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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0 12:01:04
Name 부끄러운줄알
Subject [일반] 니들이 '고생'을 알아?
일단 제목이 자극적이고 반말체인것에 사과드립니다.
딱히 표현이 생각나지 않다기보단 가장 적절한 제목이라 생각되어 달았으니 기분 나쁘신 분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제 하루 업무상 교육을 다녀오느라 컴을 접할 기회가 없어 오늘에서야 피지알에 들어와 여러 글을 보는 중에 딸을 성폭행한 아버지를
선처해달라는 어머니의 글을 보게되었습니다.
어제 신문에서 관련 기사를 보고 이것 참..피지알에 글이 실리면 많은 댓글이 달리겠구나 예상했는데 적중하고 마는군요.

어느 글 하나 제대로 반박하기가 힘들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련댓글에서 참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제가 여기 피지알 자게를 좋아하고 많이 배워가는 이유중에 하나이지요.
물론 가끔씩 등장하시는 so cool한 분들의 댓글은 가루가 되도록 까이고..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선 절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해해야 한다구요. 아니 굳이 이해하려 하면 안된다구요.
많은 분들이 댓글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셨더라구요.
"내 주변분들도 그렇고 옛날의 많은 홀어머니, 홀아버지가 그랬든 죽을 정도로 고생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다 키울수 있다"

맞는 말씀들이십니다.
당장 제 부모님만 보더라도 제가 네살일 적에 거의 야밤도주 식으로 달랑 흑백테레비와 솜이불 한채만을 가지고 서울에 상경하여
해본 일 안해본 일 없이 딸 하나 아들 둘을 키우셨으니까요.
철없던 시절 그저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에 부모님이 안계실적 11살인 제가 8살인 동생을 데리고 아버지의 주 수입원이셨던 군고구마
리어카를 끌고 한겨울에 동네 사거리에서 새벽1시까지 군고구마를 팔았던적이 있었죠.
불쌍하게 여기셨던지 지나가던 어른들이 많이 사주셔서 돈은 많이 벌긴 했습니다만 돌아오신 부모님께 거의 반죽음이 되도록
얻어맞은 기억이 있습니다.
저와 동생이 잠든 후에 두분이 끌어안고 엉엉 우셨던 장면을 잠결이지만 어렴풋이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는군요.

어머니의 수입원은 '도라지'였습니다.
시장에서 도라지를 사와서 껍질을 일일이 다 벗긴 후에 도루코 면도날을 반으로 잘라 손잡이를 이어 만든 칼로 일일이 먹기 좋도록
4-6등분으로 쪼갠 후 새벽 2-3시쯤에 경동시장에 내다 팔고 오는 길에 다시 통도라지를 사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시 까고 자르고..
아무생각 없이 어머니를 따라나섰던 한겨울 새벽의 경동시장은 왜 그리도 추웠던지,,그 와중에도 키로당 오십원, 백원을 더 받기위해
흥정을 하던 어머니를 빨리 집에 가자며 재촉했던 제 부끄러운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당시 고물을 줏어다 파시던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네 식구 모두는 엄지 손톱 밑이 도라지를 까느라 새까맣게 죽어있던..

노가다, 고물장사, 도라지, 군고구마, 포장마차, 아파트 경비, 식당 서빙..
우리 부모님만 해도 철없던 자식 셋을 이렇게 키우셨죠.
세상에서 가장 사랑은 하지만 부모님처럼은 살기 싫은걸 보니 존경까진 아닌가 봅니다.

만약..정말 만약이라는 가정하에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도 힘들게 고생하셨던 부모님이지만 그래도 '부부'가 있었기에 참고 지내셨던게 아닌가하구요.
만약 어머니나 아버지 두분 중에 한분이 안계셨더라면??
아마 그 고생은 두배가 아닌 네배, 여덟배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백배가 넘는 고생이 되었을지언정 어머니나 아버지는 우리 자식들을 결코 버리지 않았으리라 믿어보렵니다.

대부분의 피지알러들이 이성적으로 명철한 두뇌로 대안을 제시합니다.
보육원에 맞기고,,고아원에 맞기고,,죽도록 이 악물고 고생하면 옛날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멀쩡히 잘 키울수 있지 않겠냐? 라구요.
네. 맞는 말씀들이십니다.
하지만 그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나 간과한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것입니다.

