 같은 비판으로부터 남아날 수가 없죠. 그 당시에 다들 재미있게 즐긴 것을 수십 년 지난 지금에 와서 미개하네 어쩌네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5/01/07 10:27
단순히 세심한게 아니라 필수인거죠. 그 부분은 선택이 아니라 제갈량 관우 제거설을 넣기위한 꼭 필요한 설정이었고 이부분이 미진하니 설정의 붕괴 캐릭터의 붕괴를 말할수밖에 없는겁니다.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해야 프리롤이 되고 마음대로 전권을 얻을수있는 그 절박함이 고우영삼국지에는 전혀 보이지 않아요. 관우 제거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전권 휘두르던게 제갈량입니다. 여기서 제갈량이 관우를 제거해야 하는 설득력이 떨어지는겁니다. 그 형주라는 중요한 땅덩어리를 포기하면서 까지요 관우가 있던간에 본인주도로 천하통일을 하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어보이고 그렇기때문에 왜 천하통일을 하겠다는 사람이 장수 하나 죽이려고 형주를 날려버렸냐? 라는 물음이 생길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님이 말씀하신대로 아무런 악감정도 없이 그냥 평범한 만렙 책사 하다가 갑자기 관우와 형주를 갖다버리는건 가장 최악의 설정이지만 그보다는 낫다고 해도 고우영삼국지에서 제갈량이 관우와 형주를 갖다바치는것도 상당히 설정붕괴입니다. 고우영삼국지가 삼국지관련 자료가 널리퍼지지않고 삼국지 토론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은 예전에 나온것이기에 딱히 반발이 없었지 지금에서 이런 설정의 삼국지 관련 제작물이 나왔다면 그 설정은 엄청까였을겁니다. 지금은 고우영 삼국지가 하도 오래되었고 고우영화백도 돌아가시고 이미 고우영화백은 엄청 존경받는 언터처블 존재가 되었으니 이러쿵 저러쿵 뭐라 안하는거지 이게 지금 나왔다면 엄청까였을겁니다. 실제로도 제갈량 관우 제거설은 삼국지 팬덤 사이트들에서는 이게 뭔 x소리야 식으로 까이는게 현실이니까요 안량 방심설도 처음에 나와 한국에 들어왔을때는 딱히 반발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이설정을 그대로 가져온 삼국지 관련 책들도 많지요. 이는 그당시에는 삼국지 토론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기때문에 문제제기가 덜했을뿐입니다. 지금 이 설을 가지고 삼국지 소설이나 만화를 내놓으면 안량이 바보천치냐 라며 까일걸요? 다른 얼척없는 설정의 소설과 만화가 있다고 해서 이보다 덜 얼척없다고 해서 고우영삼국지의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 얼척없고 설정붕괴가 아닌게 아닙니다. 옆에 설사똥이 있다고 해서 똥이 냄새가 안나는게 아니잖아요 그당시에 재미있게 즐겼다는게 이 소설의 하나의 설정을 비평하지 못할 이유가 되는게 아닙니다. 그당시에는 다들 재미있게 즐겼다라는 수치나 객관적인 기록도 딱히 없을뿐더러 설령 그게있더라도 지금에서 하나의 작품을 비평하는데 비평하지 못할거리가 되는건 아니죠. 그리고 제갈량 관우 대립설은 여전히 삼국지 관련 사이트들에서 제기되고 논파되는 설입니다. 계속 그러한 설이 나돈다면 그 설이 나돌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고우영삼국지에 대해서도 비평이 있을수밖에 없겠죠.
15/01/05 09:26
연의에서의 제갈량은 신적인 존재여서 형주 그까이꺼 없어도 모두를 개터는 이런 존재라... 크게 캐릭터성을 해치는 것 같진 않습니다.
