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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3 01:58:16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잡담] 열두번째 - 믿음과 불신 사이 / 이윤열 / 부산에 갑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몇번째'의 기준은 '잡담'이란 머리말로 제가 이 게시판에 글을 올린 회수를 역순으로 센 뒤, 그 글들이 잡담이 맞는지 확인하고 난 다음 정한 것입니다. 기존 글들의 제목 수정은 없습니다. 흘러가는 잡담에 뭐 그리 대단한 것도 없는데, 과거의 잡담까지 번호를 매기고 싶지는 않습니다.

* 독백일 경우 전부 혹은 일부의 잡담은 평어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것은 앞으로의 잡담에도 그대로 해당됩니다.


#1 믿음과 불신 사이

저녁을 먹은 다음 지쳐 잠을 자던 도중, 비몽사몽간에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그냥 먹먹했다. 힘들었다. 잠결에 전화를 받아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도 있었고, 전화 속의 목소리는 내 경솔함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먹먹했고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불신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변명이라고 해도 할 말 없지만 믿는 것은 적고 믿지 못하는 것이 많은 삶은 참으로 힘들다. 그게 직업 특성 때문이든 개인적 성향 때문이든 말이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는 나름대로 이상도 가지고 있고 낙천적이기도 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면일 뿐이고, 나는 겉으로든 속으로든 일단 무슨 대상에 대해 분석하고 의심할 꺼리를 찾아내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틀린 것에 대해서는(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가차없다. 지인이건 나이건 남이건. 나름대로 공평한 반면 관대하지는 못하다.

신앙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엔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신앙을 가졌다는 이들이 진실을 거짓으로, 거짓을 진실로 만드는 행동을 하는 것 때문에 무조건 의지하기도 힘들어졌다. 거울을 보고 생각해 본다. 최근에 웃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를. 아니. 웃고 있더라도 그 웃음이 진심이었는지를. 사람의 성향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없는 일이니 내 성격이나 버릇을 '좋다' 혹은 '나쁘다' 하는 식으로 딱 잘라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내가 내 자신의 진심까지 의심하는 이 버릇은 아마 평생 계속될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망상을 일단 끊었다. 정신을 수습하고, 잠결에 받은 전화로 말하지 못한 내용은 메일로 대신했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2 이윤열

오랜만에 팬카페에 들어가보니 생일 메시지를 받고 있기에, 이틀 지나기는 했지만 이런 말을 써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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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星之火도 能燒萬頃之薪하고, 半句非言도 誤損平生之德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대의 우승을 향한 열망이 그대의 마음과 팬들의 마음과 e스포츠를 다시 뜨겁게 태우기를 바라고,
그대가 힘들고 지쳐 많이 약해져 있더라도 한순간의 충동이나 조급함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온 덕을 무너뜨리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윤열 선수가 목표를 지키고 있어서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항상 노력하고 있기에 응원하고 신뢰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대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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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부산에 갑니다

놀러 가는 것은 아니라 대단히 아쉽습니다.

출장이고, 이번 주 수요일에 출발해서, 부산에는 수요일 오후 한시쯤 떨어지고, 목요일에 10시경에 있는 막차 타고 올라갑니다.
부산 지스타 관련 출장인데 저 혼자가 아니고, 부서 차장님과 동행하는 것이라, 자유시간은 그다지 나지 않을 듯 합니다.

부산에는 아마도 6년만에 가는 것 같습니다. 방송으로 목소리나 들었던 지율님을 비롯하여 부산에 있는 여러분들과
만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공무이고 저 혼자 온 것도 아니라 거의 불가능할것 같아 보이고, 밀면이며 돼지국밥에 회 등등,
수많은 먹거리를 이야기하시는데 먹게 되면 먹는 것이고...... 뭐 그런 식입니다.

출장이고 공무가 우선이고 차장님 뒤치다꺼리라도 하게 되면 개인시간은 없다 봐야하고... 1박 2일이란 시간은 턱없이 짧으니까요.


#4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보면 나라는 인생의 목숨이 아직도 참 잘 붙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누가 나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특히 어떤 일을 잘못하면 다른 누구보다 내 자신을 몰아치는 성격 탓에, 참 힘들다. 언젠가 이런 말을 주고받은 적이 있었지. 아마도.

"●●씨는 완벽... 아니 완전주의자 기질만 좀 버리면 그 마이너한 느낌 좀 덜 받을 수 있을 텐데."
"예? 제가 완전주의자라고요? 에이,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완벽하지도 않고 완전하지도 않은데 말이죠."
"그게 ●●씨가 완전주의자라는 증거야. 지금은 모르겠지만, 그런 성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참 자신이 고달프게 생각될걸?"

완벽하지도 완전하지도 않은 주제에 아주 끔찍하게도 완벽과 완전을 지향한다는 것을 겨우 깨달은 지금,
나는 그 사람의 말대로 참 고달프다. 성경에 나오는 말로 표현하자면 '곤고한 사람'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명박한 사람'일지도(응?)

내 잘못은 어차피 내가 감내해야 할 일이고,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나를 모두가 받아들일 것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모두와 소통하며 살지는 않더라도 내가 할 것은 해야 한다. 오해니 뭐니 하면서 남 탓이나 하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시간이 너무나 짧고 아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허락된 시간만큼 나는 살아가야 하니까.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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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akk Wylde
09/11/23 02:04
수정 아이콘
부산까지 가시는데, 피지알 아이돌 지율님과 저녁 정도는 하셔야죠.
해운대 TGIF 나름 괜찮던데요..

아니면 광안리에서 함께 광안대교를 보시는것도... 으흐흐흐
릴리러쉬
09/11/23 02:07
수정 아이콘
와 시안님 부산오시는군요.
꼭 한번 뵙고 싶은분이었는데 아쉽습니다.
09/11/23 02:27
수정 아이콘
지스타! 저 지금 부산인데 말입니다 크크..
주류박람회 관람하고 왔어요. 빵도 먹고.. 왠지 지율님도 오셨을 것 같은..!?

이번 주말에 또 내려오면 시안님을 뵐 수 있는 겁니까!?

카라가 이번에 드마리스 광고 찍었다고 추천해드리는 건 아닙니다.
09/11/23 10:10
수정 아이콘
음... 지율님은 귀차니즘의 화신인지라 왠만한 떡밥이 아니면 안 나오시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정지율
09/11/23 10:18
수정 아이콘
부산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그리고 저 요즘 바지런은 떨고 있지만 행사에는 안갔습니다. 예정도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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