남에 일이라고,,그렇게 쉽게 말하는거 아닙니다.(물론 아무생각없이 쉽게 말하는게 아니라는거 저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묻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길 진정 여러분이 저 상황이라면, 저 어머니라면
그 아래 댓글에 남겼던 글들처럼 행동할 자신이,,행동할 용기가 있으십니까?
지난 날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가 겪었던 그 고생을 여러분 모두 겪을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럴 일 절대 없는데 왜 물으시냐구요?
지금도 그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거든요..
보육원, 고아원 등 아동 보호시설에 넘쳐흐르는 고아들이 여러분이 생각하는데로 부모들 형편이 어려워 잠시 맏겨만 놓은거라 생각하시나요?
여러분이 욕하는 그 어머니 또한 포기하면 편하다는 사실을 왜 외면하시나요?
그냥 다 잊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세 아이 모두 보육원이나 고아원에 맏겨버리고 떠나면 그만인데도 불구하고
왜 저런 판단 저런 결정을 내렸는지 한번 더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분이 그랬던가요.
정 힘들면 아예 여러 기관이나 방송에라도 알려서 후원회라도 만들면 충분히 먹고살만은 하지 않겠느냐고..
한때 국민소득 2만불을 달성했던 우리 대한민국이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 찾아보면 우리 주위에 저런분들,,넘쳐 흐릅니다.
일일이 모두 후원회 만들어서 우리 모두가 일일이 후원해서 먹고 살수만 있게 해준다면 참으로 퐌타스틱한 국가가 되겠지만
현실은 시궁창인걸요.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삶이 되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 알고 있는것과 실제 적용되는 삶의 무게는 절대 비례하지 않음을 우린 또한 알고 있습니다.
가끔씩 등장하는 이런 사회적인 이슈에 관해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댓글로 울분을 터뜨리며 동질감을 느끼고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구나,,라며 자위합니다.
실질적으로도 관심있는 분야의 후원도 하고 좀 더 적극적인분들은 직접 후원의 주체가 되기도 하면서
살만한 대한민국임을 실감나게 해주십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또한 여러분야의 능력자분들이 존재하는 이곳 피지알은 제게 있어 스타는 접었지만 스타를 포기할수 없게 만드는 그런 곳입니다.
때론 울게 만들고 때론 폭소하게 만들고 때론 미간을 찡그리게 만드며 때론 열폭하게 만드는..
이곳 피지알은 우리네 인생이 적절히 녹아있는 곳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장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주제넘게도 부탁하나 드립니다.
세상을 너무 이성적으로만, 우리네 삶을 수학책에 나오는 공식대로만 살려고 하진 말아주십시요.
때론 디씨인도 되어보고 때론 오유인도 되어보며 때론 피쟐인도 되는거..
그런게 바로 인생이 아닐까요.

아래 글에 너무 선처를 바란 어머니를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욕을 하는 분들이 많길래
너무 흥분들 하신것같아 주저리 주저리 내용도 없이 길게만 끄적여보았습니다.


