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현재 유료 일본인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유학할때 알던 친구가 간호사 일을하는데 이번에 병원에서 단체로 서울로 여행을 온다고 하더군요
오늘 저에게 가이드를 부탁하길레... 저야~ 돈도 벌고 일본 간호사들도 만나보고 좋은 기회고 경험이다
생각해서 흔쾌히 승낙후 오늘 만났습니다
처음 호텔 앞에 갔을때 버스에서 일본인 의사와 간호사가 내리는데 드라마를 너무 봐서인지 하얀거탑에 나오는 간지가 좔좔 넘치는 의사들이 내려올줄 알았는데 머리숱이 많이 없거나 민둥머리의 의사가 반이상이었습니다 그 이외에는 백발을 날리고 있는 할아버지 의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약 40명이 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봤는데 일본인 간호사들도 한국처럼 특별히 이쁘거나 키가 큰 간호사는 없더군요 (저보다 키큰 간호사 한명도 못 봤음)
"설마 40명이 넘는 이 인원을 다 가이드 해줘야되나??
하고 쫄아 있었는데...
알고보니 친구네 부서 간호사 6명과 의사 2명만 가이드 해주면 되더군요
가이드 해주면서 느낀건데 의사 2명이 좀 머랄까 자기 멋대로더군요 간호사들은 어디 가고 싶다고 의견을 모아서 말하는데 의사는 간호사 말 완전 다 무시하고 자기가 가고 싶은데 데려달라고 하더군요.
특히 무슨
카지노라던가 유홍가를 데려가달라고 할때는 참 난감했습니다.(처음 알았습니다 명동에 외국인용 카지노가 따로 있다는걸)
간호사들은 가도 재미도 없을텐데 하지만 간호사들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갔습니다.
익뮤 GPS가 있으니 가이드 할때 무진장 편했습니다 사람들이 가고 싶은곳 검색하면 다 나오더군요
(포즈가 식상해서 다른 포즈를 취해달라고 하니 이런 포즈를...)
중간에 의사 2명이 과식을 했는지 화장실을 갔는데 ...
간호사들이 남자 2명 내비두고 그냥 가이드 해달라고 합니다;;;
초반에는 어떻게 해야되나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 두명 놓고 가도 되냐고 하니까 괜찮다고 합니다. 여기는 멤버는 지금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저쪽이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 못 할 것이고 화장실 간걸 몰랐다고 변명을 하면 된다고 하더군요... (이때 참 무섭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저 두명을 대리고 가면 친구라던가 동료 간호사들이 여행이 전혀 재미있지 않을것 같고 골치도 아파보이고 친구가 사정해서 부탁하니 그냥 2명을 버려두고 남은 간호사 6명을 대리고 서울 시내를 구경하였습니다 (난 여자편 *-_-*)
친구가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고 일본인이 별로 없는곳을 데려다 달라고 하길레
(파워레인저 용사 전대 시리즈에 많이 나오는 일자 포즈)
일본인이 거의 없는 노량진이나 그 주변을 데려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엄청난 문제가 생기더군요
명동이라던가 일본인이 많은 곳을 데려가면 화장품 가게라던가 옷가게에서 따로 제가 통역하지 않아도 점원이 일본어로 다 말할줄 알아서 여지껏 가이드 하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여기 점원은 일본어를 못 말하니까 제가 하나하나 통역을 다 해줘야되더군요
전 화장품 자체를 안 쓰니 건성피부라던가 섬유질이 들은 화장품이라던가 이런거 전혀 모르는데
그런 화장품을 찾아달라고도 하고 한명이 아니라 6명 한명 한명 다 통역 해주고 나니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또한 기존에는 개인이나 2~3명만 가이드 했을때는 별로 상관이 없었는데 단체 가이드 하니까 이동시에 걸음거리가 너무 늦더군요 진짜
(왼쪽 맨 옆에 아저씨는 병원의 최고 지휘권을 가지신 병원장님입니다 왠지 왕따 당하는 기분이 드는 -_-;;;)
걷는게 너무 느려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소중한 고객이니 투정부리거나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0-;
길거리에 있는 점집에 가서 점도 봤습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이 여자애들 과거까지 다 알게 되었습니다 -_-
정말 오늘이 여지껏 일본인 가이드 했던 사람들중 오늘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힘들었지만 끝나고 호텔로 돌아와서 저에게 선물이라면서 에반게리온 (파) DVD와 에반게리온과 관련된 각종 용품들과 먹거리를 선물로 주더군요
물론 별도로 보수도 받았고 이번부터는 사진 한장 찍어줄때마다 얼마씩 돈도 받기로 했는데 사진도 꽤 많이 찍었고 가이드료도 평소보다 3~4배 많이 받고나니 진짜 지금 하는 공부 다 때려치고 이걸 그냥 완전 직업으로 삼고 일하고 싶어지더군요
엔화가 너무 올라서 그런지 보수도 엄청 오르고 진짜 일본에서 유학할때는 엔화가 오를때 마다 성질나 미쳐버리는지 알았는데 지금은 반대로 한국에서 엔화를 버니 엔화가 오를때 마다 너무 좋네요... (보수를 엔화로 받으니..)
아무튼 일본 간호사도 우리나라 간호사에 비해 딱히 특별한 점은 못 느꼈지만 재미있고 보람찬 하루 였네요
진짜 친구 뿐만이 아니라 친구의 직장동료들이 저에게 선물로 줄려고 에반게리온 관련 용품을 사올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ㅠ_ㅠ
오늘 정말 득템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