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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글은 뜬금없이 지구 멸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의사랑 지구 멸망이 대체 무슨관련이 있는거냐? 하시는 분들은 아마 조금 읽어내려가시다 보면 어? 그럴싸 한데? 라고 고개를 끄덕이시리라 확신합니다. 현재까지 논의되고 있는 지구멸망의 시나리오는 운석충돌, 외계인 침입, 세계 3차대전 발발, 에너지 고갈, 급격한 기후변화 등등 수십가지가 있지만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 그중에서 가장 가까이 와 있고 현실성 높은 시나리오는 역시 대규모의 전염병 창궐로 인한 지구멸망, 정확히 따지자면 인간의 문명이 유지될 정도의 인구수이하로
인구가 줄어들어 문명의 종말이 오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런거 말이죠.
요즘 한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좀비 영화들에 나오는 좀비의 특징에는 처음에는 가벼운 증상으로 시작하죠. 발열, 두통,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다 물린 부위에 저린 느낌이 들거나 저절로 씰룩거리는 증상이 나고 어느 시기가 지나면 완전히 좀비가 되어서 움직이는 물체에 공격성을 띄고 신경계에 문제가 생겨서 지능이 저하되어 생각없이 보이는 모든 것을 공격하고 물어뜯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이때 공격받아서 물리게 되면 물린사람도 곧 좀비로 변하게 되죠.
눈치채셨는지요? 사실 위에 쓴 것은 좀비의 특징이 아니라 Rabies, 광견병에 감염된 개체에서 볼 수 있는 증상입니다. 완전 좀비영화랑 똑같죠 -_- 사실상 전염성이 크다면 이미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가고도 남을 만한 질병임에도 그나마 인간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녀석이 공기중은 물론이고 접촉을 하더라도 상처를 통해 타액이 들어가지 않으면 감염되지 않는 꽤나 까다로운 감염경로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당장 이녀석이 신종플루처럼 호흡기 전염이 되면 직업상으로 항상 광견병 예방접종을 맞고 있는 수의사와 근무하는 지대에 따라 맞고 있는
몇몇 군인들만이 지구에 남아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될겁니다. :)
물론 제가 인류멸망시나리오를 수의사에 대한 이해를 위한 글에서 다루는 이유가 단순히 광견병 하나 때문은 아닙니다. 곰곰히 생각해보시면 알 수 있는 것이 본래부터 인간을 숙주로 가지고 있는 질병은 대부분 다 정복된 상태입니다. 그 어떠한 전염성 질병도 현대의학 앞에서 인류를 멸망위기로 몰아넣을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할뿐더러, 본래부터 인간에게 감염되는 질병은 숙주를 모두 제거해 버리면 자기들도 살 수 없기 때문에 병원성 자체가 약하거나 혹은 감염되어도 일정기간 이상 생존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살아오면서 평화롭게 같이 공존해가는 방법을 터득한거죠.
문제가 되는 것은 원래는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는 것인데 인간에게 전염된 질병들입니다. 대표적으로 광견병도 본래 감염되는 종인 박쥐에서는 다른 종에서 처럼 다 죽여 버릴 정도로 강력한 바이러스가 아닙니다. 다른종으로 전염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어디에 감염될지를 찾지 못하고 헤메다가 신경계에서 증식을 시작하게 되고 그만큼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되고 만 것이죠. 여러분이 치명적이라고, 혹은 최근에 새로이 치명적이라고 발견된 거의 모든 질병은 이러한 경로를 가집니다. AIDS, 에볼라, 맬버그, 조류독감, 최근의 신종플루에
이르기 까지 이러한 질병들은 본래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이 아님에도 인간의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인간의 몸에 들어오게 되고 변이를 일으켜서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또한 다른 질병과는 다르게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지 않으면서 인간들을 휩쓸어 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질병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국내에 아예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뿐인데도 파란지붕 밑에사는 어떤 분은 계속해서 공무원의 인원감축을 목표로 검역담당 수의사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만 :)
검역실패로 우리나라 이렇게 되면 책임도 안 지실 분이 말이죠 -_- 아무튼 이번글은 이정도로 줄이고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지금 인간을 위협하는 각각의 질병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p.s 원래 이걸 5번으로 올리려고 계획했더니 원글에서 5번이 빠졌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