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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9 14:41:55
Name 언뜻 유재석
Subject [일반] [잡담] 똥을참다..

1990년 4월 어느 토요일 오후, 장소는 동네사람들이 도로공원이라고 부르던 구로구의 어느 큰 길가.

한 소년이 일생일대의 위기를 겪게 됩니다.

'아...아랫배가..아랫배가..'




신구로 국민학교 1학년5반 16번.. 이 소년에게 닥친 위기는 어떤 것일까요.

12시 20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는 길. 원래대로라면 이길로 하교하지 않지만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까지 갔다 집에 갈 예정이므로

오늘은 돌아가는길을 감수합니다. 평소에도 공중상으로도 그다지 가깝지 않은 거리였던 하교길을 더 돌아가게 된 것이지요.


문제는 친구녀석과 세이 굿바이를 한 후 일어나게 됩니다.

"왜지?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닥친거지?" 머리로 생각하고 입으로 내뱉지만 어린 마음에도 이건 상당히 현실적인 문제라 오래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사회생활 첫 시련인 게지요.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하기전의 소년에게도 소화기관과 배출하는 구멍이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배변욕구라는게 존재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어딘가에 속해있는 상태가 아니므로 그래서 몸과 마음이 프리했으므로 마려우면 싸면 되었습니다.

다방구를 하다가도, 망까기를 하다가도, 술래잡기를 하다가도 마려우면 싸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형, 나 잠깐 타임!! 집에가서 똥좀 싸고 올게"
"이응이응"


이었으니까요.









다시 고통을 겪고 있는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아.. 집이 너무 멀다. 역시 집은 아파트가 짱인데" (요즘은 강변이 짱)

중간에 몇 번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여기서 하얗게 불태우면 몸은 더럽혀 질 지언정 마음은 한없이 편안해 질테니까요.

"나무야 나무야~~ 내가 너에게 영양가 많은 거름을 주어도 괜찮겠니?"




는 개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열걸음에 한번정도 뱃속에서 폭풍이 몰아치면 두손으로 벽을 잡고 고개를 숙인채

다리를 한 번꼬아 입구를 좁히고 폭풍이 잦아들면 후폭풍이 일기전 최대한 본진과의 거리를 줄여놓는 패턴을 반복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소년은 고비를 넘기지 못했습니다.(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탄식이 여기까지 들리는 군요)




마지막 1분을 버티지 못한 것이죠. 긴장이 풀어져서 일까요?  대참사는 막았지만 흔적을 남기고 맙니다.

전문용어로... 지렸죠. 게다가 이런걸 설상가상이라고 하나요 집에는 주말이라고 친척들이 와 있었습니다.

갑자기 왈칵 쏟아지는 눈물... 지난 10분간이 인생 8년보다 길게 느껴졌는데 그 1분을 못참아서 8년간 쌓아온 이미지가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소년은 어머니에게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식의 똥묻은 팬티를 보며 울고있는 아들을 토닥여 줍니다. 이것이 우리네 눈물나는 모정이지요.



그 후 소년은 자라면서 그날과 같은 이머젼시 상황을 많이 겪게 되지만 그날 겪은 굴욕으로 익힌 대장과 직장의 매커니즘,

유통기한과 소화와의 상관관계, 이동동선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의 규모와 휴지유무등 여러 노하우로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습니다.


========================================================================


학교를 다니기 전에도 소년은 똥은 화장실에서 싸야 한다는걸 알고있었습니다.

구구단보다 아니 한글을 알기 이전부터 똥은 화장실이 아닌 다른곳에서 싸면 안된다는걸 알고있었습니다.

알고있었다기 보단 그렇게 교육을 받은 것이겠죠. 아마 이 교육은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았을겁니다. 그렇죠?







최근에 똥을 아무데서나 싸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문득 옛날 생각이 나서 찌끄려 봤습니다. 아무데서 똥싸면 똥싼다고

남한테 엉덩이도 까서 보여줘야하고 여러모로 챙피할텐데 아무데서나 똥싸고 또 싸논 똥은 치우지도 않고 말이죠...

싸는 사람 따로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있는건지 원...





ps1. 똥이라고 해서 변누구누구씨를 타겟으로 삼은 글은 아닙니다. 저는 지적수준이 매우 딸림.

ps2. 감정을 강요할 수 없지만 예의에 관해서 부탁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편히 쉬시길..

ps3. V10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데스티니..피할수 없다면 즐겨라 호랑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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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예비역
09/08/19 14:59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봤습니다.. 요즘 그런분 많죠.. 허허..
RunDavid
09/08/19 15:14
수정 아이콘
왠지 이 글에 어울리지 않는것 같아서 유머자료를 링크 걸었던 첫리플을 지웁니다 ^^;

죄송
Who am I?
09/08/19 15:47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가끔 저이들은 집에서 엄마가 가정교육을 어찌 시켰는가!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이들이 있긴 하죠.
맞아요 똥을 화장실에 싸는건 중요한 일이예요. 으하하하.
09/08/19 15:59
수정 아이콘
어릴때가 생각나네요 초등학교 하교길에 오는 길은 항상 오르막이라 마지막5분이 고비였습니다;;
몇번의 실패를 거쳐서 지금의 제가 있었죠;;
09/08/19 16:04
수정 아이콘
똥오줌 못가리는게 부끄럽다는걸 깨달을 때 까지 이어지겠지요..
사실좀괜찮은
09/08/19 16:14
수정 아이콘
전 어렸을 때 장이 안 좋아서... 길거리에서 비상 걸리는 일이 너무 많았던 게 기억이 납니다.

결국 지난한 훈련을 통해, 지금은 어떤 상황에서도 참을 수 있게 되었죠. 상황에 따라서는 2주일에 한번 싸는 것도 가능합니...

아 더러워
Flying-LeafV
09/08/19 16:50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좀 갈르쳐주셈~흘흘

전 사는게 두렵습니다 크크
09/08/19 17:04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근데 가능하긴 하되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지 걱정입니다.
동네노는아이
09/08/19 17:09
수정 아이콘
꼭 이럴때 꾹참고 엘레베이터를 타면..
20층에 있고....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올라타서..가스도 분출 못하는 이중고가 겹치더군요.ㅠㅠ
09/08/19 17:21
수정 아이콘
불과 1년 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ㅠㅠ
honeyspirit
09/08/19 17:38
수정 아이콘
전혀 예상 못한 명문이네요~
저는 지적 수준도 딸리고
자유와 진보를 사랑하지만 자유주의진보연합 가입은 심하게 망설여지는 서민입니다.
그래도 저게 밥인지 똥인지 구분 정도는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으로 똥 싸는 이 땅의 모든 쓰레기들에게 이 글을 바치고 싶습니다.
추게로!!
WizardMo진종
09/08/19 19:05
수정 아이콘
좋.. 좋은 글이다...

추게로.
09/08/20 02:37
수정 아이콘
다른건 몰라도 똥과 직결된 문제라면 얼굴에 철판깔고 화장실 물어보거나 휴지물어보는것도 잘되더군요 ㅡ.ㅡ;;
와룡선생
09/08/20 10:07
수정 아이콘
좋.. 좋은 글이다...
언뜻 유재석 그는 로시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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