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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18 18:45:57 |
Name |
50b |
Subject |
[일반] 이별과 만남. |
1.
며칠동안 시간과 시간사이의 일부를
투자해서 쓰던 글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 버렸다.
글을 쓴 파일에 다른 파일을 덮어 쓴 것 뿐인데
기억을 더듬 더듬 거려서 다시 쓸려고 해도
커다란 어둠속에 갇힌 것 처럼 아무것도
만져지지가 않았다.
나의 기억력 어디에서도 빛을 찾을수 없었다.
시간이야 어차피 넘쳐 흘러 보관할 곳이 없는 지경이라
아깝진 않았지만 글은 꽤 아까웠다.
기억을 할려고 해도
자고 일어 나면 그전날의 기억이 40프로 밖에
나지 않는 사람에게 글을 다시 기억해서 쓴다는건 버거운 일이였다.
이렇게 하여 원하지 않는 이별을 했다.
그글이 나의 인생을 좌우하는 문제라던가,
사랑하는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를 위로 하는 유일한 방법이였다.
한가한 사람이기 때문에 또 다시 글을 쓴다.
얼마전 벌어진 글과의 이별을 잊고, 새로운 글과의 만남을 한다.
2.
6년을 알고 지내고 3번에 헤어짐을 할때
나는 그녀에게 모진말을 했다.
그리고 반년쯤 뒤에 4번째 만남을 가졌다.
우리가 3번이나 헤어진 이유는
서로 떨어져 있는 탓에 자주 못봐서 외롭다는 이유였는데
사실 나와 그녀가 이별에 합의 했던 건 아니고 그녀쪽의 일방적인 통보 였다.
"자주 못봐서 외로워"
'이봐 나도 마찬가진데, 그리움은 대상이 있지만
외로움은 대상이 없다고.익숙해지라고.
외롭다는건 우주의 먼지같은 일 일 뿐이야'
외로움에 대해 남들보다 한발짝 물러나 두팔을 끼고 여유롭게
생각 할수 있는 이유는 그녀에 비해 외로움을 다루는 방법이 내가 좀더 능숙한 탓
이기때문인데 설득적인 어조로 말한다고 해도 그녀는 다른차원의 말처럼 이해할수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입 밖으로 나오진 않았다.
그녀의 의견을 존중했다.
난 그 3번의 헤어짐을 선고 받을때까지 한번도 잡지 않았는데,
잡는다고 해도 "갑자기 그녀 옆에서 살게 되지는 않는다"라는 이유였다.
내가 그녀가 사는 지역으로 간다는가, 혹은 그녀가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온다면
간단해질지도 모르지만 연고지가 없는 곳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산다는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해본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게다가 문제란 것은 언제나 적당한 그림자속에 숨어서 튀어 나오기 마련인데
지역의 문제해결 된다고 해도 ,
지역의 문제에 가려져 있던 녀석이
'에헴. 이쯤 되면 나가도 되겠지라' 며
어디선가 슬그머니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이런나를 보고 그녀는 "쿨하다" 라고 했는데, 표현 하지 않고
조용히 내 안에서 가득찼던 슬픔을 볼수 있다면 그런 말을
못했지 않을까 했다.
게다가 그슬픔을 몸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엄청난 펌프질을
한다고 소비한 시간도 꽤 길었다.
(단순히 스타를 매우 열심히 했다)
며칠전 자주 가는 커피숍의 구석자리에서 두발을 뻗고 커피를 마시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의 실수로 헤어지게 되더라도
오빠를 싫어하진 않을꺼야.나머지 부분은
좋으니깐"
"음.그렇군. 헤어져도 연락하고 지낼수 있다는 말인가?"
"응.오빠는 그냥 이 자리에 있으면 돼."
'90퍼센트를 말해도 10퍼센트만 이해하는' 부류라
어떤 뜻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었지만 깊은 뜻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내가 그 깊은 뜻에 도달할려면 200년쯤 걸릴 겠지만...
3.
만남과 이별은 다른 형태로 생기긴 했지만 끝과 끝이 긴밀히 붙어
회전목마처럼 돌아가면서 나의 인생 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반복한다.
어제의 만남이 오늘의 이별이 되고, 오늘의 이별은
내일의 만남을 만든다.
만남과 이별은 서로간에 영향을 미치는 완벽한 한쌍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떤 이별은 나를 마음아프게 하지만
어떤 이별을 그렇지 않다.
반대로
어떤 만남을 나를 설레게 하지만
어떤 만남은 그렇지 않다.
이러고 보니 만남과 이별이 수반하는 감정이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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