뱀발1 : 절대로 그 어머니를 변호하고자 하는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이해할수 없을 정도로 잘못된 판단이라 생각은 하지만
          굳이 그걸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을것 같아 이런 허접글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뱀발2 : 다 쓰고나서 세번이나 다시 읽어봤는데도 제 진심과는 다르게 내용이 횡설수설이군요.
           글쓰기 연습좀 해야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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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Anscombe
09/11/20 12:05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람 내지 권유를 표현하는 것과(이런 경우도 있으니 열심히 해 보세요) 특수한 사례를 들어 상황을 강제하는 것(이런 사람도 있는데 당신은 그게 안 됩니까?)은 다르죠. 바람을 표현하는 것과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분명 다른 부분인데, 현상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는 두 가지가 섞이고 혼동되어서 본래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되어버리는지라 쉽지 않은 부분이긴 합니다.
09/11/20 12:06
수정 아이콘
글 잘 쓰셨습니다 ^^
이성적사회에서는.. 가끔 그 냉청한 이성이 칼날이 되어서 돌아오지요.
가끔 사회에서는... '그저 이해해야 하는' 일도 벌어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저 이해할 수 밖에 없는 사회를 만든것도 우리네 이성인들이라는 것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지요.
그러니까 더더욱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거 아닐까 합니다.
......일단 저부터 좀 제대로 살아야겠지만;;;
굿바이레이캬
09/11/20 12:11
수정 아이콘
그 사건은 정말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줄알아야지님의 생각도 우리가 꼭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방면의 사고방식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09/11/20 12:30
수정 아이콘
이성과 감성 사이에는 확실한 걥이 있죠. 그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지율
09/11/20 12:38
수정 아이콘
좋은 말씀 잘 읽었습니다만 제가 그러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절대 제 딸의 인생을 망쳐버린 남자에게 다시 손벌리는 일은 안할겁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가슴으로 이해해야한다고 하시는 분들이 늘 간과하시는 게 그 딸이 입은 피해정도인 거 같은데요. 딸의 인생은 이미 한번 일그러졌고, 그런 인생을 치유받기도 전에 또 다시 강요당해야하는 상황에 쳐해졌어요. 성폭행이라는 게 개한테 한번 물린셈 치고 쉽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고요. 굳이 보육원이나 고아원에 아이들을 맡기는 그런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쯤 살 방도를 물어보거나, 아니면 복지시설에 도움을 청하거나. 다른 둘러가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악의 경우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어머니를 질타하는 겁니다. 다른 상황에 손을 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모두 좌절이 되었을 때 그런 선택을 했다면 이 일이 공론화가 되어 그 어머니에게 좀 더 나은 방향제시를 해주거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몰라도 현재의 상황으로 치닫는 건 딸은 물론이고 남은 가족들에게도 옳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만.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에, 라는 식으로 한 인격체의 인생이 밟히는 건 싫습니다.
블루팅
09/11/20 12:42
수정 아이콘
글자체는 공감이 가나 밑의 그 글과는 결부가 안되는군요..
켈로그김
09/11/20 12:43
수정 아이콘
한 10년 먹고 사는 걱정을 하다 보면, 가치관이 바뀌기도 하는게 사람이죠.
크게 고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왈가왈부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만,
역시나 자신이 겪어보지 못해서인지 최소한의 이해하려는 노력조차도 못하는 경우가 꽤 있더군요.
09/11/20 12:44
수정 아이콘
단순히 돈이 모자람을 우린 "가난"이라 뭉뚱그려 얘기합니다
하지만 가난은 그 정도의 차이에 따라 "생존"과 직결되기도 하는 아주 무서운 단어입니다

그 어머니의 가난에 대한 호소가 우린 어느 정도의 가난인지 알지 못합니다
의지에 따라 극복 할 수 있는 가난일 수도 있는 반면
당장 신생아를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 울고 있는 신생아를 품에 안고 같이 울기만 하는 극도의 가난일 수도 있는거죠
극도의 가난은 타인의 시선으로 보기엔 그져 그럴 수 있어도
당사자의 입장에선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가 될 정도로 정신적으로도 피폐해 지기 쉬울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얘기만 했지만 어쨌든
상처입은 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인 그 어머니에 대한 비난은....잠시 유보해 두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린 정확한 상황을 전혀 모르잔아요...
09/11/20 12:46
수정 아이콘
경제적 고생과 심리적 고생 어떤 고생이 더 심할지는 저도 모르겠네요.
워낙 부모 자격없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라서 말이죠.
(사건에 어머니를 말한게 아닙니다.)
sangsinyouzi
09/11/20 12:54
수정 아이콘
어제 그 글에도 리플을 달았지만, 진짜 더러운게 "먹고 사는 거" 같습니다.
진심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09/11/20 12:58
수정 아이콘
글쎄요.. 누구는 가슴으로 생각하고 누구는 머리로 생각한다는 차이보다는..
남초사이트에서 가난과 고생은 감정이입이 상대적으로 쉽지만 성폭행은 감정이입하기 어렵기때문인것이 더 큰 차이로 보이는군요..
즉 가난은 죽고사는 문제일수도 있지만 성폭행은 그게 아니다라는 건데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해서 최소한의 이해하려는 노력조차도 못하는 경우라는 말이 어느 쪽에 더 적당한 일인지는 자명해보이네요..
그런 점에서 볼때 지난 댓글에서 어머니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았던 것은 참 다행스러운일이라고 생각합니다..
09/11/20 13:02
수정 아이콘
아무리 가슴으로 이해하려 해도 자기 딸을 성폭행한 사람을 선처해 달라고 호소하고 또 같이 살겠다는 건..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됩니다.

