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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06 13:43
재미있네요. 삼국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일대일 일기토는 너무 남자의 로망? 무협지스러운 면이 강했죠^^;
그게 삼국지를 보는 또하나의 재미이기도 하지만요. 카이사르는 실제 전술보다도 그의 정치적인 능력이 참 대단하더군요. 폼페이우스를 이긴 전술도 뛰어났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정치적인 힘은.... 천문한적인 채무자여서 오히려 채권자들이 함부로 하지 못했다는 건 피식 웃음이 나오게 하면서도 천잰데?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전쟁사를 보시고 아신 건가요? 서점에 갈때 가끔씩 전쟁사 관련 서적을 들여다 보긴 하는데 관련 서적 좀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09/11/06 14:03
CEO로써의 장군은 13C 이탈리아의 용병 장군인 콘도띠에르 부터 찾을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용병들은 지금의 수의 계약업체와 구조가 비슷해서 수주부터 모병, 보급, 전쟁까지 일관생산(전쟁)과정 전부를 '경영'했어야 하니까요. 또 지금의 기업들과 비슷하게 과당경쟁(전쟁)을 제한하기 위해 업체(용병대)끼리 협상(카르텔)을 맺기도 하는 등, 자본주의 기업 시장에서의 기업들과 아주 유사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또 전쟁과 보급 분야에서 최초로 외주업체 개념을 도입하기도 하는등 당시 용병대장(대개 소도시들의 영주들)들은 대단한 경영수완을 보여주었습니다.
현대 경영학과 행정학은 군대와 기업 조직의 발전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관계라 현대 군대와 기업 구조는 상당히 유사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장군들은 조직사회학적으로 보기에는 CEO라기 보다는 관료에 가깝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대개 기업들이 조직구조로 관료조직형태를 채택하고 있고, 현대 군대도 관료조직형태를 띠고 있어 장군을 CEO로 쉽게 대치해서 볼 수 있지만, 관료조직의 수장은 CEO가 아닙니다. 장군으로 기업에서 비슷한 지위를 찾자면 월급사장에 가깝습니다. 이탈리아의 용병대장부터 프랑스 혁명기의 상비군 제도까지 서양의 군 조직의 발전 역사는 확실히 눈여겨볼만 합니다. 수십 만의 상비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징세를 행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자신의 경제를 '관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수십 만의 잉여(평상시에)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보급체제, 거기에 더해 군인을 만들기 위한 정규화돤 교육조직의 출현등은 근대 국가는 근대화된 군대부터 출발했다고 봐야할 겁니다. 물론 이것들이 어느날 갑자기 완성된 형태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조금씩 개량되어 발전한 것인데, 이런 조직들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만 (이 동네는 전쟁이 일상화된 곳이라...-_-;) 발명할 수 있었고, 이런 조직 형태가 유럽이 제국주의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는 몇몇 역사가들의 지적은 꽤 날카로와 보입니다. (적어도 유럽은 그 개인주의와 민주주의 정신의 우월함으로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는 네오콘 개드립보다는 신빙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09/11/06 14:30
근현대 한국사에서
투스타 소장출신으로 쿠데타를 일으키고, 결국에는 중정부장에게 총맞아 죽은 장군도 있었는데요. 이 장군은 어떤 역할 모델이 될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09/11/06 15:02
삼국지 시대와 그 이전의 시대에서 '무력 강한 깡패형 스타일'의 장군이 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기의 발전 속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기가 실용화되긴 하였으나 그 수준이 높지 않았던 시절에, 잘 정련된 무기는 그 수가 드물었고, 따라서 무장의 수준 편차가 심했기 때문에 장 제련된 무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소수(심할 경우 혼자)의 강력한 병력 앞에서 사람의 머리수는 의미가 없었을 거라 예측이 됩니다. 모든 이들의 무기가 '평등하게 어설픈 시대'이거나 '평등하게 좋은 시대'의 중간 과도기적인 이 시대에만 오로지 '일기토'라는 얼토당토 않은 수법이 전장을 지배한 것도, 어차피 나머지 병력은 인원채우기에 불과했기 때문이겠죠. 이 이전 시대나 이 이후 시대에도 공전절후의 무력을 뽐낸(척준경이라던가 척준경이라던가 척준경이라던가...) 장수가 있긴 했습니다만, 장수의 '무력'이 '통솔력, 지략'과 거의 동급으로 요구됐던 시기는 이때가 유일했다 봅니다.
09/11/06 15:13
Nybbas님// 삼국 시대는 일기토 식으로 싸우는 시기가 아닙니다. 중국은 이미 춘추전국시대에 잘 짜인 병력 배치라든지 병과 분류 같은 제도 가 있었기 때문이죠. 기병 지휘관이야 돌격 시 용맹은 필요했겠지만 일군의 사령관이 직접 칼들고 싸우기에는 너무 잘조직되고 너무 많은 병력이 싸운 시대 입니다.
그래서 실재로 그렇게 싸우지 않았을 사람들을 왜 나관중은 깡패 싸우듯이 싸운 것 처럼 묘사했는지 궁금해서 이런 가설을 내 놓은 겁니다.
09/11/06 15:25
이미 기원전 5세기 이전에 패싸움식은 없어졌습니다. 서양사도 그렇고, 동양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력으로 일기토를 벌이고, 그걸로 끝나는 건 전설속의 영웅시대에나 있었던 일일 뿐이죠. 대열을 갖추고 단순한 집단과 집단의 싸움에서 군대와 군대의 싸움으로 넘어간 건 우리 생각보다 한참 이릅니다. 서양의 경우, 중장보병의 주력화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이미 맨 앞에 나와 자기 무력만 믿고 설치던 장군들은 사라졌습니다. 페르시아도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그리스가 이런 점에선 느린 편입니다. 이집트 신왕조나 그 적수였던 히타이트,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등 고대 왕조들의 기록을 보면 자기 찬양과 신성화 목적을 제하면 지휘관은 이미 전방에서 칼질하고 무력을 뽐내기보단 후방에서 군을 지휘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을 쉽사리 알 수 있습니다. 동양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은주로 대표되는 고대 초창기 왕조의 영웅시대를 지나면 이미 춘추전국시대땐 지휘관이 앞에나가 무력을 뽐내는 일 따윈 찾기 어렵습니다. 지휘관의 '무력' 이 중시되던 시기는 기껏해야 수백명 단위로 치고받던 선사시대가 고작이라 할 수 있겠지요.
09/11/06 15:28
swordfish님// 그래야지 재미있으니까요. 전쟁이야기에서 영웅이란 유약한 인물이 진지도 펼치면서 여기가라 저기가라 재미없게 지시만 내리는것이 아니라 열받으면 진지를 박차고 나와서 상대무장을 한방에 날려버리는걸 독자들이 원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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