실제로 연의는 북벌서의 전개묘사도 "맨날 개터는데 팀운이 안좋아서 어쩔 수 없이 막히네?" 로 일관되지요. '형주를 먹어 천하를 먹는게 구상이었지만 어차피 없어도 천하를 먹는게 가능. 근데 팀때매 짐' 이 연의 공명 캐릭터라서 형주 버려도 모순은 아닌 것 같습니다.
15/01/05 10:40
이게 제일 깔끔한 것 같네요. 사실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은 거의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 쯤 되죠. 초월적인 능력 및 이와 갭모에를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들.
15/01/05 02:42
확인 불가능 하기 때문에 정사에서는 다루지 못하더라도 연의 자체가 소설이기 때문에 충분히 추론해 봄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재밌잖아요.
15/01/05 04:52
저도 구밀복검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부정하는 척하면서 실질은 자신이 주장한터라. 그리고 고우영 화백이야 어디까지나 연의를 바탕으로 한거지만 이문열씨는 정사 운운하면서 했기때문에 해악이 비할바 없이 크죠
15/01/05 08:09
중국에서 만들어진 삼국지 영화들 보면 참신한? 해석이 정말 많던데 그렇게 따질 필요 있나 싶네요. 삼국지:용의 부활이라는 조자룡 중심의 영화를 보면 제갈량이 북벌할 때 조자룡을 미끼로 쓰면서 죽음으로 내몹니다.
15/01/05 08:55
구밀복검님께서 보여주신 원문을 보니..뭐 빼도박도 못하게 이문열 작가께서는 심증을 강하게 보여주네요. 직접 제거는 아니지만 발롱도로님이 말씀해주신만 큼의 전략적 요충지 였음에도 불구하고 방관한 느낌도 들고요.
15/01/05 08:57
이문열 촉까성향이야 유명하죠. 위에 언급된 것 말고 위연과 관련해서도 제갈량을 옹호하는 척하면서도 간악하게 깝니다.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근거로 삼는건 화룡점정이고
15/01/05 09:25
오히려 이문열은 제갈량에 대해 상당히 옹호하는 편입니다.
[그의 보수적인 측면 또는 반동적인 이상에 대해서도 그리 함부로 말할 성질이 아닌 듯싶다. 보수와 진보, 혁명적인 것과 반동적인 것은 그 사람의 기질이나 성장환경 또는 이념 형성과정의 문제이지, 정부나 선악의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근2천 년뒤의 사람으로서 오직 자기가 살고 있는 시대에 의지해 옛사람의 이상을 평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을뿐더러 위험스럽기까지하다. 그 경우 대개는 역사보다는 현실의 목적성에 기울어져 옛사람의 생각 그 자체보다는 현재 그 자신의 주장을 선전하거나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뛰어난 발명가나 신비한 술사로서의 묘사도 반드시 제갈량의 면모를 손상시키는 것은 아니다. 무기의 우열이 전쟁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점을 생각하면, 그게 실질적인 창안이건 다만 개량에 지나지 않건 제갈량이 그쪽에 힘을 쏟은 것은 한 군략가로서는 오히려 당연하지 않을까. 비를 비느니 바람을 부르느니 하는 요술 같은 일도 따지고 보면 전혀 엉뚱한것은 아니다. 현대전에서도 장기 일기예보는 매우 중요해서 몇몇 전쟁은 그 일기예보에 승패가 정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옛 중국의 병가들은 천시 또는 지리라는 이름으로 지형과 기후를 중히 여긴 전통이 있고, 제갈량도 마찬가지여서 거기 관해 세밀한 관찰과 정보수집을 게을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지역의 특정한 기상상태는 단기적으로 예보가 가능했을것이며, 그 예보를 전쟁에서 활용한 걸 신화화한 것이 연의에서 보는 제갈량의 신통력으로 보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실제로 적벽대전을 앞두고 그가 빌었다는 동남풍은 해마다 그 무렵 양자강 일대에 이는 무역풍의 일종이라는 말도 있다. 그 일대에서 살아온 그는 일찍이 그런 현상을 관찰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에 알맞은 연출과 함께 활용한 것이라는 게 뒷사람의 추측이다. 따라서 다시 한 번 제갈량의 상을 맞춰 보면, 그는 군주의 뛰어난 보좌역이며 명참모, 명재상이었고, 당대 최고봉의 병가인 동시에 법가로서의 이상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보기 드문 인물이었다. 뒷 사람의 부질없는 논의는 다만 제갈량이란 혼자 않는 역사의 석상을 스쳐가는 세월의 비바람이요, 고색창연함을 더하며 쌓이는 먼지와 이끼일 따름이다.] 초반에 제갈량의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고 해도 마지막 제갈량을 평하는 부분에서 이런 부정적인 얘기를 다 까고 명참모 명재상이라고 하며 극찬하죠. 이정도면 이문열 삼국지에서 상당히 극찬받는 인물입니다. 이정도 평을 받은 인물도 이문열 삼국지에서 딱히 없어요.
