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메이입니다.
축복받은 성탄 보내고 계신지요?
성당에 다녀와서 축복받은 기쁨으로 감사하다 글을 씁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난번 (이미 삭제된) 'K리그 팬으로 산다는 것' 에 대해 불편하셨을 많은 분께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술한잔 하고 울컥한 마음에 넋두리를 했는데 글이 많이 거칠었지요. 다시한번 사죄드립니다.
그럼,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그리고 전북의 최강희 감독에 대한 글. 시작합니다.
1. 벵거와 최강희. 그들의 축구철학.
다들 아시듯이 아스날과 전북은 비록 팀 자체의 역량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격축구를 신봉하는 팀입니다.
한 골 먹으면 두 골 넣겠다는 자세로 싸우는 팀이죠.
두 팀의 색깔은 두 감독이 추구하는 그들의 축구 스타일과 부합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두 팀이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는 팀은 아니었죠.
닉 혼비의 '피버피치' 나 여러 관련 문헌, 글을 참고하시면 아시겠지만 90년대 중반, 벵거감독 부임 이전의 아스날 축구는
그야말로 지루함 그 자체였다 합니다. 오죽하면 '보링, 보링 아스날.....' 이란 말이 있었을까요.
전북은 2000년대 초반 잠시 잘 나갔던 시절이 있었지만,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축구를 했었지요. 특히 K리그의 레전드
김도훈 선수가 떠나고 역대 최고 외국인 선수 중 하나인 에드밀손마저 부상으로 떠난 이후(외잘란 잊지않겠다..)
매치데이 때마다 전주성에 '뻥'소리가 가득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정도였지요..
2. 아스날과 전북
앞서 말씀드렸듯이 아스날의 90년대 중반 축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축구였습니다.
90~91시즌 이후 리그에서 우승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고 FA컵도 93년에 차지한 후 무관이었습니다.
게다가 팀 내 파벌이 생겨 이안 라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파와 그 반대파의 갈등이 매우 심했습니다.
또한 술에 찌든 선수들도 많았습니다. 수비의 중심이던 토니 애덤스는 알콜 중독 수준이었죠.
벵거는 선수들에게 술을 금지시키고 생선과 야채가 중심이 된 저지방 식단을 먹였으며, 새로운 훈련 세션을 도입하여
부임 후 불과 1년만에 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더블의 위업을 이룩합니다.
전북 또한 별반 다를게 없었지요. 전임 조윤환 감독은 리그 탑 스트라이커였던 김도훈 선수를 강제로 성남에 팔고
아직도 팬들에게 회자되는 마그노-에드밀손의 사기 투톱을 완성하였으나 결국 마그노는 1년만에 K리그의 피지컬적 요소에
대한 부담감과 돈 때문에 J리그로 떠나버리고, 에드밀손 또한 인천에 잠시 왔다간 터키의 모 선수로 인해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팀을 떠나게 됩니다.
결국 데려온 것은 수원의 손정탁 선수..196Cm의 키로 공중볼을 장악할 것이라는 약간의 기대가 있었으나 결과는 시망..
또한 숙소에는 한밤에도 배달오토바이가 일상처럼 다녀갔고 수비의 중심이던 박동혁 선수는 구단에 이적 요청을 하며 팀 와해의
위기까지 갔다고 합니다.
조윤환 감독 퇴진 이후 05년 말 부임한 최강희 감독은 팀을 재정비하여 막장 of 막장이던 팀을 그 해 FA컵 우승을 차지하게 합니다.
다음 시즌은 잘 아시듯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루어내죠.
3. 팀을 반석 위에 올려놓다.
벵거 감독은 부임 다음 시즌에 이루어낸 더블에 더해 계속된 우승 커리어를 아스날에 선물합니다.
01~02 시즌에는 다시 더블의 위업을 이룩하고 다음시즌엔 FA컵 2연패를 달성하며, 03~04 시즌에는 리그 무패우승의 금자탑을
세우며 아스날의 전성기를 이끕니다.
또한 저렴한 이적료로 데려온 선수들은 계속해서 대박을 치며 세계적인 선수들로 성장했고, 유스시스템을 정비하여 아스날에 맞는 선수를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놓습니다.
옛 구장 하이버리를 떠나며 6만석에 이르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지으며 아스날은 맨유와 레알에 맞먹는 수입을 올리는 팀이 되었습니다.
최강희 감독은 수비의 중심 박동혁-박규선 두 선수를 김형범+현금에 트레이드하며 승부수를 던집니다.
당시 구단 홈페이지에는 'FA컵 좀 먹었다고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 '이제는 정말 망했구나' 라며 성토의 글이 쏟아졌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김형범 선수는 결국 리그 최고의 데드볼 스페셜리스트이자 윙으로 거듭나게 되죠.
그리고 진정 전북에 찾아온 대박은 06년 신인 드래프트였는데요, 여기서 염기훈, 권순태, 최철순 선수를 뽑아오게 됩니다.
'K리그 드래프트에 전설로 남을 대박' 이 된 이 드래프트. 결과적으로 세 선수는 주전을 차지하며 전북의 성공시대를 열게 됩니다.
07시즌과 08시즌 중반까지 잠시 부진했던 전북은 구단 홈페이지에 '조금만 기다려 달라, 책임지겠다' 는 감독님의 편지 이후 거짓말처럼
상승곡선을 그리며 08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더니, 조재진 선수 27억+강민수 선수 14억 도합 40억 여원에 이르는 이적자금으로 에닝요, 하대성, 진경선을 영입함과 동시에 성남과 홍진섭+문대성으로 이동국+김상식을 데려오는 희대의 트레이드를 성사시키며
착실한 전력보강을 해냅니다.
