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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16 15:32:22
Name DEICIDE
Subject [일반] [영화] 악마를 흉내냈다 - '악마를 보았다(2010)'
(영화 '악마를 보았다' 에 대한 리뷰글이 PGR 에도 많이 올라왔네요. 고민하다가 저도 리뷰글을 남깁니다.
다량의 미리니름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버튼을 누르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어도 아쉬운 참에, 안 좋은 것을 구태여 보고 듣고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헌데 영화 ‘악마를 보았다’ 는 참 보기 안 좋은 것들로 가득하고, 또한 그러기로 이미 소문난 영화이지요. 그럼 그 보기 안 좋은 것들을 불편함 참고 봐야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이유라는 것은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복수의 통쾌함을 맛보고 싶은 이도 있겠고, 복수의 허무함을 확인하고 싶은 이도 있겠죠. 인간의 잔혹한 단면을 엿보고 싶은 호기심도 있을 것이고, 거기로부터 삶의 가치를 재확인하려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악마를 보기 원했습니다. 감독이 제목에서부터 자신 있게 호언장담해 놓은 악마를 정말로 눈앞에 가져다 놓아 주기를, 그래서 영화관을 나섰을 때 입에서 저절로 '아, 내가 악마를 보았다’ 라고 말하게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제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 연출력, 구성, 그리고 인간 내면의 기괴한 어두움에 정면으로 접근하는 감독의 독특하고 탁월한 시각이었습니다. 영화 ‘세븐’ 에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그려냈던 연쇄 살인범이나, ‘다크 나이트’ 에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들어낸 조커와 같은 괴물을, 과연 김지운이라는 감독은 어떻게 살아 숨쉬게 만들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했나 봅니다. 두시간 반 가까이, 악마가 되었어야 할 영화의 두 주인공은 그 탁월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악마를 흉내내기에 급급했고, 그들의 뒤에 서서 그들을 만들어 낸 감독 또한 인간의 그 악마적 본성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해 허둥대다가, 그저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낄 이미지들로 영상을 채워 나가는 방법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영화를 보고 난 후 관객에게 남는 것이라고는, 밤길에 택시 타면 위험하다, 다른 사람의 친절은 받아들이지도, 친절을 베풀지도 마라, 여자들은 돌아다니지 말고 그저 얌전히 집에 있는 게 상책이다 따위의 기분 더러운 교훈들만 무겁게 가슴에 얹혀집니다. 영화관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곁에 서 있는 모르는 사람이 짜증스럽게 불편해지고, 사람과 세상에 대한 불신의 벽만 두터워집니다. 바로 그것이 감독이 원래 의도하던 목적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관객이 얻고 돌아가기보다는 깎여 나가는 것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의 불편함






영화 ‘악마를 보았다’ 는 한국의 소위 ‘메이저’ 영화 중에서 유래 없이 폭력적이고 잔혹한 장면들로 입소문을 타고 있고, 과연 그렇습니다. 너무 잔혹해서 심의에 의해 편집되었다고 하는데도, 신체 훼손이나 폭력 장면이 정말 이전에 한국 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골적이고 선정적입니다. 고어 영화를 본적 없는 분이라면, 이런 영화가 고어 영화구나, 할 정도로 말이지요.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가만히 앉아서 보기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그 잔혹함의 묘사 수준 보다는, 그 폭력의 ‘반복’ 에 있습니다. 어림 잡아 헤아려봐도, 영화에서는 7명 정도의 여성이 남성으로부터 강간, 살해 등 잔혹한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여성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유린당하며, 그것이 일곱 번 정도 계속된다면 좀 피곤해지고, 역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됩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만은 아닙니다. 경철(최민식)과 수현(이병헌)에 의해서, 영화에서는 7명 정도의 남성이 잔인한 폭력을 당합니다. 감독의 의도인지는 몰라도, 여성에 대한 폭력 횟수와 비슷하지요. 러닝타임이 140분 정도이니, 영화는 거의 10분마다 한 번씩 화면을 둔탁한 파열음, 찢어지는 비명, 선홍색 피로 물들입니다. 그 정도라면, 그냥, 영화 전체가 피칠갑이라고 해도 무방할 수준이지요.


