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11/23 03:07:47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WoW가 재미없는 그대를 위한 퀘스트게임, 폴아웃2
아시는 사람은 모두 아실(?) 전설의 괴작 폴아웃2입니다.

게임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매우 단순합니다. 핵전쟁이 일어나고, 핵전쟁 대피소(Vault, 이하 볼트)에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어찌저찌 점촌을 구성해서 살아가고, 주인공은 그중 한 마을 주민인데 어느날 마을의 핵방진 정화장치(G.E.C.K)가 고장나서 장치를 구하러 모험을 떠나는 단순무구한 스토리입니다.

이 게임에는 와우만큼이나 수 많은 퀘스트가 존재하는데, 퀘스트마다 자유도가 매우 높습니다. 이를테면 어느 마을에 갔는데 어떤 서류를 가져다주면 원하는 정보를 준다고 합니다. 얼핏 정의로워보이는 이 게임의 이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여섯 가지가 있습니다.

1. 사기쳐서 뺏는다.
2. 훔친다.
3. 돈을 주고 산 후에 돈을 훔친다.
4. 서류의 주인을 죽이고 가져간다.
5. 잔다...(?)
6. 정당한 방식으로(?) 어떻게든 서류를 얻어낸다.

혹은 다양한 아이템을 이용한 응용식도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타이머를 작동시킨 시한폭탄을 서류가방을 든 NPC의 주머니에 슬쩍 넣어둔다거나. 스팀팩(폴아웃 세계의 힐포션인데, 마약류라 단시간 내에 많이 꽂으면 죽습니다)을 열방쯤 주사해서 행복하게 보내준다거나.
-
매우 평화로운 게임이기에, 총질 칼질 한번 안하고 엔딩을 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 사회성 있는 캐릭터를 만든다면 말이죠(여캐 선택후 지능 매력 10에 특성으로 섹스어필을 찍어주고 전문기술(탭스킬)로 화술을 찍어주고 중후반 렙업특성에 카마수트라를 찍어준다면 매우 편한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보스도 유혹해서 끝장을 볼 수 있는 그런 게임입니다. 혹은 나의 덕후성을 보여주고 싶은 분이라면 탭스킬로 컴퓨터 사이언스나 리페어 찍어주시고 보스가 있는 방의 경비시스템을 해킹해서 경비시스템이 보스를 쏴죽이게끔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래저래 귀찮으면 그냥 총질을 해도 가능합니다.

이래저래 귀찮으니 전투 관련 캐릭터로 키우고 지능 10주고 매력 1을 주고 게임을 시작해봅시다. 그리고 NPC들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그야말로 지능10과 매력1의 인물이 할 수 있는 대화 선택지만 나옵니다. 하다못해 마음씨 좋은 동네 음식점 아주머니와 말을 걸어도 선택지가 '음식이 이따위라니, 니뇬을 갈아먹어도 이것보단 낫겠군' 하는 대화 선택지가 달랑 하나만 나오게 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걸 선택하게 되면 당연히 바로 마을사람 전부와 전투시작....(......)

-
퀘스트의 엿먹이기성은 와우 주술사 물의 부름 퀘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절규를 하게끔 만듭니다.

이를테면 대체로 이렇습니다. 재건장비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어느 기술자를 접촉해서 재건장비 수리에 관한 정보를 알아내야 되는 퀘스트가 있는데, 그 기술자가 살던 집에 가보면 텅 비어있습니다. 어찌저찌 몇몇 마을을 돌다 보면 그 기술자가 노예상인의 노예로 끌려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예상인의 라디오를 고쳐주기로 했는데 못 고쳐서 노예상인의 노예가 되었다지요. 기술자는 자기를 여기서 꺼내주면 자기가 아는 정보를 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노예상인은 이놈이 라디오만 고치면 해방시킬 것 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기술자놈에게 다시 말을 걸어보면, 자기는 라디오를 고치고 싶은데 부품이 집에 있답니다. 욕을 바가지로 하면서 다시 그 상인의 집을 뒤져 라디오 부품을 가져다줍니다. 자, 이제 라디오를 고쳤으니 나와 함께 떠나자, 라고 말하고 싶지만 노예상인은 '어 내가 라디오 고치면 이놈 해방시켜준다고 그랬었나?...내가 언제? 정 이놈이 필요하면 돈내고 사가시죠'라고 엿을 먹입니다.