15/01/05 09:29
공명은 중국 올타임급 명참모명재상이라는게 사실이기 때문에(...) 정사드립치는 이문열로선 당연히 좋게 평을 할 수밖에 없죠.
허나 전혀 실현가능성 없는 자오곡 등과 관련해서 공명을 돌려 까는것도 사실입니다. 관우제거설 관련해서 돌려까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건 위에 구밀복검님께서 자세히 말씀하셨기에 위연 관련해서만 쓴 겁니다만.
15/01/05 09:40
물론 이문열이 제갈량 돌려 까는 부분도 있긴한데 그것도 마지막 제갈량의 평에서 다 반박을 하고 변호해주죠.
이정도 평이 극찬이 아니라 오히려 엄청 까는거라면 이문열 삼국지에서 옹호받는 인물은 거의 없을 겁니다.
15/01/05 14:01
이문열 삼국지는 작중 주역 인물은 어지간하면 마지막 평을 좋게 해 줍니다.
전반적으로 별에 별 소리를 다 한 다음에 마지막 평만 좋게 한다고 잘 다뤄줬다가 성립되지는 않지요.
15/01/05 09:50
일부로 버렸다기보다 관우에 의해 벌려진 판을 수습 못한게 더 맞을듯 합니다
형주를 수습하려면 동오와 한중을 버려야하고 형주 자체가 수세하기가 어려운 지역이거든요 공명심에서 관우가 날뛰었다기 보단 수세가 어려운걸 알고 선공한걸로 보이고 제갈량도 그게 최선인걸로 인정했다가 정답일듯 그래서 손제리는 까야 제맛이죠 한가지 친유비파를 관우가 관리했어야 할껄 외교에 등한시 한게 관우의 과실이라면 과실일까 동오 입장에서는 서주를 못먹는 입장에서 먹을수 있는 유일한 땅인 형주를 뒤통수 쳤다고 욕먹기엔 억울한 구석이 있죠 이건 삼국지 독자가 서촉에 과도히 몰입되서 그럴지도 사실 역사서에는 위진남북조라고 하고 서촉이나 동오나 지방정권일 뿐이죠
15/01/05 09:51
고우영 삼국지 제갈량은 시한부만 아니었으면, 조비 정도는 쌈싸먹을 인물인데요. 관우를 살릴려고 하면 살리고, 죽일려면 죽일 수 있는 책략가인데, 실제로 죽었으니까 고우영화백이 관우제거설을 택한 거죠. 제갈량의 관우제거는 고우영 삼국지 내 플롯 상으로는 아주 적절합니다. 만화를 보고, 실제역사와 사실 관계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서 그 게 만화의 잘못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네요
15/01/05 09:58
진주만공습에도 미국이 일본의 공격을 유도했다라는 음모설이 있지요.