그 단순 반복적인 폭력이 악마를 창조해 내는 김지운 감독의 방식이었습니다. 잔인함과 불편함의 물량공세. 그로 인해 자칫 무뎌질 수 있는 감각을 남성과 여성을 적절히 번갈아 배치하면서 상쇄시키는 기법.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이지만, 말 그대로 단순하기만 하고, 효율적일 뿐입니다. 살과 피는 살아 번뜩일 지 몰라도, 악마로 자리잡아야 할 캐릭터들은 오히려 살아나지 못합니다. 연쇄살인범 장경철도, 그에게 복수하는 수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격이 없는 괴수는 악마가 되기에는 과분하다. 연쇄살인범 장경철.








영화에서 원래 악마를 맡아야 할 인물. 당연하겠지만 연쇄살인마 장경철입니다. 정말 아무 거리낌 없이, 탐욕스러운 성욕과, 피해자가 ‘살려주세요’ 라고 말할 때 느끼는 권력욕 둘에 따라서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죽지 않을 만큼 때려서, 자신의 아지트로 끌고 온 뒤, 강간한 다음 토막냅니다. 그 어떤 계획이나 목적 없이, 너무도 단순하고 무지하게 보이는 대로 납치하고 죽이기에, 오히려 그의 폭력은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어쩌면 그 무식하다 싶을 정도로 순수한 본성이 진짜 인간 내면의 악마 같은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똑똑하고, 치밀하고, 섬세한 악마들을 영화에서 만나왔고, ‘악마라면 이래야 해!’ 하는 선입견 같은 것이 있으니까요. 장경철은 다르다,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불분명한 그 원천적인 광기. 어쩌면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을 법한 심연 깊은 곳에 존재하는 탐욕의 결정체이다.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장경철에게 진짜 ‘악마’ 라는 이름을 붙여 주기에는 과분해 보입니다. 미친놈. 나쁜 XX. 개 같은 자식. 갖은 욕설이 어울리지, 그에게 악마같다는 표현은 아깝습니다. 아마도 감독이 장경철을 진짜 악마로 만들고 싶었던 장면은, 수현에게 붙들려서 단두대에 묶여 있을 때,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은 두려움이나 고통 따위 없다고 뱉아내는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에 젖은 장경철의 얼굴도, 그 얼굴을 비추는 조명도 그러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장면에서 섬뜩하게 소름 돋는 무서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그 모습은, 사람을 밟아 죽이고 물어 죽이던 ‘고질라’ 나 ‘아나콘다’ 가 영화 마지막에 죽기 전 발악하는 모습과 더 비슷했으니까요. 두려운 존재라기보다는, 빨리 죽어 없어져야 할 해충에 가까웠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그의 표정, 눈빛, 목소리를 통해서 장경철이라는 인물에게 무식하고 천박한 괴수영화의 괴수 이상의 캐릭터를 부여하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이미 그 장경철은 악마로 불리우기에는 자격미달이었습니다. 인격을 잃어버린 악마에게, 우리는 비록 그가 사람의 탈을 쓰고 있다 하더라도 미친 개나 해충, 질병 이상의 두려움을 부여하기 힘듭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장경철은 악마로 불리기에는 과분했습니다.



튀어 보려고 애썼지만, 악마가 되기에는 모자랐다. 복수에 미쳐버린 남자 수현.








사실 영화에서 진짜 악마가 될 것이라 기대했던 인물은, 사랑하는 애인을 잃어버리고 복수에 미쳐버린 남자인 수현이었습니다. 국정원 경호요원이란 번듯한 신분. 잘생긴 외모. 그러한 그가, 사랑하는 이의 복수라는 명목으로 자신도 모르던 악마 같은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면, 진짜 악마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또한 그것이 진짜 우리 안에 있음직한 악마적 본성의 실체라고 상상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영화의 플롯은 수현이란 캐릭터의 향방에 대해 엇비슷하게 의도한 듯 보이지만, 수현이 보이는 모습은 악마같다는 정체성을 부여하기에는 끝내 모자랐습니다.


일단 그가 살인마 장경철에 대해 선택한 복수의 방식이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입니다. 그는 사랑하는 이를 토막살해한 살인범을 잡았다가 손목 하나 부러뜨리고 풀어주고, 잡았다가 발목 끊어놓고 풀어주기를 반복합니다. 수현은 그가 선택한 방식이 장경철을 두렵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진정한 복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장경철의 말대로 “이거 완전 싸이코네” 라고 할 만큼 독특하고 튀는 방식이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수 없는 방식입니다. 그 방식은 장경철에게 어떠한 두려움이나 어려움도 심어주지 못했고, 오히려 그를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을 뿐입니다. 추적장치 하나를 먹여서 그를 감시한다는 생각은 너무도 위태로운데도 그것 하나만 믿고 그를 놓아주는 수현은 어리석기 짝이 없었고, 팔을 부러뜨리고 발목을 끊어놓아도 장경철은 별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고 여자를 강간합니다. 결국 수현은 위기에 처한 여자들을 구해주는 영웅놀이를 위해 장경철이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드는 것을 방조한 꼴이 되었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사랑하던 여자의 가족이 몰살당하는 것을 유도했습니다. 아둔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요.


