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일 수요일)의 바둑 경기 결과
PGR 바둑 대회 급 리그 1주차
짜샤 5급(백) : 음악세계 10급(흑) - 2:1 짜샤 님 승!
제1국 - 석 점 접바둑 : 흑 불계승
제2국 - 두 점 접바둑 : 백 13집 승
제3국 - 석 점 접바둑 : 백 불계승
불륜 8급(백) : aura 17급(흑) - 2:0 aura 님 승!
제1국 - 여섯 점 접바둑 : 흑 불계승
제2국 - 넉 점 접바둑 : 흑 19집 승
aSlLeR 10급(백) : legend 18급(흑) - 2:0 aSlLeR 님 승!
제1국 - 넉 점 접바둑 : 백 5집 승
제2국 - 다섯 점 접바둑 : 백 32집 승
<대진표 1> 1주차 결과
오늘(3일 목요일)의 경기 및 방송 일정
일본 명인전 도전 1국(3일-4일) - 장쉬 9단 : 이야마 유타 8단
하이원 리조트배 명인전
서건우 4단 : 김승재 3단 - 오후1시 바둑TV, 해설:장수영 9단
2009 한국 바둑 리그 - 영남일보 : 티브로드
김지석 6단 : 목진석 9단 - 저녁 7시 바둑TV, 해설:양재호 9단
김형우 4단 : 안조영 9단 - 밤 9시 바둑 TV, 해설:박정상 9단
PGR 바둑 대회 단 리그 1주차
바카닉테란 6단(바카닉테란, 백) : 디미네이트 초단(디미네이트, 흑) - 밤 11시 타이젬
애플보요 6단(appleboyo, 백) : 케빈2848 초단(kevinp2848흑) - 밤12시 타이젬
제1국 - 석 점 접바둑
제2국 - 1국에서 흑 승리시 두 점, 흑 패배시 넉 점.
제3국 - 석 점 접바둑
PGR 바둑 대회 관전기
1.진짜 개막전은 따로 있었다.
불륜 님과 aura 님의 대국 일정이 잡혔다는 쪽지를 받고 ‘오오, 개막전이구나’ 해서, 어제 바둑 대회 공지용으로 바둑 이야기 18.5회에 굵은 글씨로 눈에 띄게 ‘개막전’ 써놓고 ‘많이들 와주세요’ 하며 들뜬 마음으로 글을 올려놓고선 메일을 확인 했더니, 이게 웬일. ‘pgr 바둑대회입니다’란 제목의 메일이 도착해 있었으니, 그 내용물은 다름 아닌 짜샤 님과 음악 세계 님의 대국 결과와 기보였다. 불과 수 분 전에 치고 왔던 개(막전) 드립이 무색해지는 상황.;; ‘대체 언제 한 거냐!’라고 속으로 절규 해줬다. 방에서 혼자 겉으로 절규하면 같이 사는 친구한테 미친 놈 취급 받을 테니...
나중에 들어보니, 그전날 밤에 연락이 닿아서 속전속결로 해결해버렸다고 한다. 그전날 밤이라 하면 짜샤 님이 대회 시작을 알리는 17회 연재글에 참가 확정 댓글을 다시고, 필자가 대국이 원래 없을 예정인 음악세계 님께 쪽지를 보낸 시간이었는데,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대국까지 이어졌단 이야기. ‘무, 무서운 행동력이다.’
이번 1주차(아직 시작한지 사흘째밖에 안 된...)에 보여주신 급 리그 분들의 행동력은 가히 대단하다. 이미 1주차 일정이 끝나버린 것. 다들 바쁘실 테니 주말에나 대국이 몰리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대국은 다 끝나고 다음 주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판이니. 어쩌면 ‘2주차 대국 미리 뒀습니다’라는 결과 메일이 어느 샌가 와버릴지도 모르겠다. 정말 어느 분 말마따나 1주일에 두 시합씩 돌려야할지도 모르겠으나, 왠지 그러면 여러모로 혼선을 빚을 것 같아 일단 현재 일정대로 진행하고자 한다. 급 리그 여러분들, 남은 기간 동안 바둑 공부하시길!
