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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29 02:13:44
Name bloomsbury
Subject [일반] 케네디의 아메리칸 대학교 학위 수여식 연설 발췌

J.F.케네디가 암살당한지 50년이 되는 해여서 그런지 다시 케네디가 재조명되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곳에서는 50주기가 우연히도  케네디의 딸이 대사로 부임되는 것과 맞물려져서 그 열기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밤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케네디의 아메리칸 대학교 학위 수여식의 연설을 발견하고 현 남북관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느껴져서 pgr에 몇몇 부분을 발췌해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www.jfklibrary.org라는 사이트의 한국어 번역본입니다. 전문은 http://www.jfklibrary.org/JFK/Historic-Speeches/Multilingual-American-University-Commencement-Address/Multilingual-American-University-Commencement-Address-in-Korean.aspx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제가 평화를 말하는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대규모 핵 전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 강대국들이 그러한 핵 전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이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핵무기 하나의 폭발력이 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측의 공군 전력 전체를 합한 것보다 열 배나 더 막강한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핵 반응으로 생성되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바람과 물과 토양과 씨앗을 타고 지구 끝까지 전파되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유전될 이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로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매년 무기 구입에 지출하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자금입니다. 그러나 생산이 아니라 오직 파괴만 가능한 무기를 구입해서 쓰지도 않고 쌓아만 놓는 것은 유일한 평화 보장 수단이 아니며 효율성도 극히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합리적인 결론은 평화라고 주장합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평화주의자들의 말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보다 시급한 일은 없습니다.

세계 평화나 국제법이나 전 세계의 군비 축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소련 지도자들이 보다 열린 태도를 취하기 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개인으로서 또 국가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련의 태도만큼 우리의 태도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의 모든 졸업생 여러분이,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원하는 모든 사려깊은 시민들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합니다. 평화의 가능성과, 소련과, 냉전 상황과, 국내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자기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평화 자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살펴봅시다.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하고 또 패배주의적인 믿음입니다. 그러한 믿음은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 즉 인류는 멸망할 것이고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런 시각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만든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힘은 스스로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습니다. 인간 운명의 문제가 인간의 존재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는 언뜻 해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를 이성과 정신으로 풀어낸 경험이 많습니다. 우리는 다시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일부 환상주의자나 광신자들이 꿈꾸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평화와 선의의 개념이 아닙니다. 꿈과 희망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꿈과 희망을 유일한 당면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좌절과 불신을 가져올 뿐입니다.

그 대신 보다 실질적이고 달성 가능한 평화에 집중해 봅시다. 인간 본성의 갑작스런 대변혁이 아니라 인간 제도의 점진적인 발전을 밑받침 삼아 모든 당사자의 이해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 구체적인 행동과 효과적인 합의를 이끌어 냅시다. 이러한 평화 상태로 가는 손쉬운 비결 따위는 없습니다. 강대국 한두 나라에서 채택할 수 있는 엄청난 마법의 타개책도 없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수많은 나라들이 수많은 행동을 함께 할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평화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도전에 맞서면서 변화하는 동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평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자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이나 나라 안에서도 그렇듯이, 평화 상태에서도 분쟁과 이익의 충돌은 발생할 것입니다. 동네 평화와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를 위해 모두가 자기 이웃을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서로 인내하고 분쟁이 생기면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면서 함께 살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역사는 개인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관계에서도 영원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사람들의 호감과 비호감이 아무리 견고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대의 조류와 각종 사건은 종종 국가나 이웃 간의 관계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곤 합니다.