자, 물론 돈을 내고 사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캐릭터를 만들 때 지능 10에 매력 1짜리 싸가지없는 캐릭터를 만들었다면 '뭐 이 XX놈이 어쩌고 저쨰'라는 선택지밖에 뜨지 않고, 쪼렙인 당신은(아마 무기도 기껏해야 권총 한자루 있을) 갑옷과 기관총으로 중무장한 노예상인 길드와 싸움을 시작해야 합니다. 네, 엿먹은겁니다. 후우. 아무리 세이브 로드를 해도 이길 리가 없고, 당신은 게임을 다시 시작합니다.

아싸리 짜증나니 캐릭 생성할떄 지능도 1로 만들어봅니다. 대부분의 대화 선택지에는 '어버버버버'라는 대화밖에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능/매력 높은 여성에 섹스어필 특성을 찍은 상태라면 라디오고 나발이고 전혀 필요 없이 노예상인과 은밀한 거래(?)를 하고 기술자의 신병을 인도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은밀한 결과의 거래로 당신의 평판란에는 Virgin of Waste가 생기고, 사람들은 당신을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좀 더 막장인 플레이를 즐기고 싶다면, 이전 마을의 퀘스트를 통해서 얻은 야만족 출신의 동료를 이 노예상인에게 팔아넘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팔아넘기기 전에 동료의 무장과 아이템을 다 회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 되겠지요. 막장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예 노예상인 길드에 정식 인력으로 등록해서 노예를 사냥하러 다녀도 됩니다.

무시받기 싫다면 간단합니다. 퀘스트가 다 끝나서 볼일을 더 볼 필요가 없는 마을의 마을 주민을 학살하면 됩니다. 되도록 여자와 어린아이 위주로 학살하면 당신은 '현상수배자'라거나 '학살자' '아동살해범' 등등의 평판을 얻게 됩니다.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덤을 도굴하고 도박장 죽돌이가 되어주고 성인 영화에도 출연해주고 하면 됩니다. 물론 이런식으로 플레이하다가는 길가다가 가끔 정의감 넘치는 사람들이 당신을 공격하게 될 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마을 사람들은 당신을 무시하지 못하게 됩니다. 마피아 세력들은 오히려 당신을 호의적으로 보게 됩니다.

