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개월 아들을 둔 아빠 possible입니다.
뭐... 거창한 얘기는 아니구요.
그냥 오늘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반말체로 편안하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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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를 맞이하여 집안 대청소도 하고 차도 거의 반년동안 세차를 안해서
오늘 큰 맘먹고 스팀세차를 하기로 했다.
사실 세차를 핑계로 잠깐동안 육아에서 벗어나 개인시간을 갖고 싶었던게 더 컸던 것 같다.
잠깐이래 봤자 한두시간일텐데...일요일 낮에 한두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얘가 있는 유부남들은 알것이다.
나: 세차좀 하고 올게...
아내: 알았어... 한시간이면 오지?
나: 가봐야 알겠지... 가서 연락할게....
아내: 빨리하고 와. 애기 옷 빨래도 널고, 이불도 털고, 분리수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블라블라블라
나: 아~~~ 알았어,,, 거기까지,,,, 나 갔다올께...
일단 집에서 빠져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부리나케 도망나왔다.
나: 스팀세차 하러 왔습니다. 실내,외 다 해주세요.
아저씨: 네, 지금 일이 밀려서 한 두시간 있다가 오세요...
나: 두.....두시간이요? 크크.. 알겠습니다.
아내한테 이 기쁜 소식을 알여야 한다.
나: 두시간 걸릴 것 같어...
아내: 그럼 집에 일단 왔다가 다시 차 가지러 가...
나: 아~~ 갔다오기 귀찮어... 그냥 커피숍이나 다른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갈게.
아내: 뭐 하면서 기다릴건데...애기 옷 빨래도 널고, 이불도 털고, 분리수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블라블라블라
나: 어~~~~ 두 시간 있다가 갈게....끊어....뚜....뚜....뚜...
일단 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다행히 와이프한테 더 이상의 전화는 안왔다.
이유를 생각할 틈이 없다. 내 발걸음은 피씨방으로 향했다. 크크크
두시간동안 하얗게 불태워주겠어..... 얼마만에 아무 눈치없이 겜을 해보는 것인가....
자리에 앉자마자 디아3를 시작했다. 소환부두인 내 캐릭터는 한동안 성역을 안돌아서 몸이 더 삐쩍 마른 것 같다.
빨리 좋은 템으로 바꿔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에 가슴이 저며온다.
그래 오늘 빡시게 2시간동안 돌아서 내가 좋은 전설템으로 싹 바꿔줄께....크크크
특히 오늘 왠지 느낌이 좋아서 쿠크리도 영접할 것 같다.
소환부두의 염원인 쿠크리를 얻기 위해 쿠기도문을 외우고 게임을 시작했다.
1시간은 정신없게 한 것 같다. 잠깐 오분동안 쉬는 동안에 주위를 살펴보았다.
내 옆옆옆에 앉은 중학생 1,2학년으로 보이는 녀석이 헤드셋을 장착하고 서든을 하고있다.
그 녀석도 잠깐 쉬는지... 같이 하고 있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다.
녀석: 아~~~XX, 나 어제 아빠한테 뒤지도록 처 맞았어...학원 땡땡이 치고 피씨방 갔다가 걸려서...
녀석: 아빠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엎드리라고 하더라.. 그러고 졸라 쎄께 엉덩이를 때리는 거야...아파 죽는 줄 알았네..
녀석: 근데 다 때리고 갑자기 쿨한척 하면서 약발라주더라..크크크
녀석: 병주고 약주고도 아니고...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녀석: 그래....완전 어이 없지? 열받아서 오늘 또 피씨방 왔잖아....크크... 몰라 겜이나 다시하자....
피씨방에서 나와서 차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20개월 아들이 물을 열자마자 쪼르륵 달려와서 안긴다.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나: 아들..... 너는 나중에 안 그럴거지?
아내: 무슨 똘아이 같은 소리야? 애기 옷 빨래도 널고, 이불도 털고, 분리수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려야 하고,,, 블라블라블라
나: (씨익~~~~) 어? 아무것도 아니야.. 뭐 부터 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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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다리 1. 와이프가 왜 전화를 안했을까요?
뱀다리 2. 2시간동안 폐지만 줍다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