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글쓰기이벤트 모음
14회차 - PGR21
13회차 - 여행
12회차 - 의료인
11회차 - 성탄절
10회차 - 추석
9회차 - 휴가
8회차 - 가정
7회차 - 인문사회
6회차 - 이해
5회차 - 추억
4회차 - 감사
3회차 - 지식
2회차 - 키배
1회차 - 자유주제
Date
2013/11/28 22:24:01
Name
[fOr]-FuRy
File #1
07_vamper.jpg (57.0 KB) , Download : 56
Subject
[일반] 윤태호의 '야후' 를 읽고 갑자기 드는 생각과 푸념..
오래간만에 들립니다. 날씨가 급작스럽게 추워지는데 PGR분들은 감기 걸리지 않으셨는지요?
전 최근에 재취직했습니다. 제가 스펙이 심하게 후지다 보니 유통업으로 들어가서 밑바닥부터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은 힘듭니다. 선배들 눈치 보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퇴근을 시켜줄 생각을 안하고 배워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고..
월급은 엄청난 쥐꼬립니다.. 정직원이지만 알바에 가까운 급여입니다. ( 시험쳐서 진급을 해야 좀 많이 오릅니다. )
그래도 일을 한다는 행위 자체가 제 자신이 살아 있다는 느낌을 팍팍 줍니다. 원래부터 어두운 기질이라 어떠한 일에도 예민하게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 예전에 한참 논란이 됬던 empier 님을 보며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었습니다. 제가 많은 점에서
empier 님이랑 닮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그 분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
아참! 요즘은 만화에 중독까진 아니지만 빠져 있습니다. 일본 만화보다 우리나라 만화가 훨씬 재밋게 느껴지네요. 웹툰의 영향인지 몰라도
그림이나 내용이나 일본 만화 시장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취약한 인프라 문제가 있지만... )
그 중에서도 '야후' 라는 만화를 보며 엄청난 감정이입을 했습니다.
전 원래 책이든 만화든 집중해서 보는 스타일이 아니라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대충대충 넘겨 봅니다.
그래서 뭘 보든 내용보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과 내면을 깊이 느끼면서 봅니다.
그런 점에서 미생을 통해 알게 된 윤태호 작가의 예전 작품인 야후를 본 순간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평을 보면 암울한 시대의 아픔과 그에 대한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들이 가득한 만화라고 하지만 전 그것보다
특정한 사람에게 트라우마라는게 어떤 역할을 끼치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그 시대상에 대해선 크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한 시대의 아픔이지만 전 그 세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공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뭐...부조리한 삶이야 그 시대 뿐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이어져 오고 있지 않습니까?)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어버린 주인공 김현과 부패한 아버지 때문에 끝없이 방황하는 신무학.
결국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서 제 자신의 트라우마가 들춰졌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부터 왕따와 괴롭힘을 당하며 내면이 송두리채 파괴되어 버린 나. 사랑을 받지 못해 지금도 수시로 우울해지고
타인에 대한 사랑을 끝없이 갈구하는 나. 그런 점에서 눈앞에서 아버지가 죽었다는 트라우마에 끝없이 시달리는 김현을 보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깊이 공감이 되는 걸까요.
더불어 이 만화를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들이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너무 우울한 만화다...이런 어두운 기질은 긍정의 힘으로 고쳐야
한다느니... 입원치료롤 해야 된다느니, 아니면 그 자체를 이해를 못할 수도 있습니다. (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요. )
하지만 사람이란건 원래 불완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 생물이 인간인데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내성적이고 소심한 인간이라 해서 그게 죽을 죄가 될까요. 그게 그 사람의 타고난 본질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갈수록 삶이 팍팍해지고 끝없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이고 일에 미치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패자로 몰아가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패자가 되면 자신의 존엄도 지킬 수가 없는 삶입니다.
이런 시대에서 저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야 되는 걸까요. 삶이란 건 원래부터 외롭다는 시의 구절이 문득 떠오릅니다.
P.S : 이전에도 이런 어두운 성향의 글을 질문 게시판에 몇번 올렸었습니다. 물론 질타아닌 질타도 받았지만 많은 분들의 진심어린 격려글을
본 이후 PGR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면이 어두운 저라도 PGR을 통해 사람이란 건 좋다는 것을 느끼고 있으니깐요.
또한 내면이 어두운 사람이라도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욱더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나가야 할 결심을 굳혀나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PGR은 마약같은 존재입니다. 한번 중독되면 끊을 수가 없는.. 담배보다 더 지독한 마약이지만 몸과 정신건강엔 아주
좋은 마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약에 평생토록 취하고 싶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