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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8 22:49:17
Name 해피
File #1 manbal.jpg (0 Byte), Download : 69
Subject [일반] [인증해피] 그분은 맨발이었다...



나는 그분의 일생을 말하기에 아직 너무 어리다.

나는 그분에 대해 만분의 일도 모른다.

그분이 걸어오셨던 길이 어떤 길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한가지 기억하는건

그분은 맨발이었다...


사람들이 신발을 신는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처음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이유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스스로의 발을 보호하고자 함이다.

왜?


신지 않고 거닐면 발에 상처가 나고 아프니까...

멍이들고 피가나서 견딜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도 그분은 맨발이셨다.


어려서 일가친척들과 냇가에 놀러간적이 있다.

어린 나는 그저 물가가 좋다며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로 냇가를 헤집으며 뛰어다녔다.

그러다 뭔가 발 안쪽으로 사각하고 들어오는 딱딱한 것이 느껴졌다...

깨진 유리조각.

난 그 이후로 한걸음조차 내딜수 없었고 서럽게 울면서 엄마 아빠만을 찾았다.


더럽고 추한 유리조각이 있었다.

어느 회사 유리인지 알수는 없지만,

권력이라고 희미하게 써져있는 한없이 검은색의 유리조각...

그 유리조각은 너무 날카롭고 매서워서

지나가다 밟으면 죽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분은 그 유리조각을 치우고자 했고...

그러다 찔리고 말았다.


죽을지도 모르지만...

그분은 거기서 한걸음 더 내딛었다.

아니 계속 걸으셨다...

예전같지 않아서 한쪽발이 온전치 않았지만,

누구보다 똑바로 걸었다.


난 울었는데...

그분은 걸었다.


그 걸음은 많은 사람들을 일깨웠고,

비록 맨발일지라도 그 더럽고 추한 유리조각은

피해가기만 하면 안된다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하지만...

몇십년이 지난 오늘도

여전히 유리조각은 눈앞에 있다.


더 치사하고 추악하고 더럽다.

그때보다 더 날카롭고 더 예리하고 더 치졸하다...


그런데도 그분은 치우고 먼저 걸어가려고 했다.

여전히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면서...


난 바르게 걸을수 있는데도 똑바로 걷지 못하는데,

그분은 제대로 걸을 수 없는데도 똑바로 걸어가시더라...


예전에 가르쳐 주셨는데...

알고는 있었는데...


그 진심은 모른채,

왜 더 똑바로 걷지 못했냐며

왜 더 빠르게 걷지 못했냐며

왜 더 유리조각을 치우지 못했냐며

그분을 책망하고 오만한 판단하고 어줍잖은 평가하고...


후우...


젠장...


뭐하고 있냐.. 나..

아직도 난 어릴때 기억에 유리조각 밟기가 겁이난다.

그래도 걸어야지...

배웠으면,

그게 옳은길이고 똑바로 걷는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있자나.

그분이 한마디도 기억하자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하나의 악이다"


그러면서 그분은 역시 맨발이었다...


==================================================================

감사합니다.

가르쳐 주셔서...

죄송합니다.

가르침데로 하지못해서...

안녕히가십시오.

저도 이제 걸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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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Classic
09/08/18 22:52
수정 아이콘
훌륭한 대통령을 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혼신의 노력을 다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을 확신한다.

전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최고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 될 것을 확신합니다.
편히 쉬십시요.
09/08/18 22:58
수정 아이콘
겁이나서 큰 걸음은 딛지 못하더라도 자그마한 종이 한장에 자신의 신념을 담는 작은 수고는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 종이가 어떤 종이인데 말이죠. 과거 큰 걸음을 걸었던 수많은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얻은 종이가 아닙니까.
견우야
09/08/18 23:02
수정 아이콘
안녕히가십시요.
김대중 전 대통령님.
다른곳에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댓글 올리지 않았고..
올리지 않을려고 마음먹었는데..

해피님에 글을보니 그분과 작별 인사를 해야 겠군요..

그동안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편히 쉬십시요.
09/08/18 23:07
수정 아이콘
그분은 우리에게 그 종이 한장 쥐어주시고자 평생을 사셨는데... 쥐어진 종이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게 너무 후회됩니다.

이제 그 종이 버리지 말아야지요... 꼭 쥐고 놓지 않을겁니다.
견우야
09/08/18 23:53
수정 아이콘
해피님에 이런 글은 사람냄새를 느낄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글 잘 읽엇습니다.
은빛사막
09/08/19 00:1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거라곤 다만 안녕히 가시라는 말 밖에 없네요.
편안히 쉬셨으면 합니다.
09/08/19 01:34
수정 아이콘
가슴이 먹먹해져오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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