여성 혼자서 3명의 아이를 키운다는 게 굉장히 힘든, 사회 사정상 불가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정도로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저건 아닙니다. 그 딸을 생각한다면 더더욱이요.
09/11/20 13:04
수정 아이콘
ph님// 즉 가난은 죽고사는 문제일수도 있지만 성폭행은 그게 아니다라는 건데요.. <== 아닙니다.
생존권 vs 인권의 기로였던 문제일수도 있기 때문에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게 비난받을 일인가...라는게 오히려 정확하다 생각합니다
09/11/20 13:08
수정 아이콘
어...님// 아니시라지만 그말씀이 그말씀인것 같은데요..
님이 하신 예에는 인권이라는 개념안에 생존권은 포함이 안되 있어 보이거든요..
그런식이라면 생존권 vs 인권+생존권 이라는 공식이 더 맞지 않을까요..
장료문원
09/11/20 13:14
수정 아이콘
어...님// 생존권 vs 인권의 문제로 보긴 어렵다고 봅니다. 이미 인권은 유린당했거든요.

어릴 적에 집에서 자고 있다가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그 도둑한테 목이 졸려서 죽을 뻔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누군가 목근처를 잡기만 해도 극심한 스트레스가 몰려오고 목걸이 목도리 같은 건 꿈도 못 꿉니다.
지금 1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마음의 상처는 남아있습니다. 어릴 적에 생성된 마음의 상처를 너무 가볍게 보시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 속이 좀 쓰리네요.
정지율
09/11/20 13:22
수정 아이콘
본문과 댓글에서 내가 그렇게 이성적이고 차가운 인간이었던가? 하고 회의가 들다 몇몇 댓글을 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가난이라는 이름 아래에 지금도 저 먼 이슬람 국가에서는 어린 소녀들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팔려갑니다. 그리고 죽도록 고생하죠. 그래서 그 아이들은 스스로의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자살을 기도한답니다. 그렇게 극단적으로 나가겠어? 하는 분들이 있다면 할말은 없지만요.

가난하단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소중한 삶이 밟히는 건 정말 싫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나, 앞으로 살아갈 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나 있어서는 안될 일이에요. 최소한 이번 일이 기사화 됨으로 좋던 나쁘던 그 아이와 어머니에게는 관심이 쏠리겠죠. 제대로 된 방안이 마련되어서, 후원할 수 있게 된다면 얼마간의 돈이라도 후원하겠습니다만 그 의붓아비라는 인간과 같이 살게 된다면 정말.. 생각도 하기 싫네요.
Ms. Anscombe
09/11/20 13:27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단지 '이성적이어서'(사실은 '이성적'이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이성적인 것도 아니지만) 문제인 게 아니라 '어떠한 이성'이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구태여 그리 이성적이라는 말에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정지율
09/11/20 13:29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뭐.. 저기서 말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차갑고 남의 사정 가릴 줄 모르는 사람으로 읽혀서 어쩐지 좀 슬펐다고 할까요....-_-; 괜히 울컥했나봐요. 에휴.
나이스후니
09/11/20 14:03
수정 아이콘
오래간만에 좋은 글을 보았습니다.
가난이라는 것 환경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의 모든일이 정해진 메뉴얼의 답을 보면서 해결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전 3달만에 회사를 그만둔 친구가 생각나네요 .
형편이 그렇게 좋은 편도 아니고 주위에선 그것도 못버티냐란 시각도 있었죠
하지만 현실은 작은 체구에 술자리에서 너무 힘들어 했고
스트레스성 장염을 넘어서 장이 아예 멈춰버려 밥도 소화못시킬정도가 되었었죠
하지만 모두가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그저 비판만 하고 그의 입장이 아닌 나의 입장에서 바라볼 뿐이죠
피해자의 어머니의 선택에서 우리가 알수 있는 건 기자가 쓴 겉으로 들어나는 표면 뿐입니다.
아이한테 고개를 들수없을 정도로 미안하면서
아버지 없는 설움을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고
정말 생활고가 견딜수 없을 정도라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부끄러운줄알
09/11/20 14:13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훔..점심식사 후 아무래도 사무실에 얽매인 몸이다 보니 이제서야 댓글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워낙에 글솜씨가 없어서인지 "저기서 말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차갑고 남의 사정 가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읽혔다니