(사실 조재진 선수가 전북에 올 당시 타 팀으로 이적시 이적료의 30%를 조재진 선수가 갖기로 했었답니다. 그러나 조재진 선수는 팬들의 사랑과 최강희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이 30%를 받지 않고 전북에 주고 떠났다고 합니다.)
결국 전북은 창단 15년, 호남 프로축구 17년 만에 첫 리그 우승의 위업을 이루어 내면서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여세로 클럽하우스까지 만든다고 하고, 유스시스템마저 착실히 다졌으니 전북의 백년이 편안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4. 그러나, 닮은 듯 다르다. 선수 기용에 있어서.
벵거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입니다. 티에리 앙리도 아스날에 올 당시 22세였으니 많은 나이가 아니었죠.
벵거가 키워낸 어린 재능만 해도 많습니다. 현재의 주장 세스크 파브레가스, 티에리 앙리, 파트리크 비에이라, 로빈 반 페르시, 콜로 투레, 에마뉴엘 아데바요르, 마티유 플라미니, 에마누엘 에부에, 가엘 클리시....등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 선수들이 유스시스템에서 성장하여 팀의 주축이 되었거나 20대 초반 유망주 시절 아스날에 합류하여 재능을 꽃피운 선수들입니다.
지금도 테오 월콧, 잭 윌셔, 아론 램지, 나세르 바라지테, 카를로스 벨라 등 많은 유망주들이 호시탐탐 주전자리를 넘보고 있지요.
최강희 감독은 어린 선수를 키워내는 데도 재능이 있지만, 예전에 잘했으나 폼이 떨어진 선수들을 데려와 다시 최고로 만드는 데도 일가견
이 있습니다. 이동국, 최태욱, 루이스, 김상식, 조재진, 임유환 선수 등의 예를 들 수 있겠습니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폼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이죠.
물론 어린 선수들을 팀의 주축으로 만드는 데도 인색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떠났지만 염기훈 선수나, 김형범, 최철순, 권순태, 서정진, 이현승 선수같은 경우가 이 부류에 속합니다.
5. 또 닮은 듯 다르다. 전술에 있어서.
아스날은 패싱축구의 대명사이며 아름다운 축구의 대명사입니다. 스페인, 프랑스로 대표되는 대륙의 기술축구와 잉글랜드의 스피디한
축구가 접목된 듯한 짧은 패스를 통한 속도감 있는 공격전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이 나오게 만들지요. 누군가 우스갯 소리로 한
'나는 아스날의 팬은 아니지만, 아스날 축구를 보는 것은 좋아한다' 는 말이 대변하듯, 아스날의 축구는 빠른 템포에 예술적 패싱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축구를 선보입니다.
전북의 축구는 한국 특유의 윙플레이에 브라질 축구가 겹친듯한 모습입니다. 양 윙어들과 풀백들은 쉴새없이 움직이며 매우 공격적 성향
을 보이며, 공격적으로 배치된 미드필더는 왕성한 활동량과 키핑으로 볼을 배급하고 뒤에 배치된 수비형 미드필더는 거친 태클과 몸싸움으로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지요.
개인적 견해로 전북의 현재 플레이는 과거 앙리와 피레스, 비에이라 건재하던 시절의 아스날을 보는 듯 합니다. 지금의 아스날은 세스크를 중심으로 한 중앙에서의 유기적 움직임이 주가 되지요.
6. 그리고 존재한다. 약점이.
아스날과 전북은 모두 공격적 팀컬러로 재미있는 축구를 하는 반면에, 수비의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경기가 잘 풀리는 날에는 압도적 공격력으로 팬들을 즐겁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날에는 허무하게 지기도 하지요.
두 팀 모두 풀백들의 전진을 중요시 합니다. 공격 시 풀백의 공격가담이 무척이나 활발하지요. 지구력또한 굉장히 뛰어나야 하구요.
따라서 두 팀 풀백들에게는 크로스의 정확성보다는 돌파능력과 왕성한 활동량, 뛰어난 스피드가 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신장이 작아질 수 밖에 없고, 센터백이 공중볼 커버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종종 실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한 수비라인을 극도로 끌어올리다 보니 뒷공간이 허무하게 뚫리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요. 따라서 두 팀의 센터백은 압도적 공중
장악 능력을 가진 선수들 보다는 스피드가 좋고 머리가 영리하며 기술적 수비가 가능한 선수들이어야 합니다.
결국 아스날의 수비는 드록바 처럼 기술이 뛰어나고 공중볼에 능하며 스피드 또한 뛰어난 선수에게 취약하기 마련입니다.
전북도 마찬가지 이나 아직 아시아권과 K리그에서 개인기량 하나로 전북의 임유환, 김상식 두 센터백을 위협할 선수는 딱히 보이질 않는군요. 두 선수도 아스날의 갈라스와 베르마엘렌처럼 수준급의 스피드, 민첩함과 영리함, 괜찮은 공중 장악 능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긴글이 되었습니다.
두 팀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팀들이지요.
이번에 전북이 우승한 것 처럼 아스날도 긴 무관의 시절을 보내고 다시 타이틀을 차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Keep The Fai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