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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2/05 00:37:57
Name Noki~
Subject [일반] 첫인상, 그 후....
1. 류현진
내가 류현진을 처음 본 것은 2005년 청룡기 준결승때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체격 좋은 왼손잡이 동산고 투수가 힘차게 공을
던지는것이 눈에 들어왔다. 왼손잡이면서 꽤나 베짱좋게 투구하는게 인상깊었다. 팀의 에이스이자 4번타자였던 류현진은 결승까지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동산고는 초반에 대량실점을 하여 8:0으로 크게 뒤진채 끌려다녔다. 그러나 야구는 모르는 법! 동산고는
조금씩 점수를 만회하더니 끝내 8회말에 10:8 역전에 성공한다. 당시 역전 2루타를 치고 누상에서 환호하던 류현진의 모습은 지금도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이때부터 류현진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류현진을 다시 한번 본 것은 청소년 야구선수권 대회였을 것이다. 당시 3학년 투수들 중에서 단연 으뜸은 한기주였다. 일본의 괴물투수
스기우치와 한기주의 대결은 많은 야구팬들의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한기주는 예상밖으로 난타당하며 무너졌고 이후 한국팀의 여러
투수가 올라왔지만 번번히 무너졌다. 그때, 홀로 일본타선을 막아내며 마운드를 지탱했던 이도 류현진이었다.

내가 류현진을 눈여겨 본 가장 큰 이유는 '좌완투수'였기 때문이다. 내가 응원하는 한화이글스에는 전설적인 좌완투수가 두명이나 있다.
송진우와 구대성. 그랬기 때문에 한화가 류현진을 지명하자 나는 매우 기뻤다. 그러면서 동시에 류현진을 선택하지 않은 SK와 롯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놔둔거지?"
나중에야 류현진이 수술 경력이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런건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언론이 유원상만 조명할 때 나는 류현진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2006 시즌이 개막했을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내가 기대했던것 그 이상으로 포스를 내뿜는 류현진의 고공 행진에 이글스의 팬으로써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솔직히, 그정도로 잘할줄은 몰랐다. 신인 최다승 타이기록에 투수3관왕, 그리고 최초의 신인왕&MVP 동시수상 등 류현진은
프로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기록들을 쏟아내며 자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지금도 그의 기록행진은 계속돼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 3학년 어린 투수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이런생각을 한다.
"내가 선수하난 잘 봤단 말이지!"


2. 오영종
iTV 신인왕전이 열렸을때 내가 지켜보던 선수는 당시 내가 응원하던 팀이었던 한빛스타즈의 박영훈과 세컨팀이었던 삼성전자 칸의 테란
임채성이었다. 이 둘이 결승에서 붙길 바랬지만, 결승대진은 이름도 몰랐던 삼성칸의 주영달과 플러스의 프로토스 오영종이었다. 이
대회에서는 주영달이 우승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플러스의 이름모를 프로토스 유저를 내가 주목할 일은 없었다.

플러스는 당시 11개 게임단 중에서 최하위권의 팀이었다. 팀을 이끌어가던 에이스였던 박성준마저 삼성칸으로 이적하면서 플러스는
존재하는 이유도 모를만큼 처절한 신세가 되었다. 팀리그에서 이 팀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역시나 플러스의 선수들은 상대팀의
선봉,중견급 선수들에게 우수수 나가 떨어지곤 했다. 그때, 유독 한 프로토스만은 상대선수들을 곧잘 잡아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오영종
이었다. 박성준이 떠난 플러스에는 오영종이 있었다. 아직은 신인급이고 기량도 채 만개하지 않았던 오영종은 너무 일찍 에이스의 숙명을
짊어 졌고, 상대팀 에이스급 선수들에게는 아직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때부터 오영종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대 최고의 대회로 기억하고 있는 So1 스타리그. 신인 오영종은 16강부터 파란을 일으키며 8강, 준결승까지 진출한다. 8강전부터 이미
나는 오영종과 임요환의 결승 대진을 바라고 있었다. 이유는 없었다.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그런 대진을 원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자면
우선 넘어야 할 큰 산이 있었다.
최연성. 내가 인정하는 괴물리스트에 기욤패트리, 이윤열에 이어서 3번째로 이름을 올린 이 괴물을 오영종이 이기는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러나, 오영종은 신인왕전, 팀리그 때의 오영종이 아니었다.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손쉽게 최연성을 제압한 오영종은 결승에서
황제를 만났다. 많이 봤던, 익숙한 장면이 떠올랐다. 김동수, 그리고 박정석..... 저그유저이지만 테란팬이었던 나를 프로토스, 그리고
한빛스타즈의 팬으로 이끌었던 이들의 얼굴이 오영종과 겹쳐 보였다. 치열한 5번의 경기가 끝난 후 오영종은 새로운 가을의 전설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신한은행 스타리그 2006 시즌2에서의 아쉬운 준우승, 그리고 광안리에서 당한 패배, 그리고 공군 입대..... 예전의 영광은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 진정한 마지막 가을의 전설의 주인공인 오영종의 가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신은 결코 죽지 않는 존재이니까.....