2. ‘개막전’ 관전기
어찌 됐건 저녁 6시, 예정대로 불륜 님과 aura 님의 개막전이 타이젬 수담방 서버에서 열렸다. 하나둘씩 관전자 분들도 시간 되는 대로 참가해주셨는데, 그 절정일 때의 열기는 가히 놀라웠다. ‘PGR에 바둑 두시는 분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계셨다니.’ 바둑에 집중하느라 정확히는 못 봤으나 언뜻 10명은 넘게 들러주신 것 같다. 유게의 셀레브 ‘카덕’ Shura 님께서도 친히 바둑이란 게임이 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게임인지 알고 싶으시다며 왕림. 바둑 인구를 늘리(는 척 하면서 포텐셜 관광 상대를 늘리)고자 매의 눈을 번득이며 (나름) 친절히 설명한 PGR 바둑인들의 말이 자칫 외계어로 느껴지지 않으셨을런지 모르겠다.;;
대국 내용은 비교적 일방적. 첫 판 여섯 점 접바둑에서 불과 몇 수 지나지 않아 ‘이건 여섯 점 치수 가지고는 안 되겠다’는 결론이 나와 버렸다. 불륜 님이야 바둑 다시 두기 시작하신지 얼마 안 되서 그렇다고는 쳐도 aura 님의 기력은 절대 17급의 기력은 아니었다. 얼핏 ‘사기 급수론’이 떠올랐으나, 전적을 보니 600전이 넘는 승강급 전적, 친선 전적도 얼마 없다. 그럼 계속 17급에서 오르락내리락 하셨다는 이야기인데... 제2국으로 넘어가서 중계방 개설한 뒤에도 얼마간 관전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본인도 극구 17급임을 주장하시는데, ‘접바둑은 안전하게만 두고 걸어오는 싸움만 받아주면 된다’는 발언. ‘이미 그거 알면 분명 17급은 넘어선 단계입니다.;;’
제2국은 치수 조정으로 일단 넉 점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관전자들 사이에선 석 점이 중론이었고, 시험 삼아 맞둬서 치수를 결정해보자는 필자의 의견도 있었으나, 일단은 넉 점으로 가보기로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백에게 어렵다는 게 드러났다.
<그림 1> 이런 식이었나...
어렴풋이 기억나는 초반 전개라 잘 모르겠다. 아직 기보가 도착하질 않아서(속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핵심은 흑4. 보통 백이 1, 3은 걸치는 데에 흑이 받아주면 변으로 모양을 잡겠다는 뜻. 걸치는 데엔 무조건 받아야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는 초보자들에게 곧잘 쓰이는 발 빠른 수법이다. 어차피 접바둑에서 백은 받아둬야만 하는 자리도 흑이 모르길 바라면서 손 빼고 다른 곳으로 흑의 시선을 돌려야할 경우가 많다. 안 그러면 집 부족으로 지니까. 하물며 이런 초반의 자리에선 더욱 발빠르게 요처를 점거 해야하는 법. 손 따라 두는 하수의 심리를 활용해야한다.
그런데 이 흑4가 17급다운 귀여운 맛이 없는 수. 날일자로 걸쳤으니 날일자로 받아주길 바라는 백의 의도를 거스르는 ‘손 따라 두지 않는 수’다. 이 한 수로 백이 당장 나빠지는 건 아니지만, 약간 양쪽을 협공하는 면도 있고, 무엇보다도 우선 백이 원하는 대로 모양을 잡을 수가 없다. 백에게 모양을 주지 않고 자기는 두텁게 두기, 접바둑의 만고불변의 필승 전략이다. 물론 기력 차이가 나면 흑이 아무리 두텁게 두려고 애써도 상수가 찌르고 볶고 하면 수가 터지기 마련. 그러나 흑의 의도대로 두터워지는 게 가능하다면 적어도 그 치수로는 백이 안 된다는 의미.
이외에도 몇몇 장면의 처리에서 ‘이 정도 수를 보는데 17급?’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 제법 있었다. 그래도 흑백 양측 다 결정적인 대세를 못 보는 감은 있다는 느낌. 뭐, 단이 사기 급수로 참가했다던가 그런 소리가 나올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아, 의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백이 불리한 상황에서 백도 대세를 못 봐서야 승부는 어려워지는 법.
곳곳에서 시달리는 백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관전자들. 보통은 약자 입장인 흑을 응원하면서 관전하는 게 접바둑의 인지상정(?)이건만, 이건 어째 백을 더 응원하고 있다. 어디에서건 백 대마 하나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건만 백은 어찌어찌 생명 연장의 꿈을 이어간다. 그래도 중반까지 백이 한톨이라도 이길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데 냉정하게 보니, 확정가는 확실히 백이 앞선다. 흑도 거의 확정가나 다름없는 거대한 모양을 가지고 있긴 했으나, 이건 접바둑. 최후의 시달리던 말인 중앙 백 대마가 어찌어찌 살아나는가 싶더니, 좌변 모양을 깨는 데에 성공하고 하변 침투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다. 그래놓고 보니 의외로 백이 좋은 게 아닌가? 백이 정말 혼신의 신들린 끝내기를 한다면 미세하게 이길 것 같은 상황이었던 것이다(어딜 봐서 좋은 거냐!).
