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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05 21:36:05
Name 콩콩지
Subject [일반] 최근 읽은 몇몇 경제학책 관련 잡담
  
  
1. 샤워실의 바보들, 안근모


첫번째 책은 안근모 글로벌모니터 편집장의 샤워실의 바보들 입니다. 한겨레신문은 월요일마다 경제섹션에 외부기고자들이 경제칼럼을 쓰는데, 글로벌모니터 소속 필진들의 글이 출중해서 눈여겨 보다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YTN 경제기자 출신입니다. 기자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여느 경제학자 못지않게 명쾌하고 깔끔한 글을 씁니다. 이 책은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트렌드인 양적완화와 확장적 통화팽창 정책을 다루고 있습니다. 출간된지 몇달 되지 않아서, 버냉키, 유럽연합, 아베, 옐런 등 금융위기 이후부터 최신이슈까지 모두 다루고 있는데 정말 그 수준이 높습니다. 이만한 경제교양서적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유럽연합의 위기를 다룬 챕터는 압권입니다. 유럽연합 위기의 시작과 전개를 풍부한 데이터로 뒷받침하면서 일관성있게 보여주는데, 이는 기타 신문이나 경제매체에서 성공하지 못했던 시도입니다. 며칠전에도 한국경제신문 사설에서 최경환을 비판하며 밑도 끝도 없이 '유럽연합은 긴축으로 위기이겼다. 우리도 재정지출 줄이고 긴축하자'라는 어이없는 주장을 던지는 것을 봤기에 더더욱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연준에서 지속적으로 말하는 포워드가이던스가 경제학적으로 어떤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 아베의 정책들이 어떠한 지점에서 서로 모순될 수 밖에 없는지, 미국연준의 회계장부 규정변경 등 단편적인 신문기사 등으로 알 수 없는 점들을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이 책은 언론인이 썼지만, 책이라는 매체가 기사모음집과는 다른 것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저자의 글에는 사실과 주관이 뒤섞여있습니다. 경제학적 사실은 나열하는 순서나 맥락에 따라서 똑같은 문장이라도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사실과 주관을 분리해서 보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샤워실의 바보들입'니다. 프리드먼이 재량적인 통화정책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정책을 바꾸는게 덥다고 냉수를 틀고, 춥다고 화상을 입을 정도의 온수를 트는 사람과 비슷하다고 비꼬면서 쓴 비유입니다. 마찬가지로 저자도 주요국들의 발권력을 동원한 위기탈출, 특히 아베노믹스를 굉장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하고도 속도감있는 세계경제해설과는 달리 이러한 우려와 비판은 튼튼한 근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전대미문의 정책이고, 부채를 통한 것이기때문에 지속불가능하다라는 정도로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계의 경제상황과 금융시장의 맥락을 파악하기에는 최근에 나온 책들중에는 경쟁상대가 없어보입니다.


2. 중국이 말하지 않는 중국경제의 진실, 셰궈중


중국경제를 말하는 책은 많습니다. 중국을 말하는 책은 더 많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 신뢰할만한 책은 극히 적습니다. 갑자기 화폐전쟁이 머릿속에서 떠오릅니다. 이 책의 저자 셰궈중은 중국에서 학사를,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중국의 현실과 경제이론이라는 무기를 둘다 가지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였는데, 싱가포르를 부정적으로 전망한 내용의 리포트가 유출되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비슷한 위상을 지닌 싱가포르 투자청의 눈밖에 나서 결국 나오게 되었습니다. 셰궈중은 이것말고도 책을 몇권 썼지만 한국어로 출간된 건 이것이 유일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중국경제와 관련한 좋은 책을 찾기가 정말 힘든데, 그 이유는 중국정부의 통계수치 자체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통계가 잡히지 않기 때문에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셰궈중의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면,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정부의 메커니즘을 꽤 자세하게 소개해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국 언론에서는 중국 관련 신흥국 투자를 다룰때나 중국에 관심이 있지 중국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이나 그 소개에는 굉장히 소홀한 것 같아 놀랍습니다. 셰궈중은 세계금리가 변동하는 상황에서 중국정부가 부동산을 어떤 식으로 관리해왔는지, 홍콩을 통한 편법 무역거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대도시쏠림현상이 어떻게 억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책은 논리적인 일관성을 가지고 써내려간 하나의 단행본이 아니라, 셰궈중이 쓴 짧은 분량의 보고서들을 묶어낸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듭니다. 그런면에서는 앞의 '샤워실의 바보들'과 극명하게 대조적입니다.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몇몇 부분은 눈여겨볼만한 책입니다.


