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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6 11:56
저희 중대에 사단장 동반매복을 같이 나가기로 예정이 나왔습니다.
호를 만드는게 아니라 3개의 집을 지었습니다. 온갖 단열재에 앞에는 투명 비닐(일반비닐이 아니라 딱딱한 것)을 씌우고 시야에 방해가 되는 산은 죄다 삽 곡괭이 도끼로 까내렸죠. 그리고 호는 나무로 틀을 만들어 꽤나 큰 집을 짓고 국방색 + 바둑이 무늬로 도색한 뒤... 나무로 도어까지 달았습니다... 다행히(?) 사단장 동반매복 같은 건 대부부분이 취소되기 마련인데 그 무렵 사단장은 참가를 하시더군요. 거기서 얻은거라고는 동반매복 참여자들만 받은 사단장의 "칭찬"과 남아넘치는 1박 2일의 포상외박(휴가는 한장도 안나왔습니다.) 그리고 시야에 방해된다고 까다 나온 칡뿌리 정도네요...(얼마나 나왔냐면 겨울내내 칡차만 먹고도 남아서 껌처럼 씹고 다녔습니다.) 지나고 보면 추억입니다만 왜 그런 시덥잖은 짓을 시켰던 걸까요? 그리고 부대내에 나무가 없다고 해서 작은 소나무를 훔치러 다니다가 산림청 직원한테 걸려서 다시 다 심고 다음날에 다시 뽑으러 간 기억도 있네요. 그때도 20년을 헛산것을 느낀 게 이 소나무 새끼(?)... 아니 묘목이라 해야하나... 그게 정말 소나무인가 할 정도로 작더군요...
10/01/16 11:57
재미있네요.
사실은 제가 군생활한 부대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부대 안에서 일어난 일인데, 사무실의 책상배치에 관련한 거였습니다. 작전과장이 '책상배치가 맘에 안든다'고 해서 개인정비시간에 전 분대원이 올라와서 낑낑거리며 바꿔 놓았습니다. 그랬더니 담당관(상사)이 누구 맘대로 이렇게 바꿨냐고 화를 버럭버럭 내더니 다시 바꾸라는 겁니다. "저... 과장님한테 물어보고..." "시끄러!" "예..." 욕 존내 하며 다시 원상 복귀 시켰습니다. 다음날 출근한 작전과장. 안바꾸고 뭐 했냐고 버럭버럭. "저..담당관이..." 당황한듯 담당관하고 몇 마디 하더니, "얘기 됐으니까 누구 맘대로 오늘 저녁에 다시 바꿔!" 그래서 욕 몇 마디 하고 바꿨습니다. 한 일주일 뒤. 작전과장이 자기가 바꾸라고 한 배치가 맘에 안든다며 다시 바꾸라고 시켰습니다. 그것도 구체적 설계도면(?)같은걸 제시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신이 출입문에서 제일 멀어야 하며, 캐비넷은 자기하고 제일 가까워야 하며....' 한마디로 자기가 제일 좋은 위치로 바꾸라는 겁니다. 그래서 또 바꿨습니다. 그런데 담당관이 또 일주일 있다가 배치가 맘에 안든다며 과장이랑 어떻게 쇼부를 쳤는지 또 바꾸라는 겁니다. 휴. 그 후로도 한 달에 한번씩은 연례행사처럼 바꿨죠. 병장때라 다행입니다, 참. 혹시 사무실 재배치를 해본적이 있으신 분들은 알 겁니다. (...있을까?) 그게 얼마나 중노동인지. 일단 책상위의 모든 책과 컴퓨터와 파일보관용 서류철 등을 다 빼서 본청앞으로 옮깁니다. 전화도 뽑습니다. 책상도 다 빼서 옮깁니다. 사무실 청소를 합니다. 중간중간 회의를 해가며 "야, 공간 안나오는데?" "아예 아싸리 붙이지 말입니다?" '야 코드길이 돼냐?" "멀티탭이 부족해?" "여기 전화코드 없지 말입니다?" 책상을 다 바꿉니다. 컴퓨터를 옮깁니다. 책을 옮깁니다. 컴퓨터 전원을 꽂습니다. 전화를 설치합니다. 선정리(몰딩. 선을 안보이게 플라스틱 관같은것에 넣는 것)를 합니다. 하루 꼴딱 날아갑니다. 아웅님의 글을 보다 보니 갑자기 생각난 에피소드입니다. 의사결정은 토론과 협의 없이 자의적으로.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는 무조건 복종. 효율적이건 비효율적이건 인력 투입으로 해결될만한 일은 무조건 가능합니다. 연봉 60만원, 일당 1500원짜리 잉여노동력은 그런 비효율을 얼마든지 가능하게 합니다. 어찌 보면 극단적으로 싼 인건비 때문에 꼭 비효율이라고 할 수는 없겠군요. 효율적 방법 중 하나입니다. 잉여노동력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은.