아, 이도저도 없이 정당하고 바르게 플레이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핵전쟁이 일어나고 겨우 재건되기 시작한 사회. 노예상인들과 마피아와 돌연변이로 이루어진 군사정부가 판치는 그런 무법사회. 그런 바른 마음가짐으로는 누구에게 배반당해 뒷통수에 샷건을 맞게 될 지 모릅니다.
-
나온지 10년이 넘은 게임이고, 인터페이스와 그래픽은 거지같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어드벤처성 중심의 아이템 루팅 방식은 모든 상자와 서재와 항아리와 쥐콩만한 오브젝트를 클릭하게 만들고, 두시간만 게임하면 편집증과 수전증을 낳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헥사맵에 턴제 전투 방식은 매우 낡았고, 그나마 전투쪽으로 키운 캐릭터가 아니라면 모든 전투가 무한의 짜증을 줍니다. 애초에 특성으로 징크스를 찍으면 심심하면 나나 상대방의 총이 폭발하거나 주먹질을 하다가 어깨가 탈골되거나 하는 더욱 짜증나는 꼴을 볼 수도 있습니다. 퀘스트의 엿먹이기와 자유도는 지나치기에, 말이 롤플레잉이지 사실상 자유도 높은 어드벤처임으로 성격 급한 분들은 주의를 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괴작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최신작 폴아웃3는 그냥 생각없는 액션롤플레잉이 되었다지만, 폴아웃2는 다릅니다. 그리고 소소한 스토리라인과 퀘스트, 그리고 그 안에 감정이입하며 플레이하면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할 기회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위에 언급한 노예상인과의 일화에서, 수십번 도전한 끝에 저는 결국 노예상인을 쓰러뜨렸습니다. 노예상인을 쓰러뜨리고 나면 창고에 있는 노예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습니다. 노예에게 말을 걸어 '자네는 해방되었네'라고 이야기하면 노예들은 신나서 탈출합니다. 순간 '아 내가 기술자 하나 구하려고 노예상인길드 처부수느라 얼마나 혈변을 쌌는데 니들은 아무 보상도 안주고 그냥 도망치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탈출하는 노예들의 등뒤에 노예상인을 죽이고 빼앗은 넉넉한 기관총 총알을 쏟아붙기 시작하게 되는 스스로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혹은 중반에 미니퀘스트로 어디 갇혀 있는 노인을 구해주는 게 존재합니다. 노인은 자신이 평생동안 모은 큰 보물을 주겠다고 하고 죽습니다. 노인이 평생동안 모은 큰 보물은 병두껑 백만 개입니다. 아, 참고로 게임 설정상 핵전쟁 이후 초기 시대에는 화폐로 병뚜껑이 쓰였다고 합니다(실제로 같은 세계관의 이전 시대를 다루는 폴아웃1의 경우 병뚜껑이 화폐로 쓰인다고 하네요). 그러나 게임 설정상 게임 시간은 이미 다시 달러화가 정착된 이후. 병두껑 백만 개는 그저 병뚜껑 백만 개일 뿐입니다.

뭐. 그냥 할일없을때, 혹은 이것저것 귀찮을 때 한번쯤 해보기 좋은 게임입니다. 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극악의 인터페이스와 그래픽입니다 게다가 튜토리얼 미션(개미잡기, 라고 하면 폴아웃 매니아들은 다들 치를 떠는....아마 게임 역사상 가장 짜증나는 튜토리얼일듯)의 불친절함은 정말 인스톨->튜토리얼 두시간 플레이->삭제의 루트를 위해 존재합니다.

-

논문써야되는데 자야되는데 현실도피용으로 씁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SCVgoodtogosir
09/11/23 03:20
수정 아이콘
새벽에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옆방 사는 후배놈 벌떡 일어날듯 크크크크크
기시감
09/11/23 03:25
수정 아이콘
'자유도' 라는 항목만 놓고 본다면 와우가 아니라 와우 할아버지가 와도 못따라갈 게임이죠.
lost myself
09/11/23 03:56
수정 아이콘
워워워............. 무서워요.
하지만 인내심은 쥐콩 만큼도 없는 놈이라 해볼 것 같지는 않군요.
이런 게임은 도대체 엔딩이 뭔가요?
(아 스포일러면 가르쳐주시지 않아도 됩니다. 다른 분들을 위해)
워낙 소개를 재밌게 써주셔서 궁금하네요. 게임 자체는 정말 멋질 것 같구요.
게임 개발자들 역시 개발하면서 재밌었을 것 같네요. 크크크 한번 엿먹어 봐라 이런 느낌?


