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시스템' Episode 1 - [관련기사 보기]
거두절미하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기 나라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를. 다른 나라 사람, 그것도 회담장에 나선 하토야마 일본 총리에게 먼저 들었다니 참으로 골때리는 일이고 국제 망신입니다. 뭐 컴퓨터 로그인 사건 때부터 가카를 비롯한 그분들이 업무 체계를 시스템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에 접었지만, 대체 얼마나 시스템이 형편없기에 이런 일이 잊혀질만 하면 또 터지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사실 보고체계의 미숙으로 인해 청와대 혹은 정부 선에서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관련기사에서 나온 북한문제는 많은 예 중에 하나일 뿐이고, 부처간에 엇박자 나는 것들을 포함해서 자잘한 사고들까지 합하면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니 문제인 것이죠. 물론 저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과연 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런 사고를 치는지에 대해 궁금하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군대가 아니라 사회에서도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지시를 할 때, 한번 이야기하면 대개는 다 듣습니다. 이렇게 사고 터질 일이 없죠. 제 경험에 의하면, 이런 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원인은 대개 아래의 세 가지로 압축됩니다.
- 시스템이 형편없어서 보고가 원래 늦을 수밖에 없거나
-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어도 보고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능력이 없거나
- 시스템도 제대로 되어 있고 사람들도 능력 있지만 상급자를 호구로 보거나
이런 정도일 겁니다. 뭐 어느 쪽이든 망신살이 뻗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드실 만큼 드시고 배울 만큼 배운 분들이 왜들 그러시는지 원. 아무리 유유상종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그래도 없는 거라도 짜내서 금칠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가카'를 보필하시는 분들께서 가카의 얼굴에 금칠 대신 X칠을 하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시스템' Episode 2 - [관련기사 보기]
반면 그들에게 있어 제대로 작동하는 '시스템'도 있습니다. 바로 기사에 보듯이 KBS 사장에 가카의 대선 시절 정치특보인 김인규씨를 내정한 것이죠. 사실 그들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때였다면 이런 식의 인사는 있을 수가 없는 인사입니다. 일례로 참여정부 시절 KBS 사장으로 내정된 서동구씨의 경우 결국 임명 철회되었고, 그 이후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결성한 사장공모추진위원회에서 선임하여 이사회가 뽑은 사장이 정연주 사장입니다. (여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구세력들은 정연주 사장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 운운하니 참으로 강아지 같은 경우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인사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한 것은, 지금 권력을 쥔 자들이 방송에 내보내는 사람들의 면면만 봐도 충분히 '익스큐즈'되었다고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방송에 나와 논리적인 소리는 하나도 하지 않고 고집을 피우기에 급급하고, 통계수치나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문까지 자기 입맛대로 새로운 해석을 하는 이들이 상대 패널이 아닌 시민논객들에게 망신을 당하고, 국민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만 꿋꿋하게 방송에 나옵니다. 왜일까요? 개념도 윤리도 도덕도 법도 그 무엇도, 이들에게는 그들이 바라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도구'요 '치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이 누구에게 쥐어지고, 방송과 언론에 어떤 이들의 입김이 작용하느냐는 이래서 중요한 것이죠.
역시나 한나라당 및 정부 등에서는 으레 그렇듯이 KBS 사장 인선은 전문성이나 능력을 우선시한 인사 선정이며 시스템에 아무 하자가 없다고 하는데, 밀실회의를 하다가 딱 걸렸음에도 방송의 미래를 걱정해서 그랬다는 식으로 잡아떼고 김인규씨가 사장으로 있었던 코디마를 위해 청와대가 250억의 특별기금을 기업을 협박해서 뜯어내려고 했음에도 개인책임 운운하며 구렁이 담 넘듯 회피하는 자들이 시스템을 논할 자격 따위는 없으니 그런 소리는 무시해줘야 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때와는 달리
'능력'을 우선시한 인사 선정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수긍이 갑니다. 부패하고 무능하며, 자신이 한 말조차 기억하지도 책임지지도 못하는 주제에 통치행위를 할 때 걸핏하면 독재의 잔재를 끌어다 쓰는 자를 대통령에 당선시켰다면, 능력 하나는 일단 끝내준다는 이야기니까요. 그러나 능력이 뛰어난들 뭐에다 써먹겠습니까? '기생수'에 감염되어 머리가 먹혀버린 사람이 더 이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능력이 있다한들 언론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언론인은 더 이상 언론인이 아닌 것이죠.
뭐, 히틀러에게 괴벨스가 필요하듯이 가카에게는 김인규씨가 필요하겠죠. 그러니 대한민국의 시계바늘이 1930년대로 후퇴했다고 생각하면 편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태어나지도 않은 시대의 좌절을 역사책에서만 맛보고 싶지, 실생활에서까지 경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