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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9 10:00:26
Name Frodo
Subject [일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 한 인간에게 S급 자질을 몇 가지나 요구할 수 있는가?
노무현 전 대통령님 돌아가셨을 때도 그렇지만
김대중 전 대통령님 돌아가셨을 때도 역시
추모와는 별개로 고인에 대한 공과는 분명히 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한 때의 역사학도 지망생으로서, 저 역시도 그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는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약간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굳이 돌아가신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한 인간에게 여러 측면에서 S 급 자질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라는 평소 생각 때문입니다.

S급 자질을 여러 개 가진 사람을 우리는 다른 말로 구세주라고도 하죠.
그런데 구세주 대망사상이야말로 민주주의의 대극이 되는 사상 아닐까요?

정말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1997년과 2002년의 대선 승리 자체가 묘수와 묘수를 거듭한 끝에 거둔 기적적인 역전승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들 기억하시지 않나요? 1997년의 DJP 연합과 2002년의 노사모열풍. 그러고서도 박빙의 승부였었죠.
애당초 저 두 사람이 없었으면,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잃어버린 10년이고 뭐고도 없었을 겁니다.
일본 자민당식 1당 독재가 지속될 가능성이 제일 높지 않았을까요.
그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 이 척박한 토양 속에서,
그렇게 튼튼하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싹을 틔워 낸 것만으로도,
저 두 분은 한국 현대사에서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역할 이상을 해 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이상을 해 내지 못했던 것은, 우리 대다수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까지도 포함해서,
워낙 토양이 척박했던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하얗게 불태우고 스러져 가신 저 두 분들에게
그 이상의 무엇을 요구한다는 것은 다소 불공평한 감이 없지 않은가라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해서, 과거의 공과를 따지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공과를 따질 때 역사적 맥락과 인간에 대한 약간의 배려를 잊지 않는 것 또한
미래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앞으로 얼마간은, 한 번 뿐인 인생을 많은 사람을 위해 불태운
두 분의 열정적인 삶을 기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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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바라
09/08/19 10:14
수정 아이콘
김대중, 노무현 정부때는.. 저분들이 훌륭한 분이란걸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되니까.. 저분들이 훌륭한 분이란걸 깨닫습니다.
히로하루
09/08/19 10:17
수정 아이콘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
당선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 생각합니다.
信主SUNNY
09/08/19 10:27
수정 아이콘
평하가 이렇게나 진행되는데...

그 폄하조차 '과대포장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나두미키
09/08/19 10:28
수정 아이콘
엄청난 사기 캐릭이었죠.. ........
재임 이후에는 좋은 대통령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08년 이후에는 훌륭하고 엄청난 대통령 이었다고 느낍니다..
팬더의 눈탱이
09/08/19 10:37
수정 아이콘
信主SUNNY님// 동감합니다.
마르키아르
09/08/19 10:37
수정 아이콘
주관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제일 좋아합니다만..

객관적으로는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훌륭한 대통령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09/08/19 10:41
수정 아이콘
임요환 선수의 컨트롤이 S급이라고 해도 물량은 B급이라 폄하받고, 이윤열/최연성 선수의 물량이 S급이라도 마이크로 컨트롤이 딸린다고 폄하받고... 늘상 그렇게 B급 능력의 사람들에 의해 폄하되는게 뛰어난 S급의 재능을 지닌 인간들이지만 결국 임요환,이윤열,최연성 선수는 스타크래프트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하고 맙니다. 가야할 자리로 가는 거죠. 역사가 가지는 또 하나의 가치는 그런 '재평가'에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제대로된 역사의 재평가를 기대합니다.
검은곰
09/08/19 10:42
수정 아이콘
호불호를 떠나서 살아오신 삶의 깊이가 노무현 전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르죠. 비교대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훌륭하다, 존경하다 이런 표현을 논하기 이전에요.
09/08/19 10:56
수정 아이콘
모 축구선수가 자신의 한 선임 축구선수를 빗대어 '당신들이 함부로 거론할 인물이 아니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네요..
대통령 시절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까기에 바빴지만,
어쩌면 우리가 함부로 이러쿵 저러쿵 할만한 인물이 아니지 않을까요..
09/08/19 11:32
수정 아이콘
정치권 인물중에 선생님이라고 불릴만한 몇 안되는 분중 한분이시죠.
혁이아빠
09/08/19 12:19
수정 아이콘
정치라는건 한쪽만 볼수 없는거죠,, 한쪽의 많은 지지을 받으셔서 대통령이 대셨으니 다른쪽도 신경을 쓰시다가 지지를 받을쪽에도
외면을 받았죠..
저는 2분을 개인적으로 많이 존경합니다...정책이나 그런건것보다 그들이 걸어온길을 존경합니다..
이명박대통령도 저한데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스면합니다..
재 아들과딸들을 위해서라도...
sometimes
09/08/19 12:56
수정 아이콘
아래 잠긴글을 뒤늦게 보고 답답해 하던 차에 반가운 글이네요.
한 인물에 대한 과대평가는 지양해야겠지만, 칭찬이 많다고 억지로 깎아내려 밸런스를 맞추려 하는 모습은 더욱 눈쌀 찌푸려집니다.
스스로 중도 좌파가 아닐까 생각해왔었는데, 소위 좌파라는 사람들이 이런식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에 반감까지 생기려 하구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데, 제발 피아 구분 좀 하고 현실성 좀 갖췄으면 좋겠네요.
보수와 수꼴은 똘똘 뭉치는 이 판국에 편가르기가 왠말인지... 이러니 외면을 받는거 아닌가요 ㅠㅠ
shadowtaki
09/08/19 13:14
수정 아이콘
저는 지난 10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꼭!! 같은 잣대를 현재에 들이밀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토스희망봉사
09/08/19 14:04
수정 아이콘
가야할 놈들은 안가고 에휴... 그럼 축제가 벌어질텐데
09/08/19 15:35
수정 아이콘
검은곰님// 개인적인 인생의 우여곡절이나 삶의 깊이는 그분이 대단하지만,,,
나라를 이끌고 나갈 정치인으로서 권력욕구에 대한 초연함이나 지도자로서의 자기희생적인 면모는 또 다르다고 봅니다.
귀염둥이
09/08/19 17:49
수정 아이콘
개인적인 호감도를 따지면 DJ는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뭐 싫어하지도 않습니다만

