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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29 19:55
요 몇달 참 바쁘게 살았는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노트북에서 우리나라 2집의 한결같이를 더블클릭했습니다.
09/12/29 20:11
나도 모르게 요즘 흥얼거리는 노래.
10년 전에 이 노래를 불렀을 때는 참 흥겹고 서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살아야지, 라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서른은 사실 먼 이야기였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중학생 시절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중학생 시절엔 고등학생 시절이 오지 않을 것 같았다. 고등학교 입학했을 땐 고3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고, 대학 다닐 때는 대학 이후의 사회생활이 가늠되지 않았다. 그런데 난 어느덧 서른이라는 지점에 서 있다. 나리꽃의 향기도, 참된 북소리도 알지만 이젠 외면하게 되는 나이. 세상살이 그러려니 포기하게 되는 나이. 그러나 아직 가슴 한 켠에 꿈을 품고 사는 나이. 젊음도 그렇다고 안정도 이루지 못한 어중간한 나이. 여전히 이룬 건 하나도 없고 서글프고 피로하고 아프고 힘들다. - 서른이 되고 반년이 지났을 때 주절거린 글입니다. 그때쯤 저는 '나이 서른에 우린'이란 노래가 많이 생각났더랬습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랬어요. 이 글 보면서 문득 그때가 떠오르는군요. 어쩌면 이 노래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꿰뚫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09/12/29 20:26
대학교 1학년 때 과방에서 가요테이프 틀다 선배들한테 갈굼당했는데, 2년 후 과방에서 민중가요 테이프 돌리니 후배들이 '뭥미?'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끼인 세대였습니다. 입학하자마자 바위처럼을 율동과 함께 배웠지만, 미래소년 코난 주제가로 반전반핵가를 대신했던 세대이기도 합니다. 사실 반전반핵가는 국민학교 때 이미 외워불렀지만 말이죠 (동네가 동네라서...) 인터내셔널가와 스텐카라진을 호프집에서 부르면 옆 테이블 사람들이 따라불렀는데,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나 있을까요.
1학년 신입생 수련회 때, 노찾사의 무소의 뿔처럼 가라를 불렀던 선배의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이고, 생일 선물로 꽃다지발췌곡집을 선물한 선배는 TV에서 이동국 선수와 인터뷰를 하고 있네요. 시간이 어지간히도 흘렀습니다. 제대하고 나니 서장훈 선수가 나왔던 SK기업광고에서 김민기의 천리길이 배경음악으로 나와 놀랐던 기억이 나고... 그나저나 이대 메아리는 아직도 있습니까?
09/12/29 20:39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참 흥미로워요. 뭔가 그래도 낭만이 남아있달까.
전 이제야 대학교 3학년이라 그런 이야기와는 거리가 좀 머네요................ㅠ
09/12/29 20:50
제일 처음 접한 민중가요는 '청계천 8가'였고 그 다음은 '희망은 있다'였습니다. 시위 하면서 으쌰으쌰하기에는 투쟁가가 좋지만 별 이룬 것도 없이 쫓겨만 다니다가 해산해서 터덜터덜 홀로 돌아오는 길에 희망은 있다를 들으면 다시 힘이 솟곤 하더군요.
09/12/29 21:30
95년이던가 군시절 휴가때 샀었던 노래마을 2집,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들었었죠.
특히 '파랑새'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해서 제대한 뒤엔 삐삐 대기음(?)으로 녹음해 놓을 정도였습니다.
09/12/29 22:15
"입학해서 처음 익히게 된 민중가요가 바위처럼인가, 아니면 임을위한행진곡인가 하는 것은 새내기의 앞날을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다"라는 말이 참 재밌네요. 90년대 초 '전화카드 한 장'을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당혹감은 아직까지도 가슴 깊이 앙금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노래가 왜 민중가요라며 불려지고 있는지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09/12/29 23:04
졸업하고 가수한다고 서울 간 후배놈이 생각나네요...
