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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6 06:29
강신주의 철학vs철학에 있던 구절이 생각나네요. [서양철학은 니체 혹은 비트겐슈타인의 등장 이후에야 사물의 ‘본질’이란 단지 우리 인간의 가치가 투영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동양의 사유 전통에서는 본질이란 것이 하나의 언어적 관습에 불과하다는 통찰이 2,000여 년 전부터 이미 상식적인 견해의 하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과거 동양의 철학자들이 본질이란 것이 얼마만큼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지 이미 성찰했었다는 것을 말해 준다.]
14/11/26 07:55
전 사실 이련 류의 결과론적 사고 방식(즉, 현재의 결과를 놓고 그 원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서양의 분석적 사고 방식이 근대 서양 과학 발전의 기폭이 되었다는 논증은 근대 서양 과학의 승리의 원인은 설명하겠지만, 그 이전 시기에 상당히 오래 유지되었던 동양 과학의 선구적 발견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하거든요.
오히려 저는 서양 과학의 발전이 동아시아 국가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고 심지어는 능가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 이유를 동아시아가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토대로 한 관료사회에서 높은 생산성을 누렸으나 그 체제의 경직성으로 발전의 속도가 정체된 사이 서양 국가들은 분권화와 (전 세계 전반적으로) 향상된 생산성이 맞물려 경직성의 폐혜를 겪지 않고 비중앙집권적 확장의 수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동아시아적 중앙집권 체계의 쇠퇴기와 서유럽적 분권 체계의 흥성의 시기가 겹치면서 나타난 체제 전복이라는 거죠. 굳이 그 시기적 우연에 사고방식의 차이에서부터 비롯된 유서깊은 (혹은 그렇게 되리라 운명 지어진) 필연성을 부여하려는 이런 시도들이 별로 달가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사실 극단적으로 이런 논리를 끌고가자면 나치스의 [아리아인의 인종적 우수성은 짱짱맨임] => [고로 인종적 우수성을 가진 우리가 못난 너님들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함] 식의 우생학적 논리도 나올 수 있거든요.
14/11/26 12:10
오, 저와 완전히 같은 생각을 보니 너무 반갑습니다.
유럽은 중동, 인도, 중국과 달리 로마제국 이후 현재까지 계속 분열되어있는데, 이것이 경쟁을 통한 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보거든요. 중국의 경우에도, 중국 역사상 가장 다양하며 혁명적인 사상 발전이 있었던 시기가 춘추전국시대였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즉 할거 및 분할이 사상적 발전에는 유리하다구요. 교과서에서 역사를 배울때, 고대 왕국 -> 중세 봉건주의 -> 근대 절대왕권 -> 현재 민주주의 식으로 배우는데, 그건 유럽과 일본의 봉건적 특수사항으로 '집중되었던 왕권이 분산되는 상황'이 이상한거라 봅니다. 그리고 그러한 봉건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전 교황과 천왕이라는 '종교적 색체가 강한 1인자'덕에 명분과 실권의 분리가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14/11/26 15:18
수면왕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잘 알려진 사실이고 위잉스도 그런 점을 언급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위잉스의 주장은 중국에는 기술은 있었어도 과학은 없었다는 주장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과학과 기술을 헷갈려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과연 그런지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14/11/26 08:13
프로그마티즘이나 다원주의나 포스트모더니즘, 파괴주의자, 과학원론자들의 글을 읽어서
동양철학이나 형이상학에 대해 무슨 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기껏해야 그것들을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철학으로 변화시키고 결국은 동양의 부정, 형이상학의 부정, 신의 부정으로 이어질뿐 아무 답도 얻을 수 없습니다. yangjyess님의 리플에서 강신주씨의 말을 보십시요. 결국 그들의 관심사는 "그것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그것때문에 우리가 불행해진것 아니냐?"하는 것 뿐입니다.
14/11/26 16:14
그 동양철학의 주류 자체가 다른 시각을 극도로 경계하는 세계일텐데
다른 시각을 살핀다... 동양철학에 깊이 빠지셨다면 그건 분명 경계의 의미일텐데 글의 내용은 오히려 그쪽으로 넘어가시는거 같아 동지의 입장에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14/11/26 11:03
저는 동양적 가치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 일단 많은 동양적 가치라는 것들이 그게 근본적으로 뭐였던 간에
형식적으로 과도한 극우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치장하는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게 동양철학과 관계 없다는 건 알지만 그 단어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막돋아서...
14/11/26 16:03
사실 서양이랑 동양형태의 구분 자체가 '서양', '나머지중 덩치큰 양반들 걍 다' 같은 느낌의 구분이라 ㅡㅡ;
동양이란 범주가 동서로는 이집트~알레스카, 남북으로는 북극권~인도와 동남아시아에 이르는 세계인구의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영역을 묶어놓은 물건이니까요. (아브라함 계열전통~유교전통에 이르는) 동양 내부의 이질성이 동서양간 차이보다 커보이기도 하고요 ㅡㅡ; 이런의미에서 '동양/서양적 가치'란 물건에 과연 실체가 있는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14/11/26 12:07
이번학기 듣는과목이 동양철학과 현대물리학이라는 과목인데...
성리학으로 현대물리학을 설명하시려는 교수님의 생각이 참 흥미롭습니다.