노무현, 김대중 양자를 비교해서

인생전부를 따져서 비교하면, 그러니까 평생의 업적을 비교하면 김대중대통령 쪽이 확실히 앞선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나이와 짬이 얼만데요. 60년대부터 민주화투쟁을 해왔던 사람인데

노무현대통령도 민주화투쟁을 해왔고 합니다만, 그 기간과 깊이는 김대중대통령과 비교는 안됩니다.

노무현대통령은 부림사건~6월항쟁정도 까지이고, 그것도 부산지역에서만 활동하셨지만

김대중대통령은 70년대 이미 민주화의 상징이었죠.

(나중의 행보가 아쉽긴 합니다만) 민주화의 업적만 따지면 DJ와 비견될 사람은 YS뿐입니다.

YS도 좀 더 오래했다는 것 말고 깊이를 따지면 DJ만큼은 아니고요.

대통령대 대통령으로서의 비교라면 그래도 저는 노통쪽을 꼽고싶습니다.

뭐 아마도 자신들이 유리한 자료를 들고나왔겠습니다만 '노무현과 함께만든 대한민국' 책을 보면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의 비교가 많이 나오는데, 대부분의 자료에서 참여정부의 성과가 가장 많습니다.
09/08/19 18:12
수정 아이콘
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주장한 한미 FTA, 동북아 금융 허브 등이 삼성 경제연구소의 작품이라는 아래 글의 리플을 읽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생각한 것은 통일한국이라는 큰 틀 안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하고요.
통일만 된다면 단숨에 물류의 중심지 그에 따라 금융의 중심지가 될 것이며,
지금 개성공단 예에서처럼 정치적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중국보다 훨씬 강력한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생각합니다.
09/08/19 19:41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가 민주적으로(경제얘기를 하고자 하는건 아닙니다.) 발전하지 못했던 이유는 박정희, 전두환도 한 몫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YS가 당선된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아닌가 싶습니다.

YS란 인간 대신 DJ가 됐었다면 정말 현재보다 훨씬 더 민주적으로 진보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이지 온갖 악의 축이란 축은 다달고 있는 YS를 생각하면 정말 분통이 터집니다.

이회창이 좋은 정치인이고 나쁜 정치인이고를 떠나서 김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회창을 이긴 것 자체가 발전이지요. 노통도 비슷한 맥락에서 발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DJ와 노통이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엄청난 상징적 존재인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DJ, 노통을 가슴깊이 추모합니다.
앙앙앙
09/08/20 02:15
수정 아이콘
sometimes님// 대체로 동의합니다. 제가 진보 정당에 대해서, 개별적인 정책에 대해서는 일부 찬성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지지를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http://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installment_id=259&article_id=4445

아까 전 딴지의 지난 기사를 복습하던 중에, 마침 이와 관련된 반가운 글이 있어 소개합니다. 세상을 바꾸고자 열심히 분투해주시는 소중한 민노당-진보신당 지지자 분들이 한번쯤은 꼭 읽어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09/08/20 07:38
수정 아이콘
앙앙앙님 // 좋은 기사 소개 감사합니다. 오늘 한겨레 기사 중 좋은 기사가 하나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링크는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72149.html 입니다.

가장 와닿는 부분 한 대목만 발췌해 보면 이렇습니다.

"불편하지만 받아들이고 극복해야 할 진실 하나. 우리는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손쉽게 그들에게 아웃소싱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 역시 하청받은 가치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술과 조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그 두 대통령에게 ‘갑’의 행세를 시작했었다. 그 정부가 현실과 타협하는 찰나, 그들을 거칠게 비판했다. 마치 품질이나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하청업체를 다루듯 말이다. 두 대통령 역시, 제대로 된 연구소조차 갖지 못한 개인사업자일 뿐이었는데 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프레시안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차기 정치인들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민주당이 매니지먼트 부실로 '소모'해 버렸다는 주장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090809211735

이래서야 두 전직 대통령들의 뒤를 잇는 누군가가 나온다고 해도,
보수 진영의 조직적, 비조직적 저항과
진보 진영의 기초 체력 부족으로 소모되어 갈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S급 역량을 갖춘 수퍼맨 내지 구세주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진보적 지도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을 고민할 시기라고 봅니다.

영웅의 시대를 뒤로 하고, 역사를 다시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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