저도 논문써야되는데 자야되는데......ㅠㅠ
현실의 퀘스트도 깨기 힘들어요. 엉엉엉
하루키
09/11/23 04:18
수정 아이콘
이번에 후속작인 폴아웃3가 그렇게 명작이라고 해서 급관심 가진적이 있었죠. 잡지에서 에디터가 길을 걷다가 누가 말걸길래 대화해보니까 저 마을에 핵을 날릴거라고. 이걸 말릴것이냐 죽일것이냐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데 에디터는 그냥 동참해서 마을 날라가는거 보면서 낄낄 거렸다는 글을 보고 배를 잡았었지요. 그리고 친구엄마가 기껏 요리해주겠다는데 가스마개 열어놔서 불키자마자 저승행 만드는 막장짓도 가능하구요.물론 현실은 게임기살려니 돈아까워서 안샀지만..오랜만에 보니까 이거 어우 너무 재밌겠는데요? 알바끝나고 급실행해봐야겠습니다.
라푼젤
09/11/23 04:22
수정 아이콘
엔딩이 없죠....끝나도 계속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09/11/23 10:07
수정 아이콘
하루키님// pc용으로도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09/11/23 11:15
수정 아이콘
모로윈드 3와 4와 비교해보면 어떤가요??개인적으로 자유도 높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해서요
하루키
09/11/23 11:15
수정 아이콘
sinfire님// 불행히도 제컴터로는 무리라서요. fm 1경기 돌리는데 20분은 걸립니다. 3d는 애초에 포기했습니다.-_-;;;
09/11/24 00:17
수정 아이콘
폴아웃1의 경우, 플레이어는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하지요. 엔딩에서 총질을 하는자와 안하는자.
꼬마 아이 NPC 가 출구를 가로 막고 있을 때, 총질을 하는자와 안하는자.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765 [일반]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45] 웁쓰매냐7780 09/11/23 7780 0
17764 [일반] The Killers 내한 공연 확정 [10] 리콜한방3395 09/11/23 3395 0
17763 [일반] 국민 엠씨 강호동도 큰 난관에 부딪치네요... [63] Crescent9764 09/11/23 9764 0
17762 [일반] 요즘 노래에 일반인들이 맞추어 추는 댄스 UCC [9] Hypocrite.12414.3775 09/11/23 3775 0
17761 [일반] 통신 시장의 나당연합 KT-아이폰 이게 묍니까? [57] 북북아저씨5049 09/11/23 5049 0
17760 [일반] 피겨그랑프리 6차대회 결과 [13] 달덩이3431 09/11/23 3431 0
17759 [일반] 당신의 이념 포지셔닝은? [52] 유유히4255 09/11/23 4255 0
17757 [일반] 타블로의 가장 큰 SERIOUS [95] GrayEnemy15809 09/11/23 15809 0
17755 [일반] 유시민 전장관이 대선출마 의사를 비쳤습니다. [53] 카이레스5531 09/11/23 5531 2
17754 [일반] 리뷰도 제대로 못본 꼬꼬마의 세리에 13라운드 [5] 순규♡니콜♡2709 09/11/23 2709 0
17753 [일반] [축구] 올해 최고의 경기 중 하나가 나왔습니다. (AC밀란) [17] 리콜한방4097 09/11/23 4097 0
17752 [일반] [쓴소리] 친북인명사전 발간의 뜻을 환영합니다. [26] The xian3680 09/11/23 3680 0
17751 [일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주시한다. [11] 완성형폭풍저3015 09/11/23 3015 0
17749 [일반] WoW가 재미없는 그대를 위한 퀘스트게임, 폴아웃2 [9] 헥스밤7942 09/11/23 7942 0
17748 [일반] [잡담] 열두번째 - 믿음과 불신 사이 / 이윤열 / 부산에 갑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5] The xian3127 09/11/23 3127 0
17747 [일반] 월요일이 싫은 일요일 밤의 몸부림 [36] 요비3979 09/11/23 3979 0
17746 [일반] [인증해피] 일부러 낡은 신발도 만드는 나이키의 덩크 이야기 입니다. [11] 해피6361 09/11/22 6361 0
17745 [일반] MAMA 보셨습니까?? [76] Anti-MAGE7481 09/11/22 7481 0
17744 [일반] 직업으로서의 학문. [12] 헥스밤4775 09/11/22 4775 0
17743 [일반] 내 생에 첫 토익(TOEIC) [35] Timeless5096 09/11/22 5096 0
17741 [일반] [아이돌]오늘 도전천곡에서 '귀로'부른 샤이니 종현(그외 영상 몇개 추가) [31] 웰컴투 샤이니 6897 09/11/22 6897 0
17740 [일반] 09-10 KCC프로농구 6주차 리뷰&7주차 프리뷰(이번주 최고 명장면 첨부합니다, 자동재생 주의하세요) [8] lotte_giants2869 09/11/22 2869 0
17737 [일반] 온게임넷 투혼 2009 두번째 리그는 ‘철권6’네요. [24] Alan_Baxter5143 09/11/22 514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