진주만공습에 피해입은건 구형전함들 뿐이고, 가장 중요한 항모는 한대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서.. 진주만공습에 피해를 입은 대표적인 전함들을 보면, 진주만공습의 상징이된 BB-39 애리조나는 진수된게 1915년.. BB-네바다는 진수된게 1914년.. 그나마 가장 최신이었던 BB-48 웨스트버지니아가 진수된게 1921년 이었던.. 당시에도 30~40년 지난 구형전함들 뿐이니까요. 반면에 진주만공습에 한대도 피해를 입지 않았던 태평양함대소속 항공모함은 모두 4척이 있었는데, CV-2 렉싱턴(1925년), CV-3 새라토가(1925년), CV-5 요크타운(1936년), CV-6 엔터프라이즈(1938년) 등등 위 전함들에 비교하면 최근에 진수된 최신예 함선이니까요. 하지만 이거 모두 거짓말인거 아시죠? 그런 분석은 그냥 결과론일뿐입니다. 왜 미국의 최정예함대라고 할 수 있는 태평양함대에 전함들은 모두 30~40년 된 구형전함들 뿐이고, 최근에 진수된 함선은 모두 항모일까요? 그건 워싱턴군축조약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전함을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천조국 : 으아니 더 이상 전함을 만들 수가 없어, 난 햄복칼 수가 없어!!! 천조국 : 잠깐, 그럼 항모를 만들면 되잖아? 그리고 만드는 김에 쳐 느린 전함들 말고 항모랑 같이 다닐 중순, 경순을 한번 찍어볼까? 라고.. 마음을 먹은 후 항모개발과 중순, 경순개발을 하게 됩니다. 전운이 감돌고 결국 일본이 워싱턴군축조약만료를 2년 남겨놓고 탈퇴 해버리자(1934년) 전함 쿼터가 해금이 되어서 천조국도 그 동안 못만들던 전함을 다시 찍어내기 시작을 합니다.. 그렇게 찍어낸게 노스캐롤라이나급 2척, 사우스다코다급 4척, 아이오와급 4척(6척 주문했지만, 전쟁에 끝나버려서 2척은 취소 크리..)
15/01/05 10:43
전 개인적으로 정사든 뭐든 다 판타지소설로 봐서 다양한 성향으로 존재하는게 더 재밌는 부분이네요.
인간백정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캐릭터들로만 신삼국지좀 나와줬으면 >_<
15/01/05 10:52
2인자가 되기 위해(콩?) 버려야 하는 곳이 어디 서량이나 남만도 아니고 형주라면 계산이 안맞죠. 고우영 삼국지의 제갈량의 관우 제거설은 삼고초려 떄부터 계속 툴툴대며 있었던 관우와 제갈량의 갈등을 극적으로 그리기 위한 일종의 소설적 장치로만 보는게 맞을 겁니다. 적어도 고우영 삼국지 내에서는 그렇게 캐릭터 붕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15/01/05 13:54
소설이니까 픽션이니까 상관없을수도 있지만,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특정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봅니다. 저만해도 제갈량이 관우를 시기했던건가 하는 생각이심어져 있었네요. 뭐가 진실인진 모르겠지만. 사람을 깎아 내리게 되는 부분이 있네요.
극단적으로 비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원균이라던지, 이완용 등에게 사실은 좋은 사람이었다는 소설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어찌됬건 소설을 진실인것처럼 사람들에게 인식하도록 하면 안되는것 같아요.
15/01/05 14:02
고우영 삼국지 제갈량은 초한지 한신 자가복제 케릭이죠..
보면 그림만 같은 캐릭터로 그리는 게 아니라 그 그림 인물의 성격을 아예 같은 사람으로 취급해서 그리곤 합니다.
15/01/05 14:11
제갈량 관우 제거설이야 말로 어찌보면 가장 제갈량을 까는 내용이라고 할수있죠.제갈량이 고작 하찮은 권력욕과 개인감정때문에 자기 나라의 대들보를 버리는 소인배라는 소리니까요.애초에 말이 안되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내용이긴 하구요.