3. 첫 好 그 아이...
국민학교(!) 2학년때 학교 가까운 동네로 이사를 왔다. 또래 애들도 많았고, 학교 친구들도 많았다. 그때 왠 도토리만한 여자애가 꼭 땍땍거
리면서 나랑 신경전을 벌이곤 했었다. 수다와는 리스본에서 부산만큼 거리가 있었던 나는 나만보면 시비를 걸어대며 찡찡대는 그 애가
싫었다. '쟤는 왜 나만보면 저래?'
5학년때 나는 2반, 그 애는 1반이었다. 바로 옆 교실이었는데, 쉬는시간에 나가기가 싫었다. 어쩌다 마주치면 또 한바탕 할까봐 아예
대면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애와 난 물과 기름 같았다.
6학년때 처음으로 그 애랑 같은반이 되었다. 다른애들이라면 무지하게 신경쓰일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원래
곰처럼 무딘 성격에다 5년간 시달리면서 면역이 된 듯 했다.

우리 학교는 반장, 부반장 대신에 남/녀 3명씩 지도위원이란걸 선발해서 반장의 임무를 수행하게 했다. 난 남학생 지도위원 후보로 추천
받았지만, 후보로 나서는 걸 포기했다. 그러자 그 애가 물어봤다.
"왜 포기하는건데? 너 정도면 충분히 잘 할수 있을 것 같은데?"
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내 몸도 간수 못하는데, 내가 누굴 챙기냐?"
하지만 평소같았으면 말 거는거조차 귀찮게 여겨졌던 애가 그래도 신경써줘서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학급 인기투표를 했을때 내가 1등을 했다.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결과다. 남들앞에 잘 나서지도 않고 친구들하고 시끌벅적하게 노는곳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왜 1등이지? 그 애가 뽀르르 다가와서 말했다.
"내가 준 1표때문에 1등했네. 어때, 고맙지?" 아 네, 조낸 감사요......

그 애가 다른 남학생이랑 재밌게 어울리는 걸 보면 알 수 없는 질투심이 일어나곤 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이 애를 좋아하고 있구나.
짝궁 자리배정을 남녀학생들이 서로 같이 앉고싶은 학생의 이름을 적어서 앉게 해준다고 했을때 난 그 애의 이름만 적어서 냈다. 내성적이
었던 나는 그 애한테 좋아한단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 중,고등학교는 남녀 따로였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애를 잊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그 애를 본건 고3말에 수련회를 가서였다. 우리학교와 여고가 같이 수련을 받았다. 식사 배식을 할 때 그 애가 반찬을 나눠주고
있었다.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곤 우린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 국민학교 6학년때부터 성인이 되고도 한참동안
그 애는 내 마음속에 항상 있었다. 첫사랑이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건 누군가를 그렇게 오랬동안 좋아한 것은
처음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얼마전에 그 애의 싸이를 찾아보았다. 싸이를 하지 않는 나지만, 문득 그 애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흔한 이름은 아니라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을 봤는데, 누구세요....?
길거리에서 지나가다간 얼굴 못알아보겠다. 예전의 갸름하고 예쁜 인상은 남아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안경을 안쓰니 참 못알아
보겠다. TV에서 참 좋은말 하나 배워뒀다. '사람은 커봐야 안다.' 얼굴이 못나지진 않았다. 오히려 더 예뻐졌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추억은 역시 추억으로만 간직할 때 가장 아름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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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05 00:54
수정 아이콘
류현진이 SK나 롯데에 갔으면 지금의 류현진이 될 수 있었을까요? 흐흐
롯데가 류현진 안 뽑고 지명한 나승현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냐...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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