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에블바리"
라고 하며 내 방에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잘때 입는 팬티가 날 반기는 듯 한다.
술 취한 나는 술이 아닌 무언가에 홀리듯 폰을 열고 끄적거리길 시작한다
몇달 전 '나는 왜 이것이 좋은가'따위의 제목으로 글을 적고, 언젠가 다음 것을 적어야지 하고 생각하다 이제야 다음 이야기를 말한다.
#
"오빠야~"
하고 부른다. 나를 포함해 서넛이 서 있는 쪽으로 불렀고, 우리는 저 아이가 누구를 부르는지 다 알고 있다.
나를 부르고 있다.
지금은 시험기간이고, 저놈은 시험이 어렵네, 망쳤네 하며 있는대로 한숨을 푹푹 쉰다.
'공부 원래 못하던게....크크'라고 생각하며, 다음 시험 잘 보면 되지 하고 빈 위로를 했다.
'우리'중 유독 나에게만 반말이다.
나는 저것을 좋아했고, 이 때가 내가 고백하고 거절 당한 이후인지, 아직 한번도 고백하기 전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이 아이를 좋아했다. 이 놈은 지보다 나이 많은 누군가에게 말을 잘 놓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걸 본적이 없다. 친해보이는 언니, 동아리 오빠, 선배에게도 반말하지 않는 저놈이 나에게만 다른 대우라니 하며 혹 내가 저 아이에게 특별한가 생각했다. 저놈도 날 좋아하나, 그랬으면 좋겠다 헤헤 라고 많이 생각했다.
생각해 보니, '말트기'를 먼저 제시한 것은 저놈 이었다. 처음인가 두번째인가, 만났을 때,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던 중 뜬금없이 말하더라.
"오빠! 우리 말 틉시다!!"
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했던 기억이 난다.
이 제시에 당황한 나는 쿨하고 멋들어진 오빠 혹은 선배라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는지, 아니면 원래 거절에 익숙하지 않아서였는지 "오 그래, 그거 좋지 흐흐"하고 말았다.
고기집에서 고기를 굽다가 훈계아닌 훈계, 잔소리를 좀 하게 되었다. 누가 고기를 굽고 있을때 숫가락이라도 놔주면 좋잖아. 하는 말이었는데 짜증섞인 말은 아니었다.
저 아이는 아, 그렇네요. 하고 수저를 상에 올렸다. 그리곤 하는 말이, 자기는 이런 상황에서 숫가락을 놔 주는 등의 행동을 한 적이 없더랜다. 그런데 그걸 고쳐야겠단다. 게다가 시간이 지난 언젠가는 말하길, 자기에게 그런 말을 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고운 아이다. 라고 생각했다.
#이 에피소드 이후, 몇년동안, 고백과 거절을 몇번인가 한 후, 이 친구와 사귀다 헤어졌고, 이제는 다른 연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멍청하게도 새해라고 신년 안부를 물었고, 답장은 물론 없었다.
'지긋지긋하다.'라는 말을 이 사이트에서도 몇번인가 보았다. 좋았지만, 지금은 망령같이 머리 한켠에 붙어서 나를 괴롭힌다. 이제 이런 글 안써야지.
결론:새해엔 여자친구 생기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