정말 죄송스럽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제 의도는 가난이라는 이름 아래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자에게 팔려가는 소녀들이 있는가 하면

또한 지구 어느 한 곳에선 3살 난 자신의 동생을 살려보고자 고생해서 얻은 사과 한조각을 우물거려 입으로 넣어주곤

자신은 쓰러져 죽고마는 그런 8살바기 형이 존재하는것 또한 사실이기에

그 둘중 어느 하나가 좋다 나쁘다를 쉽사리 '우리 기준'으로 판단할 순 없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남긴 글이었답니다.

너무 극단적인거 아니냐..라고 반문하실수도 있지만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고

그 '극단' 또한 우리에겐 그저 기사 한줄일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절대 피할수 없는 현실일수도 있는 거니까요.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ㅠ.ㅠ
정지율
09/11/20 14:52
수정 아이콘
부끄러운줄알아야지님//제가 너무 깊이 생각한 것도 있다고 봐요. 너무 신경 쓰지 마시고요.

허나 그런 극단적인 상황과는 다르게 좀 더 다른 길로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선택을 했던 어머니가 안타까울뿐입니다. 신문기사로 모든 걸 다 추측할 수 없겠지만 대강의 정황은 추측 가능하니까요. 생존이라는 문제 앞에 꼭 그런 선택을 해서 딸의 인권과 앞날을 망쳐버려야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슬프네요. 어느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차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고아원이라던지, 보육시설이라던지.) 최악의 선택을 해버린게 안타까워서 그래요. 고아원이나 보육시설이 최악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그것 역시 개개인의 판단에 따른 것이고, 저는 무엇보다 딸 아이가 입은 상처를 어머니가 생존의 이유를 들어서 외면하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건지 알고 싶네요. 성폭행은 수많은 일례가 있듯이 일차적인 피해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닐 아픔인데 말이죠.

위에 나이스후니님께서 아버지 없는 설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셨는데, 과연 그 아이 눈에 그 남자가 제 아버지로 보일까요? 자기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고 끝없는 공포로 몰아간 괴물로 볼까요? 그 아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그 아비를 넘어서 다른 남자들에게까지 극단적인 피해망상에 시달리지나 않을까 걱정되네요. 당장의 그 어머니가 하는 말만 봐도 "딸 아이는 잘 극복하고 있다." 고 하는데 성폭행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치유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그 어머니에게 딸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 가족의 생존을 무기삼아 얼마나 잔인한 일을 했는지 알려줄 사람은 정말 없을까요?
Noam Chomsky
09/11/20 14:57
수정 아이콘
제가 남들보다 이성적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에 쉽게 치우치는 인간입니다만,