결국 장경철을 손에 넣은 이병헌이 택한 방법은 장경철의 가족이 그를 죽이도록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멋모르고 문을 열어서 단두대가 장경철에게 떨어진다는, 좀 유치할 정도의 사형 장치가 악마로 변모한 수현의 모습을 나타낼 수가 있는 것이었을까요. 과연 그것이 수현이 마지막에 말했던 대로 장경철이 죽은 다음에도 고통받는 일이었을까요. 물론 아들을,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죽인 부모와 자식의 삶이란 고통스러울 수 있겠지만, 자식이 죽음에 대해 보험금의 수령을 묻는 부모와, 아버지에 대해 물을 때 ‘시발’ 하고 먼저 내뱉는 아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괴로워할까요.


수현이 진짜 악마 같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면, 정말 악마가 되고 싶었다면, 그렇게는 하면 안 되었을 텐데요. 장경철이 자기 애인의 가족들을 죽였다면, 수현 또한 그와 평행하게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방법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장경철의 눈앞에서, 그의 부모나 그의 아들을 고통스럽게 죽였다면, 그의 어리석은 사냥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장경철을 분노하고 두렵고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왜 거기까지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는 않았던 것일까요. 대체 그에게 ‘아냐, 거기까지는 안 돼’ 라고 할만한 인간적인 경계선은 어디까지였고, ‘아직 이 정도로는 모자라’ 라고 했던 악마적인 상상력은 어디까지였던 것일까요.


또한 그 모든 일을 이루어 놓고 머리를 감싸쥐며 흐느끼고 울부짖는 수현의 모습은, 악마를 흉내냈다가 오열하는 평범한 사람의 결말 그 자체였습니다. 결국 그는 처음부터 악마일 수 없었고,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허우적대다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자멸합니다. 만약 마지막 장면에서, 수현이 울지 않고 웃었다면 어떨까요. 훨씬 어려웠겠지만,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가, 미친 듯이 낄낄댔다면 어땠을까요. 그렇게 악마를 흉내내 본 데 그치지 않고, 정말 악마가 되어 버렸다면 어땠을까요. 자신 때문에 죽어간 사람들이나, 고통받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 복수에 대한 허무함, 모두 잊고, 단지 목적을 이루었다는 것에 대한 만족으로 웃었다면, 정말 악마처럼 변모한 그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요.


악마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기사를 보면 몇몇 잔혹한 장면들이 삭제되었다고 합니다. 인육을 먹는다던지 개에게 던져 준다던지 하는 장면 말이지요. 제 생각에는 수현의 처제가 살해당하는 장면도 편집되지 않았나 합니다. 납치된 것으로 보아 원래 스토리상에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처럼 보였는데, 그냥 시체로 발견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잘려나간 장면들이 다 붙는다고 해도, 영화가 별다른 가치를 더 부여받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지 관객은 좀더 불편해지고, 좀더 짜증스러워질 뿐이겠지요.


사실 글의 처음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일부러 극장에까지 찾아가서 악마를 보려고 하는 것은 악취미입니다. 이미 충분히 우리네 삶에는 악마 같은 이들의 진짜 이야기가 널려 있으니까요. 그렇게 안 좋게 보려면 한없이 안 좋게 보여서, 마치 미쳐버린 듯한 이 세상에서, 굳이 악마를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대체 왜 악마를 보려 할까요. 정말로 우리 내면의 숨겨진 본성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일까요, 아니면 왜곡된 본능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의 의미일까요.


...어쨌든, 이 영화 좀 별로네요.


Th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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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지니
10/08/16 15:42
수정 아이콘
영화가 너무 겉치레에만 신경쓴 나머지 알맹이는 빈 허전한 느낌입니다.

