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생명체는 어떤 것일까요?...호모 사피엔스?...저의 불구대천의 원수 호모 사피엔스들은 현재 약 72억명 정도가 지구상에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72억명...어마어마한 숫자지요...자, 이제 우리 모두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영광의 왕관을 씌워줍시다...
바뜨(But)!...웨이러 미닛(Wait a minute)!...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생명체들 가운데 72억 정도의 숫자는 거의 멸종수준이라고 봐도 될 만큼 번성하고 있는 놈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다름 아니라 진정한 지구의 지배자...미생물들입니다. 지금 현재 tvn에서 절찬리에 방영되고 있는 바로 그 드라마 이름 "미생물"말입니다.
지구상에 있는 미생물들을 다 합치면 미생물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을 다 합친 생물량(biomass)의 약 25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적어도 백만 종이 넘는 미생물들이 우리 주변에 우리와 같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은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속에도 있고, 우리가 마시는 물속에도 있으며,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 속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죽으면 이들은 즉시 우리를 분해합니다.
흙 1톤당 약 10,000,000,000,000,000 (10의 16승) 마리가 넘는 미생물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떠한 유기체라도 분해하여 식물들이 생존하는데 필수적인 질산염의 형태로 만들어줍니다. 1년 동안 질소를 고정하는 박테리아가 약 1억 4천만 톤이나 되는 대기 중의 질소를 땅으로 환원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활약상은 육지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해양에서도 가장 번성하는 생물들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들입니다. 평균적으로 바닷물 1밀리리터 당 적어도 백만 마리의 미생물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 역시 육지의 사촌들처럼 유기체를 분해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특히 바닷물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은 박테리아의 번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데 박테리아들이 너무 많이 번성하는 경우 이들을 감염시켜서 죽게 만듦으로서 이들의 개체수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특히 육지와 가까운 연안의 경우 해양 바이러스의 수가 해양 박테리아의 수를 압도하는데 바닷물 1밀리리터 당 바이러스는 최대 1억 마리까지 도달할 수 있고 바다 전체로 보자면 4 x 10의 30승 개 정도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숫자...4 x 10의 30승 개...이게 얼마나 되는 숫자인지 한번 알아봅시다. 이 숫자의 바이러스들을 일렬도 죽 늘어놓으면 어느 정도의 거리가 될까요?...서울에서 부산 정도?...이런 경우 그 거리가 약 천만 광년(!)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무려(!) 우리 은하 직경의 약 100배(!) 정도라고 하는군요...
(제가 사람의 경우를 한번 생각해 봤는데 72억명의 사람들이 옆으로 나란히 선다고 하고 한 사람의 한쪽 어깨에서 다른 쪽 어깨까지의 길이를 대충 1미터라고 계산하면 72억미터가 나오고 이를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7백2십만 킬로미터 정도가 될 것이고 이는 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지구와 화성 사이의 거리 약 5천만 킬로미터...))
자...호모 사피엔스님들...괜한 똥고집 피우지 말고 이제 미생물들 앞에서 예를 갖추시죠...--;;;
(이 글은 Dorothy H. Crawford의 책
[Deadly Companions: How Microbes Shaped Our History]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