10/01/16 12:03
저도 군시절 감독병일때 그런걸 많이 느꼈는데 공사시작하고나서 꼭 회의때는 바쁘다고 안나타나다가 뒤에 와서 이건 왜 이렇게 했냐느니
다시 저렇게 바꾸라고 이래저래 말이 많았죠. 문제는 그런 고위급간부가 한둘이 아니라는거;; 그래서 공사업자분들도 꼭 착공전회의할때는 꼭 해당부대 최고 간부님들은 꼭 참석해달라고 당부하신다고.
10/01/16 12:31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글이야 이랬다, 저랬다라고 쓰기 쉽지만, 실제로 저걸 반복했을 병사들 생각을 하면... 아휴... 파견부대 출신이라, 총 인원 60명 남짓한데 그중에 행정병인데다가, 또 군번은 위,아래로 다 꼬이고 메인 군수에 서브로 인사 작전 화학 때로는 취사까지 웃긴건 제 주특기번호는 저거들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는 것 ㅠㅠ 배울땐 병장들한테 2~3개 주특기는 다 배우고, 말년에 부사수가 들어오지 않나 분대에 휴가인원이라도 생기면, 군수업무에 부대일지에 근무도 짜고 휴가도 짜고 은행업무에 당직도 서고...ㅠㅠ 그래도 덕분에 상병초봉부터 위,아래 눈치볼것없이 막강한 권력은 자랑했지만 전역하는날 아침에도 행정업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웃지못할 일까지 파견부대나 독립부대 출신이신분들은 공감하실까요?
10/01/16 13:23
한국이 대체적으로 어처구니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최고봉은 군대죠... 어떤 일관된 목적을 가지고
행하는게 아니라 윗사람에게 아부떨려고 모든일을 하니까요... 이런곳을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이해가 안됩니다.
10/01/16 14:04
대대장(중령진)이 새로 온 파견 기무대 대장(대령) 써킹한다고 기무대 본청 가는 길에 가로수길을 조성했지요.
BOQ 근처와 대대 옆 낮은 야산에서 나무를 몽땅 뽑아다 기무대 앞으로 옮겨 심었습니다. 한겨울에 나무 뽑아보신 분은 알거에요. 분명 흙에다 곡괭이질을 하는데 왜 스파크가 튈까... 아무튼 그렇게 겨울을 보내고, 여름에 비가 미친듯 쏟아지고 나무를 다 뽑아낸 덕분에 민둥산이 된 야산은 순식간에 토산이 되어 무너졌습니다. 3층짜리 건물을 뒤덮은 토산 보신분 있나요. '산' 가운데 새로 생긴 '산'이라 장비 못들어가고 마대와 삽으로 무장한 인력만으로 근 한달쯤 작업해서 '산'을 옮겨보았네요.
10/01/16 14:34
이런일 그야말로 비일비재하죠..
.. .... 행정관 : 저거 저 나무 잘라서 저 뒤에다가 버려 중대장 : 나무 어디갔어? 버렸어? 다시갔다놔!! 주임원사 : 너네는 이걸 잘랐으면 버리던가 태우던가 정리를 깨끗이 해야될꺼 아냐!!! 몇중대야? 대대장 : 뭐하나 이 나무들 안쓸건가? 다 쓸모가 있을텐데!? .. 아주 흔한 예시 하나였습니다..크큭.... 지금은 마주쳐봤자 동네아저씨..
10/01/16 15:17
Inocent님//현직 군인으로 심히 불쾌하네요.. 모든 군인이 윗사람 아부떨려고'만' 일 하는 건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0/01/16 17:11
연대장 말한마디에 분명히..평범한 증가초소 였는데...
참호격투장이 생겨나고.. 맘 바꼇는지.. 참호격투장을 다시 메워서.. 작은 동산을 만들어 공원을 조성했어요... 정말 ..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게된 군생활이었어요.