난리를 피우던 고어씬도 뚜껑을 열어보니 그저 그랬고

이야기 구조는 허술함이 많았으며 그저 보여주기위한 폭력씬들의 반복은 지루했습니다.
바스데바
10/08/16 15:52
수정 아이콘
제가 느낀 그대로를 잘 써주셨네요. 글 전체적으로 깊이 동감합니다.
영화도 그렇고 두 주인공들도 그렇고, 한방향으로 움직여야는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것 조금 저것 조금, 방향성을 잃고 좀 의아(?)한 캐릭터 들이 되어버렸지요

개인적으로 영화가 배트맨 vs 조커의 선악대결에서 정체성의 혼란으로 이어지는 쪽으로 가길 바랐습니다만.. 그것도 어정쩡하니..
차라리 확실하게 이병헌을 악인으로 만들어 엔딩에서, 최민식이 자주 한 머리를 쓱 올려넘기는 부분같은게 나오길 바랐는데..
센스도 부족해보였고.. 천호진씨나 조연분들도 비중이 어정쩡한게.. 전체적으로 영화가 '뭥미' 였습니다..
최민식씨가 오랜만에 나오는 영화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이걸 보느니 차라리 아저씨를 볼 걸 후회했습니다.

덕분에 김지운감독의 다음작품은 생각좀 해보고 봐야겠습니다.
에프컵스쿨
10/08/16 16:39
수정 아이콘
전 사실 두개 중에 고민하다가 오늘 아저씨를 보고왔는데요... 높은 평가에 비해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해서요... 악마도 한번 봐야할듯
마늘향기
10/08/16 16:40
수정 아이콘
저에겐 장경철의 폭력이 글쓴님과는 다르게 굉장히 현실감있게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타 영화를 보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나랑 상관없는 일 같아 그저 그렇고,
보통 공포영화 피해자들은 뭔가 조심성 없는등 당할 만 해서 당했다는 느낌이 좀 있는데,
이 영화에서 피해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죠.
김수현의 애인은 차문 잘 잠그고 있었고,
두번째 피해여성은 차가 끊겼던 것 뿐이고,
그 중고딩쯤 보이던 애는 그저 학원차에서 졸았던 것 뿐이고,
간호사는 직업에 충실, 김수현의 장인과 처재는 집에 택배가 왔을 뿐인데 말이죠.
그리고 무차별살인마는 멀리 있는 것도 아닌 정말 흔하고 흔한 동네 학원차량기사 아저씨...
10/08/16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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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느낀 점을 좋은 글로 잘 써주셨네요.
지난 리플에도 썼는데 최민식에게 복수하는 이병헌을 볼 때 오히려 '저거 밖에 안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현실성이 떨어져보이게 느꼈습니다.

저는 김지운 감독 작품은 '장화, 홍련'외에는 전부 다 별로네요.
항상 2%가 아닌 한 30%정도 부족합니다.
장화홍련만큼은 '내가 본 최고의 한국영화 10위'권 내에 들 만큼 지존이었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10/08/16 17:11
수정 아이콘
저도 글쓴이의 생각과 비슷하게 느꼈습니다.
덧 붙이자면 김지운감독의 전작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포커스를 인물에 맞춘 영화들에서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결과 관객인 저는 영화속에서의 상황이 납득, 즉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많은 투자금, 좋은 배우들을 가지고 일정 수준의 영화를 만들어 내긴 하는데 항상 뭔가가 빠진듯한....아쉬운 부분 중의 하나 입니다.
10/08/1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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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화는 별로였습니다만,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몇자 적습니다.

1. 수현의 복수 방식은 대단히 끔찍한 방법입니다. 언제나 폭력의 주체자이기만 했던 장경철은, 손쓸도리도 없이 일방적으로 폭력을 당하기만 하는 처지에 놓입니다. 장경철은 돈도 명예도 사람도 권력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입니다. 오직 가진것은 폭력뿐. 그런데 그 폭력의 주체자 입장을 수현에게 빼앗깁니다. 게다가 첫번째는 손, 두번째는 발을 잃음으로서 폭력을 통해 수현을 극복하는건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불가능해져가는 상황이여서 그 무력감은 커져만 갔을꺼고요. 그리고 더 무서운건 공포입니다. 수현이 가하는 폭력에 대한 공포도 공포지만 장경철 입장에선 도대체 언제 수현이 또 나타나서 자신을 짓밟을지를 알수가 없다는건 사람 피를 말리는 일입니다. 단, 이건 모두 장경철이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에 드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장경철은 인간의 범주를 훌쩍 넘은, 일종의 싸이코패쓰로 보이는, 공포와 무력감 같은 감정을 대다수 상실한 비인간적인 존재였고, 그것이 수현의 복수가 전혀 효과가 없는 이유입니다.