아래 사건에 어머님의 선택을 아쉬워 하는 것을 단지 '이성적인 면으로만 보아서'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합니다. 절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닙니다만 자신을 성폭행한 인간과 함께 살아갈 아이의 인권 역시 중요합니다.
어머님의 선택은 존중합니다만 아쉬움을 표현하는 것은 절대 제가 이성적인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딸 아이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슬프기 때문입니다.
Ms. Anscombe
09/11/20 14:58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뭐, 알고보니 저 사건으로 인해 하나도 괴롭지 않았고,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매우 특수한 경우일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가 수사관이나 담당 법률가가 아닌 이상 그것보다는 '그런 종류의 상황'에 대해 우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순히 '저 사례는 A 유형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 '근데 그게 뭐 그리 대단한가요? 잘 이겨내는 경우도 있는 거 아닌가요?'와 같은 식으로 말할 때 그 말에 깔려있는 태도와 관점 때문에 언급하신 "자글자글"함이 생겨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09/11/20 15:00
수정 아이콘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투영하여 현상을 봅니다. 어린 나이에 성폭행을 겪어 그 고통을 아는 사람은 차라리 지독히 가난한 게 나았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고, 부모가 없는 방에 아기와 둘이 남아 배고픔에 베개를 적셔본 아이라면 세상에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무엇이 더 고통일까요. 단순히 가난vs성폭행이라는 대결 구도를 짓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가난하지도 성폭행을 당하지도 않았다 하더라도 누군가의 인생에는 또 다른 이름의 고통이 있겠지요. 그 경중을 함부로 재기가 힘듭니다. 적어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글쓴님은 그런 의미로 이 글을 쓰신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처럼 옳고 그름을 따지기가 어려운 일에 있어서는 가차없는 판단보다, 더욱 건설적인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뜻한 시선으로요. …개인적으로는 스스로 더 큰 사람이 되어서 보다 나은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정지율
09/11/20 15:00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으, 자글자글 지웠다고요. 안그래도 그말을 적자마자 위장이 꾸르르르 하는게 으악.(...) 전 오래 살고파요.ㅜ_ㅜ;

뭐, 어쨌건 간에 이번 일이 이렇게까지 공론화가 되었으면 뒷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제발 저 엄마가 그 의붓애비랑 헤어져서 딸 아이를 좀 더 세심하게 보살 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되어줬음 하는데.. 역시 꿈같은 이야기일까요?
아름다운달
09/11/20 16:53
수정 아이콘
그런데요. 솔직히 어린이 특히나 자기가 키우던 아이를 욱해서든 뭐든 (뭐 조두순도 술먹은게 정상 참작되었다지만)

아무나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남자는 자기가 저질른 죄를 가뜩히나 낮다고 난리치는 범죄의 형량도 깍여서

나오는군요. 버젓이 돌아다닐테구요. 여기까지는 그래요 내자식 내가 챙기죠. 나가서 무슨 짓을 하든.

그런데 자기를 구속시킨 당사자인 부인과 부양해야하는 3 아이( 1명은 사건 당사자죠?) 뭐가 이뻐서 부양한답니까.

지금이야 조금이라도 빨리 나오고 싶어서 안달복달 못할 공약이 없죠.

되려 이나 갈고 있지 않을런지??? 나름 그안에서 험한 꼴 좀 당하고 살텐데 쌓이는건 구속시킨 당사자들에 대한 원망아닐지.

애초에 이런 관계에서 깔끔히 사과하고 성실하게 자기 식구 부양할 사람이라면 10살 의붓딸을 그리하였을런지...

여태 딸과 엄마 관점에서만 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과연 3년뒤 그가 이 가정으로 돌아온다쳤을 때 어떤 마음으로 돌아올까요.
나이스후니
09/11/2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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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율님// 제가 말한 아버지 없는 설움이라는 것은 많은 경우중 하나이지만 아마 아이의 어머니도 그 남자가 온전하게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다만 아버지 없는 설움은 나의 입장이 아닌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기때문에 그런면을 생각하게 된겁니다. 나는 아버지 없이 살수 있어라고 딸은 생각할수도 있지만 주위 이웃이나 학교에서의 시각은 전혀 그렇지 않죠. 저 역시 편부 밑에서 자랐는데 주위 아주머니나 어른들이 불쌍하다고 가끔 쯧쯧 이러는게 정말 싫었습니다. 심지어 기업면접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냐는 질문에 얼굴이 확 굳은 적도 있네요. 아직 우리사회에서 여자 혼자 사는 것보다 여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차갑고 두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09/11/20 18:21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아마도 그 이야기의 발전은 '극빈층의 복지'와 연결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극빈층의 복지는...

경기도 교육예산 중 '무상급식' 예산이 싹 날라갔다죠?
이것이 2009년 대한민국의 복지 현실...

