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포함해서, 모든 사람은 본디 완전한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자기가 완전하고 항상 중립적이고 항상 옳은 말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런 분들에 대해서는 저는 잘 모르니 패스하기로 하고, 어쨌거나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하나둘 혹은 그 이상의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물론, 언제나 말합니다만, 저를 포함해서요.
그래서 가령 어떤 사람이 '많은 사람들이 시계를 차고 다니니, 시계로 병을 파악하고 그것을 관리하는 방법을 생각하면 어떨까.' 하고 단순히 생각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좀 황당무계하지만, 있을 법한 상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집단의 지도자처럼, 그것을 직접 실행할 만한 힘과 재력이 있는 작자들이 이런 상상을 한다면 문제가 약간 심각해집니다. 상식선에서 당장 생각해 본, 몇 가지 걸리는 점을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 '병'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IT 기술로 구현 가능한지
- 제대로 파악 가능하다 해도 그것이 경제성이 있는지
- 중앙 통제적 장치에 항상 수반되는 인권 침해 가능성의 문제
이런 것들이죠.
그리고 이건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겠지만, 만일, 그런 주장을 한 작자 옆에 있는 자들이, 그런 아이디어를 듣고 "좋은 아이디어" 라고 맞장구쳤다면 이건 정말 큰일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은 '전자발찌'같은 것조차 중범죄자에게나 착용이 허가되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일단 효능이 의심되고 설령 효능이 있다 해도 경제성이 의심되며, 결정적으로 집단 구성원 전체를 중앙에서 멋대로 통제할 수 있는 반 실용적, 반 민주적인 아이디어를 '단지 자신들이 모시는 권력자 입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좋은 아이디어'운운한다는 건 저기 북쪽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이렇듯 같은 생각이라 하더라도, 누가, 그리고 어디에서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파급효과는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말한 것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런 결함 있는 생각을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 어디에서 행했느냐... 가. 더 큰, 이른바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드라마 잘 안 봅니다만, 많은 분들이 감명깊게 본 드라마에서도 제가 말한 것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대사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대사를 읽으며 제가 참 감명을 깊게 받았는데 조금 옮겨와 봅니다.
"연인이 보이네요... 이별을 앞두고 있어요... 서로의 마음을 생각해서 웃으며 떠나보내려나 봅니다.
꼬마애도 있어요. 엄마가 없어져서 한참을 찾았는데 이제야 만났네요.
구두 닦는 할아버지도 보입니다. 오랫만에 솜씨를 부려서 활짝 웃고 있어요.
숨바꼭질하던 애들이 우르르 달려갑니다.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고백을 할까 말까 전화기 앞에서 망설이는 소녀의 손가락도 보이고, 돈 한푼 없는 여행자의 다 떨어진 운동화도 보이고,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좁은 어깨도 보입니다...
.....이 많은 느낌을 어떻게 세마디로, 그렇게 건조하게 뭉개십니까.
시장님 혼자 그렇게 귀막고 삭막하게 사는건, 저 상관 안 합니다. 근데 문제는, 그런 사람이 시장이 됐다는 거예요.
이 석란시에 사는, 이 음악을 느낄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다른 사람들까지 시장님처럼 만들지는 말길 바랍니다."
- 베토벤 바이러스 17화. 강마에 -
그렇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사람이 가진 '결함'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입니다.
- The xian -
P. S. 아......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시장이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