2. 수현이 장경철에 대해 최종적으로 가한 복수는, 그것 외에는 수현의 복수가 이루어질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봐야할겁니다. 이미 인간의 감정을 대다수 잃어버린 장경철이라는 악마에 대해 복수를 할 방법을 찾을수가 없지만,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할수도 없는 수현이 택한 최후의 방법은 자신이 느낀 감정을 비슷하게라도 느낄수 있는 같은 사람에게 가하는 복수입니다. 장경철은 인간이 아니지만, 장경철의 가족은 인간이니깐요. 자신이 당한 방법과 가장 비슷하게, 자신에 의해 가족이 죽어나가는, 그대로 갚아줬을뿐입니다.

3. 장경철의 눈앞에서 장경철의 가족을 짓밟아도 장경철은 콧방귀도 안낄겁니다. 이미 감정을 잃었으니깐요. 반대로 가족의 손에 의해 장경철의 목이 날아간다고 장경철이 괴로울거 없습니다. 그냥 죽을뿐이죠.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아들의, 아버지의 목을 날린 가족들은 평생 고통 받을겁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사춘기의 소년이 아버지에 대해 "씨발" 이라고 하는것과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목을 날리는건 아예 차원이 다른 이야기니깐요.

4.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할건, 장경철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지 못한 수현이 장경철의 가족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돌리는겁니다. 장경철이 수현의 가족들을 해치는건, 고통을 받는자가 수현이므로 타당한(?) 복수입니다. 그런데 수현의 복수는 장경철을 해침으로서 고통을 받는 자는 장경철 본인이 아니라 장경철의 가족들입니다. 장경철이 지은 죄를 가족들에게 묻는다. 이건 타당하지 않은 이야기죠. 어디까지나 사람으로서 살며, 사람으로 판단해오던 수현이 영화 마지막에선 사람의 굴레를 거의 벗습니다.

5. 악마를 보았다 라는 제목의 주체는 수현입니다. 장경철이라는 악마를 보았고, 장경철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휘두르다 보니 자신 속의 악마도 보았습니다.
10/08/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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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끔찍하다 계속 느끼면서도 마지막 수현의 복수에서는 이정도로는 쉽게 끝내선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철문을 닫을 땐 계속 가둬두고 짐승으로 사육해 가면서 정신을 붕괴시키려나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놓아버린다는 느낌이었네요.
10/08/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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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철 역을 최민식이 아닌 원빈이 맡았다면 훌륭한 개그영화나 나올뻔 했습니다.
"아가씨 도와드릴까요?" "예!♡"
"내가 너 좋아하면 안되냐?" "♡♡♡♡♡♡"
아나이스
10/08/1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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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선 끝나겠지 했는데 안끝나고 지루해서 짜증난 영화였습니다.
기억에 남는건 야동, 강간씬, 고어씬밖에 없는 영화네요. -_-;

좀 20대 초반 남녀가 같이 보러 가기엔 심하게 민망한 영화더군요. 인셉션 늦게가서 못보게 된 덕분에 그냥 그다음 있는게 악마를 보았다여서 봤는데...(사실 둘 다 영화 신작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어떤소문 났는지도 모르고 그냥 봄...) 그냥 카페에서 대화나 나눌걸 굉장히 미안해지더군요... 좀 둘다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 좋아하는 이성과 같이보면 안될영화 같습니다 + 아저씨는 다른 의미로 같이보면 안된다는데.... 원빈때문에..

으... 주위 사람들한테 그냥 비추하는 영화에요. 그리고 군데군데 여러개의 인물소개에 대한 엉성함까지 보여서 지루함을 더 가중시켜주더군요. 아... 한국영화는 웬만해선 안보겠다고 봉인했다가 다시 깼는데 또 다시 봉인해야 하나 생각중입니다.
잘난천재
10/08/1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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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의 복수방식은..
"너(피해자)와 똑같은 고통 느끼게 해줄께"
에서 알수 있듯 '피해자의 토막난 부분을 전부 공격하는 것' 이라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을것 같습니다.
다만 그걸 잘라버리면 생명의 위험을 느낄때니 부러뜨리거나 일부를 잘라 기능을 잃게 하고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거죠.