돈 안되는 민중가요 부르면서 밥이라도 묵고 댕기는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9/12/29 23:13
최루탄 한번 덜 맞으려 이 핑게 저 핑게 되었던 무섭던 날들의 기억은 멀리 가고
이제 전화카드를 조용히 불러주던 여선배의 모습만 떠오르는 건..... 어쩌면 그 무섭던 날에 내가 거기 있었기에 아주 약간 아주 조금 변했을 지금 세상에서 아름다운 기억을 찾아내기 위함인지...... 아니면 세상에 관심조차 덜해진 지금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한건지...... 덕분에 전화카드 노래 간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09/12/30 02:54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자취방이 언덕길에 있는지라, 밤에 귀가하면서 피로에 절은 몸으로 언덕길을 오를땐 가끔 꽃다지의 언덕길을 흥얼거리곤 합니다... 민중가요가 통째로 증발해버린듯한 느낌을 주는 요즘이지만, 지금도 민중가요의 활성화와 재구성을 생각하는 노래패들과 아직도 절절하게 가투에서 부르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또다시, 혹은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그 진실함과 생명성을 간직한 채 다시 불려지리라 생각합니다.
09/12/30 11:41
저들이 말하는 국민 중에 너와나는 간데 없고
저들의 계획 속에 우리들의 미랜 없지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되어야해 오늘 우리가 사는 이곳이 더욱 아름다워질 수 있게 우리는 지금보다 더 강하게 ------------------------------------ 새물 도 좋아하는데 이제는 가사가 가물가물하군요..
09/12/30 11:53
민중가요에 관심을 좀 가지려고 하니 사그러드는 듯해서 그저 슬플 뿐입니다.
새내기 때 들은 게 바위처럼..이었는데.. 너무 늦게 태어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격렬한 투쟁가를 불러주는 선배들을 두신, 부를 줄 아시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저도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꿈찾기입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애니송을 가장 좋아한다는..쿨럭;) 한결같이 지금도 듣고 있어요..하하.. 좋은 글 감사하고 틈나는 대로 좋은 노래 소개해주세요.- sinfire님// 리플다신 곡이 궁금하네요. 들어보고 싶네요. 새물 좋아하는 곡인데..요즘도 듣고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는 우리의 힘찬 걸음이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한줌 거름 되는 걸 조금씩 조금씩 흘리는 우리의 땀방울이 더러운 세상 씻어내는 맑은 샘물 되는 걸
09/12/30 13:04
애초부터 민중가요는 기억으로만 남을 운명이었는지 모릅니다. 예전에, 지금은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기획사의 대표로 있는 문화운동하던 분을 인터뷰하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들불의 노래 바위처럼 청계천8가, 그래 다 좋은데, 음악성도 좋고 역사성도 있는 곡들인데, 언제까지 그것만 부르고 있을 거냐고. 새내기들에게 언제까지 바위처럼만 줄창 불러줄 거고, 술 먹으러 가서 언제까지 청8가만 부르고 있을 거냐고. 그렇게 낡은 기억만을 붙잡고 그 무엇도 새롭지 않은 현재가, 세계를 변혁하겠다는 대학생의 것이냐고.
아마 운동권이라면, 당대의 노래들이 제기했던 문제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라고 강변할 겁니다. 좀 더 현실적인 운동권이라면, 맞는 말인데, 그래 당신 말 다 맞는데 지금 망해가는 운동판 부여잡으면서 노래까지 만들어내기는 너무 힘들어요-라고 한숨쉴 테지요. 맞습니다. 다 맞아요. 과거의 그 노래와 함께 했던 그 아름다운 삶들은 현재에 없고, 있는 것은 그 때의 아름다웠던 노래들, 오직 그것뿐이니까요. 그 노래는 지금 불러도 아름답고 앞으로 불러도 아름다울 테니까요. 그래서 한 개의 글과 열아홉 개의 코멘트가 모두 과거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아름다움을 찬미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것이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에 조금, 아픕니다. 연말이라 궁상이 잦네요. 어쩌다 피지알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글쓴이는 조만간 연락 주기 바랍니다. 엇박자가 인상적이고 멜로디가 장중한 노래를 부르러 갑시다. 그래 봐야 아스팔트 거리가 아닌 어떤어떤 술집들이겠지만, 그마저도 사라지기 전에. ps. 민가 테잎/씨디는 그날이 오면에 좀 있습니다. 이미 연락해 봤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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