그러니 끈기를 가집시다. 평화가 꼭 비실용적인 것은 아니듯이, 전쟁도 꼭 불가피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더 분명하게 설정하고 관리하기 쉬우면서 멀지 않은 목표를 제시하면 모두가 그 목표를 볼 수 있게 되고, 거기서 희망을 찾게 되고, 또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게 됩니다.
둘째, 소련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점검합시다. 소련 지도자들이 자기들의 선전 문구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집니다. 군 전략에 관한 소련 당국의 최신 문건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미 제국주의자 집단이 다양한 종류의 침략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 제국주의자들이 소련을 상대로 예방 차원의 전쟁을 선포할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자들의 정치적 목표는 유럽 및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또] 호전적인 전쟁을 벌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 주장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옛날 말처럼 "아무도 따라다니지 않으면 악은 사라진다"는 것이 맞나 봅니다. 그래도 소련의 이런 문건을 읽으면서 양국 간의 거대한 틈을 깨닫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문건은 동시에 소련과 같은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 왜곡되고 무모한 시각만으로 상대를 바라보지 말라는 경고, 충돌은 피할 수 없고 화해는 불가능하며 대화는 협박을 교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미국인들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그 정부나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착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사악한 정부나 사회 제도는 세상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과학과 우주, 경제와 산업 발전, 문화, 용기 있는 행동 등 여러 분야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거둔 성과를 축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차이점에 눈을 감지는 말되, 그러한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공통의 이익에 주목합시다. 이런 차이점을 당장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양성이 살아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공통점은 우리 모두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십니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셋째, 냉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봅시다. 단, 논쟁을 위한 논점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비난을 하거나 심판의 손가락을 겨누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이 아닙니다. 지난 18년간의 역사가 지금과 달랐더라면 펼쳐졌을 세상이 아닌 지금 그대로의 세상을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산권 내부의 건설적인 변화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해결책을 마침내 만들어내리라는 희망을 품고 끈기있게 평화를 추구해 나가야만 합니다. 진정한 평화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핵 보유국으로서 모욕적인 후퇴나 핵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상대를 몰고 가는 대결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핵 전쟁 시대에 그런 방향을 택하는 것은 우리가 정책 파탄 혹은 온 세상이 다같이 죽기만을 바란다는 증거가 될 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도발적이지 않고, 세심하게 통제되고, 예방용으로 설계되었으며,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 유지에 군사력을 집중하며, 확실한 통솔을 통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관들은 불필요한 자극이나 말다툼에 불과한 적대 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방어 태세를 완화하지 않고도 긴장 완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은 결의를 입증하기 위해 우리 쪽에서 협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신념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의 뉴스로 외신을 가득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제도를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상의 어떤 사람들과도 평화적인 경쟁을 할 능력이 있으며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뉴스를 보다보니 천주교 내의 보수성향 단체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교황청에 고발했다고 하더군요. 사제단이 사회참여활동을 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늘 종북이라는 딱지에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사제단이 속한 천주교 이외에도 개신교, 불교에서도 시국선언을 한 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도 종북몰이의 희생양이 돼서 자신들이 속한 단체 내에서 억압을 받을까 걱정됩니다.
언제쯤이면 우리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지도자를 가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평화롭게 공존하던 공동체의 이웃도 종북이라는 딱지 하나로 척결해버려야 할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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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1/29 09:52
수정 아이콘
제가 나온 학교 이름이 John F Kennedy High school인데, 제가 나온 학교 가장 정면 벽에 붙어있는 두개의 연설중에 하나라서 자주 읽어봤었네요...
얼마전에 오바마 연설때 한인학생 사건이나 이 연설이나 참 요즘 우리나라랑 비교해보면 흥미롭습니다.
영원한초보
13/11/29 12:10
수정 아이콘
지금 한국에서 북한에 대해 이런 태도를 취하면 빨갱이로 몰리죠. 야권 지지자들도 적에게 포용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에게 현실인식이 떨어진다고 비판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11/29 15:59
수정 아이콘
소련을 북한으로 바꾸고 저걸 한국의 어떤 정치인이 낭독했다면 종북 내지는 현실 감각없는 친북이라며 공격받을 문구가 한두군데가 아니군요.
지금뭐하고있니
13/11/29 19:16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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