10/01/16 17:13
Inocent // Inocent님이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 라고 말하는 사람한테 웬 헛소리냐고 했다가 몇대 맞아서 속상하신듯한데...
그렇다고 여기서 이러시면 아니되어요.
10/01/16 17:58
군대 간부가 참 재밌는 게, 직속지휘계통 아닌 이상에야 자기들끼리는 뭐라 못하면서 병사한테는 강하다는 거죠. 인생의 더러운 맛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군대입니다.
10/01/16 20:02
Inocent님// 이 리플을 달기 전에 적어도 kal011님에게 사과리플부터 먼저 다는게 순서에요.
이런 식으로 자꾸 님의 억하심정을 토해내기만 하고 수습하지 않으면 PGR21에서 님을 존중할 사람은 없을겁니다.
10/01/16 23:04
Innocent님의 표현방법에 동조하는건 아니지만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라는 말에 거부감이 드는건 동의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남자가 20대 초반의 중요한 시기에 군대문화를 필수적으로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 참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10/01/17 01:39
조나단님// 동의합니다. 저게 그나마 군대를 다녀와야 인간이 된다에서 완화된게 그나마 다행이죠 우리니라 절반의 인구가 군대를 안가는데...
10/01/17 01:47
Innocent님의 표현방법에 동조하는건 아니지만 "군대를 다녀와야 남자가 된다"라는 말에 거부감이 드는건 동의합니다. (2)
저는 대한민국 문화의 부정적인 부분은 대부분 군대문화와 뗄수 없는 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군대에서도 바람직한 문화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진급을 위해 상사에게 대놓고 보여주기식 문화를 총동원한 아양을 떨죠. 그나마 혼자 아양을 떤다면 말이나 안 할 텐데... 자기 휘하의 병력들을 오로지 '그 목적'을 위해 쓸데없고 무익한 고생을 시킵니다. 물론 군 생활 하면서... 존경할 만한 멋진 군인 분들도 뵌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진급'을 위하여, 혹은 자기 자신만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하여, 혹은 단순히 재미로... 휘하 병력들에게 쓸데 없는 에너지 낭비를 하게 만드는 군인들을 워낙 많이 본 지라... (직업군인 분들께는 참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군인, 그리고 군대 자체를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게 되네요.
10/01/17 07:34
크크 전 연못을 만들었다가 없앴다가 다시 만들었다가 결국 없애버린 기억이 나는군요..
동이에 지고 날랐던 그 수많은 물들...덜덜..
10/01/17 09:30
전 수송대 출신으로서.. 연대장에게서 사단기동때 나간다는 작전차량을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그 당시 갓 일병을 달았던 저는 몇몇 후임병들, 그리고 이 일에 최고참인 모 병장 그리고 총책임자 수송관 이렇게.. 그 차량을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습니다. 심심하면 야간 작업에.. 장비도 변변치 않던터라 , 몇몇 일이 서툴렀던 후임병들은 다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약 2주일동안 빡쌔게 일한끝에 보통 2.5톤 트럭을 작전차량으로 탈바꿈 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사단장이 저희 수송부를 방문했는데.. 그 차량을 보더니만.. "이 차량은 뭔가?? 정말 거추장스럽구만.. 당장 해체시키게.." 딱 이말만 내뱉고 가버리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했나?? 그 차량 해체 하는데 또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해체시키면서 놀랍더군요. 아니 우리가 진짜 이런걸 어떻게 만들었던걸까??면서 말이죠. 그리고 해체 시켜놓고 보니.. 다시 보통 2.5톤으로 돌아온 작전 차량을 보며 또 신기해 하고 말이죠.
10/01/17 09:40
남자가 군대를 가면 위 상황처럼 어이없는 경우도 경험하지만..제가 생각하기엔. 부모님의 소중함, 자유에 대한 소중함, 미래에 대한 설계등을
느끼게 되기때문에 남자들이 군대를 갔다와야 된다고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10/01/18 03:36
무슨 소중함 무슨 소중함 느끼며 비상식적인 고행을 겪는 2년동안 책한권 더보고 전공공부 며칠 더하는게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저로썬.. 진짜 뭘 느끼고 배우고 어쩌고 하는건 모르겠고 쌀사먹을 돈으로 미사일만드는 북한때문에 마지못해 가는곳이라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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