극빈층으로 내려가면, '남자에게 돈받고 몸을 파는 것'이 '적당히 나이가 되면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될 사람들도
있을 가능성이 높겠죠.
아무리 가난하더라도 생존욕구와 인권이 뒤바뀌는 상황이 나오면 안되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거다!'라고 확신을 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슬프기만 합니다.
정지율
09/11/20 19:02
수정 아이콘
나이스후니님//자신을 언제 강간할지 모르는 남자와 한 지붕 아래에 사는 것과 편모가정이라고 업신여김을 받는 것 중 어느쪽이 더 나은지 생각해보세요. 개인적인 예는 마음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간범과 한 집에 다시 살아야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강간만큼 재범률이 높은 범죄도 없고, 또 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여러사람을 대상으로 퍼질 수 있는 범죄라는 걸 생각하면 좀 더 형을 엄하게 해야하는데 이 나라는 너무 느슨하다 못해 물러터졌죠. 가장 좋은 방법은 저 아이가 치료를 제대로 받고, 저 어머니도 안정적인 상황에서 아이의 상처를 다독여 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렵겠죠. 격리조치를 해도 모자랄판에.

Nybbas님//히... 진짜 헛웃음만 나와요. 4대강 파서 4대강 살리면 뭐 우리나라 복지에 더 기여가 된답니까? 그래서 불쌍한 애들 급식비도 다 털어먹고? 진짜 욕이 절로 나와요. 그리고 또한 가해자의 인권은 중요시 하면서 피해자의 인권에는 소홀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켈로그김
09/11/20 19:04
수정 아이콘
ph님// 가난 >> 성폭행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성폭행이고 뭐고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알짤없다는 말도 아니고요.
다만, [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는 말조심하라 ] 는 말입니다.

제 리플 아래에 어.. 님이 쓰셨듯 그 가난의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제 3자는 알 수 없는건데 너무나 함부로 말들을 내뱉더군요.
그렇다고 제가 그 어미를 두둔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오..

님이 저의 리플을 인용해가며 비꼴 이유는 없어보입니다.
기분 나쁘군요.
켈로그김
09/11/20 19:14
수정 아이콘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제 친부도 과거에 저와 여동생을 강제로 성추행 했습니다.
제 이름으로 검색하시면 "최근의 사태 어쩌구저쩌구" 하는 글에 약간 언급도 했고요.

강제로 [ 키스 ] 도 하고, 자는데 가랑이 만지고.. 싫은 내색하면서 몸을 빼면 어김없이 손찌검이지요..
그나마 동생 2차 성징이 오기 전에 집에서 쫒아내서 큰 일은 막았습니다.
그 영향으로 20대 초중반까지도 타인과의 스킨쉽이라면 질겁했습니다.
지금도 잠결에 무의식적으로 피앙새에게 손이 가는 것이 습관이 될까봐 같이 잘 일이 있어도 멀찍이 떨어져 잡니다.
막상 그녀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런 괜찮은 일에서조차 죄책감을 느끼게 된게 트라우마라면 트라우마지요.

하지만, 그가 말아먹은 집안 경제는 어머니를 30년이 넘게 빚에 허우적거리게 만들고
저까지도 밑빠진 독에 물 붓듯 집에 돈을 보태오다가 최근 어머니에게 "내 월급에 더는 손대지 마라" 고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는 가난과 성폭행은 언제든 우선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인생에 있어 아주 무거운 문제들입니다 둘 다.
그런데 그 한 축에 대해서 책임없는 말을 내뱉고, 당사자의 무지를 욕하고, 심지어는 의도까지도 마음대로 제단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제가 참지 못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라는겁니다.
나이스후니
09/11/20 19:19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물론 강간이라는 게 가벼운 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그 상처가 아마 죽을때까지 계속되겠죠. 다만, 그런 배경도 고려할 사항이라는 말씀을 드리려는 겁니다. 제가 남자의 입장이라 성폭력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할 수 있겠지만 제가 남편이고 만약에 제 아내가 저 자식을 때리거나 한다면 충분히 이혼하거나 아이 근처에 못가게 할겁니다. 왜냐하면, 저 혼자 아이를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죠. 만약 아내가 저보다 더 능력이 있고 제가 제대로 몸도 못가누는 상황이라면 저 역시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좋은건 정지율님 말씀처럼 아이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어머니가 안정적인 소득을 바탕으로 아버지 없이 가정을 이끈다면 최선입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도 어떤 마음에서 그런 선택을 했을지 이해하려고 하자는 뜻입니다. 간혹, 보육원이나 고아원에 보내자고 하는데 이것 역시 쉬운일이 아닐겁니다. 내 핏줄인데, 좋은 음식 못해주고, 좋은 옷 못입혀준다고 해도 내 손길 받으면서 자라길 바라는게 부모 심정일 겁니다.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을거다라고 이해하는 것 뿐이지요.