그렇게 손목, 발목등 -계획대로 라면 그 다음은 어깨, 무릎, 골반, 목 순서로 이어지겠지요. - 을 손상시키면서 최민식에게 죽어가는 고통과 그 공포감을 느끼게 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하려는 방식이겠지요.

그런데 최민식은 고통은 느끼면서 공포는 느끼지 않습니다.
'이 새끼 뭐하는 새끼야? 개또라이 아냐?'
와 함께 약간의 공포를 느끼는 듯 하다가도..
공포를 주는 대상이 누구인지 인식함과 동시에 공포는 사라지고 뉘우침 대신 잔인한 게임이라고 인식해버립니다.

이병헌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고 기에 눌리는 최민식을 생각했겠지만..
(실제로 초반 시퀀스에 등장했던 이병헌에게 린치당한 한 용의자는 병상에서도 '살려주세요' 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사건이 더욱더 커지고 이젠 노렸던 관절 하나하나를 끊는 방식은 더이상 불가능하게 된것이지요.

그래서 이병헌은 마지막에
'내가 널 잘못생각했어. 이제부터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 주겠어.'
라고 하면서 죽음의 순간까지 데려가고.
오히려 최민식은 우는 듯한 연기를 보이다가
'이만하면 충분하잖아! 그만 갖고 놀고 죽여'
라는 식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공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결국 이병헌이 최민식에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지 않은 최민식에게 고통이나 공포를 주는 것이 아닌..
그 고통과 슬픔을 느낄 수 있는 최민식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그것을 대신하게 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너무나 비극적이고 악마적인 행동임을 알고 있으며..
그 고통이 얼마나 큰줄 알기에..

마지막에 이병헌은 겉잡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 것이겠지요.


악마가 되고 싶진 않았지만...
악마가 되지 않기엔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고 슬프다..

이런건 아닌가 싶습니다.

최근 많은 복수에 관한 텍스트는
'범죄자는 왜 범죄를 일으키게 되었는가?'
'피해자의 복수에는 왜 정당성이 있는가?'
라는 두가지 명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 영화는 이미 수없이 언급되었던 그들에 대해 오히려 비켜갑니다.
'피해자에게 복수의 마음과 정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누구나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복수를 받는 가해자는 피해자의 고통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그 벌을 받는가?'
'사회적인 법률의 채찍은 개인적인 복수의 칼날과 비교했을 때 과연 정당한가?'
등 복수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서 묻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언급되었던 '유사 국가의 정의로운 복수에 대한 윤리는 정당한가'라는 질문을 하고 있는 셈이겠지요.
대중적이지 않은 영화구조는 김지운 감독의 특기이자 단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개봉한 놀란의 '인셉션'만 같이 비교해 봐도 알기 쉬운데요..
여기서 등장하는 앨런 페이지는 '그다지 큰 역할이 아님에도 영화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역할'
즉 '관객이 극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극 전체에 대한 설명을 듣는 역할'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김지운 감독은 그렇게 친절하게 관객을 배려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영화는 인물과 배경, 사건이 시작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어떠한 일련의 과정중 일부를 담는 그릇'이다는 방식이지요.
그렇기에 한번 봤을때는 잘 모르겠는 부분들이 두세번 이상 내용의 대부분을 알고 보면 오히려 더 강렬하고 재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렇게 곱씹는 재미가 강렬하기도 하면서 동시에 참 현실주의적 경향을 강조하는 분이기도 하시죠.
그것이 김지운의 텍스트가 갖는 묘한 강점은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10/08/16 20:02
수정 아이콘
저 역시 마늘향기님과 같이 악마를 보았다를 아주 좋게 봤습니다.
장경철이란 캐릭터가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학원 운전기사아저씨였고
사람들을 죽이고 폭력을 행사하는 방법 역시 진정한 싸이코패쓰라 할만큼 앞뒤 가리지 않고
죽이는 모습이 오히려 이러저러한 덫을 놓고 유인해 살인하는 다른 영화들과 달리 더 악마같아 보였습니다.
삭제된 장면들이 심의를 통과해 영화에 나왔다면 더 스토리 전개가 말이 되고 그랬을텐데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납치되서 뜬금없이 시체로 발견된 이병헌의 처제, 역시 뜬금없이 피떡이 된채 묶여있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최민식. 아마 그 장면들이 집중적으로 짤린것같은데
나중에 디비디로 무삭제판같은거 나오면 한번 다시 볼까 생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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