우변 흑돌에서 의외로 생사가 걸린 패가 나면서 백이 약간 이득을 취하고(그 뒤에 의미 없이 양패를 이어간 건 좀 그랬지만...;), 정말 백이 이기나 싶은 국면(개인적으로 계산했을 때는 약 네 집 정도? 백이 앞선다고 봤다)까지 가는 게 아닌가. 일각에서는 ‘혹시 흑이 일부러 1집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히든 고수론을 내놓기도 할 정도. 그러나 저 복잡한 모양에서 흑이 미세하게 이기는 코스를 일부러 의도했다면, 장담컨대 그건 프로 입단 수준이다.
그렇게 다들 백승의 설레발에 들뜬 순간, 백의 아쉬운 실족. 중앙 백돌이 끊기면서 25집에 가까운 손해를 보는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다. 이로서 흑 18집반 승.
지금도 단언할 수 있다. 확실히 aura 님은 17급이 아니라고. 그러나 전적은 17급임을 말해준다. 타이젬의 17급이 그렇게 무섭기라도 하단 말인가? 이에 대한 건 아마 이런 논리가 아닌가 싶다. 예전에 읽은 바둑책에서 아마추어의 실전보에서 정석 선택을 평가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때 저자가 ‘책에 실을 테니 신경 써서 두라’라는 주문을 했더니, 놀랄 정도로 잘 두더라란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몰라서, 실력이 달려서 평소에 못 두는 게 아니라, 평소에는 생각 없이 손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 말하자면 제 실력을 발휘 안 하는 것이리라(의도적으로 발휘를 안 하는 건 아니겠지만). aura 님도 평소에 속기를 많이 두신다고 하니,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서 두면 더 잘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 아마 그런 의미에서 이번 PGR 바둑 대회에서 스스로도 놀랄 포텐셜을 폭발시킬 분들이 계시리라 본다. 때문에 더더욱 앞으로의 대국들이 기대되는 바. 모TV의 캐치 프레이즈마냥 ‘생각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어쨌든 승자에겐 승리의 축하를 패자에겐 다음을 기약하는 위로를. 불륜 님도 워낙 오랜만에 두신 거고, 접바둑 상수의 입장에 서보신 적이 별로 없으셔서 그런 것이니, 이번 주 동안이라도 대국을 몇 판 하시다 보면 감각을 찾으시리라 본다. aura 님께는, 뭐, 원래 모든 게임이 이기고 지고 하는 게 제일 재미있으니 평소에 즐기는 용도라면 17급에서 머물러 계셔도 충분하지만, 대회에서는(특히 치수가 있는) 조금 곤란하다. 빨리 이번 주 안으로 제 실력 찾아주시기 바란다. 필자 판단으로는 적어도 13급은 갈 수 있다. 평소에 바둑 TV도 종종 보신다고 하시고, 필자와 Elminsis 님의 대국 복기 때의 그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보면 사실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을 듯하다.
3. 끝나지 않는 바둑의 밤.
개막전 끝나고 바로 전원 해산은 아니었다. 계속 남아서 대국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급기야 필자와 Elminsis 님의 대국에 PGR 공식(?) 해설자 소인배 님의 복기까지 이어지는 등 PGR인들의 수담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필자는 어느 새 밤을 새고 아침 7시 20분을 맞이 해버렸다. 바둑 때문에 밤새보기는 또 처음. 필자가 눈 붙이러 간 뒤에 aSlLeR 님과 legend 님의 대국도 있었고, 거기에도 관전자가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일어나서 다시 접속해보니 대국은 이미 끝나 있었지만, 또 애플보요 님과 한 수.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르는 바둑의 밤이 아니었나 싶다.
필자가 하도 자게에서 ‘바둑, 바둑’ 거리니까 바둑을 그만두신 분들도 다시 관심을 찾게 된 케이스도 몇몇 있는 모양. 시작은 다른 분의 제안이었고, 솔직히 지금까지 그닥 성실히 임해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때의 작은 바둑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작은 붐이 많은 분들의 평생의 취미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직은 먼 길. 일단은 지금 이 작은 축제를 끝까지 많은 PGR 분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다소 언급된 당사자 분들의 기분을 거스르는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관전기의 재미를 위한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