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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25 14:16:57
Name 꾱밖에모르는바보
Subject [일반] 특별했던 프랑스 여행지 두곳 (1) 아르카숑(Arcachon)
요새 유럽 여행 글이 많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필을 받아 써봅니다.
9월달에 다녀온 10일간의 프랑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틀을 소개할까 합니다.
하나는 남부 보르도(Bordeaux) 근처의 아르카숑(Arcachon)이라는 곳이구요.
또 하는 가장 미친짓이었던 1000km 렌터카 여행, 옹플뢰르, 생말로, 몽생미쉘 입니다.



#0. Introduction(누가 대학원생 아니랄까봐… ㅜㅜ)

유럽에 간건 처음이었습니다. 중국/동남아/미국/캐나다 정도는 가봤는데.. 아직 중국 서부를 넘어가보지 못했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대부분 미국/캐나다에 학회가 있어서 유럽가기가 힘들었죠.
마침, 올해는 학회에 낼 논문이 꼬이면서 딱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럽 쪽 학회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가장 파리의 날씨가 좋다는 9월.

아 정말 좋았습니다. 파리가 비도 많이 오고 우중충한 날이 많아서 사람들이 남부로 여행을 많이 간다던데..
제가 있던 9월 초에는 비가 하나도 안오고 항상 파랗고 높은 하늘만 보다 왔습니다.

학회 장소는 남부의 보르도였기 때문에 우선 보르도에서 학회를 마치고 파리에서 며칠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습니다.
빡세게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한곳에서 유유자적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는 딱히 중간에 다른 도시나 나라를 찍는 건 생각도 안하고 딱 보르도-파리만 생각하고 여행 계획을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보르도/파리에서 외곽으로 딱 하루만 나갔다오자고 생각을 하고 계획을 짰습니다.
그게 보르도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아르캬숑과 4시간 거리에 있지만 모두가 추천한 몽생미쉘+알파 였습니다.


Figure 1. 아르카숑 여행 루트(기차로 갔는데 구글맵에서는 그 루트가 표시가 안되네요)


Figure 2. 몽생미쉘 여행 루트(이건 차로 갔습니다.. 하루동안.. 덜덜...)



#1. Arcachon + Dune de pilat


Figure 3. 보르도 기차 역



Figure 4. 기차표


아르카숑은 보르도에서 기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습니다. 프랑스 남부 서해안에 위치한 도시입니다.
150년밖에 안된 도시이기도 하고.. 인구도 얼마 안될겁니다. 그러니 사실 아르카숑에 대해 할 말은 없습니다.

핵심은 [Dune de pliat]라는 모래 사구입니다. ‘Dune’은 모래 언덕 또는 모래 사구라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모래가 쌓여 있는 거죠. 근데 그게 바다와 붙어 있습니다.

보르도에서 아르캬숑 가는 기차는 자주 있습니다. 1시간 간격 생각하면 충분합니다.
꽤나 좋은 기차에 사람도 많이 타지 않습니다. 혹시 보르도에 가신다면 가볍게 가실만합니다.

아르카숑에 내리면 바로 1번 버스를 탑니다. 요금은 2유로였던가 1.5유로였던가 그렇습니다.
근데 기차보다 버스 배차가 더 깁니다. 다시 말해서 버스 시간표 잘 보시고 맞추셔야 오래 기다리지 않겠죠.
버스는 약 30분 정도 가야합니다. 워낙 작은 도시이다보니.. 이런 버스가 다닐수 있나 싶은 골목길을 굽이굽이 꺽어서 갑니다.


Figure 5. 그리고 이런 숲길을 걸어 나가면

첨에 내린 곳은 약간 야영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르 이동하는 길을 따라 기념품도 팔고 하는 길과 숲길을 지나면서..
점점 바닥에 모래가 많아지는 것을 깨닫고 이제 신발과 양말을 벗었습니다.

그러다가 딱 눈앞에 다음 그림과 같은 언덕이 등장합니다. 꽤나 당황스럽습니다.
사진으로 볼때는 잘 모르십니다.. 크크크.. 딱 처음보면 진짝 멋있는데.. 동시에 저걸 올라갈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Figure 6. 짠하고 나타나는 모래 언덕..

정말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입니다. 그리고 이 날 구름 한점 없었고..
약 30도 정도 되는 날이었습니다. 일단 혹시 저 모래 사구를 계단으로 안가고 걸어서 올라가고 싶으신 분 있으시면 말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푹푹 빠지는 모래 올라다가 모래와 찐한 사랑을 나누시는 외국 분들 많이 봤습니다.
대신 나중에 뛰어 내려오시면 아주 홀가분 합니다.