15/01/05 15:07
삼국지 글이 올라왔길래 으레 푸른미르 님의 글인줄 알고 내용이 왜 이러지? 했는데 다른 분이시네요.
소설은 그냥 소설로 받아들여야죠. 고우영 화백 정도면 굉장히 센스있게 내용을 각색한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소설을 역사와 구별 못하는 독자가 문제고... 이문열 삼국지가 문제인 건 소설의 각색이 아니라 정사 운운하며 연의를 정사로 분석하여 독자에게 무엇이 소설이고 무엇이 역사인지 구분이 가지 않게 혼란을 야기했기에 욕을 먹는 겁니다. 도대체 고우영 화백에게 무슨 원죄를 묻는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삼국지 같지도 않은 삼국지를 그리는 무수한 다른 작가 들에겐 대체 어떠한 엄청난 죄를 물으실 건가요.
15/01/05 16:11
그냥 방통이 살아있었어야...
그전에 서서가 조조한테 안 갔었고 그럼에도 제갈량을 얻었었다면... 뭐 이렇게 다 IF 인거죠 뻘소리로 진삼7이라는 게임에도 IF 모드가 있듯이 삼국지는 그 많은 에피소드와 사자성어 등 여러가지 얘기할게 많은 글이다보니 이런것도 저는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뿐이네요
15/01/05 17:43
그렇다면 이런 해석은 어떨까요?
우리가 어릴적에 즐겨보던 만화(...)삼국지 60권짜리에 보면 제갈량이 익주로 떠날때 관우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위를 견제하며 오와 화친하면 형주는 평안할 것이라고 말이죠. 허나 관우는 무려 '손제리' 라는 명언을 남기며 오와 화친하라는 당부를 완전히 저버립니다. 제 아무리 형주가 요충지라고는 하나 위와 오, 양쪽의 협공을 받으면 위기에 처하기 마련이죠. 즉 제갈량의 조언을 관우가 완전히 걷어찼기 때문에 형주가 위기에 빠졌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15/01/05 19:29
제갈량이 그렇게 관우에게 말을 했다는 기록은 찾기 힘든데 사실 그런 말을 하지않았더라도 두 적을 동시에 상대하는게 불리할거라는건 상식이긴하죠.
어느한쪽과 싸우면 다른 한쪽과는 화친을 해두는게 좋은데 손권에게 막말을 한다던지 오의 군량을 털어간다던지 하며 스스로 손권과 사이가 안좋게 만든건 사실입니다. 뭐 관우가 손권과 사이좋게 잘 했어도 손권이 과연 형주를 먹기위해 뒷치기를 안했을까? 라는 의문도 있긴합니다만...
15/01/05 19:38
청혼까지 했을 정도이니 관우가 호의적인 태도를 취했더라면 오도 태도를 달리했을 수도 있다고 저는 봅니다. 물론 유비에게 손부인을 출가시키고도 전쟁을 했을 정도이니 결혼이 꼭 전쟁을 방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최소 청혼할 당시에는 전쟁의 의사가 없다고 보는게 상식적이긴 하죠.
또한 그 당시는 유비가 익주를 먹고 한창 내부정리에 몰입할 시기였으니, 오와 한동안 화친을 해두고 유비가 익주를 정리하길 기다렸다가 제갈량의 북진에 발 맞추어서 형주에서도 위를 공략했으면 우리가 아는 삼국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역사가 전개되었겠죠. 뭐 이 시나리오가 바로 제갈량이 융중에서 나올 때 유비에게 말했던 시나리오이기도 하구요. 결국 관우의 외교실패가 형주함락의 큰 원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이 외교실패의 원인이 냉정한 이해득실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관우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볼때, 관우가 전장에서는 진짜 신으로 추앙받을 수 있을지언정 국정전반을 운영하는 주자사로서의 능력은 모자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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