어머니의 입장을 보고 잘잣못을 우리의 잣대로 판단하기 보다는 그 결정을 왜 내려야 했을까?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시각에서 바라봤으면 합니다.
정지율
09/11/20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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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후니님//고아원이나 보육시설은 말 그대로 차선책 중 하나일뿐입니다. 저 역시 최악중 그나마 차악을 들라면 그쪽을 들지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아쉬운 것은 저 어머니가 그 이전에 다른 방책을 생각해봤는지, 하다 못해 주변 사람들에게 손이라도 벌려봤는지 그게 안타까워서 그래요. 아무리 우리나라의 복지사정이 최악이라고 해도 저정도면 누군가 나서서 손이라도 건넸을 거 같은데 알려지지 않아서 그랬을까요. 아니면 저 어머니가 몰라서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바라는 건 이번 일의 공론화로 인해 저 어머니에게 '다른 길이 있으니 그 길로 가지 마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깜깜하네요. 예로 드신 부분에서 제가 알기로 아동학대 같은 경우에는 아동과 부모를 분리시켜서 아이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우선적인 방법이고, 이후 부모를 치료하거나(정신적으로) 심한 경우 친권을 박탈하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어머니가 아니라 의붓아버지라서 경우는 다르겠지만요.

아마 저 어머니의 결정에 비난을 하는 분들은 최악의 결정을 내린데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시는 거라고 봐요. 어떤 분이 써주신대로 남편의 사탕발림에 넘어갔을수도 있고, 그 남편이라는 작자가 나중에 출소후에 되려 아이에게 더 나쁜짓을 할수도 있는데 말이죠.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겠죠. 에휴.
나이스후니
09/11/20 19:50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맞습니다. 고아원같은 것은 차선책이고 절대로 최선이 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역시 위에서 아이가 제대로 치료받으면서 안정적인 소득으로 어머니가 키우는 것을 최선이라고 말씀드렸네요. 주위에 돈을 빌릴 수도 있고, 친지들이 도와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동안 빌려서 생활했을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형제간에도 돈빌리고 도와주고 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주위에 어떤지 모르겠지만 형제들도 크게 잘되지 않는 이상 조카들 용돈정도는 줄수 있을지 몰라도 생활비까지 지원해줄수 있을까요? 그리고 빌리는 것도 내가 갚을 능력이 되야 가능합니다. 주위 이웃들한테 돈빌리고 제 때 갚을 수 있으면 차라리 안빌려고 사는게 낫겠죠. 만약 지금같은 생활고가 오래됐다고 한다면 이미 주위사람들한테 빚이 있어서 더 이상 빌리기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지금 여기서 얘기하는 모든게 추측일 뿐입니다. 기사에서는 어머니의 호소와 판결만이 보여질 뿐이죠. 거기서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 모릅니다. 판결을 내린 판사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고민했을지 추측만 할 뿐입니다. 근본적으로 올라가면 법이 잘못되었고 이 사회의 복지제도가 잘못되었고, 그 어머니에게 아무 조언도 해줄 수 없는 우리들 모두가 잘못되었습니다. 정지율님께서도 "저 어머니에게 '다른 길이 있으니 그 길로 가지 마라.'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라고 말씀하셨는데 결국 누군가가 도와주고 조언해주길 바라지만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내가 해주고 싶지만 내 옆에 있지 않고 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즉, 이런 토론이 앞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는데 도움이 될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저 어머니의 결정의 옳고 그름을 따질때가 아니란 겁니다. 그럴수도 있겠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이해가 더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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