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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3 02:33:33
Name romanson
Subject [일반] 외할머니 우시네요
저희 외조부는 정치에 몸담고 계시던 분이셨습니다. 흔히 말하는 좌빨이셨죠. 어머니가 태어나시기도 전에 돌아가신 외조부의 정치성향이 진정한 의미의 진보였는지 혹은 정말 말 그대로 좌빨이었는지 저는 잘 모르지만, 연세에 맞지 않게 늘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보여주시는 외할머니의 성격을 볼때 생각없이 정치하던 남편을 그렇게나 아끼고 존경하시지는 않으셨을거라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외조부님은 직접적으로 설명을 들은적은 없지만 정치적 음해에 의해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시피 할 정도의 타격을 입고, 결국은 병환을 얻어 당시 외할머니의 뱃속에 있던 막내딸인 어머니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유복한 집안에서 당시의 기준으로 상당한 고등교육을 받고 자라신 외할머니셨지만 젊은 나이에 여자의 몸으로 혼자 자식 셋을 키우며 살기가 참 힘들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자식들은 모범적이고 올바르게 자라 주었지만, 그 와중에도 자식들의 등 너머로 버릇처럼 '정치인은 절대 믿지마라, 정치에는 절대 관여치 마라.' 라는 말씀을 밥먹듯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영향 때문인지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저희 어머니는 아직도 투표를 하지 않으십니다. 정치, 행정에 대한 관심도 많으시고 관련 지식도 풍부하신 어머니가 왜 정작 투표에는 참여하지 않아 오셨는지, 제가 입영영장을 받고 어머니께 어른이 됐다는 인정을 받아 이러한 집안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큰 뜻을 품고 정계에 나섰던 가장이 반대세력의 정치적 행동에 의해 심신에 큰 타격을 입었고, 결국은 그 이유로 어머니는 어릴때부터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자라야 하셨으니까요. 외할머니는 젊은 미망인으로 살아오셨어야 했으니까요. 외가는 정계를 불신하며 살아야 했고, 지금 또한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부산에서 그렇게 살아왔던 외가는 결국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여러가지 이유로 서울로 이사하였고 지금껏 서울에서 살고 계십니다.

연락이 잦지 않던 외할머님께서 오랜만에 전화를 하셨습니다. 정말 간만에 듣는 목소린데 아무리 봐도 울고 계신 목소리더라구요. 무슨 일이냐 했더니 투표는 했냐고, 지금 부산 경남 개표상황을 보고 있냐고 물으시네요. 네 아침일찍 가서 투표 했어요. 네 개표상황 보고 있어요. 네 부산 경남 지역 결과가 나올때마다 계속 소름돋으며 보고 있어요. 이야기 했더니 젖은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십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내 한을 너와 네 친구들이 풀어주었다. 드디어 너희들이 나라를 움직일 힘을 얻었구나. 축하한다. 고맙다. 스스로 판단하는 지혜와 편협하지 않은 시각으로 젊은 너희들의 나라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구나.

다들 축하드리고 또한 고맙습니다. 우리가 드디어 나라를 움직일 힘을 얻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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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zardMo진종
10/06/03 02:34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UntouchableOb
10/06/03 02:35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2)
삶, Remember
10/06/03 02:36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이야 말로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승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3)
강하니
10/06/03 02:36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4)
2월21일토요일
10/06/03 02:36
수정 아이콘
정말 이번에 다른 곳보다 부산 경남 지역분들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닥터페퍼
10/06/03 02:36
수정 아이콘
저도 부산사람이지만 점점 부산이 바뀌어가는 것 같아서 기쁩니다. 그래도 진보정당의 득표는 정말 바닥을 기는지라 안타깝기도 합니다.

부산의 구의원선거 중 많은 곳이 민주당이 당선되어서 많이 바뀌었구나 절감하게 합니다.
10/06/03 02:38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5) 요즘 여러모로 우울했는데 여러분 덕에 희망을 보았네요.
10/06/03 02:39
수정 아이콘
서울만 어떻게 되면 반한나라당 진영이 원하는 완벽한 시나리오가 될 듯. 유시민 후보가 좀 아쉽긴 하지만 모두 노리는 건 애초에 무리이기도 했고......
어쨌든 PK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개미먹이
10/06/03 02:39
수정 아이콘
경남 부산 멋집니다!
Mynation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겠지요..?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정말 감동적이네요. 자체 BGM까지 깔아가면서 한 번 더 정독했습니다.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6)
저희 집안은 제가 좀 더 노력해야 되나 봅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지네요.
스웨트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멋집니다! 결과를 보면서도 어!?? 를 외치게 한건 모두들 하셨을 것이니까요.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었고 대단했다고 봅니다. 부산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7)
칼 리히터 폰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8)

정말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토스희망봉사
10/06/03 02:41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7)
돌고래순규
10/06/03 02:42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8)
3배빠른
10/06/03 02:43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9)
거침없이하이
10/06/03 02:44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 (9) 감사드립니다. 이민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권유리
10/06/03 02:44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0)
10/06/03 02:45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1)
로고스
10/06/03 02:48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2)
꿀호떡a
10/06/03 02:49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3)
가을바람
10/06/03 02:50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4) 우리나라 정치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구름비
10/06/03 02:51
수정 아이콘
경남 사람으로서 뿌듯하네요. 4인 가족 중 한 명 빼고 다같이 가서 한 후보를 찍고 왔습니다. 그 후보가 이제 도지사가 될 것 같네요. 자랑스럽습니다^^
파벨네드베드
10/06/03 02:57
수정 아이콘
부산시민으로서 정말 뿌듯하네요
부재자투표까지한 보람을 느낍니다
10/06/03 03:01
수정 아이콘
링크만 좀 퍼가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10/06/03 03:13
수정 아이콘
강원도도 사랑해주세요~

강원도도 이변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무리박
10/06/03 04:49
수정 아이콘
투표해놓고도 결과 보고 놀랐습니다.
총 8장의 투표권을 행사했건만 비례대표의원 한명 당선되지 않았던 저번 선거에선 절망을 느꼈습니다.
이번에도 선거에서 승리하진 못했지만, 김정길 후보가 44.4%의 지지를 받은 것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습니다.
제가 선거한 이후로 시도지사건 구청장이건 반한나라당 후보가 35%이상 득표하는 것은 보지 못했거든요.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이번 선거결과는 선거에서 승리한 것만큼 기쁩니다.
다음 대선에선 부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나두미키
10/06/03 08:51
수정 아이콘
부산 경남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합니다.(15) 고맙습니다..
강원도 역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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