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여친에게 청혼 받았습니다' 라고 작성하면 너무 튈거 같아서
조금 순화(?)시켜서 넣어봤습니다. ^_______^
아직은 2년뒤인, 내후년 2월쯤에 하기로
말나온김에 이야기한
부모님 상의 없이 우리끼리만 한 약속이고,
안심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설레발일 수도 있지만
저는 프로포즈 받은 것 같은 기분이라 너무 좋네요.
아가씨는 24세 졸업준비중인 대학생이고, 전 29세 직장인입니다.
2월생이라 어떤 때는 30세가 되기도 하지만 아가씨 앞에선 나이차를 줄이기 위해서 ^^
학번으로는 7학번 차이라 학번은 가급적 이야기 안하지요.
지난 겨울에 만나서 한동안 탐색하다가 2월부터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둘 다 기독교신자고 단기선교여행 같은 팀으로 갔다가
제가 끌려서 대쉬, 교제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가씨가 호감있는 남성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잘해주는 정도의 친절을 제게 보여줬는데
그 모습에 반해서 마음을 키워가다가 들이대게 됐달까요.
누구는 '얻어 걸렸네'라고도 하더군요.
이렇게 말하면 어장관리 같은 느낌이기도 하지만, 우리 아가씨 나쁜 사람은 아니어요. 흐흐
제가 연애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해서
처음엔 많이 서투르기도 하고 맞춰주는 법도 잘 모르고 했는데
그 사이에 아가씨가 잘 맞춰주고, 알려줘서 지금까지 잘 지내온 것 같아요.
만나면서 장점도 단점도 보였지만,
사귀기 전에 관찰하는 기간을 오래가지면서 많이 생각해 보기도 했고
만나면서도 계속 마음에 들어서 한달만에 결혼해야겠단 결심이 섰습니다.
그러곤 결혼을 위해 아가씨 마음얻기에 올인했죠.
남자들은 보통 목표를 정확히 세우면, 집중하는 힘이 생기잖아요.
제 경우엔 그 목표를 '잘해줘서 마음 얻기'로 잡고, 지난 8개월간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제 전략은 솔직담백한 자상한 남자 였습니다. 그게 제 원래 스타일이기도 했구요.
처음 만날 때부터 속마음 완전히 솔직하게 말하는 식으로 시작했고,
아가씨가 그런 모습 싫어하지 않고 받아줬던 것 같네요.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 가진뒤에도 조심스럽게 그런 생각 들었다고 바로 이야기 했구요.
다행히 제 마음이 하강곡선을 그리지 않아서, 계속 솔직하게 어필하는게 유효했고
잘 해줘야지 결심하다보면 진짜 잘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습니다.
관성의 법칙처럼, 뭐든지 하다보면 더 잘 하게 된다는 걸 되새기면서 계속 하다보니 잘 하게 되더라구요.
처음엔 제가 말이 너무 없는 편이라서, 전화할 때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정말 고민이었는데
관련 도서들도 탐독하고 계속 하다보니 그것도 천천히 늘더라구요. 지금도 여전히 어렵기는 합니다만.
시간도 잘 못지키는 사람이었는데, 다른 약속은 여전히 늦지만 아가씨와의 약속은 잘 지키는 사람이 됐네요.
가끔씩 지쳐서 짜증 부리는 것도 받아주다보니 마음 고생 안하고 비교적 수월하게 받아줄 수 있게 됐구요.
특별히 큰 어려움이나 부딪힘 없이 서로 잘 지냈고,
아가씨는 전형적인 여성들의 감정곡선을 타면서 저에 대한 마음이 천천히 커졌습니다.
그러면서 조금씩 결혼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다른 커플 이야기나, 결혼한 선배이야기 등으로 남 이야기를 하지만 자기 바램을 슬쩍 슬쩍 내비치는 식으로요.
저는 무심한척 웃는얼굴로 '응 그래'하는 식으로 계속 넘어가는 태도를 취했구요.
결혼관련 화제가 나오는 빈도수가 늘어가면서 마음이 커지고 있는걸 알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오빠 나 데려가려면 전세집 정도는 해와야 되는거 알죠?"
"오빠 돈 많이 벌어서 나 빨리 데려가"
"오빠 얼릉 집 마련해서 나 데려가요"
"오빠 나 빨리 데려가"
하는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발전되더니
계속 웃으면서 '응 그래'만 하는 제가 답답했는지 드디어 오늘 아가씨입에서
"나 생각해봤는데, 오빠 나 빨리 하고 싶다. 우리 그러자. 응?"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
안 그래도 분위기가 점점 그리되는거 같아 내심 생각해둔 프로포즈 시기를 당기려고 하고 있었는데
아가씨 입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오게 만들었네요.
오늘 따라 아가씨가 너무 예뻐보여서 좋아 죽을 것 같았습니다.
원래 프로포즈 계획은 연말부터 몰려오는 기념일 러쉬 (300일, 크리스마스, 신년, 1주년, 발렌타인데이, 제 생일, 화이트데이)를 막아낸뒤에
400일에 프로포즈였습니다. 일정을 조정해야하나 고민되네요.
아가씨 성미가 급해서 결혼이야기를 계속 진전시켜 갈거 같은데, 전 그런 이야기를 하기 전에 정식으로 청혼을 하려고 하거든요.
프로포즈는 질게에서 판님이 추천해주신 남산 촛불1978에서 하려고 생각중입니다.
흔히 알려진걸 남들 하는 방식대로 따라하는 그런걸 별로 안좋아하는 편이지만,
프로포즈인만큼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가려구요.
미리 답사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평일에 가면 눈치챌거 같아서 기념일 핑계대고 좋은 곳 예약했다면서 데려갈 생각입니다.
대학생인 여친에게 돈으로 밀어부치기 싫어서 그동안 조심하느라
아직까지 커플링도 안했었는데 300일에 미리 커플링을 하기로 약속해놓은 상태라
프로포즈 반지를 커플링으로 대체할 순 없고,
같은날 중복으로 하기는 그래서 400일을 생각했는데 너무 늦을거 같아 고민입니다.
p.s:
12월부터 기념일이 너무 촘촘하게 붙어있어서 충실하게 준비하기가 좀 힘들거 같네요.
좋은 아이디어 있으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