각설하고 워낙 더웠기 때문에 아이고 죽었다 싶었는데 실제로 저 계단은 쫌 빡셌습니다만,
그 다음에 나타나는 풍경은 정말 인생 View중에 하나로 꼽을 만 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걸 올라 넘어가면 바다가 나오는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원래 계획은 바다에 들어갈까도 했었습니다.

근데 올라가보니 무슨 산 위에 올라와 있더군요. 이건 모래 사구가 아니라 모래 산이었습니다.






Figure 7~10. 그냥 보세요.

이 모래 산은 우리가 올라온 면이 아주 짧고 그 반대편으로는 바다까지 길고 넓게 그리고 높게 이어져 있었습니다.
바다는 저~ 아래 보이더군요. 거기까지 내려가는건 좋은데 절대 못올라오겠다 싶어서 바다와 조우하는건 참았습니다.

저 멀리서는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고 유럽답게 누워서 선탠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워낙 크고 넓다보니 아까 나랑 같이 버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다 여기온건 맞나 싶기도 했습니다.

모래 사구 저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구요. 그 바다는 희미하게 지평선을 이루고 있는 하늘과 이어집니다.
바다에는 꽤나 많은 모래들이 퇴적되어 있습니다. 그 모래 해변으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사람들도 멀리서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모래들이 강한 바람과 함께 날아와서 이 곳에 높은 산을 만들어 낸겁니다.
자연이 오랜 시간 빚어낸 걸작인거죠. 모래도 자세히 보면 자연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무늬가 있습니다.
그걸 사람이 밟고 지나가면 지나간대로 다시 원래 그 모양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아주 천천히요.

아까 분명히 덥다고 했는데 이 위에 올라오면 태양은 뜨겁지만 덥지는 않습니다.
바람이 워낙 강하게 불어오기 때문이죠. 분명히 나는 모래 사막에 있는 것 같은데..
가까운듯 먼듯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해줍니다.
더해서 그 바람소리에 아무 소리도 안들립니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모든 감각이 차단된다고 할까요. 다 날라가고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아름다운 무늬의 모래사막, 그리고 바람소리만 남았습니다.]





Figure. 나머지(아.. 못난 얼굴 부끄럽다...)

뭐 전문적인 사진이 아니기 때문에 아쉽긴 하지만 프랑스-보르도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바로 아르카숑이었습니다.
아르카숑>>>보르도>몽생미쉘>파리 였다고 할까요. 저는 별로 자연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때로는 압도적인 자연에 충격을 받을 때가 있는데, 이제까지 티벳의 남초호수, 캐나다 로키에서 설상차로 올라간 빙하 정도였는데..
그 리스트에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글을 잘 못써서.. 제가 받았던 감동이 잘 전달되는지는 모르겠네요.
다음편에서 몽생미쉘 투어 얘기를 적어볼게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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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25 14:24
수정 아이콘
작년 오늘에 파리에 있었는데, 일정이 여유롭지 못해서 파리에만 있었던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네요.
남부 지방도 꼭 가보고 싶어서 차곡 차곡 돈 모으고 있습니다.
저 모래산!! 걸어올라갈 거 생각하니 크크 저기는 여행지에서 빼야겠어요.
즐겁게삽시다
14/11/25 15:17
수정 아이콘
모래 산 까지는 아니고 올라가는데 10분도 안걸릴 겁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게 기분 좋아요 흐흐
꾱밖에모르는바보
14/11/25 15:20
수정 아이콘
니스가 좋다고 하더라구요 ㅜㅜ 저도 더 돌아보고 싶습니다.
즐겁게삽시다
14/11/25 15:15
수정 아이콘
오! 아르카숑! 저도 작년에 갔다왔답니다.
정말 신천지에 왔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지요.
앞에는 수평선이보이는 바다
뒤에는 지평선이 보이는 숲
그 둘을 내려다보는 모래 언덕...

저도 작년에 자동차 리스해서 유럽을 반시계방향으로 반바퀴 돌았습니다. 대도시 말고도 이런 소도시들과 작은 여행지가 더 좋더라고요.
고량주
14/11/25 16:39
수정 아이콘
오 아르카숑 저도 작년에 다녀왔습니다~
사구를 오르고 나서 펼쳐지는 말도안되는 풍경에 저도 멍때렸던 기억이 있네요 크크크
아 그리고 아르카숑에서 먹은 홍합요리도 아주 꿀맛이었습니다.
14/11/25 17:21
수정 아이콘
프랑스는 파리만 너무 유명해서 그렇지, 의외로 유명하지 않은 작은 마을이나 풍경이 멋있는 곳이 많은 것 같아요.
몽펠리에에서 4~50분 거리에 생 길렁 르 데제르라는 마을에 갔다온 적이 있는데, 마을도 마을이지만 중세시대 게임에 나올법한 산길이랑 삼면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저도 다음번 유럽갈 때는 차 렌트해서 대서양쪽 프랑스 가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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