3.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박승


앞의 두책이 조금은 딱딱한 책이라면, 이 책은 흥미로운 자서전입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자신의 인생과 공직에서의 경험을 담담하게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읽고 있는 도중에 마침 김우중 전 대우회장의 논란의 인터뷰가 떠서, 박승 전 총재가 IMF부분에 할애한 부분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외환위기 당시 IMF는 우리나라에 고금리, 고환율과 구조조정을 강요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맞는 것이겠니 하고 받아들인 것이지만 몇년이 지나고나니 너무 가혹한 조치가 아니었나 하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IMF와 IBRD측에서 90년대 후반 동아시아국가들에 행한 조치들이 잘못된 면이 있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기도했습니다. 사실 IMF의 조치가 적절했냐 아니냐는 우리가 겪은 위기가 단순한 유동성의 위기이었냐 아니면 구조적인 위기었냐에 대한 분석에 따라서 갈리게 됩니다. IMF와 IBRD의 보고서도 동아시아 위기관리의 모든 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우중회장은 두말할 필요없이 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이헌재 전 부총리나 박승 총재는 후자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자세하게 나오진 않지만 카드위기나 종부세 등 굵직굵직한 문제에 대한 전 총재의 생각이 흥미롭습니다. 생각보다 꽤 진보적이었습니다. 금융통화위원들의 구성 문제 등 한국은행 내부개혁 이야기도 재미있게 나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부분은 박승총재의 대학생시절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환경이 극도로 어려운환경에서, 공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에 어떻게어떻게 진학은 했는데, 집에 농사지을 사람이없고, 도저히 대학을 다닐형편이 안되어서 학기중에는 책을 싸들고 내려와 독학을 하다가 시험기간에만 상경해서 잠깐 시험을 치르고 내려갔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동생들은 서울대생들은 학교를 다니진 않고 시험만 보는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우스꽝스러운 이 일화에서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어려운 사정과 사람들이 느꼈을 고단함이 극적으로 느껴졌습니다. 흥미로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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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6 00:3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낭만토토로
14/09/06 00:48
수정 아이콘
그쪽을 많이 공부하진 않았지만, 저도 아베노믹스가 결국은 실패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는데, 많은 사람들의 말처럼 "빨리 죽느냐 천천히 죽느냐의 차이가 아닐까.."일 것 같습니다. 일본 정책 담당자들도 참 갑갑할 거 같아요.

아, 그리고 책 소개 감사합니다.
14/09/06 01:18
수정 아이콘
아베노믹스, 일본이 곧 IMF때와 같은 큰 경제 위기가 올것 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합니다.
어떻게든 경제에 불을 지펴보려 하지만 마지막 남은 음식마져 땔감으로 사용한뒤에 추워서 죽는게 아니라
배고파 죽는것 같은 느낌이네요.
파인애플빵
14/09/06 01:20
수정 아이콘
아베 노믹스는 이미 한국에서 처절하게 그 결과를 보여 주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수 계층에 의한 독점 그외에 계층은 거의 전멸 직전 이게 지금 아베 노믹스가 하는 몇몇 대기업에 돈 몰아주는 정책의 결과 입니다 내수가 튼튼 하고 저물가로 서민들이 살만했던 일본 경제는 이제 최악으로 치닫게 될수 밖에 없습니다
수출 대기업들 몇몇 밀어 준다고 경제가 살아 나진 않습니다 반대편의 내수 기업들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죽기 때문이죠
아베 노믹스는 망할 테지만 일본 경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해 놨기 때문에 다시 살아날 힘이 있을 겁니다 뭐 그래도 한국 4대강 삽질 같은 전대 미문의 부정 부패 보다 아베 정부는 논리적이고 경제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뭐 애당초 4대강을 갖다 댄다는 것도 제가 너무 뼈에 사무쳐서 오바한것 같기도 하네요
이딴 4대강은 사실 이런 경제 정책에 언급도 하면 안되는 쓰레긴데
14/09/06 01:48
수정 아이콘
우석훈의 디버블링을 보면 5만원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박승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자신처럼 비겁하지도 않고 양심도 있는 훌륭한 경제학자라고 칭찬이 나오죠..
후후하하하
14/09/06 09:00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면서 느낀건, 다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이나, 글이라는 것은 다수의 상식을 겨냥해서 정보전달이나 의미있는 내용을 쓰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글을 보면 본인이 다수라고 생각하고 정보전달보다 감정이나, 해석에 집중하게 되죠
그로 인해서 다수의 상식에 대한 이해가 불충분함으로써 관련된 사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어떤 글이 다수에게 이로운 글인지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콩콩지
14/09/06 22:42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전체적으로 감상과 해석이 주고 충실한 사실설명이 부족한 게 사실인것 같습니다. 사실 책 내용을 더 자세하게 객관적으로 풀어쓰는게 맞았겠지만 조금 가볍게 쓰고 싶어서 그런것 같습니다.
후후하하하
14/09/08 17:51
수정 아이콘
피드백에 감사드립니다.
지구사랑
14/09/06 09:46
수정 아이콘
책 소개 감사합니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피지알에 들어온 보람을 느낍니다. :) 책방에 들러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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