14/11/26 17:31
애초에 '동양'이라고 묶여있지만 이집트~일본에 걸친 장대한 영역인지라,
철학에서 말하는 '과학적 사고'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과학적 형이상학이면 '인지-사고'와 관련된 '뇌과학'영역을 말하는 걸까요?) 그냥 한 덩어리로 묶어서 특정한 '성격'을 갖는다 라고 하기에 부적합한 범주라고 봅니다. (사실 전 '동양'이 지칭하는 의미나 '동양의', '동양적'이라는 수식어가 뭘 의미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14/11/26 18:48
동양적 가치는 간단히 말해 내향적 가치에 경도된 세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서양의 과학은 피타고라스의 철학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경험적 객관세계에 대한 묘사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을 탐구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과학'과 유사한 형태라는 의미죠.
14/11/26 21:02
동양의 '가치'라고하는 '내향적 가치'들은 동양에서만 강조되었던 것은 아닙니다.
경험적 객관세계에 대한 묘사, 기술과 이를 바탕으로 한 탐구 자체도 '서양'만의 경험이 아니고요. 물론 해당하는 경향이 '형이상학'의 형태로 자리를 잡을 정도로 '자원'이 갖추어진 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수이긴 합니다만... '과학적 형이상학'이 가지는 가치가 무엇인지 (적어도 현 시점에선 아주 분명하게) 모르는 제가 할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만, '초월적 근원에 대한 탐구'가 가지는 중요성을 조금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철학의 변천과 과학의 발전의 관계에 대한 '부연'도 포함해서요. (저야 철학 기반이 아니라 아무리 잘 봐줘도 '지식의 사회적 구성'이나 '사고의 생리적 기초'쪽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
14/11/27 00:20
동서양의 가치관 차이는 동서양의 철학을 공부하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철학의 주요 목적은 물리학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근원을 탐구하는 것인데, 본문에 언급했듯이 동양의 성현들은 대부분 근원에 대해 말할 수 없고 직관할 수 있을 뿐이라는 태도를 지녔습니다.(도가도 비상도) 반면 서양철학자들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근원을 묘사하려고 했고 이것이 변천된 것이 과학이란 의미입니다. 이런 사실은 제가 동서양 철학을 공부하며 느낀 것이고 그 이상은 잘 모릅니다.(위잉스의 저서와 ebs다큐가 이를 보충해주었을 뿐)
14/11/27 00:40
(너무나 당연하게도) 동서양의 철학간에 교류가 있었고, CE가 시작된 이후 '이집트'나 이슬람 쪽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양반의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신플라톤주의같은 형태의 시도들도 이루어져 왔고요.
물론 이 양반들이 '동양의 성현'에 이를 정도로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긴 했지만요.
14/11/27 05:23
그런 교류로 이집트나 이슬람에서 과학이 발전했는지 궁금하군요.
동양철학이라는 용어는 인도와 동아시아의 철학을 가리키고 일반적 사조가 직관 중심적이라는 의미인데(위잉스의 책을 보면 '장재'라는 예외적 인물이 있었으나 호응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과연 동양의 어떤 지역에서 '서양철학적 사조'가 잠깐 등장한 수준이 아닌 체계적 발전을 이룬 사례가 있을지 의문이고, 인도와 동아시아를 제외한 지역에 대해선 거의 아는 바가 없기에 함부로 같은 사조로 묶기는 애매한 감이 있네요.
14/11/27 17:08
인도와 동아시아면 '동양'의 전부가 아니죠,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요한 지역이지만요.
말씀하시는 바를 통해 '동양적 가치'가 '동양철학'이라고 학계에서 부르는 '인도와 동아시아의 철학' '사조'의 주류가 가진 '특성'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서양 철학은 '그리스-로마'->유럽으로 이어지는 전통의 '일부'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이해했습니다. 우선, 장기16세기 이후 동서양교류가 늘어나고, 제국주의시대에 더 활발한 교류가 있어서 현재까지 해당하는 '일'이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사실 한국만해도 '동양철학'이건 '서양철학'이건 다 내다버리는 느낌이고요 ㅡㅡ;). 현재의 주도적인 '사조'인 자본주의는 어떠한 유형의 '형이상학' 혹은 철학적 접근하고도 잘 어울리는지라... 거기에 더해서 과학의 발전은 '특정한 사상적 기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사회적인 구조의 영향도 받으며, 이쪽이 더 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지요. 원글에서는 (구분된다고 주장하며) 구분하고 있지만, 기술과 과학은 완전히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물론 형이상학이나 다른 철학 영역에서야 구분가능 할 수도 있습니다), 근대과학은 '철학적 사조'보다는 '학자재생산을 위한 교육체계'와 그에대한 '자본투하'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14/11/27 20:16
소독용 에탄올 님//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보면 일본이 서양의 다른 국가보다 자본을 더 투척해도 과학적 발전이 미미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이를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 차이에 대해선 본문에 적어놓았고, 이런 경향을 내적 차이라고 한다면 에탄올님 말씀은 외적 차이라고 할 수 있으며 둘다 중요한 요소겠지요.
14/11/26 17:29
얼마전 교육 관련 다큐를 여러 편 보았는데,
거기서도 한국 대학에선 질문하는 사람을 나대는 사람으로 못 마땅히 여긴다는 실험이 나오더군요. 질문-토론-새로운 시각을 꺼리는 문화가 강하다는 증거죠. (관련 영상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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